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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치매대응반-23화 (23/122)

〈 23화 〉 무림치매대응반 23

* * *

“검후가 아니라 소검후야. 아직 스승님이 멀쩡하신데. 그나저나 화란언니, 정인이라니?”

“말 그대로 정인이에요 린.”

“저게?”

아니 좀 사람한테 이거라느니 저거라느니.

“어린것이 싹퉁머리가 노랗구나.”

“뭐? 그쪽은 뭐 얼마나 나이를…. 제일매화아냐?”

“어머, 알아보는구나?”

“저번에 무림맹 비무대회때 봤잖아?”

음. 이거 대체 몇년쯤 전으로 돌아간거야? 너끈하게 50년쯤 전 인것 같은데. 종리연이 싸가지는 개나준 모용린의 말투에 발끈하고 나섰다가 자기를 알아보는 눈치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해해요 삼랑. 린이는 좀, 남자들에게 공포심을 가지고 있어요.”

“공포심이라니 언니! 혐오스러운거지!”

아, 검후께서는 남혐종자셨구나.

“아! 몰라! 하여간, 왜 나더러 검각에서 나가라는거지? 나는 소검후인데?”

“린, 진정해요.”

“모르겠다구 전혀어!”

발로 땅바닥을 찬다. 뻐억 하는 소리와 함께 제법 큰 사이즈의 돌쪼가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니 무슨 투정부리듯이 발길질 한 번 하는것도 저 모양인지.

“하아…. 짜증나.”

나도 짜증난다 이년아. 진짜 성격이 저런거면 좀 피곤하겠는데. 아이고 두야.

“저거 기억이라도 좀 어떻게 안되겠냐?”

종리연과 초화란을 돌아보며 물었다. 남혐종자라고 해도 70근처의 노친네 정신으로 돌아오면 그래도 사회적인 체면이라는걸 생각하는 나이니까 대놓고 지랄은 좀 덜하는거 아닐까. 저 나이에 맞게 기억이 짤린게 아니라 무슨 반항기 청소년 마냥 승질을 부리고 있으니까 차라리 그게 낫겠다 싶었다.

“아, 오라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화란아.”

“네 언니.”

“오라버니 오늘 내공을 끌어올리셨어.”

“어머, 정말요?”

“응. 빨리 정리 해야 할 것 같아.”

뭘 정리해 또? 내가 내공을 돌린게 뭔 큰일이라고? 아, 그러고 보니 연이가 이따보자고 했던 것도 같은데.

“언니 토굴부터 파요.”

“알았어.”

“검각에서 내려온지 얼마나 됐다고 또 토굴이야!”

“오라버니는 가만히 있어.”

안돼! 토굴 멈춰!

“쓰읍….”

오랜만에 나왔다. 연이의 쓰읍….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어야지 내가 무슨 힘이 있나. 결국 잠깐 앗 하는 사이에 토굴은 완성되었고, 얌전히 토굴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이게 뭐하는거야 화란언니? 이거랑 여기 같이 있어야 해?”

모용린이 토굴 안으로 따라 들어오면서 먼저 들어와 앉아 있는 나를 보고 투덜거렸다. 오늘따라 유독 꼼꼼하게 토굴 바깥쪽을 처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 종리연과 초화란이 뒤따라 들어오며 등잔에 불을 피웠다.

“얘는 잠깐 재워 놓을까?”

“그러시죠.”

­ 퍽!

“아니 그걸 그렇게 세게….”

“말 하는게 짜증나잖아."

재우자는 말이 나오자 마자 연이는 모용린의 뒷목을 후려쳐서 기절시켰다. 죽은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력한 일수였다. 나도 좀 짜증난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뜬금없이 동정심이 생길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래서, 하자는 이야기가 뭔데?”

“오라버니, 일단 옷 벗고 누워봐. 화란아 이불.”

“네.”

꽉꽉 압축된 등짐속에서 푹신한 이불을 꺼내 바닥에 펼치고 그 위로 올라가 앉았다. 아, 옷 벗으라고 했지.

“옷은 왜 벗어?”

“필요하니까 그렇지. 잠깐만. 우리도 벗자.”

뒤이어 종리연과 초화란도 옷을 벗고 내 옆으로 들러 붙었다. 남경에서 나설때는 초겨울이었는데. 이제는 이러고 있으면 입김이 술술 나올정도로 추운 시기가 되어서 두 사람의 체온이 더욱 반가웠다. 내 피부에 소름이 돋은걸 봤는지 종리연이 손을 저어 토굴안의 공기를 덥혀 주었다. 이제 좀 살것같다.

“우리가 느긋하게 움직인 동안 오라버니를 벌모세수(????)시키고 있었어.”

“삼랑께서는 조바심을 내셨지만요.”

벌모세수라. 그거 어린애들한테만 하는거 아니었나?

“지금 내 나이에도 효과가 있나?”

“음, 오라버니 같은 경우는 수련하신 내공덕분인지 의외로 몸에 탁기가 없더라구요.”

“맞아요. 혈도도 어지간한 절정고수들 보다 튼튼하고요.”

치료를 하면서 나를 통해 내공을 뻥튀기 해보니 싹수가 보였단다. 초식이랄것도 없고 깨달음을 가지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생사현관을 뚫어놓으면 뭐라도 하겠지 싶어서.

“그 이유만이 아니라, 내공으로 반탄강기정도만 만들어도 훨씬 안전하니까.”

이게 그, 결국에는 무술과 병행한 내공심법의 공부로 경지를 하나하나 쌓아 올려가야 하는건데, 나는 그게 지금 많이 뒤틀려있는 상태다. 이래도 되나 싶긴하지만 노고수 두 분이 함께 해 주시니까.

“노고수 아니에욧!”

“어, 그럼 초고수.”

“노(?)자좀 빼버려요! 정말. 삼랑의 기억을 없애버려야 하는건데.”

“그러게 말이야.”

다 벗고 나긋나긋하게 들러붙어서 그런 살벌한 소리 좀 하지 마라. 아무튼, 종리연의 이야기로는 현재 내가 익히고 있는 심법이 상당한 고급의 심법이며 명문대파에서 후기지수를 양산하기위한, 내 식대로 표현하자면 버스타기에 최적화된 내공심법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기초 과정에서 쌓이는 내공은 거의 없지만, 혈도를 확장하고 튼튼하게 다지는 효과가 있고 탁기를 배출하여 쌓이지 않게 하며 그 과정에서 정순한 기운만이 모이도록 하여 후에 대성을 하게 되면 적어도 내공의 운용 측면에서는 적수가 없을 만 한 심공이라고 하였다. 아,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종리연의 추측이고.

버스타기 최적화되어있다는 건, 외부에서 고수들이 격체전공의 형식으로 내공을 쏟아부어주게 되면 정순한 내공으로 바꾸어 저장했다가 내보내는 과정에서 점점 나의 내공이 늘어나는 부분이다.

“아무튼 그래서, 가급적 외부의 방해가 있을 수 없고 지기(??)가 강한 곳에서 삼랑을 천천히 벌모세수 시킨거에요.”

“오라버니가 내공을 끌어올려 검후의 일격을 막아낼 만큼 기운이 커졌으니 오늘 생사현관을 타통시킬거야.”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건가?”

“저희만 믿으세요.”

“맞아 오라버니. 우리만 믿으면 되는거야.”

일단 양쪽에서 풍겨오는 살내음에 하초가 불뚝불뚝 일어서는것 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데. 건강한 20대의 몸인 나는 양쪽에서 생가슴으로 이렇게 어깨를 눌러 오면 도통 참을 수가 없어진다.

“우리도 그동안 많이 참았거든?”

“조금만 기다려요 삼랑.”

“가부좌를 튼다거나 그럴 필요는 없어?”

“오라버니는 누워서도 운기 하시잖아요?”

그렇다. 내가 익히고 있는 심공은 무협소설의 주인공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세에 관계없이 운기가 가능한 특성을 갖추고 있다. 사실 그래서 어릴때는 와 이거 기연 한방이면 끝나는거 아냐?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고수들의 쩔이 필요한 심공이었을 줄이야.

“시작할게요.”

“눈 감고 있어.”

오른쪽팔을 타고 종리연의 기운이 밀려온다. 뭔가 알 수 없이 포근하면서도 언제든 엄한 표정이 될 수 있는 그런 기운이다. 누운 상태에서 내 혈도를 타고 천천히 돌고 있는 내공의 등을 떠밀듯이 부드럽게 섞여서 가속한다. 손끝에서 시작해 온 몸을 일주하고 다시 돌아올 때 쯤 왼쪽팔에서 초화란의 기운도 들어왔다. 차갑고 날카롭지만 맨손으로 만질때는 베이지 않는 칼같은 느낌이다. 내 내공과 종리연의 기운을 앞에서 끌듯이 끼어들어 폭발적으로 가속한다.

“끄으으응….”

“입 열지 마 오라버니.”

“잠깐만 참아요.”

나는 몸 안이 화끈해졌다가 시려졌다가 정신이 없는데, 두 사람은 내 가슴을 천천히 어루만지면서 말 할 정신까지 있나보다. 그래도 그 손길에 마음이 한결 안정되면서 찢어질 듯 확장된 혈도가 몸안의 기운을 받아내고 휘감아 돌렸다. 두 사람이 내 가슴에 올려놓은 손바닥에서 살짝 땀이 나는것이 느껴진다. 아 이제 시도하려고 하는구나.

“오라버니!”

“버티세요!”

몸안을 도는 세 덩어리의 기운이 이제는 확실하게 뒤섞인 상태가 되어 기해혈에서 위 아래로 갈라졌다 하나는 임맥을 타고 내달리고, 다른 하나는 독맥을 따라 달음질쳤다. 그리고는 그대로 내 머리 위로. 이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찰나의 순간이었다. 내가 내 혈도에서 날뛰는 기운들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뿐이지.

­ 꽈앙!

어윽…. 입에서 절로 비명이 터져나오려다가 말았다. 가뜩이나 쩔받는것도 쪽팔리는데 여기서 신음소리라도 내면 약해 보일 것 같아서. 원래 사람이 쪽팔리면 통증이고 뭐고 모르는거 아닌가.

“한 번 더!”

“네!”

­ 꽈앙!

무슨 보신각 종치는 퍼포먼스도 아니고. 두 가닥의 기운이 백회혈을 사이에 두고 강하게 충돌했다. 머릿속에 폭탄터지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정신을 못차리는 동안 한 번 더 꽝 하고 터진다. 세번, 네번 이를 악물고 버티는 중에 이윽고 생사현관이라는 두터운 장막이 허물어지며 두 기운이 재회했다. 그대로 한 덩어리의 기운으로 합쳐지면서 머릿속이 씻어내린듯 시원해 졌다. 머리를 반으로 갈라서 뇌를 물에 씻으면 이런 기분인걸까?

“오라버니! 운기를!”

“어서요!”

이게 단전쪽을 말하는게 아니라는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머릿속에서 흩어져 내리듯이 퍼져나가는 기운들을 잽싸게 힘을 주고 다시 끌어 모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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