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용사님은 패배 중독자-9화 (9/94)

〈 9화 〉 구미호와 는실난실 애타는 아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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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검방 조합으로, 한 손에 방패를 들고서 나신의 구미호를 마주보는 앨리스. 누가 봐도 동료가 당하기 직전에 구하러 온 꼴 이었다.

그 동료가 강간 당하고 싶어서 일부러 졌다고 하면 그녀는 무슨 소릴 하려나...

아리네스는 제 눈앞에 있는 앨리스를 내려다 보면서, 미묘한 비웃음을 흘렸다. 곁에서 드러 누운채 보고 있는데도 냉소적인 미소를 띈 것이 다 느껴질 정도였다.

반면 앨리스는 그런 상대를 아무 말 없이 노려 보면서, 달려들어 틈을 파고 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괜히 직업이 용사는 아닌 모양이다. 눈앞에 사천왕중 하나가 떡하니 있는데 떨지도 않는걸 보면, 확실히 다회차 캐릭 답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제 겨우 프롤로그에서 이벤트 씬에 넘어갔을 뿐인 앨리스의 스펙으로는 아리네스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오히려 평타 한방에 바로 그로기 상태에 빠져 들지 않으면 다행인 일 이었다.

아마, 아리네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구나... 그대는 이 아이를 구하러 이곳까지 온 것인가?”

그녀는 말 끝을 흐리면서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 탄성을 흘렸다. 이내 내려가 있던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기 시작했다. 아... 아까워라... 뒷태 은근 오졌는데 그걸 굳이 가려 버리네...

저 년 진짜 쓸데라곤 손톱 만치도 없구만!

“내 동료한테 뭐하는 짓이야! 당장 저리 꺼져라!”

“오? 동료가 이런 위험한 곳에 오는데 알지도 못했던 게냐?”

“큿... 그, 그건...”

그야 딱히 동료가 아니니까 그렇지! 거기다 내가 몰래 빠져 나온거기도 하구.

한참을 둘은 서로 대치하면서도 먼저 덤비지는 않았다. 하지만 앨리스는 지금 약해 빠졌으니까, 막말로 아리네스가 이겨 먹을게 분명한데...

여차하면 마법으로 한번 구워 버려야 하나 싶었다. 상태 이상 계열 정령 마법으로 발을 묶을수는 있을테니까.

물론 공격 마법을 썼다간 바로 노릇노릇하게 통구이가 되어 버릴테니 안되고.

묘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한참을 서로 노려만 보고 있었을까. 마침내 입을 연 것은 앨리스가 아니라 아리네스였다.

어딘지 모르게 재밌어 죽겠다는 듯 흥미를 가득 묻어 놓은채로, 그녀는 제 손을 들어 입술을 가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하며, 앨리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대여. 설마 나의 서방님께 반한게냐?”

“누, 누가 서방님이야!”

어라? 그런데 갑자기 목소리의 상태가? 갑자기 반했다고 물으니 당혹스러움이 가득 묻은게 분명한 음성으로 대꾸한다. 거기다 말투까지 훨씬 가볍게 변해 버렸다.

“그렇군... 이제야 알겠어. 눈이 있으면 제발로 이런 위험한 곳에 오지는 않을터. 그대는 나의 적이로구나?”

“다, 당연한 소릴...!”

이내 들려오는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는, 진심으로 즐거워 죽으려는 것만 같은 목소리였다.

그렇게 한참을 웃어대다가, 갑작스럽게 손을 위로 치켜 들어 버린다. 앨리스는 놀라서 방패를 치켜 든 채로 아리네스의 일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고 갑작스럽게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가을의 단풍을 흩날리는 거친 바람에 구미호의 옷이 스르르 사라지는게 보였다. 마치 단풍이 바람에 흘러 가는 것처럼. 아니, 그녀 자체가 잎이 되어 바람에 사라져 가고 있었다.

“자, 잠깐! 거기서!”

그대로 앨리스는 사라져 가는 아리네스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허공을 갈라 버리고는 뒤로 넘어가 버릴 뿐 이었다.

“우후후... 그대는 내 적이나 전쟁의 적이 아닌 사랑의 적인 것이야.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지만... 과연 그대가 나를 이길 수 있을까?”

“무슨 개소리야! 닥치고 뒈지란 말야!”

미친 듯이 허공을 검으로 갈라 대지만, 그래봤자 상처 하나 입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우후훗­ 하는 묘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사라져가기만 했다.

“으아아아아아아!!!!!”

“그럼, 나중에 다시 보자꾸나. 나의 연적이여.”

“야이 개새끼야!!!!!!”

뭔지 모를 미묘한 소리를 하며 결국 바람을 따라 흘러가 버리는 아리네스. 한참을 미친 듯이 검을 휘둘러대던 앨리스는 지친 듯 제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하... 진짜...”

꽤나 지친 것 같아 보였다.

이후에 벌어진 일은 뭐... 저번이랑 같았다고 해야하나. 한바탕 잔소리를 내뱉으면서 용케도 살아 남았다고 하며 탈출의 룬을 준비하는 앨리스에게, 나는 끼어 들 필요 없었다고 모욕을 내던졌다.

“자꾸 끼어 들지 말라니까! 네가 아니었더라도 그런 요녀 정도는 얼마든지...”

“말은 잘 하는구나.”

몇 번이나 졌으니 그리 말 할법도 하지. 솔직히 마법 한번 안 쓰고 순전히 줘털리기만 했으니까. 그래도 일부러 강간 당하려고 그런거 아니냐는 의심은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암만 그래도 여자애한테 그런 의심이나 받고 싶지는 않거든...

“조금만 늦었어도 그대로 구미호에게 끌려 갔을거야.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이러는 거니? 평생 붙들려서 겁탈 당하게 될 거라고!”

그걸 원하는 거거든! 근데 니가 자꾸 중요한 때에 끼어들어서 맘 편히 강간 당할 수가 없잖아!

정말이지, 이 여자는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지 싶다. 아까 아리네스가 한 말은 아마 도발에 불과 할 터 였다.

거기다 처음 본 여자가 슬라임한테 털리는 약골에게 반하는 것도 이상한 일 이고.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앨리스가 내 몸에 새겨진 문신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 하면서, 내게 물었다.

“너, 이거 설마... 그 구미호가 네게 마법을 건건 아니겠지?”

“맞는거 같다만.”

“말도 안돼... 그런 강한 마물이 예속의 주문을 걸었어? 그럼 대체 어떻게 감당 하려는 건데!”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고는 고개를 푹 수그려 버리는 앨리스. 그리고는 내게 고개를 돌리고서,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정말이지. 일단 마법일 뿐이니까, 마을 안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테지만... 그래도 위험 할 텐데.”

“잠깐... 어째서 마을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야, 신전과 가까운 곳에 있으니까 그렇지. 신력 때문에 마력은 제 힘을 내질 못하거든. 그래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서... 이거 꽤 위험한데.”

걱정 스러운 듯 그녀는 내게 눈을 흘겼다. 그래도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테지만 향후 큰 일이 생길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반면 나는 그 와중에 앨리스를 떼어 놓을 방법을 갈구했다.

어떻게든 저 녀석을 떼어 놔야 맘 편히 강간 당할 수 있을텐데.

뭔가 방법이 없으려나...

드러누운채로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을때였다.

“정말이지... 내가 이런녀석을 왜 걱정하고 있는건지...”

그리 말 하며 작게 툴툴대는 앨리스. 그 소리를 들은 순간 해결책이 떠올랐다.

보아하니, 앨리스는 나를 걱정해서 일부러 쫒아 다니는거 같으니까. 그 걱정을 내쳐 버릴 방법이 하나 있었다. 힘을 보여 주는 것 보다는 나도 즐겁고, 앨리스는 싫어 할 방법이었다.

“흐흐... 이거면 충분하겠지. 이히힛...”

“응? 뭐라는 거야.”

그리 말 하며 볼을 콕콕 누질러 대는 손가락의 감촉이, 묘하게 부드러운 것은 착각이려나...

다음날 앨리스는 일이 있어 외곽으로 나가 버렸다. 아무래도 길드로부터 의뢰를 받은 모양인데, 어지간히도 급한 일 인 듯 했다.

“너, 자꾸만 바깥에 나가서 마물을 잡니 뭐니 하기전에 힘부터 기르던가 해. 아니면 차라리 마을에서 살던가. 대체 왜 나가서 그런 짓을 당하는 건데?”

“네, 네가 상관 할 것 없다니까!”

“그렇게 약해 빠져서 어떻게 상관을 안해? 잠깐 눈 떼고 있으면 바로 져서는 드러눕고 있는데!”

그녀는 빽빽 소리를 질러 대면서 내 볼을 꼬집어 댔다. 하지만, 혼내는 것 보다는 꽤나 상냥하게 까지 느껴지는 손길이어서, 어째 가슴이 조금은 따뜻해 졌다.

그렇게 날 걱정하면서 여관을 나가 버리는 앨리스. 그 와중에 그녀가 여기에 없는 동안 내가 지낼 수 있게 돈을 미리 대어 준 것은 덤 이었다.

대체 저 녀석 나한테 왜 이렇게 잘 해 주는거지?

뭐어, 떼어 내기만 하면 바로 신나게 강간 당할 수 있으니까. 다행인 것은 몇 가지 재료만 있다면 저 귀찮은 녀석을 떨궈 버릴 수 있다는 거려나.

그녀가 나간 사이 시장에서 조합용 냄비와 초를 만드는데 쓰는 크리스탈 틀을 하나 샀다. 저번에 하피 둥지를 불살랐을 때 돈을 어느정도 받은 덕 이었다.

‘그래도 몸은 더럽게 좋으니까. 앨리스 한테도 강간 당하면 되는 거겠지.’

앨리스는 보아하니, 자기보다 어리고 약한 아이를 보면 도무지 돌보지 않고서 버티질 못하는 성격인 것 같았다.

난 이곳에서 강간 당할 생각이 가득하지만, 그렇다고 걱정하는 사람을 죽여 버릴 정도로 악한은 아니어서 차마 앨리스에게 마법을 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대신에... 앨리스를 발정 내 버릴수는 있다.

일면 미약 초 라는 물건을 이용해서. 게임 속에서는 마물에게서 나오는 재료를 조합해서 만드는 초 였는데, 히로인과 떡씬을 볼 때 사용하는 아이템 이었다.

딱히 만드는 법은 어렵지 않다. 몇가지 재료를 냄비에 넣은뒤에 30분 정도 끓여서 틀에 넣고 굳히면 끝인 물건 이었다.

거기다 난 연기력이 꽤 되는 것 같으니까.

이 미약초를 태워서 그녀를 발정내서 강간 당하면, 앨리스는 아마 내게 죄책감을 느끼고서 떠나 버리던가 하겠지.

미안한 일 이지만, 자꾸 귀찮게 구니까. 나도 이럴 수 밖에 없잖아!

문제는 냄비에 들어 갈 재료중에 마물에게서 얻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는 거 려나.

다른 재료들은 남은 푼돈으로 전부 샀다. 밀랍과 실 과한 발정을 막기 위해서 넣는 민트와 로즈마리 즙 까지.

문제는 마지막 재료인 알라우네의 꿀 이었다. 이건 정액이 섞인 것으로 준비 해야 했는데, 얻을 수 있는 방법이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 꿀을 얻으려면 알라우네에게 강간 당해야 한다.

그럼 뭐... 다른 방법이 있을 리가 없잖아?

무기를 허리춤에 매고서 옷을 대충 걸쳐 입고 바깥으로 나왔을 때 였다. 언제나처럼 카운터에 앉아있던 사무원 엘프가 나를 흘깃 바라보더니 말 했다.

“야, 너 어디 가는거냐?”

“그냥, 갑갑해서 산책이나 나갈 셈 이다.”

“또 엄한곳에 가려는건 아니지? 하, 뭐... 너 같은 애가 설마 알아서 마물이 있는 곳 까지 갈 리가 있겠냐. 그럼, 산책 잘 갔다 와라.”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 말 하고서 도로 다시 카운터에 드러 누워버리는 엘프 사무원은 솔직히 말 해서, 심하게 게을러 보였다.

뭐어... 강간 당할 생각으로 가득한 나 보다는 나으려나.

그럼... 가 보실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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