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 무림치매대응반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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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나한테 꿇고 목숨을 바쳐라, 해서 넘어오면 좋겠지만 그렇진 않을테니 살살 좀 꼬셔볼까.
“흐음…. 내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겠다고 약속하면, 일단 먼저 이 약을 주지. 의뢰의 수행과는 관계없고, 납득이 가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으면 대답을 거부해도 괜찮네.”
“…좋습니다.”
약을 먹어도 부작용은 없냐 뭐 이런이야기라도 할 줄 알았더니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뭐 벼랑끝이라도 되는건가. 역시 퍼포먼스에는 격공섭물만한게 없다. 서령이의 손에서 약병을 띄워 올려 소문주의 손에 안착시켰다.
“보아하니, 무영문의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는데…. 괜찮다면 연유를 좀 알 수 있을까?”
“저어…. 장 대인.”
“...왜?”
“의자를 준비하겠습니다. 앉아서 하시지요. 불러 놓은 의원도 당도하였으니 다른 인원들은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게 좋겠습니다.”
이 타이밍만 노리고 있었던건지 옆에서 배윤성이 손을 비벼대며 껴들었다. 확실히 분위기가 안좋긴 하다. 거기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아랫사람 대하듯이 소문주를 압박해대니 무영문 사람들 표정도 찌그러지고. 아닌가? 저건 아파서 그런가?
“만복회주. 값은 치를테니 별채나 큰 객실이 있다면 내어주게.”
“아이구, 돈은요. 편하게 사용하시면 됩니다.”
지하실은 식자재나 객실용품을 보관하기 위한 장소라서 후원에 있는 별채로 통하는 통로가 따로 있었다. 통로를 따라 무영문 사람들과 같이 이동을 하는데…. 아주 그냥 끙끙거리고 부축하고 난리도 아니다. 화란이에게 눈짓을 해서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사람들은 조금씩 도와주었다. 내공으로 이런짓 까지 하면 대충 어느 수준인지 짐작이 가겠지. 그래서 그런가 소문주의 얼굴은 더 어두워 졌다.
“소문주도 상처가 있는듯 하니 조치를 받고 오시게. 다른 방에서 기다리지. 아, 약은 어머니께 바로 복용시키도록 하고.”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노망난 전대 무영신투를 포함하여 총원 17명. 설마 이게 무영문의 전부는 아니겠지? 일단은 기다리기로 했으니 배윤성의 안내를 받아 별채안에 있는 별도의 객실로 이동했다.
“기다렸다가 처치가 끝나면 소문주만 모셔.”
“그리하겠습니다. 대인.”
“아, 잠깐만.”
“…예?”
“전에 그 건은 어떻게 했어.”
“어떤걸 말씀하시는지….”
“사천주변 문파들 대가리 모아보라고 할 때. 약 값 비싸게 받으라고 했잖아.”
“아, 그거라면 제가 일단 받아는 두었습니다. 문주님께 보고를 드리고 지시를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한 푼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좀 받았어?”
“받을 수 있는 만큼은 받았습니다.”
흐음. 일단 그놈들 인성은 마음에 안들지만 약값은 제대로 지불했다니 조금은 기특했다. 그렇다고 걔들 봐 줄 생각은 없고.
“그건 무영문이 내 휘하로 들어오면 거기 투입할테니까 기억하고 있고.”
“예, 대인.”
“너네도 좀 가져가라. 한 이 할?”
“그렇게나요?”
눈을 동그랗게 뜨는걸 보니 오지게 뜯었나보다.
“어차피 콩고물좀 주워먹어보겠다고 벌인일 아냐? 그럼 주워가야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희 돈 많습니다.”
“충성심 시험하자고 하는 이야기 아니다. 어차피 금제까지 걸려있는데. 받아 둬라.”
“…감사합니다. 장 대인. 충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충심은 됐고, 제발 부탁이니까 잔머리 굴리기 전에 이야기 좀 해라.”
“다시는 그런 일 없을겁니다!”
“적당히 해 처먹고.”
“하나 하나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화란이한테 올려.”
“네. 삼랑, 제가 관리 할게요.”
화란이도 진룡회주씩이나 했었던 여자다. 만복회 정도는 능히 아래에 두고 굴릴 수 있겠지. 이제 좀 살겠다 싶었는지 배윤성이 고개를 푹 숙이고 뒷걸음질을 쳐서 나갔다. 시간이 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바로 무영문의 소문주가 들어왔다. 진하윤이라고 했지?
“어머니께 약은 마시도록 하였습니다. 정말 깨어나신다면….”
“깨어나실테니까 그 건은 깨어 나시면 이야기 하도록 하고…. 아까 하던 질문을 마저 이어서 했으면 하는데, 그 전에. 모친께서 무영신투가 맞으신지…?”
“…예. 그렇습니다.”
무영신투도 여자였다니. 너무 편의주의적인게 아닌가 싶은데. 어?
“그집도 혹시 뭐, 여성분들만으로 이루어진 문파라거나….”
“…아녀자의 몸이라고 해서 빠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니고…. 보통은 무영신투라거나 뭐 그런 느낌이 좀 남성적인 그런 영역이 아니냐는 거지 내 말은.”
“무영문의 무공이 아무래도 체구가 작고 가벼워야 유리한 무공이라 그렇습니다. 무림이 어지럽던 시기에 많이들 죽기도 했구요.”
무림이 평화로운 시기가 제법 오래 되었던거 아닌가? 정마대전시기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 이후에 무영문의 남자들이 죽어 나갈 일은 크게 없었던 것 같은데? 의아함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으니 화란이의 전음이 날아든다.
[삼랑, 무영문은 관과도 많은 거래를 했었어요. 동란이 있을 때 마다 동원되어 많은 이들이 불귀의 객이 되었죠. 그 때문일거에요.]
[그런건 동창에서 하는거 아냐?]
[작금의 동창은…. 자기들 전력이 깎일만 한 짓은 하지 않죠.]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윗대가리라는 새끼들은….
“그건 넘어가고, 지금 현재 무영문의 상황이 어떠신지?”
“상황이라고 하심은….”
“지금 보니까 애들도 다 다치고…. 최근에도 생긴 상처같던데…. 자상은 아닌것 같고.”
베인 상처라면 붕대를 그런식으로 묶어 놓지 않는다. 암기종류에 당한 것 같은데, 심심찮게 관통상도 보이는걸 보면 이건…. 암기라기보다는 뭔가 그…. 좀더 강력하고, 단체적으루다가 화망을 구성할 수 있는.
“짐작하시는 듯 하니 말씀드리기 편하겠습니다. 총포에 의한 상처입니다. 동창놈들한테 당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소문주는 까드득 소리가 나게 이를 사리물었다.
“동창?”
“이 앞을 들으시면 좋을 것이 없습니다. 어쨌거나, 저희는 반드시 무영신투의 회복이 필요합니다.”
동창이 엮였다라…. 어차피 황궁을 의심하고 털어볼 작정이면 언제고 한 번 찐하게 보기는 봐야 하는 애들인데…. 무영문을 내 휘하로 들일거라면 생각했던 것 보다 이른 시기에 동창이랑 맞다이를 놔야 할지도 모른다. 황궁을 확실하게 배후라고 찍을 수 있다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생각을 좀 해 볼 문제군.”
“…예?”
“동창 이야기를 해 놓고서는 뭘 모르는 척이야? 결국 내가 무영신투를 치료 해 주면 나한테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거 아냐.”
아, 진짜 뭐 이러냐. 당가놈들은 일 하나 같이 하자 그랬더니 혼인신고를 하자 그러고. 무영문은 휘하에 넣으려고 했더니 동창을 달고 오고.
“그…. 그것은….”
“아 뭐, 귀찮다. 단도직입적으로 하자. 무영문은 지금 목적이 뭐냐.”
“...예?”
“목적이라는게 있을거 아냐. 살아 남는다거나, 동창을 따돌리고 도망친다거나.”
“…지금은 살아남는것이 목표입니다.”
“좋아, 그럼 내 밑으로 들어와.”
어차피 내가 생각하기에 황궁은 반드시 이 일과 연관이 있다. 무림 자체가 빠그러지면 이득을 보는건 황제다. 꼭 황제가 연관된 것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고관대작급은 연관이 되어있다. 이게 아니고서는 설명할 방법이 없지. 무영신투에 대해 듣기로는 신출귀몰하게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닌다고 하니 회복하고 나면 뭔가 또 다른 떡밥을 얻게 될 수도 있고.
“예…? 문주님께서는 해동장씨의문의 문주시라고….”
“이게 사람만 치료하고 싶다고 치료만 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
아니다. 애초에 해동장씨의문은 가짜다. 지금 단계의 무영문에다가 말 해 줄 필요는 없지만.
“하여간 확실하게 니들이 살아 남도록은 해 줄테니까. 무영신투의 치료도 해 줄거고. 나도 세력이 좀 필요하고.”
“하오나….”
“어차피 지금은 살아 남는거 외에 목적이 없다면서.”
뭐. 대체 뭘 더 해줘? 여기서 쓰잘데기 없는 조건을 걸거나 과욕을 부린다면 무영신투고 나발이고 다 때려잡을거다.
“계산은 간단해. 무영신투를 멀쩡하게 치료 해 준다. 그러면 너희들은 나한테 협조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길어야 이삼년이면 끝 날 일이야. 거기까지만 딱 같이 하자. 뭐 나한테 평생을 바치라거나 그런 소리는 안 한다. 하다보면 너희가 동창에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어.”
“동창…에 복수?”
“우리쪽도 그집이랑 볼일이 곧 생길것 같거든.”
그것도 찐하게.
“알겠습니다. 충심으로 모시겠다고는 못 하겠습니다만, 어머니를 치료 해 주시고 동창으로부터 몸을 숨길 수만 있도록 해 주신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준비하도록 하지. 약기운이 도는건 봐야 할테니까 저녁에 다시 오겠다. 문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도 좋아. 나가면서 만복회주를 불러줘.”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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