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앨리스에게 능욕을
* * *
망할... 상황이 어쩌다 이 꼴이 나 버린거지? 분명 계획은 완벽했을텐데!
그렇게나 강간 당해 줬는데도 죄책감을 느끼긴 하는데, 오히려 나한테 집착하고 있다니!
양심 어디갔냐 미친년아!
진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분명 내 생각대로 였으면 날 떼어 놔야 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찰싹 달라붙고 있었으니까.
“에스더? 저기... 누나가 좀 도와줄까?”
지금도 그랬다. 하도 집이 더러워서 청소나 좀 하는데 곁에서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곁을 쫄래쫄래 따라다니고 있었으니까.
“아니... 됐다.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
그래서 방긋 웃으며 진짜로 됐다고 한 건데, 갑자기 축 늘어져 버려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진짜! 저러면 뭘 할 수가 없잖아!
“그... 그럼, 걸레라도 좀 빨아다오.”
그래서 뭐든 일을 하나 시켰더니 알겠다고 방긋 웃으며 총총히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이 집에는 그 흔한 화장실 조차 없던 탓 이었다. 그래서 걸레 같은것도 공용 식수대에서 빨아 와야 했다.
그녀가 바깥으로 사라져 버리자,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젠장...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거지?’
분명히 죄책감에 절어서 도망쳐 버려야 했는데. 그러면, 나도 마물들에게 마음껏 강간 당할 수 있을터였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나한테 달라붙고 있잖아!
거기다 됐다고 하면 한숨만 푹푹 내쉬면서, 혼내지도 않고 뭘 시키면 오히려 좋아하기까지.
이대로는 진짜 돌아 버리겠다 싶었다.
으음... 그러면, 이렇게 된 이상...
원작 내용 대로라면 앨리스는 일종의 집착이 있었다.
마물을 정리하고 나서 고향에 되돌아가고 싶다는 것 이었는데, 그녀가 고향에서 가출해서는 신을 배반하다 시피 한 탕녀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돌아온 탕녀 클리셰지만...
솔직히 클리셰가 클리셰인지라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뭘 하든 간에 받아 들일 준비를 다 해놓고 있었다는게 함정.
거기다 아예 서큐버스로 타락 해 버려도 환영해 주니 그 사람들도 참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아무튼, 중요한건 앨리스가 용사가 되고 싶다는 거고. 그걸 위해서 성검을 가질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 이었다.
사실 이 마을에는 성검이 보관되어 있으니까.
다만 어디에 꽂혀 있는건 아니고, 검 손잡이만 있는건데 선택받은 용사가 그 검 손잡이를 잡으면 날이 생겨나는 식 이었다.
뭐어, 실상은 거기 다회차 전용 무기지만...
선택받은 용사 같은 소리나 하면서, 성검을 다회차 유저용 무기로 만들어 놓은 이 게임도 은근히 거지같구만...
아무튼, 그녀는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 용사가 되고 싶어 하는데, 눈앞에서 내가 그 검을 들어 버리면 질투에 미쳐 버릴게 분명했다.
그야 지금까지 검을 쓸 수 없었던 이유가 아직 용사로서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였을 테니까.
그런데 처음보는, 슬라임한테 강간 당하던 소년이 갑자기 검을 작동시켜 버린다? 나 같으면 진짜 돌아버린다 야...
일단 집은 다 쓸어 놨으니 뒷정리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녀가 오면...
그때, 때마침 앨리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는 제대로 빨아놓은 걸레를 든 채였다.
“여기! 가져왔어. 바닥은 내가 닦을게.”
그리 말 하며 주저 앉고서 쓱쓱 물걸레질을 하기 시작하는 앨리스. 나는 그녀의 곁에 주저 앉고서는 진지하게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앨리스. 나, 오늘 성검을 보러 갈 생각이다.”
순간 그녀의 시선이 미친 듯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들은 것처럼.
“저, 저기... 성검? 그건... 그으... 나중에 하는게 좋지 않을까?”
아무래도 실패 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 여자 진짜 배려심이 깊은건지, 아니면 그냥 나한테 집착하는 건지 원...
“왜 그러는가? 무슨 문제라도 있나?”
“성검은... 아무래도 좀 부담 스럽기도 하구. 혹시나 뽑아 버리면 이목을 끌기 쉬우니까.”
“상관 없다. 나, 나는... 고향에 돌아가야 하니까.”
순간 뜨끔 한 것 같은건 착각이 아니었다. 앨리스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업적을 세우려고 하는데 그걸 때마침 딱 맞춰 버린 거니까.
아마 속으로는 안타까워 하고 있을테지. 꽤나 강한 축에 속하는 자신도 못 하는 일을 나 같은 아이가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실망하지 않을까,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지. 속으로 걱정하며 어떻게든 성검으로부터 떨어 뜨려 놓으려고 하는게 훤히 보였다.
우후후... 실상은 전혀 달랐지만.
“그렇지만 성검은...”
“일단, 해 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 아닌가?”
“그래... 그렇지.”
뒤늦게 한숨을 푹 내쉬며 내 손을 마주잡는다. 도저히 물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아 챈 것 같았다.
히히, 바보 같으니. 그 다회차 검을 작동 시키고 나면 마지막 티배깅 까지 해 줄 생각으로 가득한데.
진짜 이걸 당해 버리면 그녀는 완전히 미쳐 버리지 않을까.
그렇게 내게서 떠나 버리면 난 바로 마물 눈나들 품에...
강간 당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나를 바라보며, 그녀는 짧게 나를 끌어 안아 주었다.
죄책감을 느껴야 할건 나인데, 정작 애먼 사람의 가슴이 미친 듯이 찔려 대고 있으니. 참 웃기는 일 이었다.
앨리스의 손을 잡고서 온 곳은 한 광장 이었다. 도심의 중앙에 있는 분수대에 작은 유리관으로 보호되고 있는 장소가 하나 있었다.
단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은 손가락 다섯 개로 쥐면 딱 맞은법한 형태의 막대기였다.
무슨 무기로 보이지만, 아무리 봐도 검이라기 보다는 너클 비슷한 것으로 보이는 것일 뿐이다.
물론, 저건 검이 맞다. 지금은 작동하고 있지 않을 뿐이었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 성검을 작동 시킨다고, 여기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지금까지 아무도 켜 보지를 못해서. 결국 관광객도 빠져 버리고. 지금은 관심도 없어진 곳이 되어 버린거야.”
그리 말 하며 광장의 벤치에 털썩 주저 앉는 앨리스.
그녀의 곁에는 내가 앉은채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앨리스도 그런 사람들 중 한명 이었는가?”
그리 물어보니, 왠지 감상에 빠진 듯 앞을 멍하니 바라본다. 옛 추억에 빠졌다기 보다는 철없던 시절을 돌이켜 보는듯한 눈 이었다.
“그렇지. 그래도 그땐 좀 포악했었는데. 멋대로 모험가 하겠다면서 날뛰기도 했구, 지금의 나 같았으면 한 대 치는 선에서 끝났겠지만...”
그리 말 하며 가만히 하늘을 향해 고개를 올려 버린다.
“대충 알 것 같군. 사춘기 시절은 꽤 험한 편 이니까.”
“어린애가 그런 소리 해 봤자 이상하게 들릴 뿐이거든?”
푸훗 하고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하는 앨리스. 그러다 갑자기 놀란 듯 제 손을 치워 버린다.
어제 저질렀던 짓이 떠오른게 분명했다. 그리곤, 곧 그녀의 시선이 동정을 담은 것으로 바뀌었다.
이제 저 시선이 혐오로 바뀌기 까지는 1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 이제 시작 해 보실까.
나는 그녀의 곁에서 폴짝 뛰어 단상을 향해 다가갔다. 주변에 사람은 얼마 있지도 않아서, 내가 검을 작동 시켜도 눈에 띄지도 않을 것 같았다.
그 광경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앨리스 밖에는 없다는 뜻이다.
능욕 하기에는 최적의 환경 이었다.
그녀가 방긋 미소를 지은채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절대로 내가 작동 시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만약에 실망하면 위로 해 주려고 하는게 분명했다.
그렇게 단상 앞으로 다가가, 검 손잡이를 집어 들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너클같은 물건은 의외로 손에 착착 달라붙었다.
그대로 날을 앞으로 뽑듯 살짝 흔든다.
그와 함께 삐칭 이라는 묘한 소리가 들렸다. 손잡이의양쪽에 튀어나오는 반투명한 푸른색의 에너지 검날. 웅웅 거리며 나지막하게 울리는 것 까지, 원작의 그것과 똑같았다.
슬쩍 고개를 위로 들어올렸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면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게 보였다.
“아... 아?”
충격을 먹어서 금방이라도 기절 해 버릴 것 마냥. 덜덜 떨고 있기까지 했다.
이제, 여기서 막타만 치면 되겠구만.
그대로 다시 검 손잡이를 뒤로 밀어 날을 꺼 버렸다.
잠시, 묘한 적막감이 흘렀다.
도저히 방금 본 것을 믿을 수 없는 것처럼, 그녀가 나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눈동자가 미친 듯이 떨리는 것이 멀찍이서도 보이는 것 같았다.
하도 오래되서 이제는 잊혀져 버린 성검. 누가 훔쳐가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물건을 내가 방금 작동 시켜 버린것니까.
그 손잡이를 든 채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앨리스의 손에 성검을 쥐어 주며 말 했다.
“이건 아무래도 나 보다는 앨리스가 갖는게 나을 것 같아.”
“무... 뭐? 아, 아니... 어째서?”
“난 검은 쓰지 않으니까. 거기다 이상한 소리도 나고, 솔직히 검은 앨리스가 잘 쓰지 않던가?”
“나, 나, 나는... 그, 그러니까... 그게...”
다리를 덜덜 떨면서, 고개를 흔들어 대고 있는 그녀는 일부러 그랬다지만, 내가 봐도 불쌍해 보일 지경이었다.
“앨리스?”
“지, 집으로 가자.”
그리 말 하며 제 품에 성검을 밀어 넣고서 내 손을 마주잡는다. 급히 데려가면서도 그녀의 손이 미친 듯이 떨리는게 느껴졌다.
이거 완전히 무너져 버린게 분명한데. 후후... 이제, 그녀가 날 버리고 떠나기만 하면...
그렇게 검을 가지고서 집에 돌아온 앨리스는 침대에 주저 앉은채 가만히 앞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멍하니 시간을 때우면서, 완전히 정신을 놓아 버린 것처럼.
“앨리스? 왜 그러는가? 괜찮은가?”
이거, 확실히 맛 갔구만.
애써 걱정하는척 하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아준다. 이제 무슨 소리를 하려나, 나한테 욕지거리를 해도 이해가 가는데 이건.
그때, 그녀가 내 눈을 마주보았다.
어쩐지 확실히 결정 지은 것 같은 눈빛으로.
“에스더... 고마워. 이 성검... 네게는 중요한 것 이었을텐데.”
“뭐? 어, 응... 그, 그렇지...”
“나도... 이해했어. 네가 나한테 왜 그러는 건지. 우후후... 나도 참 바보구나. 너도, 나도 결국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할 뿐인데.”
“앨리스?”
“그러니까... 이 일을 마무리 짓고, 같이 돌아가자. 이 성검으로 마물들을 물리치고 업적을 쌓아서, 다시 고향에서 환영받을 수 있게.”
뭔소리야 이거? 야,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그녀가 나를 꼭 끌어 안았다. 마치, 내가 뭘 하든 다 이해한다는 것처럼.
“그러니까... 이거 절대로 잊어 버리지 않을게. 같이 나아가자. 설령 그곳이 나락이라고 해도.”
그렇게 속삭이는 앨리스에게 나는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미친년이 지금 뭐라는 거야! 난 그냥 강간 당하고 싶을 뿐이라고! 너 말고, 마물 눈나들한테!
고향 따위는 내가 알바 아니란 말야!
존나 어이가 없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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