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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치매대응반-48화 (48/122)

〈 48화 〉 무림치매대응반 48

* * *

연이와 린이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중에 화란이가 앞으로 나서며 칼을 뽑아들었다.

“그냥 아까 그 땡중놈한테 물어보죠.”

“아! 그러면 되겠구나.”

“원래 의심스러우면 머리부터 조지시는 분이. 외당일 놓으셨다고 벌써 가물가물하세요?”

“야 너도 나이먹어봐라.”

아니 좀…. 그런 대사는 니들 나이가 확 느껴지니까 하지 말아라.

“내가 가서 물어 보고 올게. 니들은 오라버니랑 여기 있어. 린이너는 아직 저놈 죽이지 말고.”

“네 언니.”

연이는 통 하는 작은소리와 함께 제자리에서 꺼지듯이 사라졌다. 아마 아까 우리가 아까 있던 암자로 쳐들어가는 거겠지. 그리고 다시 시선을 린이에게 돌리려는데 털퍽 하는 소리와 함께 노라마와 연이가 다시 나타났다. 진짜 무슨 블링크 마법이라도 쓰는건가.

“생각해보니까 대질시키는게 낫겠어.”

“그러네요.”

“자,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판단할테니까 요새 니들 뭐 하고 사는지 읊어봐. 못봤으면 모를까 의심스러워서 그냥은 못 가겠다.”

노라마와 혈루색마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진동한다. 노라마는 손가락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바닥에 널부러진 혈루색마를 보고 사색이 되었다.

“사…. 살려만 주십시요….”

“아, 글쎄 들어보고 결정한다니까.”

“흠…. 보통 먼저 상세하게 말하는 쪽이 목숨을 부지할 확률이 높죠?”

화란이가 앞으로 한 걸음 나와 노라마와 혈루색마의 사이를 차단했다. 기막을 치는걸 보니 양쪽의 진술을 서로에게 들리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자, 시간아까우니까 빨리빨리 읊어. 점점 화가 나니까.”

연이의 으름장에 결국 노라마도 혈루색마도 모든것을 포기한 기색으로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그야말로 천재지변이다.

“아하…. 저놈의 흡정공을 쓰려고 했다는거지?”

“마을 처녀들을 잡아다가….”

“오…. 그럴싸해. 제법 설득력이 있어. 어떻게 나쁜짓은 이렇게 잘 생각을 해 낼까?”

“다 죽이죠 언니 그냥.”

“그럴까….”

두 악적의 진술을 요약하자면, 혈루색마의 흡정공을 이용하여 채음보양의 술로 내공의 씨앗을 만들고, 이곳 히말라야 산맥의 기운을 받은 영약을 잔뜩 먹여서 고수를 만든다음에, 그 고수를 ‘진천수라마강시’라는 소뢰음사 최고 비전으로 제조하여 중원에 드랍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냥 단순히 복수로. 중원을 정복하고 어쩌고 할 세력도 깜냥도 이제는 없고. 그냥 마지막 발악으로.

웃긴게 이걸 그냥 읊어놓은게 아니라, 노라마와 혈루색마가 서로의 치부를 교차로 깠다. 노라마는 혈루색마의 흡정공을 이용해 고수를 만들 요량이라고 했고, 혈루색마는 노라마가 영약을 모아 진천수라마강시를 제조하려 한다고 이야기 했다.

“거 봐 오라버니. 이거 좋게 좋게 이야기 해서는 안되는 놈들이라니까?”

“…그래. 그렇네.”

“뭐 이해는 해. 오라버니는 무림인 치고는 비교적 평탄한 인생을 살아온거니까. 그것도 복받은거야.”

정확히는 내가 그럴 자리를 피해서 살아온 거지만.

“오라버니는 화란이하고 서령이하고 먼저 내려가 있어. 나랑 린이가 정리하고 갈게.”

흠…. 아마 저 노라마와 혈루색마는 오늘 죽음을 면치 못하겠지. 연이와 린이 둘 다 살기를 띄우고 있었으니까. 내가 있으면 말릴거라 생각해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그냥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싶지 않은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연이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적당히 처리하고 얼른 와.”

“알았어 오라버니! 그저 나랑 떨어진다고 하면 불안해서는….”

“그래 불안하니까 빨리 와.”

“네에~!”

뭔 사고를 칠지 불안해서 그러지 나야. 여기서 더 칠 사고가 남아있긴 하겠냐마는. 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다. 만약 상황이 반대가 되었다면 저 노라마나 혈루색마 같은놈들은 멈추지 않을거다. 원래 나쁜놈들이 다 그러니까. 그리고 지금 저런 계획이 그대로 완성된다면 누군가는 죽을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썰어버리는게 낫다.

“가요 삼랑. 서령이도 먼저 내려가자.”

“네!”

연이와 린이가 제대로 깽판을 치는걸 봐서그런지 서령이가 군기가 바짝 들었다. 나는 노라마와 혈루색마를 향해 내생에는 그러고 살지 말라고 명복을 빌어주고 화란이와 함께 소뢰음사를 나왔다.

수풀에 감춰둔 공중수레로 다시 돌아와서 수레위에 걸터앉았다. 화란이와 토굴이라도 만들어둘까 했는데, 연이와 린이가 돌아오면 또 바로 이동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일단은 그냥 대기 했다.

“혹시라도, 연이언니와 린이를….”

“어? 아냐, 아냐. 그런 생각 안하니까 걱정하지 마. 그거때문에 나 내려보낸거야?”

“그런것 만은 아닐거에요.”

“상관없는데.”

“후후. 삼랑에게는 예쁜모습만 보여주고 싶으니까요.”

아니, 예쁜애들은 뭘 해도 예쁘다. 사람을 썰고 있어도 예쁠거다. 화란이의 허리춤을 끌어당겨 옆에 바싹 붙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서령이도…. 아. 서령이는 좀 떨어져 있다. 여기까지 오면서 제대로 몸을 섞을 타이밍을 못 잡아서 여전히 서령이는 좀 서먹한 것 같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챈듯 서령이가 얼굴을 붉히고는 시선을 피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야.

“저 봐, 저 봐. 사람이 어? 잠깐 틈난다고 말이야.”

“주인님은 혈기왕성한 나이니까요.”

아니라고 말을 했었는데…. 아, 뭐 신체나이는 이십대 불끈불끈하니까 그래 그렇다고 치자. 금방 온다고 하더니 진짜 금방왔다. 내가 화란이를 끌어안고 있는걸 보자마자 대뜸 볼을 부풀리고는 투덜거린다. 그래서 슬쩍 화란이 허리에 둘렀던 손을 풀었더니….

“그러면 또 화란이가 뭐가 돼!”

“아, 거 까탈시럽네.”

“오라버니가 줏대가 없는거거든?”

끌어안고 있으면 안고있다고 지랄, 풀면 풀었다고 지랄. 린이 성깔만 지랄맞은줄 알았더니 연이도 점점 편해지면서 원래 성격이 나오는것 같다.

“린아, 화란이랑 같이 서령이좀 부탁 해.”

“네 언니.”

“오라버니는 나랑 이야기 좀 하고.”

이야기 좀 하자그러면 뭐, 내가 쫄것 같냐. …사실 좀 쫄린다. 아까는 몰랐는데 린이가 뭔가 큼지막한 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화란이와 린이가 뭔가 이야기를 하더니 토굴 제작에 들어갔다. 아까 막 서두르길래 바로 이동할 줄 알았더니만. 연이가 옆으로 와서 내민 손을 잡고 수레옆을 벗어났다.

“무슨 이야기야. 요새 불만이 많아 보이는데.”

“그냥…. 둘이서 이야기한것도 좀 됐으니까.”

확실히. 해남에서도 둘만 있었던 시간은 없었고. 했던 이야기도 죄다 딱딱한 이야기들만 있었지.

“아니, 오라버니한테 뭘 보채는건 아냐. 하아…. 일단 아까 갔다 온 이야기부터 할게.”

“응.”

“치료법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응? 소뢰음사에서 뭘 얻었길래?”

“정확히는 소뢰음사가 아니고 혈루색마놈한테서 얻었지. 그놈이 가지고 있던 독문심공의 비급을 얻었어.”

무인이 독문무공의 비급을 털렸을 정도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구나.

“죽이진 않았어. 차라리 죽는게 나을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그 비급의 심공중에 흡정공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그걸 오라버니의 심공과 잘 접목 시키면 치료법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

“그거 굉장하네….”

“뭔 남일처럼 이야기 하고 있어. 제일 처음 익혀야 할 사람은 오라버니인데.”

“거의 새로운 심공을 창안하는 수준 아냐?”

“무공이 별건가. 어차피 지금 우리가 익힌 무공들도 결국에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발전시켜 온 거야. 물론 원전을 토씨하나 틀림없이 받들어야 한다는 머저리들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안해.”

“치료법…. 이라고 이야길 하는걸 보면 이건 다른 사람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수준인가봐?”

“오라버니의 ‘천지음양명암한온환원공’의 운용식을 일부 공개해야 해서 아버님이나 아주버님의 동의가 필요하긴 할테지만, 아마도 가능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제갈세가놈들의 잔머리를 빌리는것도 좋겠지. 그치들이라면 깔끔하게 정리해 줄테니까.”

“물론 제갈 세가가 의문의 암약세력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암약세력이라도 상관없을걸. 어쨌거나 치료법을 정립했다는 명분은 가져가게 되고 발언권이 강해질테니까.”

말을 듣고 보니 그렇네.

“사천에서 무영신투를 만나는거와 별개로 치료법이 완성되면 바로 전파해야지.”

“위험하지 않을까?”

분명 지금 우리의 행방을 쫓고 있는 무리들 중에는 암중세력도 반드시 있을거다. 수십년을 이어온 계획이 슬슬 빠그러지게 생겼으니까. 그런 놈들이 정정당당하게 정면에서 접근할 것 같지는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를 묻으려고 들텐데 치료법을 만천하에 까버리면 거품을 물고 달려들게 뻔하다.

“하아…. 그것도 말인데. 오라버니.”

“응?”

“나야 그래, 당사자라고 쳐. 직접적으로 당했으니까. 그런데 오라버니는 대체 무슨 생각이야?”

“뭐가?”

“어떻게 하고 싶은건지 알 수가 없어. 내일이 오라버니의 일이라거나 그런 소리는 집어치우고.”

그러게. 나는 뭘 위해서 이걸 해결하겠답시고 얘들하고 같이 이러고 다니는 걸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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