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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치매대응반-55화 (55/122)

〈 55화 〉 무림치매 대응반 55

* * *

“…이미 다 알고 오신것 같으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자리를 옮기시지요.”

아니, 아무것도 모르고 왔는데요. 그냥 넘겨짚은건데.

“현재 교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대접할 것이 마땅치 않습니다. 너그러이 양해부탁드립니다.”

역시 무림은 강하고 볼 일이다. 무림맹 동급 무사 장삼으로 여길 왔으면 이미 입구컷이었겠지. 뭔가 있다는 듯 팍팍 기운을 뿜으면서 오니까 이름도 안 밝혔는데 아주 그냥 대접이 극진하다. 흑백마노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니 커다란 대광장에 호각소리가 울리고 절도있는 동작으로 집합했던 인원이 썰물처럼 사라졌다. 당장 대적해야 할 적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상황을 해제한 것 같다.

“누추하나마 본 교의 접객당입니다. 들어오시지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들어가는데 연이와 화란이가 나보고 먼저 들어가라고 눈짓을 보냈다. 아무래도 이 자리에서 말하고 협상하는 내용은 그냥 나한테 떠넘기려는 것 같았다. 연이가 해 주면 편하긴 한데 이제는 나도 앞으로 나서야지. 어차피 실수할 것 같으면 연이가 이야기 해 줄거고.

우리가 접객당으로 들어오는걸 봤는지 자리에 앉자 마자 차가 준비되었다. 나름의 프로세스는 있는 것 같았다. 쭉 흝어보니 독은 느낄 수 없어서 찻잔을 들고 향을 맡은 후 그대로 입에 머금었다. 음. 좋네. 아무리 한서불침이라고 해도 겨울공기는 겨울공기다. 따뜻한 곳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으면 자연히 몸이 훈훈해지는 기분이 된다. 기분만.

“해동(??)에서 온 장 모라 합니다.”

“장 대협이시군요.”

크으. 대협뽕에 취한다.

“귀교에 치료가 시급한 이가 있습니까?”

“그 전에, 이 이야기를 밖으로 가져가지 않는다고 약조해 주십시요.”

“그거야 당연한 일입니다만….”

“어차피 장대협의 경지를 미루어 하시고자 하면 못 하실 일이 없을테니 강제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저 촌노의 부탁이라 생각해 주십시요.”

“그리하겠습니다. 걱정마시고 말씀 해 주십시요.”

“현재 신교는, 신녀께서 부재중이십니다.”

신녀면 천마신녀를 말하는건가?

[천마신녀. 노환으로 위장이 가능한 나이라면 마중화(?中花) 갈자윤이야.]

이야기를 듣자마자 뒤에서 연이가 전음으로 정보를 전달 해 주었다. 과연. 앞에 나서는건 나라고 해도 쪽팔리지 않게 지원은 해 줄 모양이었다. 다 맡길줄 알았더니 제 남자라고 기는 좀 세워주네.

“저런, 마중화께서.”

“예. 정신이 혼탁하신 상태입니다.”

나는 마교에대해서 마치 잘 알고 있는 것 처럼, 안타까운 음색으로 마중화를 언급했다. 보통 이렇게 아는 척을 하면 폐쇄적인 곳일 수록 경계심이 깊어지겠지만, 필시 전대 혹은 전전대의 인물일테니 마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호감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 교내에서 치료를 시도하신 적이 있습니까?”

“치료라는 말씀을 하시니 말인데, 노망은 천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찌 치료가 가능하다 하시는지요?”

얘들은 아직 정보를 제대로 못들은 모양이다. 변방에 처박혀 있는데다…. 솔직히 여기 굴러가는 꼴을 보아하니 중원쪽에 정보라인이 유지되고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전서구나 전령같은걸 유지하는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다.

[오라버니, 환수마의(????)는 어디있는지 물어봐.]

“환수마의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마의께서는…. 신녀님을 가끔 살피시긴 하지만 치료를 하고 계시진 않습니다.”

“마의께서 혹시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는지요?”

“예.”

흠. 이야기하는걸 들어보면 수명을 되돌린다는 대단한 마의도 이게 외부의 중독에 의한 것임을 눈치채지는 못한 것 같았다.

“혹시 다른 환자는 없나요?”

“교인들이 모여사는 마을에 가면 없지야 않겠습니다만….”

“만?”

“내공을 일으킬 수 있는 고수들은 정신이 있을 때 자진해서 마옥으로 들어갔습니다.”

마옥이라. 어감으로 봐서는 마교 내부에 있는 수감시설 같다. 말은 자진해서 라지만, 아마 마교 자체가 그들을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 혹시나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저희가 노망이 났다고 고수들을 팽하거나 그렇진 않았습니다. 정말로 자진해서 들어갔습니다.”

“예…. 딱히 오해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확실하게 말씀드리면 저희는 원래 무공을 익히다가 광증이 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건 흑백마노의 말이 맞긴한데…. 이들이 익히는 마공이라는 건 결국 인간 내면의 악의와 마주해서 이겨내야 하는게 대부분이라 빠른 시간에 극마의 경지를 보지 못하면 수년내에 대부분이 미쳐버리거든.]

연이가 맞다고 하면 맞는거겠지.

“예…. 십분 이해합니다.”

“헤아려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여, 현재 신교에는 치료가 필요한 다른 환자가 있지는 않습니다.”

[뻥이네. 보니까 다 죽였어. 죽였거나 자살을 했거나.]

“그러면, 신녀만 데려가겠소.”

“저…. 그것은 죄송하지만….”

“반드시 치료하여 돌려보내겠다고 장담하지.”

“….”

뭐야. 이새끼들도 그런건가? 뭔가 정치적인 이유로 신녀가 돌아오면 안되고 뭐 그런건가.

“…알겠습니다. 어차피 여기서 겁박을 하셔도 아무말 못할 처지니, 그리하시지요.”

그런것 보다는 좀 더 무기력한, 포기에 가까운 얼굴이다. 아니 돌려 준다니까.

“바로 가시지요. 귀하신 분들을 지체하게 할 수 없으니.”

[대충 상황 나오네. 어차피 갈자윤은 격리되어 있는 상태일테니 그냥 걔만 데리고 빨리 가라는거 아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여기만 그런게 아니니까. 노망난 노고수들은 오히려 문파의 전력을 깎아먹는 존재가 되어 유폐당하거나 심하면 죽임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림맹 남경지부의 시설에 입원하러 오는 길에 어디서 습격을 당했다 이런식의 보고가 올라오면 십중팔구는 그냥 보낸거라고 봐도 된다고 위지조장이 그랬다. 그러고 보니 그 양반 잘 있나 모르겠네.

지체안시킨다더니, 흑백마노는 느긋하게 뒷짐을 지고 산을 올랐다. 아마 수감시설이니까 진법이라거나 이런것 때문에 경공을 못쓰는게 아닐까 싶다. 시선은 앞으로 둔 채 흑백마노가 침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분은, 일평생을 고생만 하셨습니다.”

“예?”

“천마가 없는 천마신교에서 가장 큰 어르신으로 반평생을 사셨습니다.”

천마가…없어? 내가 뭐라 대답해야 할지 어물거리고 있는 틈에 화란이가 전음으로 설명해 준다.

[천마신교에서 천마가 나오지 못한것은 꽤 오래전의 이야기에요. 마지막 정마대전의 시기에 무림맹주와 천마가 양패 구상하고 난 후 다시는 ‘천마’가 등장하지 못했죠. 천마는 단순히 강한자가 아니라 극마를 넘어 탈마의 경지를 달성하고 전대 천마의 의발을 이어받아야만 인정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당금의 무림은 그 수준이 많이 떨어져서….]

“부디, 치료가 가능하다면 신녀님을 부탁드립니다. 안전한 곳에서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해 주십시요.”

“허나 신녀께서 안 계신다면….”

니들이 곤란한거 아니냐? 아니면 니가 대가리를 먹으려고?

“이미 신녀께서 칩거하신지 두 해가 넘었습니다. 천마신교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현판을 내리게 될 겁니다.”

“예?”

그러면 나가린데.

“신녀께서 간신히 끌고 오던 조직입니다. 이제 더는 앞날이 없다고 봅니다.”

윗대가리들이 맛이가고, 고수가 줄어들고, 일부 명문대파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재능있는 후기지수도 나오지 않는다. 이게 수십년 반복되면서 무림문파들은 점차 영향력을 잃기 시작했다. 중원에서도 간판을 내리는 문파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문파라고 사람이 모이면 결국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당장 아까 본 인원들만 하더라도 백명은 넘어보였는데 이 인원들이 한 끼에 먹어대는 밥만 따져도 재화가 어마무지하게 소비된다. 수련만 하면서 살 수 없는 법이다. 결국 경제활동을 해야하는데 무림 문파가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의 핵심은 무력이다. 그 무력이 점차 손실되기 시작하니까 몰락이 가속화 되는거다.

기존의 무력이라는건 오래도록 수련한 무인들만이 갖출 수 있는 전문적인 영역의 것이었지만, 이제 어지간한 규모의 상단은 화약무기로 무장을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무림인들의 무력이 떨어졌다는건, 마찬가지로 습격을 일삼는 녹림이나 장강수로연맹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금의 초보적인 화약무기로도 양만 갖춰진다면 충분히 대응가능하다는 것이다.

돈 다루는 놈들이 돈 무시하는 놈들과 일할 이유가 점차 사라져 가는거다.

“차라리 젊은 아이들이라도 빠르게 살길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허울 좋은 극마는…. 이제는 별 의미가 없소이다. 아무도 믿지 않고.”

저 믿는 사람이 없는것도 큰 문제다. 객잔만 갔다 하면 무림인이 날아다니고 싸움박질을 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그런걸 아예 눈 앞에서 본 적이 없는 세대가 성장하고 있으니까. 그런 아이들이 문파에 입문해서 수련을 한들. 심리적인 동인이 떨어지는거다. 내가 이 경지에 올라보니까 알 것 같다. 그 ‘믿는다’라는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치매뿐만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같은 다각적인 이유로 무림 자체가 점점 저물어 가고 있다.

“한때는 천을 헤아리던 천마수호대도, 방금 보신 인원이 전부입니다. 국경을 넘어오는 마적떼를 처리하기도 벅찹니다.”

어째 무림고수가 아니라 정규군처럼 운용을 한다 싶더니, 정규군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모양이었다. 그럼 천마신교가 문을 닫으면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거지? 보아하니 그동안 그 식솔들 까지 죄다 먹여살렸던 것 같은데

“여깁니다.”

“자네가 예까지 어쩐일인가?”

“마의, 계셨군요.”

“신녀께 욕창이 생겨서 말일세. 후. 뒤에 계신 분들은 누구신가?”

“신녀를 치료하시겠다고 오신 분들입니다.”

“치료? 늙어서 난 노망에 치료라? 허…. 자네 요즘 할 일이 없나?”

머리는 대머리. 수염은 흰색으로 가슴어림까지 내려와 있다. 무림인으로서의 기도가 어떤가 살펴보면 보잘것 없었지만 눈에 서린 현기와 온 몸에서 풍겨나오는 자신감이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수명도 되돌려 놓는다는 환수마의인것 같다. 수많은 사람들을 저승 문턱에서 끌어왔을 의술은 존중하지만, 지금 이건 좀 다른 영역이었다. 괜한 실랑이를 벌일 생각은 없어서 그냥 그 자리에서 기운을 끌어 올렸다.

“으으음…. 근래 보기드문 젊은이로구만. 그래, 능히 이빨빠진 천마신교 정도는뒤집어 엎을 수 있겠어.”

“아신다면 내어주시지요. 신녀.”

“노망난 할망구를 데려다가 뭐에 쓰려고 그래?”

“말씀드렸듯, 치료할겁니다.”

“흐으음…. 아닌데, 둘다 검후는 아닌데?”

검후를 왜 찾아. 아. 이 할배는 혹시 소문을 들었나? 서장에 짱박혀 있었던게 삼주는 넘었으니 이미 중원 전역으로 소문이 났어도 이상하진 않을 것 같다.

“검후께서는 잠시 용무가 있어 따로 행동중이시오.”

“니들이 그 미친놈들이 맞구나? 노망을 치료할 수 있다던.”

“마의! 말씀을 좀!”

“자넨 좀 가만히 있게. 이 양반들이 우릴 죽일것 같았으면 진즉에 목이 달아났어.”

그거야 맞는 말이다. 사람죽이는 취미가 없어서 안 죽이고 다니지만.

“노망은 치료할 수 있지만 미친놈은 아닙니다. 말 좀 험하게 한다고 사람써는 취미는 없으니 안심하시지요.”

“하여간 그래, 정말 치료가 된단 말이더냐?”

“되니까 된다고 했습니다.”

“허어….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구만. 알려 줄 생각은 없겠지?”

“지금의 방식으로는 오직 저희만이 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근 시일내에 모든 문파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약과 치료법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신녀를 잡아다가 샘플을 확보하고, 임상을 거친다면 한달이나 두달이내에 공개될 내용이었다. 여기서 딱히 마의에게 숨길 이유는 없었다. 단지 마의의 지식욕을 채우기 위해 주절주절 전후 사정을 읊으며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알겠네. 최근에 저자에서 노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 뭔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하나 싶었더니 자네들이었구만. 신녀를 부탁드리지.”

“알겠습니다. 혹여 신녀께서 회복하신 후 교로 돌아오고자 하시면 함께 와서 치료에 대한 내용을 소상히 전달드리겠습니다.”

일단 마의는 써먹을 수 있을것 같았다. 마교야 뭐. 샷다내린다니까 어쩔 수 없는거고 마의정도 인물이라면 그래도 인지도가 제법…있나?

[연아, 마의가 중원에서 유명해?]

[유명하지. 사천, 섬서, 청해 등지의 서쪽에서는 생사신의 그 이상이야.]

생사신의는 또 누구야. 무림맹 말단 무사라서 아는게 있어야 말이지.

[그럼 우리가 치료법을 공개할 때 공증을 설 만한 인물로 충분할까?]

[아, 그거 괜찮다.]

그렇다면 사천에서 치료법을 공개할 때 마의를 초청해도 될 것 같았다.

“신녀께서 혹시 교로 돌아오신다 하여도 들어드리지 마시게. 남은 여생도 못 누리고 가실걸세.”

“흑백마노께서도 그리 말씀하시더니, 고생을 많이 하셨나 봅니다.”

“온 몸이 성한곳이 없으셨네. 하여간 이쪽으로 오게.”

흑백마노와 함께 환수마의를 따라 마옥으로 이동했다. 일단 환자를 먼저 봐야한다. 진짜 노환으로 치매가 온거면 우리가 치료할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린 어디까지나 독기를 빼고 혈맥을 청소할 뿐이니까.

“여길세.”

말만 마옥이지, 전각을 잘 꾸며 놨다. 진짜 마옥은 저 옆에 있는 동굴 안쪽같다. 사람의 진입을 막는듯한 금제가 덕지덕지 발려있는게 보였다. 그래도 천마신녀를 저런곳에다가 처박아둘 수는 없어서 따로 건물을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전각 안으로 들어가니 안락의자 같은 커다란 의자에 앉아 멍한 눈을 하고 있는 노파가 있었다. 아, 저 눈빛.

“아편이네.”

“행동이 많이 심하셨나 보군요.”

“일단은 그렇네. 최근에는 잠시도 온정신을 못 찾으신다네.”

[연아.]

[알았어.]

이게 그 암약단체 놈들의 노망독이 맞는지 연이가 확인절차에 들어갔다. 미동도 없이 눈만 껌뻑거리고 있는 천마신녀의 머리에 손을 얹을때는 흑백마노와 환수마의가 흠칫 했으나, 연이가 그냥 머리에 손만 올리고 있어서 금방 물러섰다.

[맞아 오라버니. 중독이야.]

“저희가 고칠 수 있는 노망이 맞다네요.”

“허면, 고칠 수 있는것과 없는 것이 따로 있단 말인가?”

“지체할 수록 치료할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지니 시급히 이송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상세한 이야기는 치료 이후에 다시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은 바로 이송할 필요까진 없었지만, 여기서 계속 뭉개고 있을 이유도 없으니까. 린이와 서령이가 수련을 끝마치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알겠네. 자네만 오거나 사람을 보내도록 하게.”

그렇다면 나야 편하지. 일단 천마신교가 세력으로 기능은 못할 것 같으니까 그건 일단 좀 보류 해 두고. 혹시나 천마신녀가 회복후에 다시 마교를 일으킬 생각을 할 수도 있으니까. 마의는 확실히 도움이 될 사람 같았다. 사람이고 세력이고 자꾸 필요로만 판단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긴 한데. 세상이 다 그런거지. 약하면 잡아먹힐 수 밖에 없는거다.

“그럼 차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신녀를 잘 부탁 드립니다.”

“부디, 남은 여생을 편히 보내실 수 있도록 도와 주시게.”

저 눈에 담긴 감정을 나는 잘 알수가 없다. 정말 그렇게 안쓰럽고 소중한 존재라면 나한테 이렇게 쉽게 내 줄 일이 아닌것 같긴 하지만, 또 치료라는 희망을 놓을 수도 없고. 마교 안에서 데리고 있는다고 해도 딱히 수도 없고. 천마가 없는 마교에서 구심점으로서 존재해 온 천마신녀를 이렇게 나마 보내버리고 나면 각자의 길을 찾아 갈 수도 있겠지. 이게 이런 모양새로 끝나게 되면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천마신교를 그러모아 쥐고 있던 간부들 입장에서는 나름의 결말이 아닐까.

“음…. 아마 다른 결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다른 결과 라는 단어에 뭘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는걸 보며 신녀를 챙긴 연이, 화란이와 함께 마교를 떠났다. 그런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십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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