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용사님은 패배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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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 녀석은 어디서 툭툭 튀어 나오는 건지. 뜬금없이 훅 튀어 나와서는 강간 당하려는걸 방해하고 앉았다.
앨리스가 원작에서는 확실히 강한 녀석이기는 하지만. 나랑 동료가 된 것도 아닌데, 나한테 집착하는건 솔직히 의아한 일 이다.
거기다가 이제 만난지 하루도 채 안돼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이렇게 나한테 달라 붙는거지?
귀환의 룬 으로 여관에 도착했다. 그녀는 나를 안아 들고서는 침대에 놓아 주었다.
“그대로 둥지는 처리 했으니까. 임무는 완수 한 걸로 판정 될 거야.”
이쯤에서 슬슬 귀찮은데 쳐 내야 할 것 같다. 솔직히 지금의 난 앨리스 같은 다회차 동료가 있으면 방해만 될 뿐이니까.
그래서, 내 손을 마주잡는 그녀를 거세게 떨쳐냈다. 그리고는 할 수 있는 최대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려 보았다.
“그렇게 도와 줄 필요 없다.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
이쯤 되면 그녀도 질려서 물러나지 싶은데. 암만 그래도 번개로 구워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솔직히 좀 찔리잖아.
암만 그래도 돌봐 주고 싶어서 쫒아 다니는 건데 그걸 굳이 죽이는건 좀...
그러니, 차갑게 굴어서 내쫒는게 고작 이었다. 솔직히 여기서 더한 짓을 하기도 애매하니까.
“하피랑 슬라임한테 져 놓고서 그렇게 말 하면 안믿기는데?”
“으읏...”
일부러 져 준거거든! 솔직히 마구 강간 당하고 싶으니까.
“후우... 내가 대신 보고 해 줄테니까. 넌 푹 쉬고있어. 알겠지?”
그렇게 말 하고서 뒤로 총총히 사라져 버리는 앨리스. 뒤 이어 방 안에는 적막감만 찾아 왔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옷이 입혀져 있는데, 역시나 게임속 세계여서 그런지 귀환의 룬에 옷입히기 마법도 있는 것 같다.
귀환마법 대단해!
결국 다시 돌아와 버렸나... 젠장. 내 목적인 강간 당하는 건데 저 녀석이 계속 끼어 들어서 망쳐 버리니, 도대체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다음 목표나 찾아 가는게 나으려나.
이 게임에서는 하피 말고 다른 몬스터도 많으니까. 예를 들어서 서큐버스나 구미호, 근육 빵빵한 여자 오크 부족이나 돌림빵 하는게 기본인 고블린 이라던가.
까놓고 말 해서 알몸으로 나가 버리면 사방에 마물들이 나를 강간 하려 들 테지만... 솔직히 그건 재미 없잖아?
기왕이면 적당히 당해 주는 척 하다가, 결국 쓰러져서 강제로 겁탈 당하는게 좋다. 마물들도 내가 일부러 져 주는줄 알면 무서워서 달아나 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나저나 이 다음은... 구미호구나.
내가 알기론 이벤트 전 이었다. 아마, 이쯤에서 슬슬 그 사람이 올 때가 됐는데...
“후우... 일단은 이거면 되려나.”
아래층에서 누군가가 터널터널 걸어 올라왔다. 손에는 꽤 묵직한 자루를 쥔 채였다. 다행히도, 지금은 앨리스가 없었다. 거기다 귀환 마법 덕인지 어느새 머리맡에 잃어버린 둔기가 놓여 있었다.
이정도면 적당히 준비는 끝난게다.
한숨을 푹 내쉬며 천장만 올려다 보는 의문의 남성. 게임에서는 저 사람이 하피를 물리치고 온 우리에게 와서, 마을에 나타난 마물을 물리쳐 달라고 부탁한다.
물론 첫회차 에서는 이벤트 전 이라 이길 수 없다. 꼼짝없이 착정 당해서, 레벨을 초기화 당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상태를 봐서는 착정은커녕 10 회차쯤 돌렸으니 평타만 쳐도 때려 죽일 수 있을 테지만... 당연히 일부러 져 줘야지!
“거기, 당신. 무슨 일이지? 표정이 영 안좋은데.”
순간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다 보는 남성. 그는 이내 고개를 내려 나를 쳐다보았다.
“그으... 혹시 모험가 님 이십니까?”
“그렇다만.”
“아! 다행이네요! 실은, 마을의 뒷산에 있는 사당에서 갑자기 마물이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이 온통 난리거든요. 계속 제물을 내놔라, 뭘 달라 하면서 요구를 해 대는 통에 말입니다.”
“그렇군... 그런데 왜 길드에는...”
“길드에서는 그런 일에 신경 쓸 모험가는 없다면서 들어 주지도 않더라구요. 그래서 이 일을 들어 줄 사람을 구하고 있는데...”
이거 딱 이벤트의 그 장면 맞네! 이제, 여기서 내가 그 의뢰를 받아 들이고 뒷산으로 가면 되는 일 이었다.
“좋다. 우리 폭풍우 부족의 일원으로서, 내가 그 의뢰를 받아도 되겠는가?”
“부족이요? 정말 그래 주시렵니까? 아이고 감사합니다!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갑자기 내 앞에 넙죽 엎드리며 고맙다고 외치는 아저씨... 솔직히 말 하자면 좀 가슴이 뜨끔 했다.
어쨌든 난 지러 가는거니까. 원작 대로라면 그 사당에 자리잡은 마물은, 천의 풍요를 내리는 자 아리네스였다. 팬덤에서는 아리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구미호였고, 마물들의 사천왕중 하나였던 것이다.
당연하지만 괜히 풍요를 내리는 자 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게 아니다. 제대로 공물만 준다면, 온갖 축복을 덕지덕지 내려주는 녀석 이었던 것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아리가 얼마나 좋은 녀석인지 모르고 마물이라는 것에 지레 떨어서 내게 부탁하고 있었다.
물론,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나한테는 강간 당하는게 더 중요하다구!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해도 되겠는가?”
“네? 네, 물론이죠. 그런데 보수는....?”
보수라는 말이 나오자 바로 목소리가 기어 들어가기 시작한다. 나는 손을 저으면서 그에게 답했다.
“보수 같은건 필요 없다. 명예를 위해서라면 내 무엇을 못 하겠는가?”
“아이고 감사합니다 모험가님!”
그가 내 손을 붙들고서 마구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면, 바로 질색 할 테지만... 다행히도 모르니까.
“그럼, 갖다 올 테니 내가 돌아오면 잔치를 열 준비를 해 주게나!”
“네, 알겠습니다 모험가님. 그정도를 못 하겠습니까!”
감격에 겨워서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은, 솔직히 말 하자면 꽤 우스웠다.
아래로 무기를 들고서 총총히 내려오자, 앨리스가 엘프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내가 슬쩍 달아나고 있다는걸 알아 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럼, 만나서 더러웠고 두 번다시 보지 말자!
속으로 그리 말 하며 중지 손가락을 날린 뒤, 슬그머니 여관 바깥으로 빠져 나갔다.
사당의 위치는 그렇게 멀진 않은 곳 이었다. 마을에서 3시간 정도 꾸준히 걸으면 도착 할 수 있는 뒷산에 있으니까.
솔직히 말 하자면 풍경에 눈이 돌아가 버릴 정도로 아름다운 곳 이었다. 아마, 아리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리라. 풍요를 내리는 아리네스는 주변을 가을처럼 단풍들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
때에 맞지 않은 단풍잎들은 그녀가 갖고 있는 능력 덕분이겠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위를 향해 걸어갔다. 차분히 내려 앉는 단풍잎들. 불어오는 시원스러운 바람에, 건조한 향이 섞여 있었다.
위로, 위로 계속해서 올라 갈수록 풍경은 점점 초현실적으로 아름다워져 갔다.
저 하늘 위의 우주까지 뻗을 것 같은 단풍나무들. 단풍이 들어 바람을 따라 흩날려 가는 이파리들이 사방에 눈처럼 나부끼고 있었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치 이곳이 내 영역이라는 것 마냥 줄지어 묶여 있는 노끈에, 왠 부적이 달려 있었다. 그 끈마다 묘한 마력이 스며들어 있는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괜히 사천왕중 하나는 아닌지, 그녀는 몸소 행차 할 때마다 주변에 경계망을 세워 놓곤 했다. 원작에서도 이 끈은 건드리면 바로 아리에게 신호가 가는 구조였다.
그러니, 당연히 건드려 줘야지.
일부러 노끈을 걷어 차 끊어 버린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보이지도 않는 구미호에게 외쳤다.
“너 이 요물아! 지금 네 대적자가 가고 있으니, 제 몸을 단단히 추스르는게 좋을 것이다! 아니면 이곳에서 도망치던가!”
그러자, 사방에 흩날리는 잎의 바스락거림이 요망한 웃음소리처럼 울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저 앞에 아리가 있는 게 분명했다.
양 손에 둔기를 들고서, 제대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올라가자 길의 끝에 조그마한 사당이 하나 보였다.
그 앞에 있는 돌계단에 제 다리를 가지런히 놓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길다란 금발에, 머리에는 조그만 귀를 달고 있는 그녀는 고개를 갸웃 하며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어머나... 왠 아이가 이런 외딴곳에까지. 그대는 무슨 일로 내게 찾아 온 것일까?”
달콤하게 까지 들리는 아름다운 목소리. 옥구슬이 굴러 간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지경이었다.
아무리 봐도 경국지색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수준이다. 탐스러운 금발에, 그녀의 뒤로 나부끼고 있는 아홉 갈래의 꼬리는, 예술품이나 다름없이 아름답게 흔들렸다.
요물이라 불러 마땅한 여인이었다.
그녀의 앞에 당당히 선채, 양손에 쥔 둔기를 겨누었다. 그리고는 몹시도 당당하게 외쳤다.
“너, 마을 사람들의 의뢰를 받아 너를 쫒기위해 이곳에 왔다. 당장 이곳에서 물러나라! 그러지 않으면, 네게 심판을 내리리라.”
“심판? 그대와 같은 아이가?”
풋 하고 웃어 버리며 요망하게 미소를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아 있을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키가 거의 하늘에 닿을 듯 큰 편이었다. 못해도 180cm 정도는 되려나... 그대로 올려다 봐야 할 정도였으니까.
“재밌는 아이로구나. 그래서, 나를 쫒아내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으음... 그대는, 용기가 가상한 편 이구나.”
애써 존중해 주려 애쓰면서, 부채를 들어 제 입술을 가린다. 고개를 갸웃 하며, 미묘한 목소리를 흘리면서 슬그머니 나를 훑어보기 시작한다.
“오호라... 꽤 괜찮은 아이로구나. 그대와 같은 이라면... 상대 할 가치가 있겠어.”
그 상대라는게 날 강간 하겠다는 소리지만. 물론, 원작의 나는 알 리가 없다. 다행히도 나는 알고 있어서, 강간 당할 생각에 자지라 발기하고 말았지만.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한 듯 싶었다.
“으읏... 죽어라 이 괴물아!!!!!”
위풍당당하게 외치며, 그녀에게 달려 들었다. 과연 내가 제대로 질 수 있을까. 힘 조절을 잘못해서, 오히려 한방에 때려 눕혀 버리지 않을까.
속으로 노심초사한채, 그녀에게로 달려간다. 그대로 오른손에 든 망치를 냅다 다리를 향해 내려쳤다.
순간 아리가 내게 발길질을 날렸다. 몹시도 간단하기 그지 없는 행동이었지만, 내 눈에는 정확히 들어왔다.
저거면... 패배 할 수 있어!
냅다 그녀의 발길질에 몸을 맡겨 버린다. 그리곤 마치 거센 공격에 당했다는 듯 있는 힘을 다해 옆으로 엎어져 버렸다.
우당탕! 퍽
하며 등을 나무에 기댄채로 쓰러져 버렸다. 단풍잎이 우수수 떨어지며 나를 감싸 안았다.
“그대는 아이치고는 꽤나 강한 편 이구나.”
그리 말 하며 내게로 다가오는 아리네스, 내 앞에 와서는 찬찬히 훑어 보더니 입술을 요염하게 핥짝인다.
“생각보다... 훨씬 맛있어 보이는데. 그대여.”
아, 이거 그거잖아역강간 이벤트.
그때가 온 것이다. 그러니... 발기를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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