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무림치매대응반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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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각이 봉문상태였던건 그 전이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반로환동에 생사경이라니 그거야 뭐 제법 사실에 근접했다고 하더라도….
“지양(??)회도 십수년 만에 정보선을 다시 짜고 있는 지경입니다. 지양회 내부에서 누님이 검각과 연관이 있는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 검후와 같이 움직이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대체 왜 그렇게 대놓고 날뛴겁니까?”
검후…. 린이가 문제였다. 역시, 처음부터 린이를…. 아이고 두야. 사과하고 오라고 등떠밀어 보낸게 이런 결과가 될 줄이야. 잘 정리하고 왔다더니 화란이도 같이 날뛴 모양이다.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었네…. 하여간 대체 어디까지 알려진겐가?”
지양회, 그러니까 이게 소위말하는 하오문에 가장 가까운 조직이었다. 딱히 뭔가 소속감을 강조하고 그런 조직체는 아니고, 그냥 밑바닥 인생들끼리 서로 알음알음 정보도 주고 받고 도울일 있으면 돕고. 지방 관리들 바뀌면 취향도 공유하고. 어쨌든, 정보조직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림맹 남경지부로 들어가지 않은 노망난 고수들의 동태는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했다.
왜 파악을 하냐면, 정 사 할 것 없이 노망이 나니까, 노망이 나는 타이밍에 따라서 문파들끼리 붙어버리는 사태를 미리 알기 위해서. 우리 전술핵은 괜찮은데 옆집 전술핵은 고장났다면 상호확증파괴가 불가능하게 된 거니까. 보통 그렇게 일정 규모 이상의 문파들끼리 붙어서 큰 싸움이 나면 등 터지는건 밑바닥 인생들이니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칼부림하고 있는데 일거리 없냐고 찾아갔다가 칼침 맞으면 없이 사는것도 억울한데 치료비까지 나온다.
검각의 경우도 보타암과 붙어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주변에선 영향력이 있는 문파니까, 특히 여자들만 모여있는 신비문파라는 특성상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세력이 늘 상존하기에 항상 감시망에 넣어두고 있는데…. 노망이 난 검후가 어느날 갑자기 경지를 올리고 회복을 했다는 소문이 돌아버린거다. 누가 낸 줄은 모르지만.
우리가 거기에서 검후를 데리고 나올때는 반로환동을 하긴 했지만 기억도 잃은 상태였으니까 소문이 난다거나 하는 일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딱히 함구해 달라고 할 필요도 없었고, 검각에서도 기록말살형에 처할 기세여서. 그런데 그 뒤에 내가 사과하라고 보냈더니 팽팽한 얼굴로 나는 반로환동 했지롱, 젊어졌지롱, 노망도 피해갔지롱 하면서 검각을 싹 뒤집어 엎어버렸으니, 소문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여간 그래서, 지금까지 전혀 희망이 보이지 않던 고수들의 노망이 경지를 끌어올려서 돌파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제시된 상태. 당연히 온 무림이 노망난 고수의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이게 핫한 이슈가 아닐수가 없다. 거기다 치료행위를 한 것 같다는, 검후와 함께 사라진 일행의 존재까지. 우리가 공중수레를 통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이동하지 않았다면 아마 중간쯤에 큰 곤란을 겪었을 수도 있겠다.
“정보의 진위부터 시작해서 지금 온 무림이 난리도 아니요 누님.”
“난줄은 어떻게 알고?”
“그 지랄맞은 검후가 누군가와 같이 사라졌는데….”
“그런데?”
“두어달 전에 진룡회주가 바뀌었단 말이지요….”
“끄으으응….”
“아, 누님이 검각이랑 관련되어 있다는걸 아는 사람 자체가 많이는 없으니까 아직 뭐 공론화가 될 지경은 아닐겁니다.”
“내 부고를 받지 못하였느냐?”
“부고는 무슨. 그냥 바뀌었다고만 왔소. 어찌되었는지 궁금은 했지만 누님이 노망이 났다고 들었으니까 그러려니 했지 그때는.”
이거, 아무래도 보통일이 아니게 된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마구 드는데.
“지양회에서 검후를 추적하라고 내려온게 어제요. 우리야 무림뿐만이 아니라 관아와도 연관이 있으니 하는 이야기지만, 노망난 부모를 모시고 있는 고관대작들도 난리가 났답디다.”
21세기 현대에서 치매 치료제가 발견이 되더라도 온 세계가 아우성일텐데. 여기라고 딱히 덜하진 않을거다. 으으음….
“하여간, 누님이 이미 움직이고 계시는걸 확인했으니 되었소. 무슨수로 거기서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 필요도 없겠지. 무영문에는 확실히 전달할테니 걱정마시오.”
“고맙네.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무얼, 만복패를 돌려받고 무영문에 연락한 번 넣어주면 남는 장사지.”
“이만 가요, 삼랑. 빨리 움직여야겠네요.”
“그래야 겠네…요.”
“아잇, 정말.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요. 이게 다 너때문이야.”
“허, 그 나이먹고 그러고 싶소? 소협. 살펴가시게. 언제든 만복회의 도움이 필요하면 남녕으로 오시고.”
핑 하는 소리와 함께 뭐가 얼굴로 날아들어서 반사적으로 받아 들었다. 두꺼비 패다. 이거 아까 화란이한테 받은거 아닌가?
“그게 있으면 나중에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겠지. 별거 아닐세.”
“감사히 받아두겠습니다. 그럼.”
옆에서 열심히 재촉중인 화란이와 함께 작별인사를 하고 뒤돌아나왔다. 남녕에서 더 볼일은 없으니까 빠르게 걸어서 도심을 벗어난 후 경공을 써서 토굴로 복귀했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어서와 오라버니. 갔던일은 잘 됐어?”
“그게 문제가 아니야 일단 앉아봐.”
“큰일이에요 언니.”
“왜? 무슨 일인데?”
만일을 위해 밖에서 주변을 한 번 살피고 들어온 화란이도 호들갑을 떨며 자리에 앉았다.
“우리 행적이 노출됐어.”
“그게 무슨 소리야 오라버니?”
만복회에서 얻어듣고 온 이야기를 화란이와 함께 풀어놨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점점 더 심각하게 상황이 와 닿는다. 이쯤되면 린이는 거의 인간장보도 취급일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저두요….”
이야기가 다 끝난 후, 화란이와 린이는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다. 서령이는 아직 상황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것 같고, 연이는 그저 한숨만 푹푹 내 쉬었다.
“화란이 너는 왜 그랬어?”
같이 날뛴 정황이 거의 확실시 되자 연이가 물었다.
“그, 다들, 린이가 저자세로 나간다고 선을 넘어서요. 아무리 그래도 존장에 대한 예우라는게 있는데.”
“아니, 아니에요. 다 저때문이에요. 화란언니는 아무 잘못 없어요. 제가 더 참았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직접 그 자리에서 본게 아니니 뭐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됐어. 이미 벌어진 일인데 여기서 이야기 해 본들. 연아. 어차피 서장은 빨리 가려고 했던거니까 서장으로 넘어가자.”
“…주인님. 지금 소문이 난건 어디까지나 저에대한 내용이니까…. 제가 다른곳으로 움직여서 시선을 끌게요.”
“뭐?”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까요….”
으으으음…. 틀린 말은 아니다. 검후가 노망에서 벗어났다. 경지가 올랐다. 반로환동했다. 결국 그게 주요 토픽이긴 하니까.
“어떻게 할거야 오라버니. 오라버니 결정에 따를게.”
“보내주세요 주인님.”
“…린아.”
보내달라는 린이와, 안쓰러운 눈빛으로 린이의 손을 붙잡으며 다독이는 화란이까지. 뭔 애초에 선택지에도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
“나 시험하냐? 린이도 내 여자야. 내가 사과하러 가라고 등떠밀어 보낸게 원인이기도 하니까, 미안하지만 다 같이 책임을 져야겠다. 서령이만 억울하겠네.”
“아니, 아니야 삼아.”
“당장은 끌려오듯이 따라와서 어색하겠지만 조금 참아 봐. 어쨌든 연아. 린이를 따로 보낸다는건 생각할 가치도 없으니까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
“…응. 고마워.”
“린이를 안 보낸다니까 니가 왜 고맙냐.”
린이가 내 여자라니까 연이가 더 좋아한다. 나 참. 쓸데없이 상황이 급박해진것만 아니면 따로 좀 봐서 풀어줄텐데 서장 가는길에 쉬게 되면 따로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서령이도 따로 이야기 좀 해야될것 같고.
“그리고 어차피 검후를 치료한 일행에 대해서도 말이 나오고 있다니까 린이가 따로 움직인다고 해도 시간문제야. 차라리 서장이든 어디든 닥치는대로 단서를 찾아서 공개할 수 있는 치료법을 찾는게 더 빠르다고 생각해.”
“응. 그건 나도 오라버니 말에 동의해.”
“그래놓고는, 뭘 린이를 보내니 마니 날 더러 결정하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됐다니까.”
솔직히 린이 얼굴을 보면 속에서 열불이 치밀어 오르긴 하는데, 아까 이야기 했듯이 내가 안간다는 애를 떠밀어서 사과하라고 보낸것도 있고. 미우나 고우나 같이 가기로 했는데 어쩌겠냐 하는 생각도 있고. 앞으로는 사고 안 치겠지? 안 그래야 할텐데.
“자, 일단은 지금 우리 일행에 검후가 있다는걸 아는건 만복회밖에 없으니까 당장 뭐가 들이닥치지는 않겠지만 빨리 움직이자. 설마 서장으로 갔을거라고는 생각 못할거야.”
공중수레는 흔적도 남기지 않으니까. 만에하나 만복회주가 통수를 친다고 해도 시간은 벌 수 있을거다. 서장에 있을때는 그렇다 치고, 무영신투와 접선하기 위해 사천으로 들어가는게 새어 나갔을 경우가 좀 골치아플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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