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무림치매대응반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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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가 넘어가, 석굴 밖이 석양으로 가득 찼을 때 쯤 자리를 정리 했다. 와. 다리가 후들거리는 느낌인데. 물론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고수니까.
“오라버니!”
석굴밖을 나서면서, 정확히는 이제 돌아가자고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부터 베실베실웃으며 내 팔을 붙들고 답싹 안겨든다. 그런 연이의 엉덩이를 옷 위로 한 번 꾹 쥐어 주고 느긋하게 나섰다.
“이제 좀 기분이 풀려?”
“나, 나를…. 색에 미친 여자로 보진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좋았으면서 뭘.”
“…오라버니야 말로 쌓였던거 아냐?”
내가 이런 고수들을 정신줄이 아예 날아갈 때 까지 보내버리는건 물론 수컷으로서 굉장히 뿌듯한 일이지만 도심에서는 조심해야겠다. 우리가 만들었던 석굴은 이제 그냥 주거용으로 사용해도 될정도로 넓어져 버려서 어떻게 수습하기도 애매했기에 토사를 이용하여 입구만 가려뒀다. 인적도 없는 장소고 하니 큰 일은 안 나겠지.
“서령이도 빨리 안아줘.”
“응?”
“서령이 요즘 계속 오라버니 눈치만 보고 있잖아.”
거 한번 거하게 풀어줬다고 갑자기 너무 대인배가 된거 아니요?
“아, 정실부인께서 허락해 주시겠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아….”
이것 참 푹 풀어져서는 찌르면 찌르는대로 얼굴을 붉혀대니 멈출수가 있나. 그런데. 잠깐. 어디선가 비릿한 혈향이 느껴진다.
“잠깐만, 연아.”
“응. 오라버니.”
연이도 느꼈는지 기세가 변했다. 뭘까. 이렇게 인적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곳에서. 누린내같은게 없는걸 보면 사람피인것 같은데, 느껴지는 근원지는…. 근원지는…. 에…엥?
“오…오라버니?”
“왜 너한테서 피냄새가….”
“잠,잠깐만 저쪽 봐!”
“응?”
“하여튼 빨리!”
무슨일인가 싶어서 시선을 먼 산으로 돌리고 애써 들려오는 옷자락 소리를 외면했다. 대체…. 어? 그건가?
“…오라버니….”
몸을 돌리고 있는 내 등에 연이가 툭 하고 머리를 기댄다. 그리고 손을 앞으로 돌려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만약에 그거라면 굉장한데.
“나, 오라버니의 아이. 낳을 수 있겠다.”
“축하해.”
“응…. 헤헤헤.”
소리야 웃는소리지만 목소리는 잔뜩 물기가 어렸다. 사실, 내가 정신연령이 높다고 해도 아이를 가져본적이 없어서 어떤느낌인지도 모르겠고 낳을 생각도 안해봤는데. 그래도 여자라는 생명의 원래 목표가 후대의 생산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본인에게 와 닿는 감정은 다를 것이다.
“나는, 다시 시작 안해서…. 안되나 했어.”
“그러게. 처음에는 왜 안된걸까.”
“뭔가 부족했거나, 으응…. 모르겠다.”
“다른 애들은 소식없지?”
“으응….”
연이가 나를 뒤에서 끌어안은채로 천천히 산자락을 걸었다. 내 허리에 두른 손을 천천히 쓰다듬어 줬다. 이거 왠지 남 녀 포지션이 뒤바뀐것 같은데. 본인이 좋으면 괜찮겠지 뭐.
아무튼, 우리집 삼할매들은 당연하게도 칠순이거나 칠순에 근접한 세수들이시니 죄다 폐경이다. 여성으로서 생산라인이 멈췄다는 이야기지. 환골탈태를 하고 몸이 어려졌어도 달거리는 안 한것 같았다. 솔직히 나야 뭐 남자니까 그런걸 신경 쓸 생각도 못했고.
“다른 아이들도 나처럼 회복했으면 좋겠어.”
“그러게.”
“남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아이 얘기거든?”
흠. 아이라. 한 번도 생각은 안 해봤는데. 일단 암약단체부터 조져놓고 생각해야겠다. 어차피 연이의 생식기능도 돌아왔고, 서령이도 있고. 남자는 뭐 칠순이 되더라도 건강하기만 하면 큰 문제 없을거고.
“일단 그놈들부터 족쳐놓고 생각하자.”
“빨리빨리 쓸어버리자.”
거 사람잡고 조직 박살내자는 이야기를 너무 해맑게 하시는거 아니요? 지금까지는 내가 두려움과 조바심에 길을 서둘렀다면 이제는 연이가 안정적인 가정을 위해 일행을 채찍질 할 생각인가 보다.
“아무래도 오라버니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된 것 같아.”
“그건 무슨 소리야?”
“아니, 화란이때까지는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는데, 서령이가 오라버니한테 덤벼드는걸 보고 말이야. 아, 서령이는 오라버니와 아이가 있는 가정을 꿈꿀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엄청 서러웠거든.”
아, 어쩐지 화란이랑 둘이 꽁냥거린것만 문제였다면 서령이한테 그렇게 모질게 할 필요는 없었는데, 린이까지 동원해서 조져놓더라니 기저에 그런 심리가 깔려 있었구나. 그렇네. 그때 만약 배란이 되었다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충 2주 좀 지났으니까…. 아다리가 맞네.
“다른 아이들도 지금 경지는 너만큼 되는거 아닌가?”
“으으음…. 린이가 조금 부족하지만 걔도 뭐 곧 되겠지. 어쨌든 반로환동까지는 했으니까!”
최근에 연이의 상태가 안좋고 짜증이 폭발했던건 아마도 21세기에서는 PMS로 잘 알려진 생리전 증후군이었던 것 같다. 생리통 정도야 연이정도의 고수라면 무시할 수는 있는정도의 고통일거고, 생리가 시작했으니 이제 지랄은 좀 덜하겠지. 앞으로는 짐에 면 생리대 같은 여성용품도 잘 챙겨 다녀야 겠다. 아, 서령이는 그럼 어쩌고 있는거지?
“서령이도 달거리를 할테니까 연이 네가 잘 챙겨줘.”
“응응! 내가 언제 시작할건지 물어볼테니까 그 후에 서령이도 빨리 안아줘.”
“그래 그건 맡길게.”
어차피 여자들간에도 서열은 필요한거고, 애초에 나를 이런 상황으로 이끌어 온 것도 연이니까 그냥 여자들 관리는 떠넘겨 버려야지. 그거 내가 하나하나 챙기고 있어봐야 모양만 빠진다.
“빨리 돌아가자 애들 기다리겠다.”
“자랑하고 싶은게 아니고?”
“그것도 쪼금?”
연이는 다시 생리를 시작한게 퍽이나 기쁜지 자랑하겠다는 속내를 감추지도 않았다. 으으음…. 그래도 화란이나 린이가 혹시나 질투를 해서 상태가 나빠지면 그것도 난감한데. 부디 적당히 자랑하고 적당히 부러워하기를 바랄뿐이다.
연이와 함께 경공을 펼쳐서 수레 근처로 되돌아왔다. 애들 기운이 땅 속에서 느껴지는걸 보면 토굴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서 주변을 둘러봤다. 뭔 토굴을 얼마나 크게 만들었길래 입구가 이렇게 멀어?
“저쪽이야 오라버니.”
“들어가자.”
연이도 금방 입구를 찾아내서 같이 토굴 안으로 들어왔다. 이건…. 토굴이 아니라 지하에다가 집을 만들었네.
“왜 이렇게 크게 만든거야?”
“아, 주인님, 오셨어요?”
“오셨네요. 너무 늦어서 멀리 가셨나 했는데. 언니는…. 다 풀렸구나?”
“헤헤.”
“나잇값좀 해요. 자꾸 그렇게 귀여운척 하지 말고.”
화란이가 연이에게 핀잔주는걸 한 귀로 들으며 실내를 둘러봤다. 이거 한 음…. 백평쯤 되려나. 내가 전생에 방문해 본 운동장같은 70평대 아파트보다는 훨씬 더 컸다.
“오래 머무를것 같아서 좀 크게 만들었어요.”
“오래?”
“아, 오라버니한테 이야기를 다 안했구나.”
“대체 두분이 어디가서 뭘 하고 오셨길래 그 이야기도 안했어요? 나참….”
“서령이는?”
서령이의 기운은 느껴지는데 애가 안 보여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기운이 여기보다 더 밑인가?
“서령이는 지금 영약을 흡수한 후 운기 중이에요.”
영약이라니? 그런게 있었나? 연이가 나한테 말하는걸 깜빡 잊었다며 말해준다. 아, 아까 둘이 소뢰음사에서 돌아왔을 때 린이가 들고 있던 보따리가 그거였었나 보다. 알뜰살뜰하게 털어왔나보네.
“소뢰음사에서 서령이가 먹을 수 있을만한건 싹 털어왔거든.”
“소뢰음사 애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애초에 음험한 계획을 만들고 있었으니까 그 모양이지.”
걔들 입장에선 나름 그래도 정당한 복수일지도 모르겠는데. 어쩌다 재수없게 걸려서는. 그것도 생리직전의 연이에게.
“이 밑에다가 또 공간을 만들었어?”
“아뇨, 그냥 지맥이 좋아서 파묻어놨어요.”
“아…. 그래.”
화란이와 린이가 잘했죠? 라는 뜻을 담아서 나를 쳐다본다. 대충 두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주변에 보이는 돌 위에 걸터 앉았다. 아이고 후달려.
“그러고보니 삼랑, 기도가 좀 바뀌셨네요?”
“맞아요. 주인님, 성취를 경하드립니다.”
“아냐, 딱히 그럴만큼 뭘 얻지도 않았어. 그냥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결정한 것 뿐이야.”
“그러면 엄청 큰걸 얻으신거죠. 삼랑께는 딱 그거 하나 부족했는데.”
팩트로 패기 있냐? 그렇게 답답하면 옆에서 말을 좀 해 주지.
“하여간, 그래서 내일까지는 기운을 다스려야 할 거에요.”
“뭘 무슨 영약을 얼마나 먹였길래 그래?”
“초식을 다 갈무리하고 나면 초절정의 초입쯤에 있게 될 거에요.”
초절정의 초입이라…. 해남검파에서도 수위를 다툴것 같은데 그러면. 입문한 지 몇년이나 되었다고 허…. 서령이 입장에서는 기연이구만. 이게 그런거지 고렙들이 먹다남은 찌끄러기만 던져줘도 뉴비는 광속으로 크는….
“그러려면 여기서 한 달 정도는 수련을 해야할거에요. 그래서 연이언니가 여길 좀 길게 쓸것 같다고 크게 파놓으라고 했죠."
“그런데, 어디 다쳤어요? 왠지 피냄새가….”
“아아…. 그거?”
“얘들아. 나 달거리 시작했어!”
거 조금 있다가 숨좀 돌리고 자랑을 하지.
“…네?”
“…뭐라구요?”
둘 다 숫처녀로 노망나기 전까지 솔로생활을 한 주제에 왜 저렇게 격한 반응이 오는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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