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화 〉 리리스와 메르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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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짝 하고 어디서 가져온 건지 모를 씁쓸한 차를 마셨다.
조그만 원탁에 앉아, 뭔가 미묘한 분위기를 풀풀 흘리는 두 마물은 슬쩍 앞에 놓인 다과를 홀짝이면서 몸을 비비 꼬아댔다.
이내, 허리춤에 검은색 날개가 달린 마물 리리스가 제 맞은편에 앉은 이 차원의 주인인 메르에게 간식을 건네었다.
“그 녀석, 내보낸거 맞지?”
혹시나 어디 이상한 곳에 처박혀 있어서, 자기들이 하는 말을 듣는게 아닐까 조마조마한 것 같았다.
그녀의 물음에 메르는 머리에 달린 토끼 귀를 쫑긋 거리며 방긋 웃어 주었다.
“저는 딴건 몰라도 일 처리 하나는 확실하답니다.”
“그러냐. 그럼 다행인데...”
뒷통수를 긁적이면서 한숨을 폭 내쉬고는, 다시 찻잔으로 고개를 돌리다가, 이내 놓아 버렸다.
리리스는 이곳이 정말 한낱 래빗이 만든 것 일거라고는 꿈에도 몰랐으니까. 솔직히 마물들 끼리는 그다지 교류가 오 가질 않는 데다가, 하급 마물들은 그녀와 같은 상급 마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 조차 꺼려하곤 했다.
그래서 이런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던 것 이리라.
리리스는 거의 한 평생을 악마파의 화신으로서 살았으니까. 굳이 마물 – 짐승파의 래빗에 대해서는 알 필요도 없었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그 소년이었다.
흐릿하게 죽은 눈을 가진 갈색 피부의 소년. 처음에는 그 래빗이 데리고 다니는 도시락이라 생각하고 덮쳤을 뿐인데, 생각보다 너무 갸날프고 귀여워서...
리리스는 한창 에스더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동굴 특유의 마른 돌로 이루어진 천장의, 흔들거리는 램프를 바라보면서 멍하니 앉아 있었던 것이다.
아담한 자지를 입에 물어 버렸을 때, 저도 모르게 내지르는 귀여운 신음소리, 그렇게 앙앙대며 즐거워 하다 결국 자신에게 몸을 맡겨 버린 것이다.
서큐버스로서, 그리도 어린 아이를 덮칠 수 있는건 행운이나 다름 없었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야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홀려 버려서 결국 부랄에 입 까지 맞춰 버리고. 제 몸을 오로지 그 소년을 위해서만 쓰겠다고 맹세까지 해 버렸다.
솔직히,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빼앗겨 버릴 것 같았으니까.
희미하게 남아 있는 독점욕, 하지만 이미 누군가와 해 버린 것이 분명한 아이를 제 손에 넣는 것은 몹시도 어려운 일 이었다.
그러니, 차라리 모두 다 같이 공유 해 버리자.
그녀는 그리 생각하며, 제 앞에 앉아 있는 래빗을 들여다 보았다. 자신에게 복종의 목걸이를 걸어 버려서, 결국 그 꼬마아이의 자지에 맹세하게 만들어 버린 녀석.
하지만, 싫지는 않아. 솔직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행복했으니까. 매일 아침마다 그 아이의 자지를 입에 물고서 봉사 할 수 있다는 것에, 자꾸만 가슴이 두근 거렸다.
그렇게 아침 봉사를 하고 있으면, 한때는 초롱초롱 했을것이 분명한 눈동자를 마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능욕을 겪어 흐릿하게 죽어 버리고 말았다.
그 녀석은 알고 있으려나, 그렇게 죽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면서 눈을 슬쩍 옆으로 돌리는 것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요염하고 퇴폐적으로 보여서. 오히려 더 꼴려 버린다는걸...
한창 망상에 빠져 있는 리리스에게, 메르는 방긋 미소 지으며 물었다.
“솔직히 신기하죠? 저희 같은 하급 마물이 이런 곳을 가질 수 있다는 거요.”
“아, 응... 어... 그러네.”
슬쩍 대답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개를 끄덕 거린다.
빛이 나는 거라곤 천장에 매달려 있는 등불 하나밖에 없는데, 온 동굴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구석에 놓여있는 나름대로 폭포를 연출하려고 애 쓴 것 같은 샘에 바닥에는 잔디가 깔려 있어 마치 공원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토끼굴의 한 켠에 놓여있는 조그마한 집 한 채. 방금 전 까지 열심히 에스더에게 봉사를 베풀었던 오두막집 이었다. 솔직히, 말이 오두막이지 그저 봉사만을 위해 만들어 놓은 거처나 다름 없지만...
그렇게 대충 대답하면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지만 조금은 화가 나 있었다.
그야 방금전에 머릿속에서 열심히 해 대던, 에스더가 되돌아 온다면 어떤 봉사를 베풀어 줄 지에 대한 망상이 깨져 버린 거니까.
“나중에 온천이라도 하나 들일까 싶어요. 우후후... 적당한 온천이 나오는 곳만 알면 연결해서 하나 만들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럼 혼욕도 가능 한 건가?”
“거품춤도 출 수 있을걸요?”
“읏... 꼴리네.”
살짝, 얼굴을 붉히며 리리스는 메르를 바라보았다. 이내 머릿속에 풍기기 시작하는 망상.
에스더를 바닥에 눕히고서, 몸에 거품을 잔뜩 내고는 등을 문질러 주면 엄청나게 좋아하지 않을까.
이래뵈도 몸매가 풍만한 편 이니까. 눈앞에 있는 토끼와 함께, 가슴 사이에 폭 파묻어 버린다면 쾌락에 몸을 맡겨 버리지 않을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그렇게 봉사 해 줄수가 없었다.
잠시 쉬어 줄 필요가 있었으니까.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서 에스더를 쫒아내야 하나 싶었지만.
메르가 그 소년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붙어 있을거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싸우는 척 했던 것이다.
그래도, 조금은 진심이 담겨 있었던 것 같아서 성이 나기는 했지만. 뭐,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며 훌훌 떨쳐 버렸다.
본래 그런 것이 서큐버스라는 종족이니까.
“그나저나...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언제쯤 그 녀석이 타락 해 버릴까가 중요한거 아냐.”
“그렇죠. 아무래도, 서방님은 좀... 약한 편 이니까요.”
날카롭다 못해 어두워 보이기 까지 하는 시선으로, 그녀는 메르를 노려 보았다. 그녀는 소년을 타락 시키고 싶어 했고, 눈앞에 있는 래빗도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아직은 타락하지 않았다. 쾌락에 몸을 다 맡겨 버리고 함게 나락으로 떨어져 버리는 것이 훨씬 더 좋을텐데.
이상하게도 끝까지 그렇게 추락 하는 것 만은 거부하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어서, 그녀는 한숨을 폭 내쉬고 말았다. 아마, 그건 메르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당신도 마찬가지겠죠. 서방님이 죽기를 원하지 않는거요. 하지만, 저렇게나 마물들을 쓰러뜨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으면 언젠가는... 큰 일이 날 거에요.”
“모든 마물이 전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건 아니니까.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지만...”
언젠가는 포악한 마물에게 걸려서 죽어 버리지 않을까.
그 꼴이 날 바에는 차라리, 타락시켜 버려서 인큐버스로 만들어 버리고 다 같이 덮쳐 버리는게 나으리라.
그날, 사당에서 아리네스와 만났을 때 협상을 마쳤던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타락 시키려고 옷까지 다 벗어 놓고, 서약의 키스까지 했는데. 대놓고 마력을 부랄에 밀어 넣었는데도, 이상하게도 에스더는 타락하지를 않았다.
‘힘은 그렇게나 약해 빠진 주제에, 정신력은 더럽게 강하다는 걸까.’
그러니까 마물을 처치 하겠다고 모험을 떠날 수 있는거겠지. 매번 패배하면서, 계속 겁탈 당하고 정액을 갈취 당하면서도 포기하지는 않는다. 결국에는 일어서서, 마물을 처치 하겠다며 툴툴 털어 내어 버린다.
하지만, 그 시선은... 죽어 버린채 달짝 지근한 퇴폐미만을 겨우 가지고 있는 눈은 이미 오래전에 망가져 버렸다는 증거만 될 뿐이었다.
그렇게 죽은 눈동자가 제일 꼴린다는걸, 아마 본인은 모르는 거겠지.
후후, 하고 웃으면서 그녀는 턱을 괸 채로 탁자에 손가락을 대곤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제 앞에 있는 메르에게 하소연 하듯 이러는 것이다.
“몸은 쓸데없이 야해 빠진 주제에. 정말이지, 그렇게나 약하면 그냥 우리 뒤에서 가만히 안기면 될 텐데 왜 굳이 앞으로 나서는건지 모르겠어.”
“그 나름대로의 원칙이라는 거겠죠. 어쩌다 그런 아이가, 마물을 전부 죽이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안타까운 듯 메르는 가만히 찻잔 속의 차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천장에 매달린 등불을 따라 흔들리는 빛이, 차의 표면에 떠 있었다.
당장이라도 마셔 버릴 수 있지만, 그래봤자 차만 사라질 뿐, 다시 부어 놓으면 비쳐 버리는 것이 에스더와 꼭 닮아 있었다.
그렇게나 당하면서도 도무지 타락하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그렇게, 끝까지 제 모습을 붙들고 있는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이렇게 저항하고 있다가 종국에는 알아서 쾌락에 몸을 맡기고 인큐버스가 되어 제 품에 안겨 버리면 성취감 마저 느껴 버리지 않을까.
메르는 몸이 오싹오싹해 지는 것을 느끼며 귀를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렇게 타락 해 버린 에스더가 자신을 아래에 깔아 눕히고서, 갓 타락해 발딱 선 자지를 밀어 붙이는 망상을 해 버렸던 탓 이었다.
앗, 앗... 안돼에... 에스더어, 누나가 리드 해 줘야 하는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덮쳐 버리면... 사, 상관없어? 우으읏... 에스더엇...♥
핫 핫 헤읏 그러면 좀 더 누나랑 같이잇...♥
한창 그 갈색 피부의 소년이 자신을 깔아 눕힌채 폭력적으로 허리를 흔들어 대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들려 온 목소리가 그녀의 신경을 끊어 버렸다.
리리스가 그녀를 약간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야, 근데 너 제대로 된 곳에 보낸거 맞지?”
혹시나 이상한 곳에 내던져 놔서 또 마물들에게 돌림빵을 당하고 있는건 아닐까 싶어서.
리리스는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지만, 메르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이리 대답 할 뿐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근처에 예쁜 산장이 있는 숲에 내려 뒀으니까. 거기다 사람도 꽤 있는곳이, 10분 정도 거리밖에 안돼거든요. 솔직히, 일부러 덮쳐지고 싶은게 아닌 다음에야 굳이 숲으로 들어갈 필요도 없구요.”
“뭐어... 그런가? 그럼 다행인데.”
아무래도 너무 쥐어짜내다 보니 슬슬 정신에 금이 가는 것 같아서, 일부러 쉬라고 고즈넉한 곳에 내던져 뒀던 것이다.
여기서 더 짜냈다가는 타락하기 전에 먼저 지쳐 죽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고. 하지만, 워낙에 약한 녀석이어서, 평범한 곳에 내던져 뒀다가는 또 마물들에게 안겨서 겁탈 당할거 같고. 그래서 적당히 쉴만한 곳에 던져 뒀던 터 였다.
마을까지 10분 거리밖에 안된단다. 일부러 겁탈 당하려고 숲에 들어가는게 아니면, 제정신인 이상 마을로 들어가겠지.
그런데, 막상 에스더를 보내놓고 나니 자궁이 뀽뀽 울리는 것은 어째서인지.
리리스는 제 아랫배를 조심스레 매만지면서 달뜬 숨을 내뱉었다.
그날 서약을 한 것 때문에 음문이 떨어지지를 않아서, 여기에 에스더의 정액을 부어 버리면 정말 제대로 가 버릴거 같은데...
천천히 달아 올라가는 리리스를 보며, 메르는 약올리듯 흥얼거리며 말했다.
“또 에스더의 몸을 원하는 건가요? 가끔은 좀 참아 주는게 좋대요. 그렇게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한 이틀 정도 뒤에 데리러 갈 거니까. 적당히 자위하면서 때워 주세요?”
“너, 의외로 나쁜 녀석이구나.”
“어머나, 원래부터 나빴답니다?”
요염하게 젖은 음성을 내며, 고개를 갸웃하는 메르. 그런 메르를 바라보며 뀽뀽 울리는 자궁을 손으로 매만지고 있는 리리스.
물론 둘의 생각은 글러 먹었다. 설마하니 제 발로 마물에게 가서 강간 당할거라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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