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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용사님은 패배 중독자-14화 (14/94)

〈 14화 〉 앨리스와 패배 미약 야스

* * *

다음날, 앨리스가 돌아오자마자 첫 번째로 한 일은 나한테 달려 오는 것 이었다.

다행히도 밤 새 여관에 있던 공용 부엌에 들어가, 미리 미약초를 만들어 둔 뒤였다. 이제 이 초만 채우면 저 년에게 강간 당할 수 있는게다.

그녀의 손을 꼭 붙잡은 채로, 뒤를 총총히 따라갔다. 의외로 마을의 풍경은 꽤나 도시 같다고나 할까. 그렇게까지 촌동네 같지는 않았다.

2층집이 즐비하기도 했고, 가는 길이 시장이어서 꽤나 시끌벅적 했던 것이다.

내 곁에서 밝은 미소를 지은채 앞서 걸어가고 있는 앨리스는, 어디 내가 달아나기라도 할 것처럼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너무 좀 부담되는데... 이렇게까지 날 걱정해 주면 강간 당하려고 하는 내가 쓰레기 같잖아!

물론 계획을 그만 둘 생각은 없었다. 이 년을 어떻게든 떨어뜨려 놔야, 마음껏 마물들에게 겁탈 당한다는 내 계획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으니까.

“다행이네. 네가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거든. 솔직히 에스더는 자존심이 강한 것 같았으니까.”

“나도 집 공짜로 빌려주겠다는걸 마다 하지는 않는다.”

“빌려 주는게 아닌데? 내가 돌봐주는 거니까. 그렇게 부담 가질 필요 없어.”

아니, 그러는게 오히려 더 부담되는데.

이 여자는 왜 이렇게 나한테 달라붙는거지? 내가 뭐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나?

솔직히 어린아이기도 하고, 마물들에게 몇 번이나 겁탈 당했는데 그걸 굳이 받아 들이기까지 하니. 오히려 수상한건 내가 아니고 앨리스인게 아닐까?

사실 일부러 강간 당하려고 애쓰는 나도 정상은 아니지만, 날 돌보려고 애쓰면서 자기 집에 들이기까지 하는 앨리스고 그다지 멀쩡한 여자는 아니었다.

뭐어... 일단 겉모습은 꽤 예쁘니까. 아니, 마물들만 아니면 오히려 미인이라고 쳐도 될 정도였다.

길게 자라있는 허리께 까지 내려오는 금발에, 초롱초롱 하니 밝은 하늘빛을 가진 눈동자. 노출은 딱히 없지만, 가슴이 큼지막한 덕에 옷이 적당히 부풀어 있었다.

거기다 일부러인지, 아니면 스스로도 자각을 못 하는건지 허리 라인이 쏙 들어가 있는 웃옷 까지. 어지간한 마물보다 색기가 물씬 흘러넘치는 차림을 하고 있으니...

마물보다 더 예쁘장한 부분도 많은 인간이라니. 솔직히 색기는 무서울 정도로 대단했다.

그렇게 차분히 몸을 감상하고 있으니, 의외로 그녀에게 강간 당하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만, 죄책감을 불러 일으키는게 목적이니 최대한 싫다고 저항하는척 해야겠지만...

조금은... 봐 줘도 괜찮지 않으려나 싶다.

다행히도 내가 품에 미약초를 숨기고 있다는걸 알지 못했다. 향도 딱히 미약같이 수상쩍은 냄새가 난다기 보다는 시원스러운 향이 풍긴다는 설정이니까. 눈앞에서 초를 태워도 그녀는 알지 못할 터 였다.

그렇게 시장가를 한시간 정도 걸었으려나, 마침내 도착 한 곳은...

“어때? 우리집 꽤 좋지?”

자그마한 다층 집 이었다. 정확히는 양쪽에 있는 집 사이에 끼어있는 2층 짜리 좁은 집 이라고 해야 하나.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의 집 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꽤나 좁아 보이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다르려나?

“꽤... 좁아 보이는 구나.”

“상관 없잖아? 옆집 소리도 대놓고 들리지만, 집값도 싼 편이니까!”

그렇군, 집값이 싸서 들어와 살고 있는거로군.

뭐 이딴...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고서, 집 문에 열쇠를 꽂아 넣었다. 안쪽이 어떤 꼴 일지는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앨리스의 손길이 워낙에 거세서 결국 안으로 따라 들어가 버리고 만다.

문을 여는순간 풍겨오는 짙은 먼지 냄새에, 나도 모르게 기침을 내뱉고 말았다.

콜록­ 콜록­ 하며 겨우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인 것은 예상했던 대로 좁다란 집 이었다.

의외로 그렇게 더럽지는 않지만 황량하게 보이는 1층에는 안락의자 한 개와 벽난로 밖에는 없었다. 거기다 가운데에 장난치듯 놓여있는 작은 원탁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청소한지 좀 돼서, 그래도 그렇게 자기 힘든 곳은 아닐거야.”

“그, 그런가?”

“응! 안으로 들어와. 마저 소개 시켜 줄게!”

손을 잡은채로 안에 발을 들였다. 신발을 벗어 놓은뒤, 먼지가 버적버적 밟히는 마루에 발을 디뎠다.

나중에 청소 제대로 해야 될 거 같은데...

“여긴 볼 것도 없으니까.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자.”

“어... 응, 그러지.”

고개를 끄덕거리며 주변을 쭉 둘러 보았다. 벽난로에서는 약하게 잔불이 타고 있었다. 곧 여름인지라 불을 끈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앨리스의 뒤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계단을 조금만 올라 갔는데도 바로 위에 방이 하나 있었다. 문이 굳게 닫겨있는 그 방에서는 짙은 방향제 냄새 같은게 풍겨왔다.

“저 방은 뭔가?”

“아, 저기? 으음... 옷장! 별건 없고 그냥 내가 자주 입는 옷만 있으니까.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런가... 뭐, 여자 옷장을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그럼 3층은?”

“거긴 침실인데, 너란 내가 같이 잘 곳이니까 꼭 봐둬야겠지?”

“같이 잔다고?”

“응! 어차피 애 니까! 아무래도 혼자 재우기는 좀 그렇잖아.”

이 여자 날 대체 뭘로 보는거지?

아니, 몸매도 좋고 외모도 예쁜 여자랑 같이 자는게 싫지는 않은데... 암만 그래도 만난지 얼마 안 된 이성과 같이 자겠다고 하는게 그리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나도 강간 당하고 싶어서 안달 났으니,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앨리스의 뒤를 따라 도착한 3층은 방문 조차도 없었다. 대놓고 조그만 공간 이었는데, 한 켠에 바깥이 훤히 보이는 둥근 창문만 하나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몹시도 큰 침대가 하나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퀸 사이즈 침대를 여기에 억지로 밀어 넣은것도 참 대단한데. 대체 이걸 어떻게 가져 온 거지?

“이정도면 같이 자기는 충분할거 같지?”

“그, 그런데... 굳이? 나만 아래에서 잔다던가, 그런 방법도 있지 않나?”

“응? 굳이?”

그리 말 하며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면서 나를 바라보는 앨리스는, 아무래도 따로 잔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 한 것 같았다.

이거 좀 이상한데... 이 여자 괜찮은거 맞아?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도무지 지울수가 없었다. 이런 황량한 곳에서 사는것도 그렇고, 날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들이는 것도 그렇고... 뭔가 이상하게 미묘하다고 해야겠다.

도대체 뭔지 알 수 없는 묭한 느낌이었다.

“일단 여기에 앉아 있어!”

라고 하면서, 나를 침대 위에 앉혀놓는 그녀는 곧 계단을 향해 총총히 걸어갔다.

“맛있는 거좀 사올테니까! 오랜만에 고기나 먹어야지.”

새 주민이 입주 했다고 파티라도 열 생각인가?

어느새 그녀는 아래층으로 총총히 뛰어가더니, 문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시작하면 되겠다.

슬쩍 품 안에 숨겨 둔 초를 꺼내 들었다. 앨리스가 언제 올 지는 모르겠지만 불 피워 놓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그리 생각하며 슬그머니 아래층으로 내려가 잔불만 남은 난로에 초의 실을 가져다 댔다.

미약 초에 불이 붙으면서, 약하게 시원스러운 향기가 풍겼다. 순간 가슴이 두근 거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몇 번이고 들었던 띠링­ 이라는 소리와 함께. 눈앞에 익숙한 창이 튀어 나왔다.

[상태이상 : 황홀이 부여 되었습니다.]

향기 좀 맡았다고 바로 상태이상이 들어오는걸 보면 보통 물건은 아닌 모양인데... 뭐, 상관 없나.

의외로 버틸 만 했다. 적어도 알라우네 자매에게 안겼을 때처럼 당장 머리가 몽롱 해 지지는 않았으니까.

다만, 앨리스는 어찌 나올지 조금은 궁금했다.

그대로 타고 있는 초를 슬쩍 침대 아래에 넣어 두었다. 의외로 침대가 높은 편 이어서, 불이 붙지는 않았다. 그저 꾸준히 타오르며 주변으로 시원한 향을 뿌릴 뿐 이었다.

그렇게 배치까지 완료 해 놓고 침대에 가서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어디, 언제쯤이면 오려나...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에스더! 나 왔어! 잠시만 있어 봐! 이 고기 어떻게 하는게 좋으려나... 킁킁­ 이게 무슨 냄새지?”

연신 킁킁 거리며 앨리스는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알아 차린 모양이다.

그렇게 킁킁 거리던 그녀가 천천히 위로 올라오면서, 점점 숨이 가빠지는게 들려왔다.

이거 생각보다 반응이 빠른데?

그리고, 그녀가 계단을 걸어 올라와 내 앞에 섰다.

“앨리스? 괜찮은가?”

근데... 이거 내 예상보다 반응이 심하게 이상했다. 흐릿하게 죽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몸을 떨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죽은 시선을 하고 있던 그녀가 내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한걸음씩, 한걸음씩.

“앨리스?”

공포마저 느껴 버릴 정도로 섬뜩한 반응 이었다.

내 앞에 주저앉은 그녀는, 이내 입을 벌려 뭔지 모를 소리를 내었다.

그르르, 거리는 짐승같은 목소리. 내게 손을 뻗으면서, 이를 악물며 미쳐버린 듯 달뜬 한숨을 내뱉었다.

어, 어라... 이게 아닌데?

“애, 앨리스? 갑자기 왜 이러는 건가, 일단 진정... 아악!”

그대로 침대 위에 뛰어 들더니, 냅다 나를 눕혀 버렸다. 의외로 강한 힘 이어서 당황할 뻔 했지만, 예상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 당장은 뿌리 칠 필요가 없을 듯 했다.

“앨리스! 정신 차리게! 갑자기 왜 이러는 건가!”

“흐으으... 그으으...!”

그대로 옷에 손을 대더니...

부욱­ 북­ 찌익­

미친 듯이 힘 주어 찢어 발겨 버렸다. 속옷 까지 전부 천쪼가리로 만들어 버린 그녀는 내 나신을 바라보면서, 젖은 숨을 내뱉었다.

황홀이 이렇게 심한 상태 이상 이었던가? 이건 좀 심한데...

그대로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는 혀를 대며 조심스레 나를 핥아댔다.

쪽­ 쪽­♥ 입을 맞추어 대면서, 대뜸 폭력적으로 구는 주제에 의외로 상냥하게 몸을 훑어댄다.

의외로 그렇게까지 무서운 광경은 아니었다. 좀 심하게 달아 오른 것 같다고 해야하나...

“그읏... 이, 으읏... 머리가 이상해앳... 자꾸, 쿵쾅 거리면서 뛰어서...”

아무래도 내가 스탯이 높아서 저항할 수 있는거지 보통 사람은 이렇게 흥분 해 버리는 것 같았다. 뭐, 나한테는 오히려 다행인 일 이다.

일단 죄책감을 자극하기 위해, 그렇게 갸르릉 거리는 앨리스는 살며시 끌어 안아 주었다.

“에, 에스더...”

“쉬잇... 괜찮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차분히 마음을 먹거라. 그러면, 진정 될 테니... 으읏...!”

내 말을 들으면서도 그녀의 애무는 멈추지 않았다. 연신 허덕이면서 몸에 입을 맞추어 대던 그녀는, 천천히 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처음에는 목덜미에, 그 다음으로는 쇄골에, 아래로 아래로 내려 가면서 민감한 곳 마다 진한 키스를 날려댔다.

배꼽 언저리에 도달했을 때 살며시 혀를 내뻗은 그녀는 곧... 그 아래에 도달하고 말았다.

“애, 앨리스? 일단 진정해라. 숨을 들이쉬고, 내 쉰 다음에...”

약간의 흐느낌과 함께, 그녀는 내 아랫도리에 고개를 붙인채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젖은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미안해... 나, 지금... 못 참겠어...♥”

“자, 잠깐...! 일단 진정... 으읏...!”

그대로, 앨리스의 입술이 그곳에 닿아 버렸다.

사랑스럽게 진한 키스를 자지에 해 버리고 만 게다.

작전 성공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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