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무림치매대응반 14
* * *
“으악!”
어떻게 마님을 뒤에서 붙들어 세우긴 했는데 나한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 치면서 마님의 칼이 내 여기저기를 긁었다. 스으윽 하고 살이 갈라지는 감각과 함께 피가 베어나오는지 질척해지기 시작한다. 당장 통증은 심하지 않았지만 오래 버티진 못 할거다. 빨리 손을 쳐서….
탱그랑
앗싸. 성공적으로 칼을 떨어트렸다. 마님이 바닥에 떨어진 칼을 줍기위해 몸을 굽히는걸 보고 칼을 발로 깠다. 탱 소리와 함께 칼이 방구석으로 굴러갔다. 뒤이어지는 마님의 죽빵 공격. 상체를 숙여서 피했다 싶었는데 눈 앞으로 무릎팍이 날아들었다. 다시 회피. 구르고. 마님. 박투술에도 소질이 있으셨구나. 내공을 쓰기 힘들다고 해도 무술 유단자와 맞다이를 놓는거랑 비슷한 수준이다 보니 계속해서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오…라버니…. 빨리….”
종리연이 내쪽을 바라보며 애타게 부르지만, 마님을 처리하지 못하면 방법이 없다. 내가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에 마님은 방구석의 칼을 향해 뛰었다.
“커흑!”
뒤에서 발을 걸어 자빠뜨린 다음에 바닥에 눌렀다. 칼침을 맞은 하박과 허벅지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어찌어찌 마님의 팔을 뒤로 꺾어서 제압했다. 혁대를 풀어서 양손을 꽉 묶고 매듭을 단단하게 지었다. 피가 안통해 보이긴 하는데 이 정도면 치료하는 동안에 괴사하거나 하진 않을 것 같았다.
“끄흡…. 대모님…. 대모님!!”
“당신네 대모님 죽이려는게 아니라니까!”
“흐…. 흐흐흐….”
그대로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웃는지 우는지 분간이 안가는 소리를 흘려대는 마님을 일별하고 종리연의 뒤로 향했다. 종리연은 눈동자만 돌려 나를 쳐다보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 양…손을 내 기해에…. 꽉…안아….”
대충 뭔 소리인줄 알겠다. 뒤에서 끌어 안듯이 몸을 바싹 붙이고 종리연의 단전에다가 손을 얹었다.
“잘…. 잡아…!”
“알았으니까 치료에 집중 해.”
종리연이 조용하지만 강하게 숨을 내쉬고는 온 몸에서 기운을 끌어 올렸다. 평소에는 간질간질한 정도로만 느껴지던 내 내공도 무슨 순환 펌프라도 달린 것 마냥 굵직하게 혈도를 긁으며 오른손을 타고 들어와 온 몸을 휘젓고 왼손으로 빠져나갔다.
“흐흐흐흐…. 이보게 장 대협….”
“에..예?”
“나는…. 할 만큼 했는가?”
이건 또 뭔 소리야. 바닥에 자빠져 있던 마님이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장 머시기라는거 보면 나 말하는가 본데. 장씨가 여기 나 밖에 없으니까.
“이대로, 누워 있어도 되는가?”
“아니 뭐 우리가 대모님을 어떻게 하겠다는것도 아니고! 확실하게 치료가된다 뭐 장담은 못하지만….”
“나는 대모님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느냔 말일세….”
“아, 예. 최선을 다 하셨습니다. 누가 물어보면 그렇게 말해줄게요.”
이게 참 그렇다. 간병질이라는게 옆에서 돈 한푼 안보태주는 씹새끼들이 입을 대기가 좋거든. 주댕이만 나불나불하면 어 세상에 효자도 그런 효자가 없다. 무슨 지옥을 어떻게 겪어왔는지 나는 사실 잘 모른다. 그치만 여기서 마님을 자극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대모님을…. 편히 보내주게.”
“아직 안 죽었어요!”
그쵸 대모님?
“컯…. 케흛…. 크웨에에엑!”
내가 마음속으로 여쭤본 대모님이 대답하듯 의자에 앉아 발광을 했다. 내가 뒤에 있어서 잘 안보이지만 일단 귀랑 입에서는 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대모님 곁에…. 끝까지 모시기로 했으니….”
“…불쌍한…. 불쌍한지고….”
지금까지 이 방안에서 못 듣던 목소리가 울렸다. 이건. 초화란의 목소리인가?
“오라버니…. 나 좀 안고 뒷쪽으로….”
“그래.”
종리연을 강하게 끌어안아서 들어올리고 그대로 뒷쪽으로 빠졌다. 종리연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내가 이끄는대로 축축 늘어졌다. 치료에 뭘 얼마나 소모를 한다고 이러는거지? 여기 올때 생기 발랄하던 종리연이 파김치가 되었다. 온 몸이 땀범벅인건 덤이고.
“나 꼭 잡고 있어 오라버니.”
“응? 왜?”
“곧 터질거야.”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의자에 앉아 있던 초화란의 온 몸에서 푸확 하는 느낌으로 피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초화란의 옷이 그대로 피에 절어 순식간에 뚝 뚝 핏물을 떨어트리며 흉물스러워졌다. 그리고 그때 종리연이 그랬던 것 처럼 허공으로 떠 오른다.
“끄웨에에에에엑!!!”
그때 종리연은 상당히 편안한 표정으로 기합성과 함께 상서로운 빛을 뿜어내며 야 이건 누가봐도 경지가 떡상하는거다 라는걸 온몸으로 표현했는데 지금 초화란의 상태는 지옥 불구덩이의 무저갱에서 꾸역꾸역 기어 올라오는 모양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떡이 져서 엉겨있던 옷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허공에서 뒤집어져 나신이 된 채로 우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뼈도 마구 뒤틀리고, 독기가 빠져나오는건지 뭔지 음부와 항문까지 포함하여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은 죄다 피를 막 뿜어낸다.
“대모님…. 대모님….”
“온다 오라버니.”
“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다시한 번 펑! 이번에는 공기뿐만이 아니라 바닥의 마루까지 물결을 치며 출렁거리다 튕겨져 공중으로 날아오를 정도로 강력했다. 나는 종리연을 붙들고 있어서 저번처럼 굴러가서 처박히진 않았는데 마님이 쪼개진 마루쪼가리와 함께 데굴데굴 방 구석으로 굴러갔다. 어우야. 아프겠는데.
“거의 끝났어. 이제 긴장 풀어도 될 것 같아.”
“너…는 좀 어때?”
여전히 종리연을 ‘너’라는 호칭으로 부르기에는 망설여지지만 아까 종리연의 단전에 손을 얹었을 때 왠지 모를 이…음…. 좀 민망한 소리긴 한데 마음의 울림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오라버니덕분에, 거의 괜찮아졌어.”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종리연이 이런식으로 독때문에 치매에 걸린 뇐네들을 치료하려고 할 때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걸 알게 됐다. 사람이 참 간사한게, 내가 쓸모가 있을것 같고 그러니까 또 이거 묻어다녀도 되나 싶기도 하고.
“근데 저양반 깨워야 하는거 아냐?”
“그냥 둬. 일어나면 시끄러울 테니까. 일단은 초화란이 먼저지. 오라버니 닦을만 한 것 좀 찾아줘.”
구석에 구겨져 있는 마님은 일단 그대로 두기로 하고 이제 온 몸의 땀구멍에서 거무죽죽한 무언가를 흘려내고 있는 초화란에게 다가갔다. 어욱. 이거. 냄새가 아주 그냥. 일단 난장판이 된 방안에서 수건으로 쓰는 듯 곱게 개어놓은 천뭉치들을 발견했다.
“오라버니는 잠깐…. 아니다, 괜찮겠다.”
“내가 닦아?”
“응. 독기를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괜찮을 것 같아.”
그렇다는 데야. 근데 아무리 할머니라도 여성의 몸인데 동성이 닦는게 낫지 않을까 싶다만. 흠. 뭐 종리연이 시키면 이유가 있겠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게 있는데. 근데 허공에 뜬 상태에서 닦아도 되나? 종리연쪽을 돌아보고 지금 닦으라는건지 눈빛으로 물어봤다. 종리연은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운기요상이라도 하려나보다.
“흐으…. 으으으….”
면인가? 어쨌든 손에 든 천으로 초화란의 몸을 닦으려고 딱 닿는 순간에 초화란의 입에서 억눌린듯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깜짝이야. 근데 목소리가 아까 낮에 들었던 그 목소리가 아닌데? 혹시나 싶어서 손을 움직여 초화란의 허벅지에 있던 피와 거무죽죽한 타르 비슷한걸 닦아냈다. 그 안에서 드러난 건 뇐네의 허벅지라기엔 너무도 팽팽한, 한창때의 처녀처럼 윤기가 흐르고 탄력이 넘치는 꿀벅지였다.
“야…. 이거?”
“생각대로네. 흐음…. 일단 마저 닦아줘.”
생각대로라니, 종리연은 이 결과를 예상했단 말인가?
“나중에 이야기 해 줄게. 화란이부터 좀 닦아줘.”
“알았어.”
음. 분명히 아까 낮에 쪼글쪼글한 얼굴로 탁자를 박차다 똥을 싸지르고 바닥에 주저앉던 무력한 초화란을 기억하고 있는데도, 내가 몸을 닦는 손짓에 따라 탄력있게 흔들리는 몸을 보니 저절로 아랫도리가 웅장해진다. 아. 이러다가 이상성욕 생길것 같다. 반로환동 전문으로.
“구석구석 꼼꼼하게 닦아. 피부로 다시 스며들 수 있어.”
“그래도 연이 네가 닦는게 낫지 않겠냐?”
“오라버니 아랫도리 상태는 이미 잘 보이니까 부끄러워 하지말고 제대로 다 닦아. 난 나대로 할 일이 있어.”
“그…. 그래도 좀….”
“스읍…. 자꾸 말이 많네. 탱탱한 숫처녀의 몸을 마음껏 주무르란 말야. 다리 사이도 벌려서 닦아주고. 젖가슴 밑에도. 응?”
“알았다, 알았어.”
시키면 해야지. 그래도 여전히 허공에 떠 있는 상태라서 닦기는 편했다. 내가 움직일 필요 없이 그냥 손으로 붙들고 돌리면 돌아갔거든. 음. 여기는 대충….
“음문 안쪽으로 들어갔을 수도 있으니까 제대로 박박 닦아 오라버니. 지금은 독기가 안 들어가도록 막고 있지만 기막을 풀고 나서 점막에 닿아 있으면 말짱 헛거야.”
아, 그러니까 지금 초화란의 몸에다가 모종의 뭐시기를 해서 뿜어져 나온 독이 다시 한 번 몸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거지? 그럼 나는?
“난 이거 맨손으로 만져도 괜찮은거냐?”
“괜찮아. 오라버니는 그 내공때문에 아마 독기가 들어가도 큰 문제 없을거고. 물론 독이니까 자꾸 들이마시면 좋을 건 없겠지만.”
“없을거고?”
“아마 이거 남자한테는 그쪽으로는 안 들을거야. 굉장히 섬세한 독이라서 남자들에게는 다른 조합을 썼을거거든.”
“다 추측이잖아!”
“스읍…. 오라버니. 나 종리연이야. 칠순이 넘은 지혜를 못 믿겠다는 거야?”
아니, 짬으로 밀면 내가 할 말이 없지. 나보고는 나이얘기 하지 말라더니 지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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