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림치매대응반-69화 (69/122)

〈 69화 〉 무림치매대응반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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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림맹 남경지부에 치매 노인들을 갖다 치우는게, 이게 도통 치료가 불가능해서 그런 줄 알았다. 지금 각 파에 있는 치매환자들은 무림맹의 시설 순번을 기다리고 있거나, 거기 들어갈 만 한 급이 안되거나 하는 사람들일테니, 치료를 할 수 있다면 각 문파에서 반기며 들불처럼 소문을 내 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도 21세기 대한민국스러운 낭만적인 생각이었던거다. 우리애들은 뭐, 다들 세대가 윗 세대니까 지금 세대들 생각하는건 생각 못할거고…. 하 참. 결국 치매 치료에 관심이 있고 우리를 추적하고 뭐 이런게 죄다 못 찾아 먹은 유산 찾아 먹고, 전수 못한 비전 전수하고 그런 목적이 태반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진짜 어처구니가 없다. 현대사회가 각박하네 예전이 좋았네 하지만, 내가 있던 시대에 비하면 지금 400년이 빠른데 낭만이 좀 살아 있어야 되는거 아니냐?

멍청한 새끼들. 즈그들이 독왕처럼 만독불침인줄 아나. 그 양심리스한 새끼들이 짜증나는건 짜증나는거고, 이런식이면 우리 계획도 곤란하다. 치매에 걸린 노고수들이 해동장씨의문에 오면 치료를받고 멀쩡해져서 돌아간다는 소문이 온 중원에 짠 하게 퍼져야 황궁이든 어디든 암약세력이 이게 무슨일이야 화들짝 놀라서 달려올텐데.

“아무튼, 문주. 약은 한 병만 가지고 가겠소.”

“어째서요? 더 가져가셔도 됩니다. 마의께서 오시면 여기서 바로 생산할 수도 있고.”

“아니오. 호의에는 감사하나…. 아, 약을 의심하거나 하는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의심하실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흐음…. 우리 당가도 성도와 가까운곳에 있소. 여기와 따지자면 성도를 두고 반대편이지. 아예 당가로 들어오시는게 어떻습니까?”

음…. 글쎄. 우리가 무력이 없는것도 아니고, 아. 독왕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검후께서도 계시니 괜찮을 겁니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당가 안으로 들어가면 아무래도 행동에 제약이 생기기 마련이다. 도와주겠다는 양반들을 뭐 어떻게 해버릴 수도 없으니 이리저리 눈치 볼 일이 생길게 뻔 하지. 아무리 기막을 친다 한들, 애들이랑 신나게 떡도 쳐야 하는데.

“한 손이 열 손 못 당하는 법인데…. 알겠습니다. 문주께서 뜻한바가 있으시니 그리 말씀하시는 거겠지요. 그렇다면 저희 당가가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지키긴 뭘 지켜? 이 양반도 지금 한 숟가락….

“아니요,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주시오 문주. 당가에는 내 아들부터 시작해서 많은 환자들이 있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끌고 올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 주변에 장원을 매입하거나 새로 지어서 해동장씨의문을 호위하려고 하는겁니다.”

확실히 상대적으로 구파일방에 비해서 명문세가의 입원 비율이 낮긴 하다. 감당이 안되면 당연히 보내지만 그래도 가족이라고 가급적이면 세가에서 보호하려고 애를 쓰니까.

“그런 의미시라면 감사히 받아 들이겠습니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식솔들을 치료할 수 있다면 내 목숨을 달라시더라도 드리겠소이다.”

글쎄다. 똥 싸러 가기전이랑 똥 싸고 나서랑 말이 다른 놈들을 하도 많이 봐서. 어차피 큰 기대는 안한다. 소문이나 쭉쭉 났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아까같은 썩어빠진 놈들이 소문을 내주기를 기다리다가는 답도 안나올 것 같으니 무영문이 오면 그냥 바이럴을 해야겠다.

독왕이 걱정하는건 그런거지. 방금 같은 상황이라면 진짜 약이 있어도 부정을 할테니까. 코딱지만한 권력을 위해서 사부고 사백이고 보내는 놈들인데 약이 있으면 명분을 잃게 될테니 기를 쓰고 막으려고 할거다.

“오늘은 내 크게 견식을 넓혔습니다. 실로 놀라운 제법이었습니다.”

“그건 이쪽의….”

연이라고 하려다가 아직은 그런 단서조차 세어나가면 안되는 상황이라 말을 얼버무리고 그냥 손짓으로만 연이를 가리켰다.

“어린 소저께서 오성이 대단하시오. 앞으로 부디 당가의 식솔들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청합니다.”

“문주님과 상의하여 고려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가서 바로 약을 먹인 후 내일 아들놈을 데리고 찾아뵙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만큼 간절한건지, 아니면 솔선수범하는건지. 보통 이런 미확정의 치료법이라면 밑에 애들 시켜서 먼저 몸빵을 대 보고 자기 아들에게 적용할텐데. 진짜 저 양반 말대로 어차피 이거 아니면 방법도 없고 뭔 짓을 해도 더 나빠질게 없으니까 자포자기식인가.

아무튼 독왕을 배웅하고 다시 본채로 돌아왔다. 넌 왜 안가고 있냐?

“왜?”

“저, 대인. 저는 정말로, 결단코 몰랐습니다.”

“뭘?”

“저놈들이 일회성약을 더 선호한다는 걸요.”

그거야 뭐. 모를 수도 있지. 어쨌거나 만복회주도 화란이 근처 연배고.

“계속해서 약을 먹으면 단번에 치료가 되느냐 물어보기에 그럴것 같다고 이야기만 했습니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정말입니다 대인! 저희는 하오문의 무리라고 손가락질 받긴 하나 존장에 대한 의리와 충심은 늘 가지고 있습니다!”

“알겠다니까! 시끄러우니까 빨랑 가라. 저기 무영문 애들 오면 그 때 기별 해.”

“예! 대인!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요 대인!”

내가 혹시 붙잡기라도 할까봐 만복회주가 총알처럼 튀어 사라졌다. 내 참.

“다들 이야기좀 하자.”

“응 오라버니.”

기감을 펼쳐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꼼꼼하게 살폈다. 어지간하면…. 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이 우리가 펼치는 기막에 잡히겠지만, 여즉껏 은신을 전문으로 하는 세력과는 마주친적이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대로 확인했다. 그리고 나서도 제대로 기막을 둘러 밖으로 소리하나 빠져나가지 않도록 방비를 했다.

“계획을 좀 수정해야 할 것 같다.”

“네, 삼랑. 어떤 부분에서요?”

“변경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 치료사 양성과 사천의 대문파에 대한 대응.”

“네. 주인님.”

“먼저 치료사 양성은 당초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안을 폐기하고 당가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해 봐야 할 것 같다.”

“응. 오라버니. 당가사람이라면 독을 다루기 전에 약재부터 다루는데다가, 전수받는 무공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침 종류를 사용하는 법을 익히기 때문에 치료사로 발탁해도 큰 문제는 없을거야.”

“응, 그 문제는 내일 독왕의 아들을 치료하고 나면 독왕하고 이야기 해 보기로 하자.”

“대문파에 대한 대응은 어떤 부분인가요 주인님?”

당초에는 대문파의 협조를 얻어서 대문파에 있는 인력들 더하기 자원한 인력을 더해 의료진을 꾸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오늘 대표랍시고 나온 것들을 보니, 그 새끼들을 그냥 둬서는 안될 것 같았다. 아마 온갖 구실을 다 가져다 붙이면서 약만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약이 일회성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필요한 것을 모두 빼냈다고 하더라도 당장에 노인들을 처분하진 않을거야. 연아.”

“응. 오라버니.”

“약효를 조금 조절할 수 있을까? 독기가 몰려 있는 시간을 조금 줄였으면 싶은데.”

“아하, 두 번째 받으러 오면 그걸 주게?”

“응. 최대한 온정신을 유지하는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지속적으로 약을 투약하면서 치매 환자들이 죽지 않도록 시간을 벌고….

“주공, 그렇게 시간을 벌어서 어떻게 하시려구요?”

“완치시켜야지.”

“데리고 오지를 않는데요?”

갈자윤의 의문은 타당하다. 그러나 한 번 임시치료를 하면 한 열흘 멀쩡하다가 그 뒤로는 아예 맛이 간다거나 뭐 그런 구실을 붙여서 낚아볼 수도 있을거고. 아니면 치료사를 각 대문파로 잠입시켜서 약을 먹고 독기가 모인 노고수들을 한 번에 치료해 버릴 수도 있을거다. 그 경우에는 당분간 문파 내에서 계속 노망난 것 처럼 연기하고 정보를 빼내오도록 사주할 수도 있으니까. 조금 더 활용 영역이 넓어진다.

“그건 어떻게든 하면 방법은 생길 것 같으니까. 일단 진정하고.”

일단 치료사 양성은 독왕과 이야기가 잘 풀린다면 바로 진행해도 될거고, 무영문…. 무영문이 문제인데. 비급을 확인하고 나면 우리쪽에서 크게 더 할일은 없긴 하다.

“무영문을 소문의 전달자로 쓰는 것 자체는 당초 계획대로 하면 될 것 같은데, 잠입 가능한 인원을 뽑아서 치료사 교육도 시켜 놓는게 좋을 것 같다. 내가 직접 환자가 살고 있는 문파에 숨어들어서 다 치료하면 좋겠지만, 언제 어떻게 약을 먹일지도모르고 손도 부족하니까.”

거기에다 무영문 하면 일단 척 듣기에도 신법과 은신에 능할 것 같은 애들이니까, 대문파에 잠입해서 간단한 치료술로 치매노인들을 복귀시키는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일단은 배윤성이 다시 무영문에 대한 기별을 줄 때까지 기다려보자."

"네, 주공."

"응. 오라버니!"

무영문이 가져오는 비급도 비급이지만, 치료사를 양성하는 일도 이제는 무영문이 필수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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