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림치매대응반-78화 (78/122)

〈 78화 〉 무림치매대응반 78

* * *

무영신투가 깨어난다는 조건하에서지만, 어쨌든 구두로라도 동맹은 맺었다. 약은 사흘정도만 약효가 있다고 이야기 해 두었지만, 얘들도 정파종자들처럼 무영신투에게 단물만 쏙 빼먹고 버릴 생각으로 튀어버릴 수 있으니까 나는 여기서 얘들을 좀 감시해야 할 것 같다.

약효가 돌고 무영신투가 제정신을 차리려면 너댓시간은 더 걸릴거니까….

“화란아, 미안한데 집에 좀 가서 연이한테 굴 좀 하나 더 파놓으라고 해라.”

“...네?”

“무영문애들 집으로 데리고 가서 지하에다 넣어놓게. 한 스무명 갈거니까 넉넉하게 파 놓으라고 해.”

역시 뭘 짱박는건 땅속이 제일이다.

“올때는 번거롭겠지만 공중수레로 와 줘.”

“아, 네. 그렇게 할게요.”

“혹시나 동창놈들이 따라 붙을 수 있으니까 경계 철저하게 하고.”

“황궁에서 나온놈들은 냄새가 나서 금방 알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계세요.”

화란이가 방을 나서면서 교차로 배윤성이 들어왔다.

“찾으셨습니까 대인.”

“쟤들 동창한테 습격받은건 들었지?”

“예. 확실하게 추적을 뿌리칠 수 있도록 저희도 성도에 진입하기 전에 만전을 기했습니다.”

“그래도 조심해. 도심에서 총포를 쏘진 않겠지만 관병을 끼고 온다면 또 모르는 일이야.”

“예. 저자에 아이들을 풀어두었습니다.”

동창이 엮였으면 뺄법도 한데 용케 그냥 무영문을 받아 들였구만. 내가 협박을 해서 그런가?

“아무튼, 오늘 밤 중으로 무영문 사람들은 우리 장원으로 옮길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

“괜찮으시겠습니까?”

안 괜찮을건 또 뭐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안 괜찮을 내용은 없다.

“괜찮아. 아, 그리고 만복회도 혹시 뭐 도움 필요한 일 있으면 화란이한테 보고를 하건, 날 직접 찾아오건 요청해라. 너무 쓰잘데 없는 일은 말고.”

“그, 그리해도 되겠습니까?”

“금제가 있긴하지만 일단 나는 너희 만복회도 내 휘하라고 생각하고 있다. 당장은 불만이 없을수야 없겠지만 이삼년만 고생하자. 그 뒤에 내가 어마어마한 선물을 주지.”

“불만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 때 말씀드렸듯, 살려주셨으니 시키는대로 하겠습니다.”

“섭섭하게는 안 할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여기는 좀 크고…. 무영신투가 깨어날 때 까지 좀 쉬려고 하는데, 적당한 곳이 있나?”

“아, 이쪽으로 따라 오시지요. 적당한 곳이 있습니다.”

가만히 내 뒤에 시립해 있던 서령이와 함께 배윤성을 따라 나섰다. 별채를 뒤로 반바퀴 돌아서 작은 방으로 안내해 준다.

“이쪽에서 쉬고 계시면 됩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제가 기별을 드리겠습니다.”

“응. 화란이 혹시 돌아오면 이쪽으로 안내 해 주고.”

“예. 알겠습니다. 편히 쉬고 계십시요.”

배윤성이 돌아나가고 나는 겉에 걸치고 있던 도포를 벗어서 대충 탁자위에 던졌다.

“너도 좀 편하게 있어.”

“으응…. 난 이게 편하니까 괜찮아.”

“내가 보기에 불편해.”

“그럼, 알았어.”

서령이도 겉옷을 벗고 한결 가벼운 차림이 되었다. 서령이와 함께 그대로 침상에 올라가 누웠다. 아까 우리 집에서도 계속 누워서 노닥거렸지만, 시간이 났으니까 또 누워서 꿈지럭거리기로 했다. 이번에는 서령이를 안고.

“요즘엔 어때?”

“우우응…. 좋다. 뭐가?”

“그냥 이것 저것?”

서령이는 요새 많이 못 챙겨 준 것 같아서.

“린 언니하고 열심히 수련 중이지. 얼른 우리 삼이가 안심하고 나를 데리고 다닐 수 있도록.”

“지금도 안심하고 같이 다니고 있는데.”

“아니거든요. 어디 갈 때 마다 나 신경쓰는거 알고 있거든요.”

“전 보다는 훨씬….”

“딱히 조바심을 내고 있다거나 그런건 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린 언니하고 손을 섞는것도 재미있고. 단숨에 강해질 순 없는거니까.”

나야 편법처럼 쓩 하고 강해지긴 했어도, 보통 모든 무인들은 정말 피와 땀을 흘리며 뼈를 깎는 고통도 감수한다. 서령이는 탈인간급 고수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보면 동기를 잃어 버릴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여전히 성실하게 수련하고 있었다.

“필요한거 있으면 이야기 하고. 영약같은거라도 구해 줄까?”

“으으응…. 아니. 그냥 네가 이렇게 가끔 안아주고 이야기 들어주는 걸로도 충분해.”

나는 그녀의 몸 위로 다리를 올리고 쿠션 끌어안듯이 온 몸으로 꽉 끌어 안았다. 겉옷을 벗고 가벼운 옷차림이라 부드러운 살결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냥 이렇게 끌어 안고 뒹굴거리는 것 만으로도 확실히 힐링되는 느낌이다.

“저번에 영약 먹었을때도 한참동안 초식이 어지러워서 혼났어.”

“그래. 차근차근 하자.”

“응.”

여기서 걸판지게 뭘 할건 아니지만 방 안에 단 둘이 있으니까 스킨십 정도야 좀 진하게 해도 괜찮겠지. 서령이의 옷 윗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말캉한 가슴을 쥐고 슬금슬금 주물렀다. 유두는 건드리지 않도록. 어차피 누가 접근하면 바로 알 수 있으니…응?

누군가 고속으로 접근하는게 느껴져서 바로 서령이의 앞섶에서 손을 빼려고 했는데…. 그럴 틈도 없이 순식간에 방 안으로 뛰쳐들어왔다.

“딱 걸렸어. 오라버니. 어?”

“…뭐야. 너였냐.”

그럴리야 없겠지만 뭔 습격이라도 있는건가 해서 깜짝 놀랐는데 다행히 연이었다. 반쯤 빼려던 손을 다시 따끈한 곳에 밀어넣고 하던걸 마저 했다.

“저, 저기 삼아….”

“왜?”

“연이언니도 계시는데….”

연이는 침상옆에 와서 콧김을 뿜으며 걸터앉았다.

“문은 제대로 닫았지?”

“안 닫았으면?”

“닫고 오라고.”

“씨이….”

연이는 아무래도 내가 서령이랑 알콩달콩 이러고 있으니 빡친것 같다. 요즘 아무래도 여기서 거점 마련하고 이리저리 일 생각에 치이다 보니까 자꾸 연이가 뒷전이 되는 것 같다.

“토굴은?”

“애들한테 파라고 했어. 우리건 거의 다 팠거든.”

“그럼 이리와서 누워.”

“됐네요.”

“진짜?”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있지만, 아마 좀 더 강권해주기를 원하는 거겠지. 슬쩍 옷자락을 당기자 못이긴척 서령이의 반대편에 누웠다. 양손의 꽃이네.

“이게 뭐하는거야 남의 집에서.”

“뭐 어때. 돈 주고 객실 빌렸으면 우리 집이지.”

연이의 옷 속으로도 손을 밀어넣어 한 손 가득 들어오는 가슴을 주물거렸다. 슬그머니 아래쪽에서 텐트가 올라오는 느낌이 나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풀기는 좀 뭐하고. 밤에 집에가서….

“아, 오라버니. 당 소저 말이야.”

“당가는 왜?”

“걔 아직 집에 있어.”

“스으…. 참 눈치 없네.”

“눈치가 없는건 오라버니지.”

“내가 왜? 그거 어차피 다 빤한 수작아냐.”

“하아….”

당가가 지금 어 무림에서 핫해질 가능성이 충분한 이 걸어다니는 노망치료문파를 지리적 이점으로 선점한 다음에 저점매수를 치겠다는거 아냐. 딸내미 하나 갖다 박으면 헤벌레 하겠지 싶어서.

“당 소저가 오라버니한테 홀딱 빠졌더만 뭐.”

“걔가? 날 몇 번이나 봤다고.”

“삼아, 연심이라는건 그렇게 논리적으로 따질 수 있는게 아니야.”

서령이도 한 마디 거든다. 서령이야 뭐…. 나 죽었다고 평생 수절하겠다던 애니까 그렇다고 치고.

“오라버니, 지금 오라버니한테 사죄한다고 독왕이랑 당가주랑 다 와 있어.”

나는 침상에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아니 그건 또 뭔 소리야.

“당가애들이 진짜 그걸 조건부로 걸려고 그랬던거겠어? 당 소저가 뒤에서 자기 아버지를 부추긴거더만.”

“이해가 안가네 진짜. 대체 왜?”

“봐봐, 오라버니. 검후도 손끝으로 부리고, 그 당사자도 자기 할아버지인 독왕이 덤빌 엄두를 못내는 고수에, 내 돈인건 모르겠지만 친정집에서 멀지 않은 큰 장원도 있지. 오라버니가 또 건장하고 잘 생겼잖아?

체구는 좀 되는 편이긴 한데, 잘 생겼다고? 내가? 정말? 여기와서 거울 볼 일이 없으니 알 수가 있나. 머리 정리같은것도 죄다 연이나 애들이 해주니까. 저번에 거울 봤을때도 평범한 중국인처럼 생겼던데. 진짜 딱 21세기로 치면 중국 CCTV 뉴스에 해남성 출신 장씨(24세, 무직) 하고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전반적으로 볼때 오라버니와 우리는 무림의 신흥세력으로 급부상 할 수 있는 저력이 충분하단 말이야. 무림세가의 여식이 선택할 수 있는 혼처 중에서는 나쁘지 않지. 거기다 개인의 호감이 추가된다면, 당가 입장에서도 명분으로나 실리적으로나 환영할 만 한 결합이란 말야.”

이야. 당가에서 머리를 굴린다고만 생각했지, 당가혜 본인의 취향이 반영되었을 거라고는 짐작조차 못했다. 그래? 무림에서는 나 좀 잘나가는 남자인건가? 이야…. 이거 의식하니까 또 막 가슴이 웅장해지네.

“그래도 각하. 당가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뭐 그건 그거대로 좋지. 계속 협력관계를 유지하면 되니까. 근데 여기서 또 여자를 늘리기는 좀…. 니들도 제대로 못 챙기고 있는데.”

수신제가치국평천하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많다. 남자의 몸으로 태어나 제가(?家)에서 멈출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오라버니? 잠깐만 앉아봐. 손 빼고.”

“왜에.”

“서령이는 계속 만져도 괜찮아.”

“으…응?”

너만 만지지 말라고? 그게 뭐야. 왠지 연이가 빡칠때 마다 나오는 '잠깐 얘기좀 해.' 모드 같은데.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