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도심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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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분위기가 영 미묘했다. 오랜만에 마을에 와서 그런가, 리리스와 메르 둘 다 입도 벙끗하지 않았던 탓 이었다.
방금전에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버릴 정도로 질싸 해 대서 그런건가 싶은데. 생각해 보니 둘다 마물이어서 상관없지 않나?
아무튼, 그렇게 한바탕 임신 사정을 해 대고 난 뒤에야 마을에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낼 수 있었다.
정말이지. 정액 욕심이 너무 심하다니까...
하지만, 조심 하라는 잔소리는 여전했다.
“지금부터 갈 곳은 제국 영향권 안에 들어가 있는 곳 이에요. 잘못했다가 마물이라는걸 들켜 버리면 큰 일이 날 수도 있다구요.”
그리 말 하며, 메르는 마치 어린 아이에게 당부하듯이 내 앞에 주저 앉고서 열심히 설명 해 주기 시작했다.
“일단 제국 영역 안에 들어가면, 어지간해선 마법은 사용하면 안돼요. 바깥에서 꼬리나 귀를 감추는 마법을 쓰는 것 정도는 알아 차리지 못할 테지만. 뭔가 공격적인 마법을 쓰면 바로 추적 당할 거라구요.”
어라...? 연합 제국이라는 녀석들 생각보다 강한 녀석들인가? 틈새를 아무렇게나 열어 제끼던 메르의 말이 생각보다 길어지기 시작했던 탓 이었다.
약간 걱정 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머리에 달린 토끼귀를 쫑긋쫑긋 거리고 있었다.
리리스는 그녀의 곁에 팔짱을 낀 채로, 다리를 꼬고서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척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지만, 방금 전 까지만 해도 개자지 좋다고 앙앙 대고 있던 년이다.
“너무 걱정 할 필요는 없잖아. 고작해 봐야 제국령에 들어가는 것 뿐이라고.”
“잘못했다가 추적 당하면, 리리스 당신도 감당 못할 걸요?”
그렇게 쏘아 붙이는 메르를, 리리스는 말 없이 노려 볼 뿐이었다.
살짝 서늘하게 식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된 이상 나설 수 밖에 없나.
“둘 다 그만해!”
그리 외치며 리리스와 메르의 사이에 끼어 들었다. 눈치없이 쫑긋 거리는 귀와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는 꼬리는 대체 뭔지. 이런 때에는 좀 가만히 있어야 되는데. 꼭 신나 하는 것 같잖아...
“어차피 나는 용사니까. 사람들을 만나는건 당연한 거라구! 그러니까, 둘이 그만 싸워! 나, 나도... 사람 만나는 법은 알고 있으니까.”
살랑살랑 열심히 꼬리가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제길, 이거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둘의 시선이 내게 와 닿았다. 자기 주인을 보는 눈빛 보다는, 마치 귀여운 강아지를 보는 것 같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방긋 미소 지은채로, 제 볼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으읏... 시, 심장이...”
“망할, 꼬맹이 드럽게 귀엽네!”
갑자기 내게 달려 들어서는 둘이서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제 품에 양쪽에서 끌어 안아서는 마구 쓰다듬어 대기 시작했다.
“히이잇...! 그, 그만해! 나는 너희 주인인데엣... 으읏... 시러엇... 간지러워어...!”
머리를 쓰다듬어 대면서, 마구 몸을 살살 긁어 주는게 왜 그렇게 시원하게 느껴 졌던건지. 그런데도 둘은 계속해서 나를 쓰다듬어 대고 있었다.
“오옷...! 그, 그마안...! 너무 시원해서엇...! 오고고고곡...!”
마치 촉수로 온 몸을 능욕 당하는 것 같아서. 둘의 정성어린 쓰다듬기에 고스란히 몸을 맡겨 버린채.
천천히... 시야가 흐려지고, 결국 나는 눈.을...감...았...다.....
“잠들어 버렸네.”
“그렇게나 시원했나요? 후후... 제 손가락이 그렇게나 좋다니, 서방님의 아내로서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니 손가락이 좋은게 아니고, 마물이라서 어쩔 수 없이 좋아한거야.”
“이상한 농담은 하지 마시죠. 할망구.”
아, 저저 또 싸운다 진짜. 자꾸 싸워대면 나만 귀찮아 지는데.
그래서 고로롱 잠꼬대를 하는 척, 은근슬쩍 고개를 가슴에 비벼 댔더니 갑자기 싸움이 멈춰 버렸다.
“앗... 방금 잠꼬대 했어요? 귀엽기도 하지...”
“정말이지, 진짜 개가 되어 버린거 같애.”
“그래도 늑대 종인데, 개는 너무한거 아닌가 싶은데요. 뭐어... 서방님은 귀여우니까 아무래도 상관 없겠죠?”
어라? 나 늑대 마물 이었어?
솔직히 개인줄 알았는데! 뭐, 같은 종 이니까 결국 같은 소린가.
그렇게 나는 메르의 품에 안긴채로, 몸을 둥글게 말고서 제국령을 향해 갔다.
그곳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 지는 상상도 못한 채로.
제국의 영향권에 든 곳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워낙에 높직한 데다가, 저 멀리 방어용으로 만들어 진 것이 분명한 첨탑까지 놓여져 있는 영지인 것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성문 앞에는, 두명의 경비와 초소가 하나 놓여 있었다.
솔직히 저정도 병사들로 제대로 방어나 할 수 있을까 싶은데. 지금 우리가 대놓고 앞에 있는데도, 저 경비들은 우리가 마족인줄도 모르고 있으니까.
“저 사람들... 바보야?”
슬쩍 자그마하게 소근 거렸더니, 메르는 말 없이 내 손을 마주잡을 뿐 이었다.
우리 앞에 한 남자가 바구니를 들고서, 경비 앞을 지나갔다. 경비는 그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서, 남자를 안으로 들일 뿐 이었다.
뭔가 훨씬 더 빡빡한 절차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저 눈으로 슬쩍 흘겨 보는게 다일 뿐 이었다.
약간... 실망 스럽기까지 한 광경. 이내 우리 차례가 되자, 경비는 우리를 슬쩍 흘겨 보았다.
“보아하니 마족은 아닌거 같구만, 그쪽에 있는 애는 아가씨 동생이오?”
“네? 아... 네! 캐를, 얼른 아저씨한테 인사 해야지?”
뭐여... 내가 동생이라는 설정인가. 일단은 맞춰 주는게 나으려나.
그대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건네었다. 머리에 쓰고 있는 모자는 벗겨지지 않게 살살 허리까지는 숙이지 않았다.
“아, 안녕하세여!”
아차... 개 울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혀가 조금 꼬여 버렸는데. 그때, 아저씨의 표정이 다소 밝아진게 보였다.
“귀여운 애 로구만. 나도 저런 귀여운 동생이 하나만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오. 그런데... 썩 귀엽지는 않거든 그녀석.”
나지막하게 툴툴 거리면서, 창을 바르게 잡은 아저씨는 이내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가시오. 뭐, 남자까지 있으면 괜찮은 거겠지.”
어... 뭐? 남자까지 있으니 괜찮다고?
“저... 아저씨? 혹시 우리가 마물일지도 모르는 일 아니에요?”
아... 나도 모르게 그리 물어 버렸다. 순간 초소의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 가기...는 개뿔 오히려, 경비 아저씨가 웃어 버리는게 아닌가!
“푸훗... 이 녀석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구만? 그렇죠?”
“아, 네에... 아무래도 어린 아이라서. 제대로 가르치질 않았거든요. 제국령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마물에 대해 가르칠 작정 이에요.”
“뭐, 그럴수도 있지. 그래도 마물에게 납치 당할지도 모르니까 제대로 알려 주는게 좋을거요.”
저기... 왜 나만 모르는 이야기를 하는 거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리리스가 슬쩍 끼어들어 말했다.
“바보같으니. 남자 마물이 없는건 상식이잖아. 그래서, 마물들이 남자를 납치 하는거고. 아이를 만들어야 하니까.”
아니, 그게 상식이었어? 잠깐... 그럼 나는?
잠시, 리리스와 메르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 거렸다. 아무래도 내가 마물인줄은 모르고 있으니, 그냥저냥 넘기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남자아이 까지 있으니, 저희는 안으로 들어가도 되겠죠?”
“물론이지. 뭐, 별일이나 있겠나?”
그리 말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경비 아저씨는, 이내 초소안으로 들어가더니 뭔가를 가지고 나왔다.
“아, 그리고 제국령으로 들어오는건 처음인거 같으니 이거 갖고 가시오. 이 도시의 지도인데, 길이 꽤 어지러운 편 이거든. 그리고 여기... 이거 보이지요? 이 술집은 바깥 사람한테는 할인 해 주니까 요긴할거요.”
지도를 일일이 짚어주며,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 주는 아저씨. 솔직히 우리가 마물인걸 알면 무슨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지기까지 했다.
그건 메르와 리리스도 마찬가지인 듯 싶었다. 묘하게 벙찐 표정으로, 아저씨의 설명을 하나하나 듣고서는 멍하니 손에 지도를 쥔채 안으로 들어갔다.
“아! 그리고, 조만간 그 유명한 성처녀 성기사님이 오는 날이니 꼭 만나 보시오!”
뒤에서 들려오는 의미불명의 목소리. 여기사고 나발이고 너무 친절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인데.
도심으로 들어왔을때가 되어서야, 겨우 입을 열 수 있었다.
“바보 같네요.”
“그러게.”
“이렇게나 쉬운줄 알았으면, 그냥 서방님만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건데.”
잠시,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으려나, 사람들이 복작복작 거리는 시장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해서야 겨우 묘한 침묵을 깨뜨릴 수 있었다.
“저, 저기... 메르? 방금 마물은 남자가 없다고 했는데... 그럼 나는?”
슬쩍, 리리스와 메르가 동시에 나를 흘겨 보았다. 뭔가 말 못할 것을 알고 있는 것 마냥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한마디를 툭 내뱉는 게다.
“여기로 가자, 술집이니까. 밤을 보내기는 딱 좋겠지.”
“저, 저기...? 답은?”
“어머, 언제부터 서방님께 주도권이 있었나요?”
메르는 그리 말 하며, 왼쪽 귓가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리고는 장난스럽게 끈적하게 속삭였다.
“오늘 밤에, 알고 계시죠? 후후...”
쏴아아 하고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조그만 욕탕 안에 나와 메르, 리리스가 억지로 몸을 쑤셔넣은채 뜨거운 물에 몸을 담구었다.
잠시, 이럴바에는 그냥 메르의 주머니 차원에 들어가는게 낫지 않나 싶었지만. 메르가 제국령이니 위험해서 안된다고 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이꼴이 나고 만 게다.
“저기... 근데 있잖아? 굳이... 셋이서 들어가야 되는거야?”
할 거면 따로 씻는게 낫지 않나? 이 술집 겸 여관 쓸데없이 싼 데다가, 욕실까지 따로 있어서 편하긴 하지만...
암만 그래도 이 좁은 욕탕안에 셋이서 몸을 쑤셔넣는건 좀 그런데.
솔직히 가슴 사이에 몸이 끼어 있는건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너무 복작복작 거리는걸...
거기다 쓸데없이 큰 자지가 이 난장판에 발기해 버려서...
그런데도 메르와 리리스는 입도 벙끗 않은채, 가만히 늘어져 있구.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거... 진짜로 괜찮은건가? 왜 떡치려고 들지 않는거지?
혹시나 싶어서 두려움 마저 느끼고 있을 때. 기어코 메르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귓가에 자그마하게 속삭였다.
“서방님?”
살그머니 자지로 뻗어 나가는 부드러운 손길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렸다.
작게 들려오는 나긋나긋한 웃음소리. 욕실 안에 가득 찬 열기에, 점점 머리가 녹아 가는 것 같았다.
“캐를? 정말이지, 방금 그 경비들한테 물었을때는 식겁했다니까.”
“왜 그러신 거에요? 설마... 벌 받고 싶은 건가요?”
꽤나 차갑게 들리는 매도 소리. 자지를 휘어잡는 둘의 손길과 양쪽 귀에 불어오는 달콤한 숨결.
이내, 양쪽에 둘이서 동시에 녹아가는 목소리를 흘려 넣었다.
“그럼, 원하시는 대로... 벌해 드릴게요♥”
“원하는 대로... 오늘 마음껏, 우리 보지에 븃♥ 븃♥ 아기씨 넣어 버리자~♥”
이제는 나도 이렇게 둘과 몸을 섞는것에 중독 되어 버린게 아닐까.
뭐, 아무래도 좋은가. 솔직히... 나쁘지 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 입에 맞춰지는 두 입술과 안쪽으로 기어 들어오는 부드러운 두 개의 혀를 나는 차분히받아 들일 뿐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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