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무림치매대응반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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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막에 대한 추측은 일단 나중이다. 다각도로 대응을 검토하기 위해 어느 정도 미리 생각해 둘 필요야 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모인 데이터만 가지고 특정이 힘들다는걸 알았다면 이걸로 머리아플 필요는 없다. 타초경사(????)라 했다. 어차피 우리가 이 노망이 누군가의 흉계임을 천하에 알리고 치료사를 양성하여 공급하기 시작한다면 분명히 반응이 올거다. 지금은 그냥 황궁에 벌점 오점 추가 같은 느낌으로 넘어가면 된다.
“그래, 자윤이 너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어?”
“…주공께서는 올해 세수가 어찌 되시는지요?”
“나? 올해 스물 넷인가…."
“하아….”
뭐지? 얘 지금 한숨쉰거 맞나?
“어려도 너무 어리시네요. 그렇게 되는게 아닐까 생각은 했지만….”
“뭔 소리야?”
“언제든 천마가 나타나면 저는 천마의 여자가 되어야 하는데, 마흔 넘을때쯤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만약 약관의 탈마경이 나타난다면?”
아, 그렇지. 그럴 수 있지.
“꼬마도령을 모시는 상상은 해 보았었는데, 세상에. 거의 반백년 차이가 나게 생겼네요.”
“그러는 너는?”
“저요?”
“너는 몇살이길래?”
“저는 올해로 일흔이요.”
마교의 한쪽 구석 전각에서 탁해진 푸른눈동자로 멍때리고 있던 갈자윤의 얼굴이 순간 떠 올랐다. 아냐! 눈앞의 이건 그래. 따지자면 엘프다 엘프. 토요깐프동산 보고 싶다. 재미있게 봤었는데.
“너무 많은가요?”
“으으으음…. 연이랑 동갑이구나.”
“어머, 그랬나요?”
여기야 뭐, 한 두살 차이가지고 그렇게 칼같이 따지고 그런 문화는 없으니까…. 뭔 이야기 하다가 여기까지 샜지?
“아, 그래서 어떻게 살거냐니까.”
“주공께서 허락해 주시면 뭐, 주공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주공의 아이도 낳고 그렇게 살고싶죠.”
“허락을 안해주면?”
“으음…. 이렇게 되어버려서 쉽게 죽지도 않을 것 같으니 주공을 계속 따라다니면서 주공의 아이도 낳고 그렇게 살아야죠.”
지금 뭔가 굉장히 복붙같은 느낌의 들은것 같습니다만.
“주공께서 신교의 현판을 거두셨으니, 저도 거두신거라 생각하고 따라가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이제 진짜 나한테 딸린 식구가 다섯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지. 아직 별 신체 접촉은 없었어서 괜찮을까 싶었지만…. 아닌가? 그러고보니 저번에 침소에서 가슴만졌잖아. 나는 손을 뻗어서 갈자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음. 사냥이라도…. 다녀올게요.”
“어? 어….”
아니, 그때 내가 가슴을 주물럭거렸을때는 아무 반응도 없더니 머리좀 쓰다듬었다고…. 허 참. 햇빛도 좋고 하니 나는 여기서 그냥 낮잠이나 자야겠다. 어차피 쇼핑하러 갔으니까 애들은 날이 저물어야 올테고. 갈자윤도 얼굴을 붉히고 뛰쳐나갔으니 민망해서 나중에 오겠지.
제법 잔 것 같은데 어차피 안 자도 문제는 없는 몸이라 찌뿌등하거나 그런건 없었다. 기감에 장원으로 접근하는 인기척이 느껴져서 눈을 떴는데, 눈을 뜨자마자 연이의 얼굴이 불쑥 시야로 들어온다.
“일어나, 오라버니. 뭐 여기서 이러고 있어?”
“일어났어. 살건 다 사가지고 왔어?”
그래도 하품은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막을 수 없었다.
“자윤이는?”
“니들 왔으니까 올거야.”
“왜? 우리 없을 때 덮쳤어?”
“너는, 꼭 생각을 해도…. 그냥 이야기 하다가 민망한지 사냥해온다고 나갔어.”
“먹을거 잔뜩 사가지고 왔는데?”
“진짜 사냥하러 나갔겠냐…. 어, 저기 오네.”
아마 기감에 안 걸릴 만한 거리에서 애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허리춤에 꿩이 몇 마리 달려있는걸 보니 진짜 잡아오긴 했네.
“주공…. 저녁거리를….”
“어, 그래. 잘 했어.”
머리를 쓰다듬는게 뭐 그리 큰 의미라고 저 상태가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거야 본인이 아는 일일 테니까 말 해줄때까지 기다려 보는걸로 하고, 그래서.
“무영신투는 안 알아봤지?”
“네. 삼랑. 그런데….”
“왜? 뭐 다른 일이라도 있어?”
물건 사러 나가서 사고라도 쳤나. 내 여자들이 얼굴만 면포로 가려놓는다고 어떻게 되는 미모가 아니라서 혹시 시비라도 붙었나?
“아니, 오라버니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고…. 우릴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니가 제일 문제지 니가.”
“하아…. 오라버니 어? 내가 오라버니 오라버니 하니까 편한가봐 이제?”
“…아, 아니요.”
“지켜볼거야 내가.”
“그만해요 언니. 삼랑이 무서워하잖아요.”
“무서워 하는게 잘못된거지!”
“하여튼, 삼랑. 만복회가 사천에 들어왔어요.”
“…만복회가?”
각 지역별 나와바…. 아니 구역이 있을텐데, 성도 정도 되는 사천의 중심지에 그런 조직이 없을리도 없고. 연합으로 진출했나? 서장으로 가기전에 남녕에서 무영신투를 부르려고 만났던 만복회가 왜 여기에 와 있어?
“돈 냄새를 맡은거죠. 만복회주가 아예 여기에 살림을 차렸어요.”
“회주도?”
아니 이거 뭐 스윗한 남자친구도 아니고 어처구니 없는 전개에 계속 반문만 하게 된다. 뭔 소리야 그건 또.
“성도는 주변에 아미, 당문, 전진, 점창, 청성이 붙어 있어서 특정 회파가 고정적으로 진출해서 세를 불리기 쉽지 않았어요. 이권과 관련된 부분은 각 거대 문파들이 직접 관리 했으니까요.”
확실히 거대문파가 주변에 있으면 해당 도시에서 경제활동을 주로 하게 되니까, 하오문으로 분류되는 조직들이 진룡회나 만복회처럼 대놓고 활동하기는 문제가 있었다. 진룡회가 있던 소주나, 만복회가 있던 남녕같은경우는 주변에 거대 문파가 없다. 작은 객잔하나, 기루 하나 이런 식으로 운영할 수는 있어도 성도같은곳에서 조직화가 되었다가는 거대 문파에게 그대로 이권을 가져다 바치는 꼴이 되기 쉽다고.
“만복회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는, 만복회주가 우리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사천 주변의 문파들과 협의가 끝났다는 이야기겠죠.”
“무영신투도 오면 만복회에서 알아서 찾아줄거야. 오라버니나 우리가 굳이 성도를 돌아다니면서 발품 팔 이유는 없겠어.”
으음…. 이걸 이권에 들러붙은 날파리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번거로운 일을 덜 수 있을테니까 좋다고 해야할지….
“만복회는 세력이 얼마나 세? 고수는 좀 있나?”
“있어봐야 회주와 친위대 정도죠. 나머지는 그냥 뒷골목 파락호 수준이구요.”
“만복회주는? 협박이 먹힐 상대인가? 아니면 팔다리 하나쯤은 날아가야 말을 듣나?”
“...예?”
화란이가 멍청한 얼굴로 반문을 한다. 아니 나이가 몇개인데 말하는 걸 못알아 들은 척이야?
“우리 정보를 팔았으면 값을 해야지.”
“하지만 삼랑, 저희에 대한 정보는 이미 중원에 다….”
“그건 그거고. 우리가 사천으로 올거라는건 솔직히 숟가락 얹은거 아냐? 안그래?”
“주인님 말씀이 맞습니다.”
“오라버니 말 듣고 보니…. 괘씸하네?”
통수는 안쳤다. 추적을 붙인다거나, 남녕에 나타났다는 소문을 퍼뜨렸다거나. 그러진 않았지. 그런데 그게 화란이에 대한 의리라거나. 사람이 공명정대 해서라거나 그런게 아니라 그냥 지 이권에 도움이 안되니까. 우리가 사천으로 온다는 정보를 성도를 세력권으로 둔 문파에다가 팔아서 자리를 잡은 다음에 우리와 무영문과의 접촉에 한 숟갈 얹고 협력자 포지션을 가져가면 그 사이에서 떨어지는 걸 지가 먹겠다는거 아냐 지금.
“저기, 삼랑….”
“오늘 만복회주 봤어?”
“아, 네. 만복회의 문양을 걸어놓은 만복객잔이 있어서 잠깐 들렀다가 만났어요.”
“사과를 한다거나, 양해를 구한다거나 하지는 않았지?”
“그러고보니 그러네?”
“어떻게 알고 왔는지도 말 안했고.”
“네…. 삼랑. 죄송하지만 물어 볼 생각도 못했어요.”
화란이나 다른 애들도 예전에 무림에서 현역으로 뛰던 시절이면 그런 빤한 수작질 정도야 금방 눈치를 깠겠지만, 지금은 많이 물렁해진 상태라서 눈치를 못 챈것 같다. 당연하기도 한게, 악의를 가지고 행한게 아니니까. 그냥 떡고물을 좀 주워 먹겠다. 이걸 그냥 조금 다른말로 귀찮은 일을 도와주겠다고 포장을 한 정도라서 낚인거겠지. 화란이 입장에서도 지금 자기가 반로환동 한 것을 알고, 우리 일행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친분이 있는 사람이니까 유야무야 넘어간거고.
“이새끼들 그냥 무영문에 연통을 넣어 주는걸로 끝나야되는건데, 무영문더러 사천으로 오라고 한 것도 파낸거고.”
무영신투라는 도적질의 스페셜리스트가 있는 문파인데, 걔들이 저잣거리에서 좌판열어놓고 영업하는 애들도 아니다. 무영문도 당연히 신비문파로 분류된다. 그런 애들이 쉽게 의뢰내용에 대해서 나불거렸을것 같지는 않으니까 화란이가 넘긴 서신의 봉인을 뜯어 봤거나, 무영문에서 캐냈거나.
“그렇죠….”
“안되겠다. 화라... 아니다, 린아.”
분명히 그때 만복회주 그새끼 검후한테 쫄았었으니까. 화란이 말고 린이를 보내야겠다.
“네, 주인님.”
“가서 그새끼 잡아와.”
“예.”
린이는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흙먼지를 날리며 튀어나갔다. 기감을 펼쳐보니 엄청난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 금방 오겠네. 일단 잡아다 놓고 족쳐야겠다. 꼴랑 이런애들한테 호구잡히려고 중원으로 돌아온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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