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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용사님은 패배 중독자-52화 (52/94)

〈 52화 〉 엘프 마을에 도착했다.

* * *

덜렁덜렁 실려가듯 어깨에 매달려 가고 있었다. 저 앞에 뭐가 있으려나, 속으로는 내심 기대하면서도 잠들어 있는 듯 코고는 소리만 연신 내고 있다.

사박­ 사박­ 하고 바닥을 밟는 소리. 나뭇잎이 바닥에 떨어져 있어, 여름인데도 썩은 잎이 바스라지는 소리가 났다.

땀으로 온통 젖어 있어서, 나신의 미노타 누나나 홀스 누나 모두 습기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몸에서 나는 열기가 그대로 스며드는 것 같은 느낌. 솔직히 숲이라 해도 땡볕인지라, 슬슬 지치는 것 같았다.

으으... 언제쯤이면 도착 하련지. 그렇게 멀지는 않은 것 같았는데.

어느정도 걸었으려나.

숲의 주인이라고 한 사람들은, 대체 뭘 하길래 이렇게나 멀찍이 떨어진 곳에 사는가 싶었다.

하긴, 괜히 숲의 주인으로 불리는건 아닐테니 이 숲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사는 거겠지.

거기다 미노타 누나와 홀스 누나가 말 했듯이 나를 갖고 논다든가, 돌본 다든가 하는 걸 보면 적어도 평범한 사람은 아닌게 분명했다.

아마, 누나들 같은 마물인게 아닐까? 오히려 인간 이라면 나를 맡길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

자지를 발딱 세운채로, 실려가면서 몸에 부딪히는 감각을 느꼈다. 솔직히 머리에 개 귀가 달리고 꼬리까지 솟아난 채로 알몸이 되어 있으니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마치... 노출증 환자가 되어 버린 것 같은 느낌. 속에서부터 뭔가 끓어 오르는 것 같은 미묘한 감각 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변태라는건 자각하고 있었지만, 노출증 증세도 있다는건 몰랐는데. 읏...

콩닥콩닥 거리면서 가슴이 뛰는게 느껴졌다. 아마 나신의 미노타 누나 어깨에 얹혀져 있는 탓도 있겠지만.

이런 맑은 숲에서 대놓고 알몸으로 어딘가 가고 있는 상황 자체가 더 두근 거리는 것 같았다.

콩닥콩닥 뛰는 마음이 들킬까봐, 한마디 말도 못 꺼낸채 그저 업혀 있던게 얼마나 되었으려나. 그러다가 잠에 들어 버린건 어쩔 수 없는 일 이려나.

연신 흔들흔들 거리며 실려 오다 보니, 도중에 까무룩 잠에 들어 버렸던 것 같다. 솔직히 날씨가 너무 덥기도 했고, 왠지 마물들이랑 같이 있으면 절로 마음을 놓아 버리고 마니까.

슬슬 잠이 깨는게 느껴졌다.

눈앞이 어두컴컴했다. 햇볕이 비치지 않는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바깥은 아닌 것 같았다.

녹진녹진한 습기, 시원스러운 기운이 바닥에서 새어나오소 그리 썩 기분좋지는 않은 냄새가 곳곳에서 풍겨왔다.

손을 흔들어 봤다.

짤랑­ 짤랑­ 하고 쇠사슬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으으으... 대체, 여, 여기가 어디야...”

한번쯤 해 보고 싶은 대사였는데! 어디론가로 끌려 와서는 겨우 일어나서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 상황.

손에는 짤랑짤랑 거리는 사슬로 고정된 수갑이 묶여 있고 목에 거슬리는 뭔가가 붙어 있었다.

“이제야 일어난 건가?”

바깥에서 들려오는 아리따운 목소리. 목소리가 몹시도 맑아서, 옥구슬이 구르는 것만 같았다. 약간 깔보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눈을 비빌수도 없었다.

아니, 솔직히 이런 수갑 정도는 힘만 좀 주면 박살 낼 수 있지만... 그러면 재미 없으니까.

“누, 누구냐!”

도대체 내가 왜 여깄는지 모르겠다는 것 마냥 의아함을 담아 외쳐 보았다. 그러자, 건너편에서 낯선 목소리가 비웃음을 담아 말을 건네었다.

“이런, 작은 강아지 주제에 말이 많구만.”

겨우 눈을 뜨는 척 하며 정면으로 고개를 들었을 때, 그곳에는 쇠창살이 하나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쇠창살 건너편에 있는 한명의 아리따운 여인.

풍만한 몸을 얇은 천 하나로 겨우 가리고 있는, 갈색 피부의 여인 이었다. 귀가 길다란 것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다크엘프라고 불리는 종족인 듯 했다.

옆트임이 살짝 나 있는 옷차림에, 잘 보니 끈으로 보이는 것이 허벅지에 달려 있었다.

살랑살랑 움직일 때마다 그 끈이 흔들리면서, 벗겨질 듯 말들 야시시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네년은 누구냐! 여긴 어디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것 마냥 그렇게 빽빽 소리 치면서 주변을 황급히 둘러본다. 솔직히 대충 상황은 알 것 같은데.

요컨대 이 숲의 주인이라는 종족은 엘프였고, 나는 그 엘프종 에게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나를 잘 돌봐 줄 거라고 해 놓고선, 이런 식으로 대하는걸 보면 역시 귀쟁이 인성은 어디 안 가는 걸까.

바깥으로는 잘 대해주는척 하지만 속에서는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구는 거겠지. 그리고, 나를 마구 능욕하면서... 오고곡 눈나앗!

“어디긴 어디겠냐. 너 같은 작은 강아지를 잘 돌봐 줄 곳이 아니겠느냐? 후후후...”

그리 말 하며 쇠창살을 부여잡고는 그 엘프가 제 고개를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리곤 입맛을 다시는 듯 혀를 핥짝 대며 제 입술을 핥았다.

솔직히 말 하자면, 음흉하거나 사악해 보이기는커녕, 그렇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조차도 색기가 물씬 풍기는데... 역시나, 괜히 마족은 아닌 모양이다.

“그, 그럴 리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누나들이 날 잘 돌봐 줄 거라고 했었는데...”

사뭇 충격에 빠진 듯 목소리를 덜덜 떨면서.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가학적인 성향이 물씬 드러나는 시선을 한 채로, 그 다크 엘프는 나를 내려다 보고 있을 뿐 이었다.

허벅지에 달려있는 끈이 요염하게 풀릴 듯 말 듯 해서 자꾸 그리로 시선이 가고 만다. 저 여자도 슬슬 알아 차렸으려나...

솔직히 모르는게 더 이상한 노릇이지만, 그녀도 슬슬 알아 차린 것 같았다. 배시시 미소 지으면서, 슬쩍 제 허벅지의 끈을 잡으며 치마를 들어 올렸다.

매끈한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면서 아슬아슬 하게 사타구니가 보일 듯 말 듯 했다. 그 와중에서, 미묘한 미소와 함께 약올리듯 치마를 들어 올린 것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요염한 광경 이었다.

“이런... 너 설마 허벅지 따위에 홀려 버린건 아니겠지? 외부의 인간 주제에. 심지어 타락한지도 얼마 되지도 않은거 같은데, 벌써부터 마물을 탐하려 들다니. 너무 음탕한 거 아닐까?”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그, 그냥...”

“솔직히 당연한 거리고 생각해. 너 같은 꼬맹이가 언제 엘프를 볼 수나 있었겠니. 홀려 버리는게 당연하지.”

아니, 그건 좀... 솔직히 너무 자뻑이 심하다 싶은데.

색기로 따지면 리리스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고. 몸매는 메르가 훨씬 나으니까. 저 엘프는 솔직히 몸 자체로만 따지면 못한 수준 이었다.

대신에 설명하기 힘든 색기가 풍긴다고 해야 하나. 저렇게 끈팬티를 입어 놓고서 야하게 흔들어 대는 모습이 미친 듯이 꼴렸다.

그런 생각을 당연히 모르는 건지, 그녀는 계속 제 이야기를 하고만 있었다.

“거기다 이 숲의 주민이 데려온 외부의 남자니까. 그냥 돌봐주기만 하면 재미가 없잖아. 거기다, 너... 나름 귀엽게 생기기도 했고.”

“허튼소리 하지 마! 내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뭐, 별거 없어. 그냥... 며칠동안 갖고 놀려는 거지.”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내 물음에 별것도 아닌 것 마냥 툭 내뱉어 버린다. 그리고는 쇠창살 너머로 나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 했다.

“너, 여기서 나가고 싶지?”

마치, 진심으로 풀어 줄 것마냥 진지하게 내게 물었다. 그 모습에 속으로는 아뇨! 풀어주지 마세요! 저기서 능욕 당하고 싶어요!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 질 테니까, 성이 난 듯 이리 외칠 뿐 이었다.

“닥치고 풀어라 이 괴물아!”

“아하하... 괴물이라니. 여자 보는 눈이 없구나, 그러는 네놈은 마물 찌찌나 물다가 타락 해 버린 주제에.”

후훗­ 하고 웃어 버리면서 고개를 갸웃 하며 살며시 제 손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손에 들려 있는 무언가를 장난스레 흔들어 보였다.

아니, 솔직히 손에 들린 것 보다 허벅지에 달려있는 끈팬티가 더 신경 쓰였지만... 저거 진짜 미쳤잖아! 끈팬티 살랑살랑 거리는게 진짜...

꿀꺽 침을 삼키면서, 미친 듯이 요망한 광경에 눈을 옮겼다. 다크엘프는 내가 어딜 보고 있는지 알아 차린 듯, 요염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그럼, 나랑 게임 하나 하지 않을래?”

그리 말 하며 손에 들려있던 무언가를 안으로 툭 내던졌다.

쩔그렁­ 거리는 소리가 작은 감방 안에 울려 퍼졌다. 쇠로 된 열쇠가 바닥에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였다.

“열쇠...?”

“솔직히, 여기서 가만히 능욕하는건 재미 없으니까. 네가 마을 바깥으로 탈출하는 게임을 하는거야. 어때?”

그리 말 하며 요망한 미소를 짓고 있는 다크엘프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떠올린 생각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니, 이거 원작의 잠입 파트잖아. 근데 그건 오크 소굴에 끌려 갔을때나 나오는 건데.

야겜 RPG에 흔히들 나오는 엉터리 잠입 파트였다.

술래가 상대의 시야를 피해가며 목적지에 도달하는 파트인데, 당연한 소리지만 잡히면 능욕 당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체력이 다 달아 버릴 때 따지 능욕 당하면 배드엔딩이 뜨면서 게임 오버.

하지만, 그건 오크 파트에서나 뜨는 것 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엘프 마을에 와 있는 것 같고...

뭐지? 원래 게임이 이랬나?

싶기도 한데, 생각해 보니 여기는 게임을 그대로 가져온게 아닌 괴상하게 현실과 섞인 미묘한 곳 이었으니까.

이정도 변화는 있을법도 하다 싶었다.

“날 얕보는 거냐! 무슨 그딴 말도 안돼는 소리를...”

“어머? 싫어? 그럼 열쇠는 그냥 가져간다?”

그리 말 하며 문을 열려고 하는 다크엘프의 행동에, 나는 화들짝 놀라는 척 하면서 외쳤다.

“아, 아냐! 여기서 나가겠다! 그러니, 열쇠는 놓고 가!”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가려던 그녀는, 곧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창살에 머리를 들이밀며 이리 말 했다.

“후훗... 하지만, 바깥에는 경비들이 가득하니까. 거기다 다른 엘프도 있고, 잘못 걸리면 후후... 어떻게 되려나?”

“장난 치지마!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서 탈출 할 테니까!”

“아, 역시나. 너같은 어린애는 너무 재밌다니까! 이러니 놀릴 맛이 나는거지. 그렇게나 나가고 싶다면... 어디 한번 잘 해봐?”

그리고는 뒤돌아 떠나 버리는 다크엘프. 역시나, 귀쟁이 혐성은 어딜가도 다 같은걸까...

그나저나 개 계열로 타락 해 버린 탓인지, 왠지 귀가 좋아진 것만 같았다. 머리에서 쫑긋쫑긋 거리고 있는 강아지 귀가, 저 멀리까지 들려오는 소리를 내게 다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그리 멀지 않은곳에 경비가 있는 것 같았다. 고로롱 거리는 코골이 소리와, 나지막하게 울리는 발걸음 소리.

그럼... 탈출 실패로 능욕 당해 보실까...! 라고 생각하며 수갑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수갑은 워낙에 큰 나머지 손을 아래로 내리자 그냥 쑥 빠져 버렸다.

아무래도 분위기 살리고 싶어서 묶어 놓은 듯 했다.

뭐지, 이거 바보들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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