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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치매대응반-80화 (80/122)

〈 80화 〉 무림치매대응반 80

* * *

“처음으로 돌아가서, 오라버니 혹시 싶어서 물어보는데 오라버니보다 나이가 과하게 많아야 끌린다거나, 서령이나 당 소저는 너무 어려보여서 별로라거나 그런건 아니지?”

누구 취향을 지금 할….

“아니면 됐어.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의심할 수 밖에 없어. 앞으로 여자를 들일거면 어리고 건강한 여자로 들이는거야. 알았지?”

“그게 당 소저고?”

“꽃다운 열 여덟이면 딱 적기지 뭘.”

아니 잠깐만, 열…뭐라굽쇼?

“뭐가 그렇게 어려?”

“별로?”

아, 여기는 그렇지. 어쨌거나 만 십팔세 넘었으면 대한민국 기준으로도 성인이니까 아슬아슬하게 세이프긴 한데. 서령이 배를 불리고 나면 걔 배도 불려야 한다니 맙소사다 정말. 정신연령으로 치면 딸뻘을…. 아니 뭐 내가 그렇다고 대한민국에서 그 나이에 애를 낳을 수 있었던건 아니지만.

“그, 당가에 당 소저 말고 조금더 나이가 있는, 그런 여식은 없다더냐?”

“어리면 좋아할 일이지 참…. 이러니까 내가 오라버니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거 아니냐고. 어? 말해봐. 그때 무림맹에서부터 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거 아냐? 응? 응?”

큰일날 소리를 한다 이게. 아무리 십대가 부담스러워도 내가 그….

“아, 그리고 아들은 많은데 직계에 딸은 가혜밖에 없대. 막내딸.”

귀한 늦둥이 막내딸을 덥석 남의집 첩으로 준다고? 도통 이해가 안 가는 사고방식이다. 만약에 내 딸을 그렇게 보내야 한다면 다 뒤집어 엎을거다. 아무리 지가 좋다 그래도 머리를 박박 밀어서 방안에 처박아놔야지. 어른이면 애가 그러는건 좀 말려야 될거 아닌가.

“애가 애를 키우겠구만.”

“정 그러면 데려다만 놓고 배는 나중에 불리시든가.”

“일단 우리 서령이 배부터 먼저 불려야지.”

“그건 당연한거고.”

“으으으응….”

서령이는 대놓고 배를 불린다니까 얼굴을 붉히며 내 품속으로 파고 들었다.

“뭐, 왜. 그 눈빛은 뭐야. 나도 서령이처럼 몸둘바를 몰라 해? 씨이…. 나만 맨날 이런 역할이야.”

“이리와 이리.”

마찬가지로 연이도 꼭 붙들고 안아줬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때 생리 시작했다고 좋아하고, 또 부러워 하던 다른 아이들을 생각하면 영 마음속 한켠이 까끌까끌하다. 연구를하든 어떻게든 확실하게 기형은 없다는 보장이 있어야 얘들도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할 수 있을텐데.

“어쨌든, 오라버니. 당 소저만 받아. 그 뒤는 알아서 당가가 견제 해 줄거야.”

“그건 또 왜?”

“당가가 경쟁자를 가만히 두겠어? 아예 결이 다른 세력이면 모를까.”

“결이 다른 세력이라면…?”

“아예 세외 세력이거나, 무력이 없거나, 혹은 당가하고 협조가 될 만큼 완전 친한 세력이거나.”

그런 세력이 있나…?

“당가에서도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승부수를 던진거야. 오라버니도 당가를 적으로 두기는 부담스럽잖아?”

“에이, 이거 안 받는다고 적이 될것 같으면 그냥 다 쓸어버….”

“정파의 명문 대파를 그렇게 하면 우리가 명분에서 지고 들어가는거야. 암중세력놈들이 우리가 노망독을 퍼뜨리고 우리가 치료하고 있다고 뒤에서 덮어 씌워도 진짜 몰리는 수가 생겨.”

“설마….”

“우리가 전면에 나서면 그런 부분도 신경 써야 해 오라버니. 그래서 더 세력을 늘려야 하는거고. 지금은 급하게 당가가 판을 키우면 그놈들도 어쩔 수 없이 끌려나올테지만, 이번에 제대로 뭔가를 붙잡지 못하면…. 상당히 길고 힘든싸움이 될거야.”

하기사. 우리도 지금 그 새끼들과 연관된 증거를 찾을 수가 없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말 하자면 우리가 안했다는 증거도 없는거다. 그 새끼들이 사실은 정파의 고위측과 연관되어 있고 그러면 일이 복잡해질 여지는 충분하지. 지금이야 우리가 ‘순수하게 치료만 합니다.’ 이러고 있으니 흠집을 내기 힘들어도 화끈한 무력투사를 통해 명분없이 어딘가를 쓸어버린다면, 그런 음해에 힘이 실린다.

그러다 보면 진짜 내가 독을 풀고 내가 독을 치료하는 척 하면서 무림을 삼키려는 야욕이 있다고 음해를 해도 그게 누군가에게는 진실이 될 수 있는거고. 아무리 이빨빠진 중원 무림이라지만 떼로 몰려들면 다죽일수도 없고 난감하다.

“그런 상황에 가서야 우리가 세를 불리겠다고 덜컥 어딘가랑 결혼을 통해 사람을 들인다고 생각해봐. 당가주의 금지옥엽 늦둥이 막내딸을 거절당한 입장은?”

당가가 처음에는 치료해준 은혜가 있으니 가만히 있다가도, 판도가 기울어 가는것 같아 보이면 반대편에 붙을 훌륭한 명분이 될 수 있다. 그것도 강력한. 왜냐하면 그냥 나한테 중독당하고 치료받은 은혜를 갚는다고 바보짓을 한거에 더해서 혼사도 거절당하고 모욕을 받았다는 명분도 얹을 수 있으니까. 너무 간 생각이지만 진짜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당가는 반대 세력 중에서도 제법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원래 그렇게 모이면 당한게 많은놈이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으니까. 시발 이거 생각해 보니까 빼박이네.

“우리나 당가나, 서로 죽자고 달려들면 걔들은 목숨을 잃고, 우리는 명분을 잃고. 양패구상이야. 서로 적당히 실리를 챙길 수 있을때 웃으면서 끝내는게 좋다고 판단했어.”

“뭐가 그렇게 복잡한지…. 걔들은 그걸 언제 떠올렸을까?”

“아무리 늦어도 당진운을 치료한 시점에는 떠 올렸을거야. 아 참.”

“왜?”

“오라버니. 마의 왔더라.”

“응? 빨리 왔네?”

기다렸던 것 보다는 늦게 왔지만 현실적으로는 신강에서 사천까지 오는거니까 나름대로 빨리 도착한거다. 뭔가 변동 사항이라도 있었나?

“무영문 애들 데리고 가면 바로 치료할 순 있겠네.”

“마교에서 치료했던 사람들은 다 회복했다고 걱정하지 말래.”

“걱정은 무슨…. 누가 만든 치료법인데.”

“이제와서 칭찬으로 환심을 사려해도 소용 없네요 오라버니.”

으으음…. 연이도 제대로 날잡고 찐하게 한 번 달래줘야겠다. 조금 특별하게. 미안함을 담아서 머리를 쓰다듬어 줬더니 연이가 괜찮다는듯 웃어 보였다.

“대인. 무영신투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잠시만!”

나는 서령이의 품 안에 들어가 있던 손을 빼내고 겉옷을 다시 걸쳤다. 연이와 서령이가 옷을 다듬을 때 까지 기다렸다가 배윤성을 방 안으로 불러들였다.

“언제 깨어났어?”

“방금 막 일어났습니다.”

“그럼 소문주를 이리로 불러.”

“예. 대인.”

내가 직접 가서 무영신투를 살피고 대면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제는 내가 윗사람이니까. 잠깐 기다리고 있으니 밖에서 인기척을 내고는 배윤성이 소문주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왔다.

“먼저 문주님께 감사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내 얼굴을 보고 소문주가 정중한 기색으로 절을 했다. 일단은 진심으로 고마워 하고 있는 기색 같았다.

“아직 완전히 치료한 것도 아니니, 감사를 받기는 이른것 같군.”

“혹여, 약효가 떨어지면 상세가 악화된다거나 하는 일이 있습니까?”

그렇진 않을거다. 안정성이 뛰어난 약이니까.

“약을 장복한다면 내성이 생겨 약효가 줄어들거나 하는 일이 있습니까?”

“왜 그런걸 궁금해 하지?”

“제가 생각하기로, 저희가 문주께 드릴 수 있는것은 수족이 되겠다는 다짐뿐이온데, 쉬이 믿으실 수 없으실 것 같아 어미의 치료를 미루고자 함입니다.”

호오. 기특한 생각을 하네?

“그러다 내가 치료를 안 해주면 어쩌려고?”

“길어야 이삼년이라 하셨습니다. 어머니도 그 이상을 살고자 하시진 않으실겁니다. 마침 저희의 상황이 급박하기도 하니, 어머니가 가시는 날 까지 온 정신으로 계실 수 있고 문도들이 안전할 수 있다면 적어도 약값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받아주십시요.”

이야. 아니 물론 뭐, 얘들은 지금 상황이 막장이라 나한테 기대야만 하는 상황이기는 한데, 그래도 딴에는 머리를 굴려서 타협안을 만들어 온거 아냐. 협조하겠다. 그냥 협조하겠다 그러면 안 믿을테니까, 울 엄마 완전치료하지 말고 주기적으로 약만 줘라.

“송구하오나 하나만 더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이야기 해 봐. 듣고 결정하지.”

“저희 상황이 나빠지기전에 문도들의 가족을 은월문으로 피신시켰습니다.”

은월문은 또 어디야?

[은월문은 신비문파중의 하나인데, 거기도 무영문하고 성격이 비슷해.]

아 그래 뭐, 비슷한 문파에다가 가족을 피신 시켰는데.

“기별을 좀 하고 싶습니다. 저희가 무사히 빠져나왔다고. 인원을 보내도 괜찮겠습니까?”

“의심을 하자는 것은 아닌데, 갔다 오는데 얼마나 걸리겠나?”

“사흘이면 충분합니다.”

“그럼, 미안하지만 소문주가 직접 움직이는걸로 하지.”

“그리 하겠습니다.”

그렇게 이야기까지 해 줬으니까. 다른 애들 보내면 인질이 없어서 좀 그렇고. 설마 어머니를 쌩까고 튀진 않겠지. 안 그럴것 같지만 이런건 의심의 여지를 아예 없애두는게 좋다. 무영문이 우리 장원으로 간다고 당장 얘들을 써먹을 수 있는거도 아니고. 상처 치료는 해야지.

어떻게보면 지금 별 것 아닌 약값으로 옭아맨거나 마찬가지라서 소문주가 은월문에 다녀오면 제대로 진실을 이야기 해 주고 무영신투를 치료 해 줘야겠다. 최소한의 신뢰는 확인한거니까.

“그럼 바로 움직이자. 소문주.”

“무영문이 존속할지 말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유하라 불러주십시요.”

우리가 쉬던 별실에서 나와 무영문 사람들이 있는 큰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무영신투는 깨어났다가 자신의 상태에 너무 흥분을 해서 간신히 진정시키고 재웠다고 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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