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 무림치매대응반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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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 혹시 싶어서 물어보는데, 오라버니가 그때 오라버니 나이가 불혹은 넘었다고 했지?”
“그…. 그렇지.”
“그게 무슨소리야…. 삼아?”
아, 맞다 그 이야기 서령이한테는 안했지.”
“잠깐만 서령아. 그 이야기는 오라버니가 나중에 해 줄거야.”
“네에….”
서령이가 불안한 눈동자로 올려다 본다. 누워있던 서령이를 일으켜 내 다리 위에 앉히고 꼭 끌어 안았다. 물론 가슴은 계속 조물거리면서.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뭐가?”
“오라버니 옆에 있는 여자들말야. 아, 물론 나는 그래. 솔직히 질투가 나. 오라버니를 아무하고도 나누고 싶지 않기는 해. 그치만. 이건 이상해.”
“그러니까, 내 여자들이 뭐가.”
“오라버니와 연령대가 맞는 사람은 서령이 밖에 없잖아.”
“야 그렇게 따지면 서령이도 안 맞는 거지.”
니들은 정신연령으로 치고, 나는 신체나이로 치고.
“우리끼리 이야기를 좀 해 봤는데, 역시 우리는 아이를 가지는게 무서워. 혹시 천형이라도 있으면 어떡해?”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야….”
여기서 말하는 우리끼리는 서령이를 제외한 반로환동 멤버들이다. 연이, 화란이, 린이, 자윤이.
“무슨 상관이냐니 오라버니. 오라버니가 오래 살거긴 하지만, 언제까지 직접 일 볼거야? 아이들을 많이 만들어서 세력을 꾸려야지. 결국에는 자손밖에 없어.”
“그래 그렇긴 한데….”
얘는 안그러다가 왜 갑자기 꼰대질이야….
“서령이를 제외하고서는 아직 달거리도 안하고 있는 애들이 있고. 나도, 그때 오라버니의 아이를 낳을 수 있을것 같다고 기뻐하기는 했지만, 오라버니의 일가를 생각한다면 역시 적장자(??子)는 서령이의 아이여야 해.”
“정실은 너라니까….”
아, 말 실수다. 내 품에 안겨 있던 서령이가 움찔거리는게 느껴졌다. 품 안의 서령이를 조금더 힘을 줘서 꼭 끌어안고 이마에다가 입을 맞춘 다음 달래듯이 쓰다듬어 주었다.
“오라버니의 마음은 참 고맙고 기쁜데, 그래서는 안돼. 서령이는 젊고, 건강하니까 튼튼한 아들을 낳을거야. 여식은 괜찮아. 하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넷은 혹시나 아이를 가지게 되더라도 서령이가 반드시 적장자를 순산하고 나서 아이를 가질거야.”
“그럴 필요가 있냐….”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천형이라도 있고 그러면 서령이가 낳을 적장자의 앞 길에 방해가 될거야. 서령이의 아이보다 나이가 많기까지 하면 그야말로 모래성이지.”
“연아!”
아무리 그래도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니냐. 아직 생기지도 않은 애 한테. 본인 스스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마음이야 오죽하겠냐마는….
“그만큼 중요하고, 또 중요한 문제야. 오라버니가 아래로 세력을 거느릴 결심을 했으니까 이제 이야기 하는거야.”
“난 이 일만 끝나면 다 해산시킬거야. 내 밑으로 세력은 무슨.”
“큰일날 소리를 하네 오라버니. 집단이라는게 한 번 만들어졌는데 쉽게 흩어질 것 같아? 사람을 거느린다는걸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지 마.”
흐으으음…. 내가 보기에 신체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지금 연이가 이야기 하는 내용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내가 중원에 가정을 만들고 정착해야겠다 같은 걸 진지하게 고민하지도 않았고.
좋은 사람이 있으면 그것도 괜찮겠다. 여기라면 애를 하나 낳고 키우는게 몇억이 들어간다 뭐 그런 이야기에 골머리 아플 일은 없겠지…. 그런 생각이나 했었다. 여전히 여기는 내 세상이 아니라는 감각으로 살았으니까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도 있고.
그래서, 내가 저 가라로 대충 만들어 놓은 해동장씨의문…. 혹은 암약단체를 싹 쓸어버리고 다른 간판을 올린 일가를 일구어서 대대손손 유력가문으로 번창하기를 바란다면, 지금단계에서 기틀을 잡을 필요가 있는건 맞다. 그리고 내가 무영문과 만복회를 밑으로 넣고자 결심한 그 순간부터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일이라는건 알겠는데. 벌써 후계자를….
“그걸 지금 꼭….”
“오라버니, 서령이 지금 나이를 생각해봐. 아이를 갖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니까?”
“무린인들은 원래….”
“그걸 감안하고도 늦었어. 서령이는 최대한 빨리 회임을 해야 해.”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하자.”
“나중은 무슨. 이제 거점도 마련했으니까 서둘러야지.”
뭔 씨. 무슨 일만 있으면 시간 많으니까 느긋하게 하자던 애가 이 문제는 왜 이렇게 민감하게 구는지 모르겠네. 거기다 당가놈들 이야기 하다가 왜 여기까지 이야기가 흐르는거야?
“그래서 그게 당 소저랑 무슨 상관이 있는거야?”
“우리가 어지간하면 아이를 안 낳을거니까, 그러면 형제가 부족하잖아. 서령이도 아이를 계속 낳아야 할테지만, 결국 집단과 그 세력의 구심점이 되는건 혈족이지. 방계 혈육들이 같이 떠 받쳐 줘야해. 그렇게 보면 지금 당가를 끌어 들이는건 오라버니의 후대를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우리가 오래 살면 괜찮지 않나?”
“오라버니. 후대의 일은 후대가 해야 하는거야. 가끔 도움 정도야 줄 수도 있겠지만, 나도, 화란이도, 린이도. 왜 돌아가지 않는지 한 번 생각해봐 줘. 품 안의 자식도 언젠가는 스스로 걸어야 하고, 우리도 갈 때가 되면 가야지.”
“흐으으음….”
“오라버니를 우리 결정에 따르게 하려는 것도 아니고, 오라버니를 탓하려는것도 아니야. 오라버니는 분명 큰 세력을 이끌만 한 인물이야. 무력이든, 배포든. 하지만 사람을 거느린다는 의미. 일가를 일구고 자손만대 번창을 위한 기틀을 다진다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어.”
이게 그렇다. 현대인의 자아로 생각하자면 솔직히 애 낳아 놓고 그 애만 딱 보는거지 세상이 시시각각 뒤집어지는데 자손만대의 번창을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이야기를 듣고보면 나 역시도 여기서 가정을 만든다면 내 자식들이나, 손주들, 그 밑으로 쭉쭉 어디가서 기죽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고 떵떵거리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아, 그 전에.
“서령아. 아직 자세한건 이야기 할 수 없지만, 너를 처음 해남에서 만났을때도 나는 지금의 나였으니까. 불안해 하지 마. 때가 되면 다 이야기 해 줄게.”
“으응…. 나는 믿으니까. 괜찮아. 삼이가 이야기 해 준다고 했으니까 기다릴게.”
“고마워.”
다시 한 번 서령이에게 입을 맞춰 주었다. 불안감은 많이 덜어진듯 서령이의 기색이 한층 안정되었다. 연이도 서령이를 살피다가 괜찮은것 같은지 다시 말을 이었다.
“원래 우리 토굴을 다 만들고 나면 다 같이 모여서 오라버니에게 말 하려고 했었어. 그런데 마침 당 소저 덕분에 이야기가 나와서 오늘 이야기 해 버린거야.”
“그래. 고맙다. 너희들끼리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줄은 몰랐네.”
“영웅이 삼처 사첩을 거느리는 이유가 있는거야. 영웅은 혼자 되는게 아니니까.”
그렇지 뭐. 삼처 사첩 중에 어 공주도 있고, 암살자도 있고, 이종족도 있고.
“알았다. 알았어. 적장자는 반드시 서령이와 낳도록 할게.”
“그리고 당 소저도.”
아 이거 안 넘어가네.
“세력은 세력으로 상대해야 해. 그 후에 올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오라버니가 결심을 했으니까 하는 이야기지만, 수뇌부 몇몇만 골라내서 죽인다고 사태가 수습되진 않을거야.”
그거야 그렇지. 혈족중심의 당가에도 변절자가 박혀 있을정도면, 수십년간 온 중원 무림에 촘촘하게 그놈들의 세력이 깔려있다고 봐야한다. 뿌리뽑을려면 결국 우리쪽에도 마찬가지로 속속들이 파고들어 실무를 봐 줄 사람들이 있어야지.
어우…. 이렇게 되면 내 목숨을 노렸으니까 그 새끼들 엿을 대차게 먹여주겠다는 아주 아주 사소한 원한…아니, 내 개인으로는 큰 거긴 한데. 그거만 가지고는 세력을 굴릴 수 없다.
솔직히 만복회야…. 아니지. 만복회도 무시하면 안된다. 금제는 금제고 만복회주도 어쨌든 잘 협조해 주고 있는거고…. 무영문도 조건부긴 하지만 자신들만의 목적이 있고. 여기서 당가까지 한 발 걸치게 되면 연이의 말 처럼 나 개인의 원한만 가지고 일을 진행해서는 안되는거지.
일을 진행하다 보면 세력끼리 맞붙을 일도 생길거고, 그러다 보면 사람도 다친다. 이게 그냥 만복회에서 두명이 죽었어요, 하고 끝나면 좋지만 그 친구도 부모가 있고, 처자식이 있을수도 있고. 그런게 걸려서 오늘 배윤성이한테 돈도 좀 찔러주고 일이 끝나고 나면 더 큰 선물을 주마 호언을 했지만, 역시 조직이라는게 앞으로 가려면 강한 수장뿐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조직원들이 동기로 삼을 만 한 미래가 있어야 하는거니까.
당가가 명분을 따지는걸로 이해했을 때 내가 왈칵 짜증이나서 당소혜를 갖다 치워버리려고 했던것도 결국엔 내가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아서다.
만복회도, 무영문도, 당가도 그냥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관계에서 머물고 싶었는데. 기브 앤 테이크. 좋잖아? 쿨하게. 염병.
아무래도 그렇게는 안 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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