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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용사님은 패배 중독자-37화 (37/94)

〈 37화 〉 늑대의 시간

* * *

이따금씩 쫑긋 거리는 개의 귀에, 엉덩이에 붙은 살랑살랑 거리는 털복숭이 꼬리.

거기다 묘하게도 배꼽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는 소년은, 못내 창피한 듯 제 배를 가리며 눈앞에 있는 두 여인을 올려다 보았다.

갈색으로 익어 있는 살갗이 묘한 색기를 풍기고 있는데다가.

더운 여름인 탓에 땀이 줄줄 흘러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어깨를 가리고 있는 늑대 가죽 때문이기도 했다.

그렇게 어설픈 늑대 분장을 한 소년 이었지만.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귀여워서, 곁에서 바라보고 있는 둘은 못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근데 이 소년이 나거든 시발.

“읏... 저기, 메르? 꼭... 이거 입어야 되는거냐?”

“보기 좋네요.”

단 한마디만 툭 내뱉고서 마치 강아지라도 되는 것 마냥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하는 메르.

간질거리는 감촉이 느껴 질 때마다 엉덩이에 달린 꼬리가 살랑살랑 거리며 움직였다.

무슨 감정을 캐치해서 움직이는 마법 꼬리라고 하던데. 그나마 똥꼬에 집어 넣는건 아니라서 다행인가 싶다.

“풉... 무슨 꼴이 그따위니? 볼때마다 웃기네 거!”

“리리스씨, 그만 하시죠.”

“뭐가? 웃긴건 사실이잖니?”

“그래도 귀엽기는 하잖아요.”

“뭐,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그리 말 하며 살며시 둘이서 동시에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축제 당일날, 이 단상에 한시간 동안 앉는 조건으로 300골드를 받은 탓 이었다.

그 대신에 마을 사람들이 주는 옷을 입기로 했는데, 그 옷이 아무리 봐도 배꼽을 훤히 드러내 놓은 노출도 높은 복장 이라는게 문제려나...

이러니 미리 말 해주질 않은거지. 거기다 머리에 달려있는 짐승 귀 까지, 정말 가지가지 한다 싶었다.

“흐으으... 이렇게나 귀여우면 따먹고 싶어 지는데. 정말이지 너는 어디서 이런 아이를 구해 온 거니?”

“구해 온게 아니에요. 제발로 알아서 온 거죠?”

“너는 운도 참 좋구나!”

둘의 묘한 대화를 바라보면서, 나는 가만히 늑대 형상의 석상 앞에 있는 제단에 앉아 있었다.

앞에는 마치 예물을 놓은 것처럼 몇가지 금붙이 그릇이 놓여 있다. 그 위에 노릇노릇 하게 잘 구운 생선과 고기같은 음식이 얹어져 있는건, 아무리 봐도 금을 바치는 것 보다는 식사를 바치는 것에 가까워 보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제사상인게다. 위에 밥만 없는거 빼면 딱 그 꼴인데...

그럼 난 제사상에 놓인 제물인가?

왠지 이거 잡아 먹히는거 아닐까 싶어졌다.

“그럼 저랑 리리스 씨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고 있을게요.”

“혹시 모르잖니? 잘못했다가 엄한 마물한테 잡혀가 버리면 우리가 곤란해 지거든.”

“내 꼬추를 원하는게 아니고?”

“뭐, 그것도 있지.”

한번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는 리리스. 그렇게나 꼬추를 원하면 그냥 겁탈 해 버리지 왜 굳이 지켜보나 싶다.

그냥 곁에 앉아서 마구 입으로 쪽쪽 빨아 버리면, 마물이고 뭐고 얼씬도 못할텐데.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둘은 어느새 그리 떨어지지 않은 나무 뒤로 사라져 버렸다.

“그럼, 여기 앉아서 가만히 기다리면 되나?”

한시간만 참으면 알아서 300골드가 굴러 들어오는 의뢰였으니까. 그냥 멍하니 앉아서 앞만 보고 있으면 되는건데, 조금 배가 고픈게 문제였다.

솔직히 눈앞에 노릇노릇하니 잘 구운 고기가 잔뜩 놓여 있으니까.

축제가 제대로 나기 전에 여기에 오는 바람에, 뭘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한 시간만 버티면 되니 딱히 먹을 생각을 하지 않은것도 있었다.

으음... 그런데, 어차피 늑대가 진짜 여기에 와서 밥을 먹을리는 없으니까 이거 조금만 챙겨 먹어도 되지 않을까?

슬쩍 달게 간을 한 고기를 집어 먹었다. 일종의 스테이크 같은데 위에다 간을 좀 한 녀석 이었다.

거기다 달콤한 크랜베리 소스를 뿌려서, 묘한 맛이라고 할까... 솔직히 배고파서 아무거나 집어 먹었는데 단 맛이 나서 놀란게다.

그 다음으로는 곁에 놓여있는 연어 훈제를 한입. 생각보다 간간하게 간이 잘 된데다가, 훈제향이 물씬 풍기고 즙이 많아서 맛이 좋았다.

쩝쩝­ 대면서 생선과 고기를 먹어 대는데, 리리스와 메르는 한마디 하러 오지도 않는다. 아마 나무 뒤에서 졸고 있는게 아니려나...

으음... 한입만, 한입만 더!

솔직히 점심도 저녁도 대충 때우고 두끼나 굶어서 배고파 죽겠는데. 눈앞에 이런 만찬이 있으니 도무지 참을수가 없었다.

리리스랑 메르도 졸고 있어서 딱히 뭐라고 할 것 같지도 않고. 그 늑대도 아마 진짜 늑대도 아닌 늑대인간인 터 였다.

사람들이 쫄 만도 하지. 늑대모양 사람이 들이닥쳐서는 마구 마을을 헤집고 다니는데, 이런식으로 라도 제사를 지내가면서 진정 시키는게 당연한 일 아닌가?

뭐어... 별 쓸모는 없을테지만. 아마 5년마다 남자를 데리러 오는 것 일텐데, 한시간 갖고는 택도 없다.

그동안 남자가 납치 당하지 않은건 식사를 놓고 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발정이 나면 애먼 남자를 덮쳐서 납치 하는식으로 때웠겠지. 요컨대, 그 늑대인간이 여기에 와 봤자 나는 이미 떠나 버린 뒤 일테고 식사만 한가득 챙길 게 분명했다.

솔직히 늑대 인간에게 따먹히는 것도 좋을거 같지만... 하필 메르와 리리스가 곁에서 벼르고 있어서, 별 소용은 없을 것 같았다.

젠장, 맘대로 강간 당할수도 없고 이게 뭐람!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 돌아다닐걸...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으려나, 슬슬 달이 차오르고 있던 때 였다.

하늘에 휘영청 떠오른 달 너머로 어렴풋이 별빛이 내려앉은 때에. 수풀 한 쪽에서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메르와 리리스 같은데, 벌써 한시간이 지났나 싶었을 때...

안쪽에서 익숙치 않은 무언가가 걸어 나왔다.

부스럭 부스럭 하고 걸어나온 그것은, 코를 벌름거리며 하늘에 제 고개를 들이 밀었다. 약한 산짐승 냄새가 풀풀 풍기면서, 묘한 젖은 털의 향이 났다.

그것이 이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으응?”

처음 보자마자 생각 난 것은, 의외로 괜찮게 생겼다는 것 이었다. 아니... 의외로 아니고 엄청 예쁘장한 편 인데...

머리 위에서 쫑긋 거리고 있는 은색의 늑대 귀.

마찬가지로 탐스럽게 자라있는 머리털이나, 묘하게 야성적으로 농익어 있는 몸매 같은것들.

거기다 킁킁 거리며 코를 벌름 거리는 모습은, 그런 야성적인 모습에 반대되는 갭 적인 매력을 뿜어대고 있었다.

가슴에는 붕대를 감은채, 배때지를 훤히 드러내 놓고 있어 제대로 농익은 복근이 훤히 보였다.

꿀꺽­ 침을 삼키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참동안 코를 벌름 거리던 그녀는 내게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말 했다.

“크응... 너, 냄새가 좋네.”

약간 개같은 울음소리를 섞어 가며. 가까이서 보니 늑대 특유의 갈라진 눈이 묘하게 소름 돋았다.

그녀가 제 손을 뻗어 내 턱을 부여 잡았다. 그리고는 양쪽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고개를 들이밀고서 한번 더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서야 늑대의 차림새가 괴이하다는걸 알아 차렸다.

아니, 가슴만 가린건 그렇다 치는데 아랫도리는 아무것도 안 입었잖아!

장난 안치고, 은색의 털이 숭숭 나있는 보지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런 주제에 가슴은 또 가리고 있는탓에, 대체 뭐라고 해야할지 모를 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연신 내 턱을 붙잡은채 이리저리 돌리면서 목덜미에 코를 들이밀고는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아댄다. 그러다가 살며시 고개를 떼고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말했다.

“너, 늑대 수컷 주제에 꽤 당돌하구나. 이런 곳에 혼자 오다니.”

“그으... 혼자 온건 아닌데...”

리리스와 메르는 뭘 하고 있는건지. 대놓고 눈앞에 늑대로 추정되는 마물이 있는데도, 나올 생각을 하질 않았다.

그나저나 늑대 수컷? 설마 내가 달고있는 귀랑 꼬리 때문에 착각 한 건가?

와... 진짜면 좀 바보 같은데. 개가 머리가 똑똑하다곤 하지만, 그것도 사람보다는 못하다는게 정말인가 싶었다. 대놓고 나를 제 동족으로 알고 있으니까.

“옛날에 왔던 수컷은 자꾸 울어대서 그냥 보내 버렸는데. 너는 울지도 않고... 거기다 너, 지금 발정 나 있는거냐?”

갑자기 그리 말하며 내 고간에 제 고개를 들이박는 늑대녀는, 그대로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아 대더니 말 했다.

“크응... 킁킁... 쩔어... 발기 자지 냄새가 대놓고 나... 씻은지 오래 됐구나, 후우우... 조오앗...♥”

제 머리를 사타구니에 박은채로, 계속 코로 숨을 쉬어 대면서 혀를 내밀거나 핥짝 거리기까지 했다.

다행히도 바지가 가려주고 있어서 발기 해 있다는 것 밖에는 모르고 있지만... 솔직히 이것도 입지 않았다면, 큰일이 나지 않았으려나 싶다.

뭐어... 솔직히 나쁘지는 않다만.

“킁킁... 너, 이자식... 제대로 발정 났구나...♥ 너 같은 수컷은 나쁘지 않아...♥ 누나가, 발정 난거 해결하는 방법 알려 줄까?”

“무, 무슨 소리에요?”

“아직 어려서 발정을 해결하는 방법을 모른다. 날 따라오면... 해결 해 주마.”

이거 대놓고 유혹하는 거지? 유혹 이벤트 맞지?

따라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뻔히 보이는데. 아마 제 동료들이 가득 있는 둥지에 집어넣고 마구 돌려먹지 않을까? 저 은색 털이 숭숭 난 개보지로 따먹히면...

으읏... 발기를 멈출수가 없어!

그래도 그냥 가는건 좀 그러니까. 조금만 떠보기로 결정했다. 눈을 꼭 감고서, 못내 무서운 듯 목소리를 떨며 그녀에게 물어 보았던 게다.

“그, 그럼...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데요.”

“죽을 것이다!”

“네?!”

“당연한거 아니냐? 발정기도 해결 못하는 수컷 따위를 다른 암컷에게 넘길수는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이 자리에서...”

손톱을 삐칭­ 하고 내미는 늑대는 곧 나를 바라보며 눈을 부라리기 시작했다.

아, 이거 강간 맞네. 누가 봐도 강간이야.

따라가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하는거 보니까!

“가,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

오히려 나한테는 더 좋은데. 여기서 따라가 버리면 그냥 유혹에 넘어 가는게 되지만, 협박을 받아 버리면 강간 당하는게 되니까!

두려운 듯 목소리를 떨면서 말 하자, 그녀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더니 나를 번쩍 들어 올렸다.

“어... 어?!”

그리곤 제 어깨에 메어 둬 버린다.

“그러면 우리 집으로 가자. 헤헤... 너 오늘... 아니다 됐다. 그냥 오면 알 테지.”

그리 말 하며 나를 들쳐 맨 채로 총총히 숲속으로 사라져 가는 늑대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여자 둘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새끼들, 그새에 잠들어 버린거야?

으으... 정말이지.

의외로 무능한 것들 아닌가 싶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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