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용사님은 패배 중독자-24화 (24/94)

〈 24화 〉 예상치 못한 아침봉사

* * *

그렇게 나는 한시간 정도를 걸어서 마을 안에 들어왔다.

일주일 정도 거리를 내리 마차를 타고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는 항구 마을 이었다.

오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데다가, 보이는 것 이라곤 조그만 길드 사무소 겸 여관밖에 없는 고즈넉한 장소였다.

다행인건 근처에 오크들의 본거지가 있다는 건데. 아마, 이곳은 원작의 첫 번째 보스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2번째 마을인 것 같았다.

거기가 설정상 항구 마을이긴 했지만, 설마하니 보스를 뛰어넘고 바로 오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그런데... 메르에게로 사람들의 눈길이 자꾸 끌리는 것 같은건 어째서인지...

사실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있지만.

어렴풋이 비치는 달빛 아래에서, 메르가 입고 있는 하얀색 원피스 안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워낙에 얇은 천이라 그림자가 비치는 바람에 몸의 굴곡이 훤히 보였다.

혹시라도 그녀가 속옷 하나 입지 않은 알몸이라는 것을 누가 알아 버리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 됐던 게다.

“주인님? 왜 그러세요?”

그때, 그녀가 방긋 웃으며 내 손을 마주잡았다. 그리곤 슬쩍 내 손을 이끌어 제 아랫배에가져다 대더니 지긋이 누르기 시작했다.

“읏... 무, 뭐하는 거야...”

저 얇은 원피스 속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요컨대, 나는 길거리에서 그녀의 알몸을 어루만지고 있는거나 다름 없는 꼴 인게다.

한번 강간 당했더니, 그렇게나 부끄러워 했던 주제에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유혹을 해 대기 시작했다.

솔직히 썩 나쁘지는 않지만... 어쨌든 메르는 내 기준으로는 대단한 미녀인 편 이니까.

그런데, 암만 그래도 누가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알몸을 아슬아슬하게 보일 짓을 하는건 좀 꺼림칙 했던 것이다.

그때, 그녀가 내 앞에 주저앉더니 귓가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살짝 달아올라 있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우후후... 그렇게나 흥분해 계신 건가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관에 들어가면... 저를 마음껏 안아 주셔도 되니까요.”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게 내 머리에 손을 얹고는 쓰다듬어 대기 시작했다.

슬슬 정수리를 어루만지는 손가락의 감촉이 너무 시원한데, 하는 소리는 또 심하게 요망해서 절로 정신을 놓고 만다.

반쯤 흥분해 버린 상태로 어벙벙하게 그녀를 올려다 보다가, 도로 다시 고개를 내려 버리고 말았다.

“으, 읏... 그, 그럼... 빨리 가자.”

“후훗... 의외로 기대하고 계신거군요. 응큼하셔라. 하지만, 그런 주인님도... 썩 나쁘지는 않아요. 색을 밝힌다는건, 그만큼 주인님이 저를 바란다는 거니까요.”

원래 이런 녀석 이었던건가. 아니면 내가 그녀를 안아 버려서, 속에 감춰져 있던 다른 면을 불러 일으켜 버린건가 싶었다.

어느쪽이던 간에... 적어도 앨리스 보다는 나은건 분명했다.

이곳도 이전의 그 마을과 마찬가지로, 여관과 길드가 하나로 합쳐져 있는 곳 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술집은 따로 있어서, 술주정뱅이들이 시끄럽게 하지는 않는다는 거려나...

아래층은 사무실에, 윗층은 손님이 묵는 방이 있는 구조여서 나와 메르는 방 하나를 빌리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 사무원이 방을 내어 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메르가 나와 남매지간 이라고 해서 그럭저럭 넘어 갔던 것이다.

아무래도 무슨 음흉한 관계로 봤던거 같은데. 솔직히 난 메르가 마물인 것을 들킨게 아닌가 싶어 식겁 했었다.

그렇게 빌려 온 방은 생각외로 아늑한 곳 이었다.

좁다란 공간에, 방 한켠에 놓여있는 작은 1인용 침대와 창문 하나. 그리고 옷장이 하나 놓여 있다.

옆방에서 누군가 잠 자는 소리가 들렸다. 고로롱­ 고로롱­ 하며 들려오는 코골이 소리는 벽이 워낙에 얇은탓에 벌어진 참사였다.

침대에 털썩 주저앉은채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았다. 메르는 그렇게 유혹 해 놓고선 침대에 털썩 드러 누워 버릴 뿐이다.

“으음... 저기, 메르?”

“네? 무슨 일 이신지요?”

“방금... 뭐 해주기로 하지 않았어?”

그으... 솔직히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메르는 딱 내 취향의 몸매라서, 의외로... 봉사 받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거기다 아무도 없는 방 이니까. 암만 내가 강간 당하는게 취향이라고 해도, 가끔은... 자의로 해 보고 싶은게다.

순간, 미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가 내게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귓가에 달뜬 숨을 불어 넣었다.

“읏...”

등골이 오싹 해 지는 감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서 그녀의 손길을 가만히 받아 들이고 만다.

“후훗... 주인님께서는 제가 봉사 해 드렸으면 하는 건가요? 하지만... 저는 주인님을 겁간 한 여자일 뿐인데.”

그리 말 하며 슬그머니 손을 아래로 밀어넣었다. 부드럽게 허벅지를 쓰다듬어 가면서, 찬찬히 고간을 향해 간질거려 댔다.

“나, 나는... 그러니까아...”

“굳이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솔직히, 주인님도 제 몸을 잊을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으읏... 그런건 아니야. 그냥... 메르가 해 준다고 그랬으니까...”

“흐응...”

군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콧김이 목덜미에 닿는것만 같았다. 짐승한테 잡아먹히기 직전 같은 분위기에 홀린 듯 다리를 모으고서 긴장하고 말았다.

솔직히 그녀 따위는 얼마든지 작살낼 수 있는데. 일부러 덮쳐지기를 원해서 약한 척 하며 안기기를 바라고 있는거니까.

나보다 한참 약한 존재에게, 강제로 덮쳐 진다는 시츄에이션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좋았던 게다.

후우­ 하고 목덜미에 숨을 내뱉으며, 혀를 뻗어 핥기 시작하는 메르. 촉촉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간질거리는 느낌이 머리를 후려치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달뜬 신음을 내어 버리고 말았다.

“히읏...”

“아, 주인님. 방금 그 소리 좋았어요. 후훗... 그렇게나 고프시다면... 오늘 밤 저를 안아 버리셔도 되는데. 물론 주인님이 원하셔야겠지만... 그렇게 변태는 아니라고 했었죠?”

오늘 밤에 자의로 나를 안아 보라고 유혹을 내뱉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메르가 요망한 미소를 지은채 입술을 비죽 내밀고 있었다.

앗... 입술이 부드러워 보이는데. 촉촉하게 젖어 있어서, 몹시도 달 것 같았다. 살짝 맞추면 무슨 느낌이 나려나... 그냥, 한번만...

그렇게 눈을 감고서 천천히 그녀에게로 고개를 가까이 들이 밀었다. 제 입술에 키스 하려는 것을 아는 듯 메르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그리고, 입술이 닿을 때 쯤에...

똑똑­

“손님? 죄송합니다만 오늘 방이 다 차버려서. 한 분이 같이 묵고 싶다는데 허락 해 주시겠습니까?”

뜬금없이 들려오는 사무원의 목소리에, 달아오른 분위기가 순식간에 식어 버렸다.

으으... 저 눈치없는 새끼는 갑자기 뭐 하자는 거야!

“아뇨, 안돼요! 대체 뭐하자는 건지, 오밤중에 갑자기 합방 하라는게 말이나 됩니까!”

“주인님? 너무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저 분도 사정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사정은 개뿔, 그냥 예의가 없는거지!

그렇게 사무원에게 쏘아 붙이려고 했을때였다. 갑자기, 그자가 마저 이야기 하기 시작했던 게다.

“네, 저도 그런 것은 압니다만... 오늘 사정이 있어서. 합방을 허락 해 준다면 향후 일주일 정도의 방 값을 면제 해 드릴 수 있습니다만.”

“일주일?”

잠시, 나도 그녀도 서로를 마주보았다.

일주일 이나 공짜라면... 괜찮을거 같은데. 아무래도 메르도 같은 생각인 듯 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깨를 한번 으쓱하는 메르. 하루 정도는 상관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야... 하루 정도는 괜찮겠죠.”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 가시죠.”

사무원의 한마디와 함께 문이 열렸다. 이윽고 안으로 들어온 것은 꽤나 키가 큰 여성이었다.

메르랑 비교해도 머리 하나정도는 더 클 것 같은데다가, 길게 늘어진 금발을 한줄로 묶어 포니테일을 한 채였다.

약간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고 있었다. 허벅지 까지 내려오는 단벌 옷 이었는데, 희미한 갈색에 자세히 보니 다리 언저리의 옆트임에 끈이 언뜻 보였다.

설마... 끈 팬티 입은거야?

“흐음... 손님 치고는 복장이 요란하네요.”

“그거 미안하군. 오늘 하루만 이곳에 머물 터 인데, 그대들에게 민폐를 끼친 것 같네.”

어째 말투가 익숙한데... 거기다 목소리가 낭창낭창한 것이 묘하게 낯이 익었다.

어쩐지 어둠속에서 금안이 훤히 빛나고 있었다.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달빛을 등지고 있어서인지, 속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것 같았다.

왜이리 낯이 익은건지 도무지 모를 노릇이었다. 그 와중에 메르는 하필 상대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그녀를 노려보며 나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메르! 뭐 하는거야!”

“그냥... 뭔가 불길해서요. 혹시나 이상한 사람이면...”

그르렁 거리면서 상대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어째, 이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벽에 기대고 앉아 버릴 뿐 이었다.

그리고는 희미하게 빛나는 금안을 살짝 위로 올리고서, 나를 향해 방긋 웃어 보였다.

“걱정 할 만도 하지. 보아하니 남매인 모양인데, 제 동생이 애먼 사람에게 넘어가 버리면 아깝지 않은가?”

아무리 들어봐도 낯이 익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녀와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어서 그런 의심을 확신할 증거가 없었다.

뭐... 아무래도 좋은가. 설마하니 그녀가 오밤중에 여기에 들어와 있을까. 아마 비슷하게 생긴 다른 누군가가 아닐까 싶었다.

“그대들은 걱정하지 말게. 나는 이곳에서 머물터이니, 먼저 자고 있게나.”

그리 말 하며 가만히 고개를 수그리는 그녀, 이내 자그마하게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어지간히 피곤한 것 같았다.

“으음... 그새에 잠들어 버렸네요. 칫, 주인님이랑 알콩달콩 하게 재밌는걸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끼어 들어 버려서...”

“아니, 괜찮아. 하루쯤 안 한다고 죽는것도 아니니까.”

“후훗... 그런가요?”

상냥하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내게 속삭이는 메르의 모습에, 천천히 빠져 들 것만 같았다. 그대로 나는 이불을 덮은채 그녀의 품에 파고 들어갔다.

우우... 따뜻한 체온이 몸에 스며들어와서, 너무 행복하다고 해야하나. 다른 사람과 곁잠을 잔다는게 이런 느낌이구나.

거기다 상대는 마물이니까. 누가 뭐래도 아름다운 여인이어서, 솔직히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행복해 지는 것이다.

적어도 오늘 밤은 편히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르가 곁에서 같이 자고 있어서, 이상한 이방인이 왔다 해도 그렇게 무섭지도 않았으니까.

그리 생각하고 눈을 감아 버린게... 아무래도 문제였던 것 같다.

너무 방심하고 말았던 것이다. 내가 추적 당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새까맣게 잊어 버린 탓 이었다.

다음날 아침이 됐을 무렵이었다. 여느때와 같이 눈꺼풀 너머로 나침 햇살이 비쳐와서, 시야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문득 아랫도리에서 뭔가 묵직한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달콤한 쾌락이 슬그머니 몸에 스며들어왔다.

으음... 아무래도 메르가 아침 봉사를 하는 모양인... 어?

아냐. 뭔가 이상한데.

혀놀림이 하나가 아니었다. 뭔가 다른 것이 같이 있었던 게다.

깨달아 버리자 마자, 느껴지는 달뜬 쾌감에 나도 모르게 격한 한숨을 내뱉고 말았다.

“히읏...! 무, 뭐야...!”

그대로 대체 뭣인가 싶어서 놀라 불룩해진 이불을 떨쳐냈다. 그러자 펼쳐 진 것은...

“오, 안녕하신가. 그대여... 오래간만이지?”

익숙한 금발에, 낯익은 세로로 째진 동공을 가진 여인. 뒤에서 풍성한 아홉갈래의 꼬리가 드러나 있었다.

몹시도 부드러운 꼬리로 나를 감싸안은채, 그 구미호가 나를 바라보았다.

방긋 웃으면서 미소지은채 내 아랫도리에 고개를 파묻고 있었던 게다.

"아, 아, 아리네스?"

점점 밀려오는 쾌감에 나도 모르게 달뜬 한숨을 내뱉었을때, 마찬가지로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주인님? 이 여자 누구에요?”

아리네스의 곁에서 메르도 같이 고개를 파묻고 있었으니까.

"흐으응...♥"

그읏... 가아앗...!

꽤나 스팩타클한 아침이어서, 나도 다 놀랄 지경이었지만 그 둘은 나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것 같았다.

역시, 나는 강제로 덮쳐지는게 취향인 모양이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