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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치매대응반-70화 (70/122)

〈 70화 〉 무림치매대응반 70

* * *

일단 변경된 방향에 대해서 공유는 된 것 같고.

“내일 당가쪽은 아침일찍부터 올 것 같으니까, 오면 대응하기로 하고…. 내일부터 바로 교육할 수 있겠지?”

“응. 마의가 오면 더 좋겠지만, 아쉬운대로 ‘천지환원공’을 전수하고 있으면 되니까.”

치료를 위한 기 운용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이 ‘천지환원기’다. 이론적으로는 보름 가량만 수련해서 온 몸에서 점 하나정도 될까말까한 ‘천지환원기’를 뭉치기만 하면 치료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자, 그러면…. 자리를 정리 해야 할 타이밍인데…. 또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오늘은 연이하고 같이 자도록 할게.”

“흥. 두번째라도 선택 해 줘서 고맙다고 해야할지. 엎드려 절 받기네.”

“엎드려 절받기 싫어?”

“아니! 싫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좋으면 좋다고 하지 꼭 튕겨서는….

오늘도 딱히 연이랑 밤을 보낸다기 보다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하기 위해서다. 뭐 결국 연이가 덮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어쨌든 선택 받았다고 표정이 금방 환해지는걸 보니 귀엽다.

“자, 그럼 정리 부탁할게. 가자 연아.”

“응. 오라버니.”

연이의 손을 붙들고 내 침소로 배정된 전각에 들어섰다. 기막을 둘러치기 무섭게 연이가 옷을 벗고 덤벼든다. 워. 워. 진정해요.

“잠깐만! 이야기 할게 있으니까 먼저 이야기 부터.”

“싫어.”

이런 젠장. 린이처럼은 안되나. 이러면 린이한테 좀 미안해지긴 하는데. 나도 못 이긴척 옷을 벗었다. 오늘 아침에 린이가 다 벗고 옆에서 자는걸 보고 좀 쌓였던 것도 있고.

한 차례 광풍이 휘몰아치고 난 후. 연이는 살짝 기분이 풀린 표정으로 나를 끌어 안았다.

“하아아…. 오라버니. 왜 자꾸 안 하려고 해?”

“안하려고 하기는 누가?”

내가? 매일 아침 기운차게 텐트를 쳐대서 성욕을 팍팍 풀고 싶은데. 요 며칠은 그냥 니들때문에 머리가 좀 복잡했던 거고.

“지금도 봐. 한 번 더 해도 될것 같은데 한 번만 하구.”

“아니, 이야기 할게 있다니까.”

“알았어. 대체 둘이서 해야 할 이야기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해 봐.”

나는 연이의 부드러운 가슴을 한 손 가득 움켜쥐고 입을 열었다.

“우리 집 밑에다가 토굴 만들자.”

“토굴? 왜?”

우리가 매입한 장원은 부지가 제법 컸다. 현대인인 내 입장에서 이런 큰 부지의 용적률이 이따위라는건 참을 수가 없다…는 부차적인 문제고.

“나는 공중수레에서 다 같이 엉켜 있거나, 토굴에서 다 같이 있는게 엄청 좋았거든.”

“그래서? 집에서도 그러고 살자고?”

“어.”

“아우…. 진짜 오라버니 변태야?”

야. 솔직히 변태는 지금 그 나이 잡숫고 내 앞에서 알몸으로 살랑살랑 교태를 부리고 있는 너 아니냐?

“야, 생각을 좀 해봐.”

“무슨 생각?”

“이렇게 경쟁 관계로 가면 안된다니까. 너 어제 내가 린이랑 잔다고 했을 때 표정 어땠어?”

“내가 뭐.”

“완전 죽상이었거든?”

“겨, 결국 오라버니가 오늘 나 골랐잖아.”

“오늘 다른 애들도 죽상이었어. 난 그런거 싫다.”

이렇게 내 애정을 경쟁적으로 추구하는 상태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좋을게 없다. 여기 와서 어제 딱 픽 해보니까 이 느낌이 아니다. 날짜를 정하면서 돌아가는것도 또 뭐 공평하네 어쩌네 하면서 싫다고 할거고. 그러면 그냥 내가 주도적으로 확 섞어버려야지.

“난 오라버니랑 둘이서만 놀고 싶은데!”

“네가 영웅은 삼처 사첩이라고 판을 벌린게 애초에 원인 아냐.”

“씨이….”

“하나만 해. 하나만.”

“알았어. 그렇게 하자. 대신 오늘은 밤 새도록 할거야.”

연이는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것 처럼 밤새도록 나를 쥐어짰다.

결국 한 숨도 못자고 아침이 되었다. 장원 주변으로 인기척이 잔뜩 느껴져서 옷을 갖춰입고 방 밖으로 나섰다. 연이는 조금더 쉬다가 나온다고. 흠. 아마 당가와 점창에서는 바로 치료 해 달라고 들이닥칠 것 같은데. 에이 됐다. 어차피 치료는 내가 하는거니까 그냥 둬야지.

“잘…. 쉬셨어요 삼랑?”

“하나도 못 쉬었어. 죽겠다.”

“연이언니가 조금 부럽네요….”

“흠. 일단 좀 기다려봐 수를 낼거니까.”

“네?”

이 밑에다가 지하를 확 다 뚫어서 니들이랑 하루 종일 뒹굴거라고 지금 말 할 필요는 없지. 괜히 미리 공유해서 혹시나 거부감이라도 보이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니까.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시무룩해 하는 화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담 밖으로 나왔다.

우리 바로 옆은 아니고. 옆옆쯤 되는 부지에 당가 특유의 녹색무복을 걸친 사람들이 잔뜩 몰려와 있었다. 오늘 바로 건물을 올리나 보다. 내가 나와서 지켜보는걸 눈치챘는지 당각이 경공을 써서 내 옆에 착지했다.

“약간이나마 의심했던 것을 사죄하는 바입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약을 나누어 주시고 치료해 주시려 하셨던 해동장씨의문의 뜻을 곡해했던 것을 사죄드립니다.”

“이러지 마시고 일어나십시요. 오히려 불편합니다.”

왜들 급발진이야 이거.

“정작 당가에서는 의심하지도 않으셨으면서 이러십니다. 순수한 노환으로 알고 있으셨을테니 오히려 소중한 아드님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신게 더 감사합니다. 의심은 당연한 상황이지요.”

“따로 저희가 자리를 마련하여 정식으로 예를 표하겠습니다.”

“이거면 충분합니다. 누가 독왕의 큰 절을 받아 보겠습니까?”

영감님. 속으로는 아리까리 했나보다. 하기사. 당가가 모르는 독이라는데. 당각은 몇 번을 더 내 입에서 일어나라는 말이 나오자 그때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흙먼지를 털었다.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문주님. 나잇값을 못하고 마음만 급해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아뇨 뭐. 괜찮습니다. 저기로 정하셨나보군요.”

“마침 당가가 가지고 있는 땅 중에 있더이다.”

하기사. 당가쯤 되면 성도 주변에 부지야 흘러 넘치겠지. 그런 걱정까지 내가 해 줄것은 아니고.

“약은 차도가 좀 보이던가요?”

“어제 밤에 본가에 당도하자 마자 약을 복용 시켰는데, 놀랍게도 오늘 아침까지 맑은 정신을 유지하였습니다.”

“다행이네요.”

차도가 보이니까 아침부터 여기 와서 이러고 있겠지. 차도가 보이지 않았으면 그냥 쌩깠을거다.

“환자분은 언제 도착하십니까?”

“곧 도착 예정입니다.”

“도착하는대로 바로 치료를 시작하지요.”

내가 누군지 당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기색이었지만 가주가 직접 나한테 깍듯하게 이러고 있으니 접근하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아랫사람들 앞에서 가주가 계속 이러고 있는걸 보여주기도 부적절한 듯 하니 들어가서 아침이나 먹어야겠다. 지금이 대충 묘시쯤 됐으려나. 겨울이 다 지나가고 완연한 봄이라서 이 시간이면 그래도 제법 동이튼다.

“문주님께서 편하실 때 기별을 주시면 저희가 찾아 뵙겠습니다.”

“그럼 그러시지요.”

대충 진시쯤 부르면 되겠지. 당각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장원으로 돌아왔다. 기감을 펼쳐보니 연이는 아직 내 방에서 뒹굴고 있는것 같고. 나머지 넷은 본채에 모여 아침을 차리고 있는 것 같았다. 음….

“아, 삼랑. 금방 준비 다 될거에요.”

“천천히 해. 진시쯤에 보기로 했으니까.”

“그래도 주인님 배고프실까봐요.”

“맞아. 삼이는 옛날부터 아침을 엄청 많이 먹었어.”

그건 내가 현대식 생활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고. 여기는 농사일 하는 사람은 새벽밥, 아닌 사람들은 느긋하게 아침밥을 먹는다. 일어나서 한참 활동을 하다가 아침을 먹고, 점심에는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딱 점심때 먹는게 아니라 저녁과의 중간에 오후 세시 근처로. 어린시절에 집에서 살때는 아침을 배터지게 먹어놔야 버틸만 했다. 요즘에도 다른 사람들 기준으로 점심을 일찍, 많이 먹는 편이다. 우리 일행은 별 말 안하고 맞춰주지만.

“주공…. 차 부터 한 잔 하시지요.”

물도 수질이 영 안좋다 보니 차를 마시게 마련. 갈자윤이 따뜻한 차를 한 잔 내줘서 받아 들고 탁자에 앉았다.

“사람 좀 쓸까?”

“네?”

“예전이야 우리가 빠르게 돌아다녀야 했으니까 직접 다 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는 없잖아?”

“으으음…. 글쎄요. 우리 공간에 누가 또 들어오는 것도 좀 그렇고.”

여기서 갈자윤 정도를 제외하면 다들 천상 무인이라서 야외에서 혼자 취사를 한다거나 본인의 일을 직접 하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딱히 하인을 들일 필요성 까진 못 느끼는 것 같았다.

“아직은 저희가 해도 괜찮아요. 지금 사람을 쓰려면 또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따져 보기도 해야하고….”

“그래 삼아. 내가 막내니까 내가 다 하면 돼.”

누가 막내라고 전담으로 뭘 하는건 바라는 그림이 아닌데…. 일단 이 건은 좀 미뤄 둬야겠다.

잡다한 이야기를 하며 아침을 먹었다. 연이는 그때까지 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린아. 가서 당가주한테 환자 도착했으면 보자고 해 줘.”

“네. 주인님.”

“다른 사람들이 혹시 들을지도 모르니까 주인님은 좀 바꿀까?”

“으으음…. 아뇨. 저는 검후보다 주인님의 몸종인 린이가 좋아요.”

아, 뭐 본인이 새로 얻은 인생의 정체성을 그렇게 잡으셨다면야.

“그, 그래. 그래도 가급적이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조심하자.”

“네. 다녀오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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