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무림치매대응반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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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특성과 맞물려 지 스스로 뇌 속으로 파고드는데, 뇌에다가 무지막지하게 내공을 쏟아부을수는 없으니 최대한 세밀하게 콘트롤 하는거에 집중해서 간신히 더 파고들지는 못하게 잡아 끄는 정도까지만 가능했다고 한다.
“오라버니의 기운은 그런 안 좋은 기운들까지 모두 달라붙게 만드는 정순함이 있어. 뇌호혈이건 백회건 마구 휘돌려도 혈이 다치지도 않아.”
“그래? 나도 몰랐던 사실이네.”
“그래서 본가에 가면 해본을 보자는거야. 아, 물론 오라버니가 보여줘도 괜찮다면 말이지만.”
“그건 뭐, 아버지나 형님이 결정하실 일 같은데 문제는 없을거야.”
동네 꼬맹이한테도 보여주는 책이니까.
“그리고 오라버니와 처음 몸을 섞었을 때 느낀거지만 오라버니의 기운과 섞이게 되면 내 기운도 잠시나마 닮게 되더라고. 혹시나 싶어서 치료할 때 옆에 있어 달라고 했던게 그것때문이었어.”
즉슨, 내 기운의 특성을 빌려서 초화란의 뇌 속에 있는 독기를 싹 빨아들이고 청소했다는 거 같다. 뭐 종리연같은 고수가 그렇다면 그런거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정신을 차렸던것도 오라버니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 욕창 생기지 말라고 자주 주물러 주기도 했었고 그, 음. 대 소변을 받아내고 씻겨줄 때에도 접촉을 많이 했으니까.”
“고작 그걸로?”
“그만큼, 오라버니가 가지고 있는 내공이 양은 적어도 극한의 정순함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내가 노망이나서도 본능적으로 오라버니만 찾아댔던거지 그래서.”
으으음…. 하긴 내가 담당했던 고수들중에서도 단연 종리연이 최고였긴 하지. 다른 고수들은 내 손에 왔을때 이미 다 망가져서 그런 감도를 못 느꼈다거나…. 흐음.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가능할법한 이야기다. 애초에 말이 되는걸로 따지자면 현대인의 기억도 가지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여전히 좀 내공 자체가 말이 되냐 싶긴 하지만.
“정작 나는 내공이 도통 쌓이질 않아서 환장하겠지만.”
“나 있으니까 괜찮아. 안떨어질거니까.”
나한테 몸을 푹 기대오는 종리연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쥐고 볼을 비볐다. 음. 속에 든게 할머니라도 맛만…. 음…. 아, 판정 애매하네 이거.
“크흠. 두 분 사이가 좋으신건 알겠는데, 그래서 저는 왜….”
“응?”
“왜 치료한 겁니까?”
아, 그러게. 너무나 의식의 흐름같은 전개라서 까먹고 있었는데. 종리연이 초화란의 상태를 보고 치료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건 기억난다만, 왜…치료했지?
“어…. 그냥? 어허! 흥분하지말고.”
“후우…. 제대로 설명해 주시지요.”
“아니 그게 진짜…. 반쯤은 그냥이 맞긴 맞는데….”
진짜로. 애초에 소주에 왔던게 하오문에 줄이 살아 있나 보러 왔다가 초화란의 상태를 보고. 음. 진짜 그냥이네. 종리연 본인도 자각을 했는지, 천막안에 정적이 맴돌았다. 그러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초화란이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허, 이보시오 소협. 당주께서 저한테 상황파악을 다 하기전에는 입을 섣불리 놀리지 말라고 한 것이 언제인줄 아시오?”
“언제입니까?”
“바로, 본인이! 이렇게! 생각없이 사고를 치고 나서요!”
“이년이? 내가 언제!”
“이년저년 하지 마시오. 나도 곧 칠순이요! 어찌 그리 몇년 못 봤는데도 나이를 먹고 변한게 없습니까?”
음. 초화란의 마음을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좀 그렇다고 느끼고 있었으니까.
“아니, 나는 이게 그…. 독이니까. 혹시 진룡회쪽에서 뭐 알고 있는 소문이라도 있을까 싶어서 찾아갔지. 너도 생각나고.”
“그렇다고 사람을 다짜고짜….”
“다짜고짜 뭐? 듣다보니까 이상하네? 곧 죽을걸 살려놨더니?”
“누가 살려달라고 했습니까. 하아…. 그러면 그냥 치료만 하지 반로환동은 왜….”
“그게 내 마음대로 될 거 같냐? 어? 젊어졌으면 좋은거지! 너 환갑때 피부 처진다고 질질 짰으면서!”
“그거는…. 아니 그래도 나이에 맞는 그, 그게 있는거 아닙니까? 하아…대체 또 얼마나 살아야 한단 말입니까?”
“몰라 나도. 오지게 오래 살거야. 아 그래서 죽을거야? 그냥? 어? 죽여줘?”
한 마디 할때 마다 내 골이 뎅뎅 울리는 느낌이다. 둘다 칠순근처라는 뇐네들이 뭐 이렇게 동네 코쟁이들 드잡이하는거 마냥 떽떽거리는지.
“하아, 모질고 모진 인생이로고….”
“지랄.”
“그래, 그러면 내가 다 치료되려면 해야 할 것이 뭡니까?”
“살고는 싶은갑다? 어?”
“커흠. 기왕 산 목숨.”
“오라버니랑 합궁을 하면 돼.”
예?
“예?”
아 이건 나 아니다. 초화란이다.
“그건 또 무슨 얼토당토….”
“그래 그건 좀 아닌것 같은데.”
“아니, 미안하지만 두 사람의 의견은 관계가 없어. 아 정 하고 싶지 않으면 그냥 화란이가 죽으면 돼.”
야. 이지선다 오진다. 이게 무슨 답정너야.
“허허, 당주하고 저하고 한 지아비를 모시자는 이야기요?”
“지아비로 모실지 말지는 네 결정이고.”
“어찌 아녀자의 몸으로 그리 쉽게….”
“아 그래서 죽을거야 말거야?”
“끄으응….”
사람의 생존본능이란 참. 젊어지기까지 했겠다. 막상 얼마나 더 살아야 되는 거냐며 투덜거리던 초화란도 그냥 죽으라는 말에는 또 고민이 되나보다. 사람이라면 당연한거겠지.
“연아.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거야?”
“전적으로!”
“전적으로?”
“내 실수야. 다음에 하면 잘 할 수 있어.”
이 미친짓을 다음에 또 하겠다고? 아서라. 그건 좀 아닌것 같다. 근데 그렇다는 이야기는 혹시 종리연이 나랑 몸을 섞은것도 독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무슨 실수?”
“나는 내 스스로 지금의 경지를 깨우쳐서 뚫어냈기때문에 오라버니와 조금 붙어 있는 것 만으로 충분히 활동할 수 있었어. 그 좀. 에잇.”
뜬금없이 말 하다가 격렬하게 입을 맞춰온다. 나는 얼결에 종리연의 허리를 끌어안고 혀가 오가는 강렬한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해독하려고 오라버니랑 그랬던건 아니니까 의심하지 마. 알았지?”
“허흠. 딱히 의심을 한 건 아닌데. 하여간 그래서?”
“아니긴. 얼굴에 다 티가 나는데. 그래서 계산을 잘 못 했어. 조금 더 확실하게 기운으로 붙들고 있어야 하는데 화란이의 몸 속에는 독기운이 남아 있어. 아직 내공도 못 쓰잖아.”
듣고 보니 그렇네. 종리연은 회복하고 나서 바로 날아 다녔는데. 초화란은 아직도 기운빠진 모습이다. 얼굴도 좀 파리한것 같고. 아, 그건 밤이라서 그런가.
“그래서 오라버니와 몸을 섞는 동안에 내가 옆에서 운기를 도와주면, 몸 안에 있는 독기까지 싹 빠져나올거라는 말이지.”
“으으음…. 그걸 안하고는 못하는 건가?”
“독이 머릿속으로 마구 파고들어가 있는 상황이라 좀 힘들어. 솔직히 내가 오라버니의 기운을 다시 뒤집어쓴다고 해서 반응을 할지도 모르겠고.”
독기운이라는게 무슨 AI가 달린 나노머신이라도 되는건가. 그런것도 다 되고. 아무리 기운이니 내공이니로 퉁 친다지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지금 생각나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아마 며칠 지나지 않아 독기는 다시 증식할테고, 그러면 모처럼 회춘한 보람도 없이 화란이는 저 팽팽한 몸으로 노망난 상태가 될거야.”
어우 그건 좀 끔찍한데. 그 상태에서 내공도 못 쓴다면 그냥 시골에서 공용으로 쓰는 동네미친년 꼴이 되는거 아닌가.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거야. 확실히 알았거든.”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쓰고 너무한 거 아니요.”
“살았으면 된 거 아냐?”
으음…. 지금 발언은 내가 초화란이면 때렸다. 우리 연이. 당대에 당할 고수가 없었다더니 승질머리도 뭣 같았겠구나.
“하여간, 나도 네 목숨이 달린게 아니면 오라버니한테 이런 이야기 꺼내지도 않았어. 그냥 한 두달 걸린다고 해도 내가 처리하고 말았을거야. 나라고 지금…. 마음이 편한게 아니란 말야.”
입술을 삐죽거리는 종리연을 일단 한 번 더 꽉 끌어 안았다.
“내가 실수한 부분이라서 가만히 있는거지 어? 화란이 너는….”
“아니, 제가 당주께 살려달라고 빌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이것때문에 진룡객잔에서 여기로 날아 오는 동안 누가 더 예쁜지 툴툴거렸던 거구만? 나 참.
“몸만 어려진게 아니라, 아니지. 원래 나잇값을 못하셨으니 몸이 정신 따라 간것인가? 허.”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아니요, 아니외다. 그래 소협. 소협은 어떠시오?”
“어떻고 말고를 떠나서….”
“그래도, 본녀가 제법 소주 청루의 기녀중에서는 유명했단 말입니다.”
“예?”
기녀 출신이셨구나. 아, 하긴 하오문 쪽이면 직렬이 그쪽이시겠네. 초화란은 자세를 바로하여 무릎을 꿇고 허리를 쭉 펴고 앉더니 앞섶을 여몄던 펑퍼짐한 상의를 느긋하게 벗어 옆에다가 잘 개어 놓았다. 천막 밖에서 스며드는 달빛이 은은하게 초화란의 나신을 비추어 한층 더 고혹적인 자태를 만들어 낸다. 과연 기녀출신 답게 분위기를 잡고 앉으니 공기부터 바뀐다.
“이 나이를 먹고서도 여자는 여자라고, 명줄이 달렸다 하나 소협께서 해야만 하여 한다 하면 이 초화란이 발 밑에 앞다투어 몸을 던졌던 영웅호걸들이 땅을치고 통곡을 할 것입니다.”
“계집애 꼴에 기생이라고 혀에 꿀이라도 바른 것 같구나.”
“당주는 가만히 계십시요. 어디 조강지처를 두고 기루에 드나드는 이가 한둘이랍니까. 투기할 일도 아닙니다.”
“투기는 무슨. 다 너 살리려고 하는 거거든?”
“당주의 호의를 무색하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천녀의 작은 바램이라고 하지요.”
아, 뭐. 이해는 간다. 나만 해도 종리연이 필요에 의해서 나랑 몸을 섞은게 아닐까 생각하는 순간에 뇌정지가 올 뻔 했으니까. 나이야 어쨌건 소녀의 방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
“칠십평생에, 이런 날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죽다 살아나서야 머리를 올리게 되는군요. 이 또한 기생의 모진팔자라면 그럴 것입니다.”
머리를 올린다니. 헐. 설마 지금까지 남자경험이 없었단 이야긴가? 기생인데?
“모실만 한 이가 있다면 모를까, 진룡회의 청루가 그리 녹록한 곳은 아니지요.”
“아 예…. 뭐.”
대충 청루에서는 몸을 안 파니까 그런 일 없었다. 뭐 그런 이야기 같다.
“보아 줄 이 없어도 잘 가꾸었다 자신하는데, 하여, 영웅께서는 어찌 천녀의 이 몸이 탐이 나시옵니까?”
침이 꿀꺽 넘어간다.왠지 모르게 종리연의 눈치가 보였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진짜로. 불가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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