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 〉 무림치매대응반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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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이 더 흘렀다. 대충 오늘이었나? 무영문 애들 온다는게.
“화란아. 저기 만복회주한테 가서 무영문친구들 언제 오는지 좀 물어보고 와 줘.”
“네. 삼랑.”
놀랍게도 지하 공동은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냥 토굴이나 하나 파 놓고 침상을 가져다 두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이를 비롯한 내 여자들이 그렇게 해서는 의미가 없다면서 폭주중이었다. 거기다 날 놀래켜 주겠답시고 밑에 얼씬도 못하게 하니…. 기감을 펼쳐서 더듬으면 대략적인 윤곽이야 알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서 그냥 하루에 한명씩 공평하게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면서 동침하고 있었다.
“연…. 자윤아. 연이는 어디 갔니?”
“밑에있습니다 주공.”
“걔 어제도 거기서 잤어?”
“거기 있긴 했지만 자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거를…. 남들한테 안 들키는 것도 목적이다 보니 사람을 쓰기도 무리가 있고. 우리 애들이 땅 파는거는 뭐 개개인이 굴착기는 쌈싸먹는 수준이니까 그냥 자기들끼리 하는건 좋은데…. 우리 연이가 만들다 보니 꽂혔는지 아주 그냥 밑에서 잠도 안자고 땅을 파고 있다.
“걔 밥은 먹고 해?”
“일단은 린이나 서령이가 챙겨다 주는 것 같긴 한데요.”
에고, 모르겠다. 알아서 하겠지. 과한것 같아서 자제를 시키려고 했는데 뭐 눈 앞에 보여야 제동을 걸지.
본채에 있는 긴 의자에 반쯤 드러누워서 손짓으로 자윤이를 불렀다. 자윤이는 얼굴을 붉히면서 슬금슬금 다가와 누워있는 내 앞쪽에 앉았다. 머리도 쓰다듬도 허리도 쓰다듬고 다리도 쓰다듬었다.
“저, 주, 주공….”
“왜? 어차피 아무도 없잖아.”
화란이는 심부름 보냈고, 린이와 서령이는 연이하고 같이 밑에 있고. 그럼 자윤이 밖에 없는데. 쓰다듬고 놀아야지. 생각같아서야 바로 침소로 들어가서 대낮부터 시원하게 한바탕 뒹굴고 싶지만.
점창파에서는 오지 않았다. 당가하고도 이야기 해야할 내용이 있었는데, 맞은편의 장원 공사만 줄기차게 하고 있고, 독왕이나 당진운은 안 보였다.
사천의 정파쪽 대문파는 거의 이용을 못하게 된 것이 확실하고. 조금 더 은밀하게 일을 진행해서 말단부터 하나 하나 낚아 들어가 볼까 싶었는데, 감질나서 안되겠다.
무영문을 이용해서 살살 소문을 피우는건 그대로 하고. 만복회주를 통해 실제 내가 생각하는 하오문과 비슷하다고 했던 지양회도 끌어들일 생각이다. 그리고 당가가 딱 협조를 해 주면 무림맹까지 한 방에.
살살 말단부터 낚아가다가, 혹시나 윗대가리가 싹 선을 끊고 도망가면 말짱 나가리니까. 일을 크게 벌려서 거물을 단번에 낚아 올린다. 그 암중세력을 조져버리는 것도 조지는 거지만, 이 노망독에 고통받는 무림인들을 치료하는 것도 목표중에 하나다. 그래야 더 빅엿을 먹여줄 수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처럼 살아야지. 그걸 어떻게든 호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내 손에 있는데 암약세력 조진다고 안 풀고 있는것도 병신같은 짓이다.
알음알음 소문을 낼 생각을 하고 진행을 했더니만, 정작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치료가 가지 못하고 그저 눈앞의 이득에만 눈이 벌개진 모리배들이 과실을 따 먹게 생겼다. 그건 또 내가 눈뜨고 못봐주겠다.
무림맹주든 소림방장이든 하여간 소문을 들불처럼 일으키고 네임드들을 불러서 무림 노망 종식선언 같은걸 확 때려버리면, 뒤에 있는 새끼가 뭐든간에 움직일거다. 애초에 이렇게 했었어야 했다. 애초에 내가 연이한테 잘 해준 이유가 뭔데. 사람이 사람답게 못 살고, 가족한테도 외면받고 마약에 취해서 사는 꼬라지가 불쌍해서 도와줄 생각을 했던거 아닌가.
연이도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걸 알았으니까, 젊음을 되찾고 경지도 떡상승 한 상태에서 나와 함께 할 생각을 한 거고. 애초에 내가 그렇게 오지랖 넓고, 동정심도 많은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면 적당히 회복하고 나서, 나 죽으려던거 살려주고 나서는 혼자서 훌쩍 떠나버렸겠지 새롭게 얻은 인생을 나랑 같이 하려고 하진 않았을거다.
내가 힘이 좀 생기고, 그 씹새끼들을 엿먹일 결심이 섰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불쌍하게 생각했던 내 원점을 잊으면 안되는거지.
“주, 주고호옹?”
“아, 미안.”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면서 나도 모르게 자윤이를 옆에 눕히고 몸 여기저기를 주무르고 있었다. 연이같으면 대낮에 지랄한다고 난리를 피웠을텐데 자윤이는 이런것도 엄청 수동적이니까 내가 여기저기 주물러대도 가만히 있었던 모양이다. 호흡이 가빠지고 얼굴이 붉은것이 제법 자극이 올라왔나보다.
“괜찮아요….”
“아니, 그게. 너무 감촉이 좋아서. 만지면서 생각을 하다 보니 과했던 것 같네.”
“으으응…. 괜찮아요. 기분 좋았어요.”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이마에다가 가볍게 입을 맞춰 주었다. 장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자윤이도 같이 일으켰다. 낮에는 일 해야지. 일.
“미안한데 자윤아, 내려가서 린이좀 올라오라고 해.”
“…네에.”
“밤에 계속하자. 알았지?”
“…네.”
자윤이는 다시 한 번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지하로 가기 위해 본채를 나섰다. 당가에 사람을 보내기에는 역시 린이가 명분이 선다. 검후쯤 되는 사람이 직접 부르러 갔는데 쌩까지는 않을거다.
“삼랑?”
“아, 화란아. 고생했어.”
“잠깐 다녀오는건데요 뭐. 오늘 밤에 도착한다고 했어요. 내일 아침에 이쪽으로 오겠다고….”
“오늘 밤에 오면 그냥 바로 오면 될 것을. 흠. 일단 알았어.”
경공을 펼치면 잠깐이라지만, 그래도 밖에 나갔다 왔으면 고생이지.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으르신이 심부름을 해 주신건데. 화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살풋 웃는다. 새삼 사랑스러워져서 품 안에 넣고 꼭 안아 줬다.
“부르셨어요 주인님?”
“아, 린아. 대체 밑에서 뭘 하는거야?”
“연이언니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무슨 진시황릉이라도 만드는건가.
“…내가 주인님이라더니 빈말이었나보구나?”
“아, 아니 그게…. 저기…. 기뻐하시는걸 보고싶어서….”
“농담이야 농담. 정색하지 마라.”
“하아….”
린이는 잠깐사이에 제법 당황스러웠나보다. 그러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미안한데 잠깐 당가에 좀 다녀와 줘.”
“아, 제가 가도 되는데요 삼랑.”
“그래도 당가쯤 되는 집안을 오라가라하는데 검후 정도는 가야지.”
“네, 제가 다녀올게요 언니.”
린이는 곤란한 질문에서 해방되었다는 표정으로 빠르게 본채를 빠져나갔다. 아니, 린아. 이야기는 듣고 가야지….
“…제가 다시 갈까요?”
“아냐. 어차피 데려다 놓고 해야 하는 이야기니까.”
검후가 일단 와 보라는데 튕기기야 할까. 어차피 와서 이야기 하기로 했었던 거니까.
“화란이 너는 딱히 할 일 없지?”
“네.”
“그럼 이리와. 나랑 누워서 노닥거리기나 하자.”
“밑에 안 도와줘도 괜찮을까요?”
“괜찮아 괜찮아.”
화란이와 함께 다시 긴 의자에 누워서 화란이를 꼭 끌어 안았다. 좋은 향기가 난다. 잘 필요가 없지만 낮잠을 잔다. 정말 최고의 사치 아닌가. 어차피 앞으로는 쉴틈없이 뭔가를 해야 할 테니 쉴 수 있을때 쉬어두고 싶었다.
“…주인님.”
“삼랑, 일어나세요.”
신나게 꿀잠을 자다가 눈을 떴더니 시야에 화란이와 린이가 보였다. 그대로 두 사람의 목덜미를 끌어당겨서 볼에 한 번씩 입을 맞춰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기운이 남아 있거나 하진 않았다.
“누구 왔어?”
“당가의 가주가 도착했습니다.”
“린이 너하고 같이 온거야?”
“네.”
중간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그때는 바로 올 것 처럼 그러더니만. 아무튼 본채에서 나와 응접실 용으로 사용하기로 한 별채로 건너갔다. 본채에 치료실을 만들고 대기실 같은것도 만들어 놨더니 접수처가 없어서 안쓰는 별채를 하나 더 치웠다. 마침 장원의 정문 바로 옆에 마치 경비원 대기소나 사용인 대기소처럼 있어서 위치도 좋았거든.
“안녕하십니까 문주님. 찾아 뵙는것이 늦어 죄송합니다.”
“아…. 다시 가주에 오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뭘요, 이게 다 문주님 덕분인데요.”
당가주라 그러길래 독왕인줄 알았더니 당진운이었다. 하기사 아들놈이 노망나서 드러눕고 가주를 다시 받았는데 뭐 좋은 자리라고 오래 있겠어. 떠넘겼겠지.
“앉으시지요. 린아. 차좀 부탁해.”
“네, 주인님.”
“오호…. 과연.”
린이한테 차를 달라고 했더니 당진운이 흐뭇하게 웃는다.
“저번에는 잘 못 들었나 했습니다만, 검후께서 문주님을 극진히 모시는게 맞군요.”
“예…. 뭐, 밖으로는 새어나가지 않게 부탁 드립니다.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건 사양하고 싶군요.”
“당연합니다.”
아무래도 심적으로, 린이가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평소에도 이것저것 들러붙어서 챙겨주기때문에 자연스럽게 린이를 자꾸 부르게 된다.
“당 소저께서도 함께 오셨군요. 먼길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성도에서 반대편정도 거리밖에 안되는걸요. 다시 한 번 은공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 이야기는 저번에 다 끝난 것 같은데…. 예. 뭐.”
쟨 왜 데리고 온거야? 달고 올거면 당병용이나 달고 오지. 실무적인 이야기 할 것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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