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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용사님은 패배 중독자-36화 (36/94)

〈 36화 〉 늑대의 시간

* * *

그렇게 졸지에 리리스를 얻었지만 내 생활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이 마을 사람들은 리리스가 내 친척이라는 허튼 소리를 잘도 믿어 줬으니까.

“솔직히 뿔도 달렸는데 좀 이상하지 않냐?”

거기다 키도 훨씬 크고 피부까지 하얀색인데.

하지만, 리리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깨를 한번 으쓱 할 뿐이었다.

“나도 바보는 아니라서 간단한 변신 정도는 할 수 있단다. 그러니까, 저 사람들의 눈에 나는 네 친척 쯤으로 보인다 이거지.”

“피부도 갈색인가요?”

“으음...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네.”

그리 말 하며 사랑스럽게 팔짱을 끼는 리리스. 어쩐지 부드러운 가슴이 팔뚝에 닿게끔 하는게 어지간히도 사심이 깊어 보였다.

이 해변 마을에 일주일 정도는 무료로 묵었다 갈 수 있으니까. 그동안 마음껏 놀다가 다른 마을로 가자고 메르가 제안 한 게다.

솔직히 여기는 작은 마을인 주제에, 근처에 꽤 괜찮은 해변이 있어서 나름대로 놀기에 좋았던 것도 있다.

거기다 날씨까지 무더운 여름인지라, 두 마물이 양팔에 팔짱을 끼고서 얇은 원피스를 입고 있는데...

솔직히 말 해서 그냥 넘기기는 너무 아쉬웠던 게다.

“으읏... 근데 좀 더운데 그냥 떨어지면 안될까?”

“어머나, 안될 말씀이지. 어떻게 내 남편을 떨어 뜨려 놓을 수 있겠니?”

“당신은 두 번째 첩에 불과하니까 너무 날뛰지 마세요.”

으르렁 거리며 리리스를 노려보지만, 정작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흘려 버릴 뿐 이었다.

이거 하렘은 맞는데... 뭔가 좀 불안하다. 어째 내 자지가 아니면 둘 다 싸울 것 같다고 해야하나?

뭐어... 번개 한방이면 둘 다 가루로 만들어 버릴 수 있지만. 굳이 그렇게 구워 버리는 것도 못할 짓 이니까.

솔직히 양손의 꽃도 그렇게 나쁘지도 않구. 강간 당하는게 취향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여자를 싫어하는건 아닌 덕이다.

그렇게 리리스와 메르를 양쪽에 두고서 마을을 둘러보고 있었다. 조만간 떠날 생각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관 바깥으로 통 나가 본 적이 없었기 때문 이었다.

그 외에는 으음... 메르랑 떡치고, 아리네스랑 떡치고...

맨날 떡만 쳤구나.

젠장.

솔직히 여기서는 딱히 할게 없으니까. 컴퓨터가 있는것도 아니고, 딱히 읽을만한 책이 있는것도 아니니 자연히 떡치는 걸로 시간을 때울 수 밖에 없는게다.

솔직히 섹스를 시간 때우기 용으로 마구 해대는 것도 좀 이상한 일 이기는 하다만...

판타지 세계니까 상관 없나? 거기다 야겜 세계잖아?

“서방님?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건가요?”

“아, 으음... 별거 아냐. 그냥.”

“저거 보고 있던거 아니니?”

“저거?”

나와 메르의 시선이 동시에, 벽에 붙어있는 벽보를 향해 갔다.

종이에는 간단한 일정만 적혀 있을 뿐 이었다.

간단하게 요약해서 해변 마을의 명절이 다가오니, 축제를 사흘 뒤에 할 것이라는 안내문 이었다.

“축제? 으음...”

“나쁘지는 않네요. 당신같이 띨띨한 서큐버스도 보는 눈이 없지는 않군요.”

“너 진짜 뒈질래?”

갑자기 으르렁 거리는 기색에, 급히 내가 나서야 했다.

“리리스! 한번만 더 그러면 밤에 자지 안 줄거야!”

“크읏...! 젠장, 이년이고 저놈이고 정말이지...!”

그렇게 경고하니, 그녀는 못내 안타까운 듯 고개를 아래로 푹 수그러 뜨려 버린다.

솔직히 남의 자지가 뭐가 그렇게 좋은건지 싶은데. 리리스는 이제는 내 자지를 무는게 아주 버릇이 되어 버린 것이다.

끝내 부들부들 떨면서도 은근히 내 고간을 내려다 보며 입맛을 다시는 리리스는, 솔직히 말 해서 조금 야하면서도 섬뜩했다.

“정말이지. 당신도 참, 서방님의 자지에 그렇게까지 푹 빠져 버리다니... 안타 깝기도 하지.”

그리 말 하며 메르는 슬그머니 리리스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흐으응... 이 새끼, 손놀림이 왜 이리 좋은건지 모르겠어!”

그 와중에 쓰다듬어 지는게 썩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슬슬 둘의 사이에서 팔짱을 낀채 마을을 둘러보는데, 뭔가 묘한 것을 알아 차렸다.

삼각형 종이를 달고 있는 끈을 마을 곳곳에 널어 놓는다거나, 사람들이 단상을 만들고 축제 준비를 하는건 익숙했지만. 그 상징이 조금 묘하게 보였던 게다.

단상 위에 그려진 문양은 물고기나 인어도 아닌 늑대였다.

“으응...? 늑대?”

이상한 상징인데. 보통 해변 마을이라 하면 당연히 생선을 많이 잡으려 바다를 숭상하기 마련인데, 이들은 뜬금없이 늑대를 섬기고 있었으니까.

누군가는 그러고 보니 사람들도 하나같이 머리에 늑대 가죽 같은걸 뒤집어 쓰고 있었다. 해변의 마을 치고는 희한한 광경 이었다.

“저기, 원래 이런 곳에서 늑대를 섬기나?”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 말 하면서도 메르는 은근슬쩍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와중에 리리스가 몹시도 자랑스럽게 어깨를 펴며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너희는 그것도 모르냐! 여기 사람들은 늑대 신을 무서워 하거든! 그래서, 늑대를 섬기면서 생선과 남자를 바치는거야! 그러면 늑대 신이 자기들을 해치지 않을 줄 안다나?”

“아주 잘 아시네요.”

“그야 여기에 몇 달은 넘게 있었으니까! 제길, 그런데 배고파서 사람 몇 명 덮쳤더니 난리가 나서...”

“결국 우리한테 잡힌거구나.”

“그렇지. 그런데... 솔직히 나쁘지는 않네.”

리리스가 희미한 미소를 띄면서, 내 고간을 훑어 보았다. 읏... 시선이 너무 야한데, 이러다간 발기를 멈출수가 없을거 같애!

“그만 하세요. 사람들 앞에서 서방님의 자지를 물 생각은 아니겠죠?”

“못할거 있니?”

“그러면... 으음...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씹 니들 좀 참아라 진짜. 그렇게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누군가가 와서 내게 이야기를 건네지 않았다면 정말 이 자리에서 덮쳐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둘이서 함께 마을을 둘러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앞에 다가왔다.

“저기, 그쪽에 있는 두 분은... 이 아이의 친척 이십니까?”

어라? 이걸 진짜 속아? 아무리 봐도 마물인데? 토끼귀를 모자로 가리고 있긴 하지만, 여자라고 해도 속옷 한 벌 안 입고 하얀 원피스만 입고 다니는 미친년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리 생각하며 한마디 해 주려고 했지만, 메르가 먼저 말을 꺼내는게 더 빨랐다.

“네, 그런데요. 이 아이는 제 사촌 동생이랍니다.”

“으음... 그렇군요.”

“난 안물어 보니?”

“그쪽에 계신 아가씨는 척 봐도 어머니 같으니까요.”

이거 늙어 보인다고 돌려 까는거지?

순간 리리스의 표정이 차게 굳어 버렸다. 눈앞에 있는 수염 난 할아버지를 한 대 후려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만 같았다.

“저기, 엄마 잠시만 참아 봐요!”

“엄마? 너 진짜...!”

한 대 쥐어 박으려는걸 애써 참으며 한숨을 내뱉는 리리스. 그 와중에 영감님은 그녀의 손을 마주잡았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어머니, 이 아이를 저희 마을의 제물로 삼아도 되겠습니까?”

“네?”

“뭐요?”

둘의 표정이 순식간에 식어 버렸다. 당장 눈앞에 있는 남자를 죽여 버리고 싶은 것처럼, 메르는 어느새 손에 지팡이를 꼬나 쥐고 있었다.

리리스의 등에서 날개가 활짝 펼쳐졌는데, 살기가 풀풀 풍겨서 어지간한 사람은 쫄아 버릴게 분명했다.

그런데 그 영감님은 마법 때문인지 살기를 느끼지도 못한채 계속 제 할말을 할 뿐이었다.

“아니, 제물이라고 해서 그렇게 무서운건 아닙니다. 그냥 한시간 정도 제단 위에 옷을 입고 앉아 주기만 하면 되지요. 실은 한 아이가 그곳에 앉기로 했는데, 갑자기 심하게 아파서... 다른 아이를 구해야 했거든요.”

“그냥 앉기만 하면 된다고?”

“네, 그거면 충분합니다. 설마 살을 찢는다거나 그런걸 생각한건 아니시겠죠?”

갑자기 분위기가 묘하게 변했다. 아무래도 정곡을 찔러 버린 것 같다.

“으흠흠... 아무튼 그냥은 안되죠. 우선 서바... 제 동생에게도 물어 봐야 하구요.”

“난 딱히 상관 없는데.”

“아니 그걸 그냥 받아들이면 어쩌자고...”

솔직히 이런거 한번쯤은 해 보고 싶었으니까. 마을 토착 축제의 제물이라니. 영화에서만 보던 거잖아!

옷이라는 것도 꽤 야시시한게 아닐까. 아니면 일본 마냥 쌀을 씹어서 술이라도 만드나?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그 영감님이 한 소리는 의외로 김 빠지는 소리였다.

“다행이네요. 보상은 300 골드 정도로 드리겠습니다. 별건 아니고, 그냥 저희가 드리는 옷을 입고 안내해 드리는 곳에 가서 앉아 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냥 앉기만 하면 된단다. 무슨 노래를 한다던가 춤을 춘다던가, 그런것도 없이 앉기만 하란다.

조금 실망 스러운 소리였다.

“300 골드면 나쁘지는 않을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니?”

뭐어... 그정도 돈이면 여관에서 족히 열흘은 묵을 수 있는 돈 이었다. 있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받아 들이죠 뭐.”

“그래도 될까요? 그래도 조금 불안한데...”

메르는 뭐가 그렇게 아쉬운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슬슬 낌새가 이상한 것을 알아 차린건지, 영감님은 내 손을 부여잡고서 절실하게 부탁하기 시작했다.

“하, 한번만 부탁 드립니다! 실은 이게 5년에 한번 있는 축제인데, 그 아이가 너무 심하게 병을 앓아서요. 그런데 아픈 아이를 거기에 앉힐수도 없는 노릇이라...”

너무 간절해서 차마 뿌리치기가 힘들 수준이었다.

뭐어... 저렇게 까지 말 하면 받아 들여도 상관 없겠지. 솔직히 아픈 애를 한시간이나 바깥에 바닷바람 쐬게 하는것도 썩 좋지는 않을거 같으니까.

“한번 쯤은... 상관 없겠죠... 그렇지?”

메르와 리리스는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 거렸다.

“저렇게 까지 말 하는데, 안된다고 하기도 그렇네요.”

“뭐어, 300 골드면... 솔직히 한시간 값 치곤 비싼 편이니까.”

“아이고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영감님은 내 손을 붙들어 대고 마구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어지간히 급했던 것 같았다.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난 뒤에야, 그 영감님은 마지막에는 허리까지 숙여가며 인사하고는 내게 종이를 하나 건네 주었다.

사흘 뒤 축제가 시작 되는 날 아침에 이곳에 와 달라는 것 같았다.

“마을 회관? 도대체 무슨 옷을 입히려고...”

“그으... 일단 와 보시면 알겁니다. 그렇게 대단한건 아니에요.”

영감님이 그리 말하며, 차마 알리기 곤란 하다는 듯 뒷통수를 긁적 거렸다.

아니, 대체 뭐길래 굳이... 그냥 나중에 옷만 입으라고 하면 되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어쩌면 정말로 보이기 부끄러운게 아니려나?

예를 들어서 비키니나 바니 보이 같은거?

으음, 생각해보니 끔찍하네. 그냥 생각도 하지 말자.

영감님은 그렇게 종이 하나만 건네주고서 떠나 버렸다.

여전히 마을은 북적북적 거리는데, 어째 리리스의 표정이 조금 달아 올라 있는건...

아무래도 착각이려나 싶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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