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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치매대응반-52화 (52/122)

〈 52화 〉 무림치매대응반 52

* * *

“어떻게?”

“언니, 말해봐요!”

눈이 뒤집힌 화란이와 린이가 연이에게 달려들었다. 토해내기 전 까지는 도망을 못 가게 하겠다는 듯, 린이가 경신법까지 펼치며 뒤를 점했다. 연이는 또 연이대로 보법을 써서 넓은 거실공간을 휘저어 다닌다. 화란이도 마찬가지. 가뜩이나 공기가 빠지지 않는 토굴안에 뽀얀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나는 기운을 써서 토굴 밖으로 먼지를 빼내려다 그냥 뭉쳐봤다. 야 이게 되네. 나 이제 진짜 고수구나.

“잠깐! 알았어! 이야기 해줄게!”

“빨리!”

“어서요!”

연이도 어느 정도 힘을 제한한 상태에서 작정하고 달려드는 둘을 잡으려니 좀 버거운가보다. 어깨로 숨을 쉬면서 손바닥을 내밀어 두 사람을 정지시키고 얌전히 자리에 앉게 만들었다.

“별거 아니야. 그냥 간절히 바라면 되는거야.”

“…그게 뭐에요. 빨리 말해요 그냥. 뭐 먹었어요?”

“아니면 주인님께서 뭔가 조치를 취해주셨다거나?”

린이가 눈을 희번득거리며 내쪽을 쳐다보길래 그런거 아니라고 손을 흔들었다.

“진짜라니까! 너희들, 폐경왔을때 기분이 어땠어?”

“끝이라고 생각했죠.”

“이럴줄 알았으면 아무놈이나 하나 잡아다가 애만 가지고 죽였으면 됐을텐데…”

“그래! 바로 그거야!”

아니 지금 뭔가 굉장히 흉흉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알았어요. 오늘부터 그때의 기분을 떠올리면서 강하게 열망해야겠어요.”

“그러려면 주인님하고도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네요!”

화란이와 린이의 눈빛이 번뜩인다. 아, 그렇지. 연이가 검각 근처에서 하고 못해서 5일 정도 더 쌓인거지만, 어쨌거나 해남에서 여기 올때는 아무하고도 안했으니까. 내 허리가 열일해야겠구만. 아. 잘못했다가는 토굴이 진짜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 하게 되면 그냥 둘이 같이 해야겠다. 한명씩 돌아가면서 기막이라도 펼쳐놓게.

“그건 뭐, 오라버니랑 알아서 하고. 린이 너, 흡정공은 제대로 봤니?”

“아, 네. 언니. 바로 주인님이 익히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바로 시작하자. 치료법을 빨리 만들어야 하니까.”

“아, 잠깐만.”

바로바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잠시 제동을 걸었다.

“치료법을 만드는건 좋은데, 중원에 돌아가서 바로 공개할거라면 그, 효과를 입증해야 할거 아냐?”

“그렇지?”

“그럼 그걸 어디서 하게?”

우리가 앞에 초를 몇번 붙여도 설명이 불가능한 고수라는건 알고 있지만, 이거는 좀 그냥 밀고 들어가기가 애매했다. 혹시라도 치료법이랍시고 공개하고 무림에서 잘나가고 이름높던 치매고수를 잡아다가 치료를 똭! 시도 했는데 안되거나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면. 쪽팔리니까.

“요 위에, 조금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아주 만만한 애들이 있어.”

“위에?”

“응. 마교라고.”

아하. 요 윗쪽이면 신강이니까. 그러네. 마교애들 잡아다가 실험해보면 되겠구나. 마교애들이 무림맹처럼 체계적으로 노망난 고수들을 관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치매 걸린 마두가 날뛰었다는 이야기가 없는걸 보면 그래도 제법 잘 정리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러면 되겠네. 좋아. 시작하자.”

“린?”

“네 제가 먼저 설명드릴께요. 이 흡정공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색마의 무공이라서 그런건지, 극양의 진기를 상대의 몸 속으로 침투시켜 음기를 들쑤시고 그것에 따라 일어나는 내공을 양기로 감싸 가져오는 것이 주 원리였다. 흠.

“주인님께서 기운을 조금 뽑아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렵지 않지. 자.”

린이가 기운을 받아 들고 명치께에 가져다 대서 몸 안으로 흡수 시켰다. 내 손도 가져다가 가슴 사이에 얹게 만들고 내가 잘 알아 볼 수 있도록 천천히 기운을 끌어간다

“하아…. 이렇게….”

“린이 너 똑바로 안하니? 어련히 알아서 오라버니가 덮쳐줄텐데.”

“그치만, 화란언니를 먼저 하실거잖아요….”

“일단 오라버니가 치료법을 익히게 만드는거에 집중 해. 시간 많아.”

“…네에.”

애 소리를 듣고는 린이도 마음이 급해지나보다. 아니 거 달거리 그게 뭐라고….

“충분히 다 안아줄테니까 일단 이거부터 하자.”

“네 주인님 죄송해요….”

“아니또 죄송할 것 까진 없고.”

치료법을 익히고 서령이가 수련하는 동안에 연이를 풀어준 것 처럼 얘들도 좀 풀어 줘야겠다. 그런데 그러면 서령이는 언제? 아니, 이것도 잡념이다 빨리 치료술에 집중해야지.

“네, 그렇게 기운을 천천히 돌려서, 아앗!”

“응?”

“방금 큰일날뻔 했어요.”

“오라버니, 린이의 뇌를 뽑아버릴 셈이야?”

“어, 미안. 안다쳤어?”

“만일을 대비해서 방비는 하고 있었어요.”

야, 이거 이런 정도면 너무 위험한데.

“음…. 아무래도 우리끼리 시험해보는건 너무 위험할 것 같은데.”

“그러면 일단 동물이라도 잡아다가 해 볼까?”

“그게 낫겠다.”

그래 신약 임상도 사람한테 쓰기전에 동물실험부터 하는데. 뇌쪽에 퍼져있는 기운을 건드리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위험했다. 내가 만약에 삐끗하기라도 하면.

“쉽지 않겠는데….”

“왜?”

연이가 옆에서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오라버니가 가지고 있는 그 정심한 기운이 직접 침투해서 독기를 빨아 들이는게 너무 강력해.”

“그럼 너는?”

“나는 오라버니와 오래 접촉하면서 천천히 익숙해진 것도 있었고. 스스로 환골탈태를 이루면서 뚫어낸 거잖아.”

아…. 그렇지. 연이는 스스로의 깨달음을 가지고 뚫어낸거다.

“화란이나, 린이를 치료할 때 처럼 강력한 고수가 옆에서 보조를 하는건 어때?”

“그것도 나 정도 고수급이나 되어야 할 수 있는거야. 그리고 오라버니하고 몸을 섞으면서 오라버니의 기운을 몸 안에 충분히 받아 들인 상태여야 조절이 되는거고. 오라버니가 아무리 그런 고수들을 회복시키고 몸을 섞어 중원 각지로 파견해 본들, 결국 이런 고수 하나와 오랜기간 ‘천지음양명암한온환원공’을 대성한 인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야 감당할 수 있는 인원이 몇 명이나 되겠어.”

“그렇지. 그래서 범용적인 치료법을 만들려는 거고.”

“끄으으응…. 머리 복잡하네. 일단 오라버니는 기운을 다루는 것 부터 익혀. 화란아?”

“네 언니.”

“오늘 저녁거리는 좀 큰 놈으로 잡아와. 멧돼지같은걸로.”

“죽이면 안된다?”

“네!”

“린이는 당장에 머리쪽부터 기운을 빨아낼 필요는 없으니까, 오라버니가 흡정공에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해 주고.”

연이가 할 일을 하나하나 지정해 준다. 이런걸 보면 확실히, 무림맹의 외당이라는 야전조직을 이끌었던 경험이 살아 있는것 같았다.

“나는 일단 그 색마놈의 무공이랑, ‘천지음양명암한온환원공’을 같이….”

“연아. 그거 너무 길다. 우리 그거 좀 줄여서 부르자.”

“하지만 무공의 이름이라는건….”

“그거 반쪽이라서 어차피 그게 제대로 이름도 아니라며 줄여 그냥 앞으로는 ‘천지환원공’이라고 하자.”

“그래요 그럼. 하여간 그거랑 같이 좀 보고 연구를 해 봐야겠어요.”

어휴 우리 연이. 머리도 좋다. 나는 글을 알고 읽어도 무공서를 보면 이게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한 문장인지 분간도 안가던데 저걸 연구까지 하다니. 현대였다면 대학원에 보내서 괴롭히고 싶은 인재다.

“…오라버니 방금 뭔가 굉장히 실례되는 생각을 한 것 같은데….”

“응? 내가? 그럴리가?”

연이는 의심은 가지만 물증이 없으니 넘어간다는 표정을 하고서는 책을 챙겨들고 방으로 사라졌다. 아, 그러고 보니까 이 거대 토굴. 방도 나눠놨네.

“그…. 주인님하고 할때 보이면 부끄러우니까요….”

“아…그래,”

아주 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구만.

린이와 함께 흡정공에 익숙해 지며 수련을 거듭하다가, 화란이가 잡아온 멧돼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화란이가 꿱꿱거리는 돼지의 머리속에 기운을 밀어넣어 잠시 안정 시키고, 내가 연습하던 흡정공으로 그 기운만 당겨내는 실험이었는데….

“역시 죽이기 전에 피를 빼야 하는데.”

“그럼 실험이 안되니까요.”

“다음엔 실패하면 바로 피를 빼자.”

결국 뇌가 곤죽이되고 피제거도 제대로 안된 맛없는 고기를 저녁밥 삼아 씹을 수 밖에 없었다. 어우 돼지 골통을 부숴서 보여주는데 두개골 안쪽이 그냥 순두부가 되었다. 내가 린이를 이렇게 만들뻔 한 거 아냐.

“아, 그 정도는 아니었어요. 하루 이틀 기절 할 정도?”

“그래도.”

“에이 미리 보호조치는 다 해놨었다니까요….”

어우 우리끼리 뭐 실험하고 하는건 진짜 어지간하면 하지 말아야겠다. 동물실험 끝나고 나면 사고 많이 친 마두들 중심으로 잡아다가 실험해야지.

“오라버니. 지금은 멧돼지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토끼나 꿩 같은 작은 동물들 가지고도 정교하게 기운을 다룰 수 있도록 연습해야해. 알겠지?”

“알았어. 될때까지 해 보면 되겠지 뭐.”

“일단 해 보다가 안되면, 될 수 있는 한 많은 동물을 잡아다가 실험해보자고. 그렇게 잡은 고기야 주변에 화전민 마을에라도 나눠주지 뭐.”

으음. 그 전에 빨리 감을 잡아야 할텐데. 당장 서령이가 수련할 시간도 필요할 테니까 급하게 서두를건 아니지만 느긋하게 애들하고 뒹굴기라도 하려면 얼른 익히는쪽이 편할 것 같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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