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 제4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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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며────,
본능이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야만 한다고 미친 듯이 위험의 경종을 울리며 레니스와 루아에게 경고했다.
그리고 레니스와 루아는 괜한 만용을 부리지 않고, 스스로의 감에 순순히 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세상일이라는 것이 때로는 아무리 서둘러도 늦을 때가 있는 법이었고, 안타깝게도 지금이 그 순간이었다.
그렇게…그 전율스러운 것은…아니, 전율스러운 것‘들’은 레니스와 루아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러내고 말았다.
구릿빛으로 반질반질 거리는 피부. 과도하게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두꺼운 팔뚝과 가슴. 그리고 가슴에 징그러울 정도로 덥수룩하게 난 가슴 털. 무엇보다도 몸에 천이라고는 하반신의 중요 부위만 간신히 가릴 삼각팬티만을 입은 채, 자신들의 몸을 과시하고 있는 자들.
아리따운 여자도 아니고 남자의 노출 따위 봐봤자 기분만 나쁠 뿐이었다.
그렇다. 그들은 모험가 길드에서 레니스에게 섬뜩한 눈빛을 던졌던 자들이었다.
그들이 애교(?)있게 볼에 살짝 홍조를 띄우며 윙크하면서 싱긋 웃자 그때의 공포가 되살아나 레니스와 루아가 경직됐다.
그때는 레아가 곁에 있어 줬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다.
(히익…내 눈! 내 눈! 내 눈! 너 뭐하고있는 거야! 빨리, 빨리 저것들 좀 치워봐!)
(하하…)
루아가 레니스를 대신하여 하도 호들갑을 떠는 덕에 오히려 레니스는 침착해질 수 있었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진정시킨다. 그때 그들의 리더로 보이는 맨 앞의 남자가 대표로 레니스게 말을 걸었다.
“응훗훗훗~♡ 보이~♡ 이렇게 다시 만나서 반가워.”
순간 레니스의 의식이 가볍게 날아가 몸을 휘청거렸다.
“가뜩이나 보이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바로 만나다니 난 혹시 럭키 걸??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소개를 못 했지? 츄~♡♡♡♡”
레니스의 반응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할 얘기만 하면서 끝끝내는 레니스에게 윙크하며 키스를 날리는 자기를 소녀라고 부르는 남성.
(히이이이이익!)
(응…역시 무리.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경기를 일으키는 루아와 마찬가지로 사고가 굳어버린 레니스에게 자기들을 소녀라고 믿는 남자들은 멋대로 자신들의 근육이 강조되는 이상야릇한 자세를 취하며 자신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특히 마지막에 양팔을 하늘을 향해 치켜올렸을 때 무성한 겨드랑이털이 보였을 때는 정말 지옥이었다.
“우리들은 ‘도시의 요정들’이라고 불리고 있지.”
“…네?”
(언제부터 요정족들이 마족이 되어버린 거야? 아니, 마족 중에도 저렇게 끔찍한 혼종은 없었다고.)
루아가 가치관에 적잖은 혼란이 왔는지 몹시도 충격받은 어조로 말했다.
“우리가 도시를 걷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하여 다른 모험가들이 붙여준 이름이란다. 나는 리더인 에나 디스토트. 통칭 누님이라고 불리지. 너도 나를 편하게 누님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그리고 자랑은 아니지만 이 도시에서 가장 이상적인 소녀를 뽑았을 때 1등으로 뽑혔단다.”
참고로 레니스로 얘기하자면…더 이상 생각하길 그만두었다.
“레니스 프라비입니다.”
“응후후후훗~♡ 그나저나 소년.”
“네?”
“소년도 우리와 함께하는 게 어떤가. 소년을 처음 보는 순간 팍하고 감이 왔지. 소년에게는 재능이 있어. 날 뛰어넘어 그야말로 이쪽 세계에서 큰 누님과 함께 또 다른 전설이 될 재능이!!”
그쪽 세계는 또 어떤 세계란 말인가. 가급적 평생 알고 싶지 않은 세계라고 레니스는 생각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당분간은 해야만 할 일이 있기에───.”
레니스가 그렇게 정중히 거절하자 에나는 그래도 미련이 남는 듯 혀로 입술을 핥은 뒤
“뭐, 지금 당장은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소년이여 우리와 함께 신화가 되고 싶거든 언제든지 편하게 찾아오게나.”
라고 말한 뒤 다 같이 다시 한번 괴이한 포즈를 취하고 도시 안으로 사라졌다. 그나저나 에나라니 저 외모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몹시도 여성스러운 이름이었다. 본명일까 아니면 가명일까.
(아니 그만 생각하자. 어느 쪽이든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후우…정말이지…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네. 정말이지 끔찍했어…)
루아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었다. 다만…
(뭐, 그렇게 나쁜 사람들 같진 않았으니까…)
조금 방향성이 엇나간 과도한 호의가 부담스러울 뿐이었지.
어쨌든 레니스와 루아는 그렇게 지친 몸으로 황금사과 상회로 돌아왔다. 잠깐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기분전환 좀 하겠다고 산책하러 나왔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굉장히 커다란 하나의 기묘한 모험을 하고 온 것만 같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모험은 먼 여정을 떠나 다시 돌아왔을 때, 크든 적든 본인이 성장을 했기에 비록 출발지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들 거기에는 커다란 의미가 있지만, 이번 경우는 그저 정신적으로 몹시 지치기만 했다는 점이려나….
그래도 시간때우기로는 나쁘지 않았는지 아침 먹기에 딱 알맞은 시간이 되었다는 점에 레니스는 나름의 가치를 두기로 했다.
이정도면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식당으로 향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레니스와 루아가 곧바로 식당으로 향하자 어째서인지 식당 문 앞에서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며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는 황금사과 상회의 회주 칼 시즈를 발견했다.
먼저 그를 발견한 레니스가 그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안에 들어가지 않으시고 뭐하시는지요.”
레니스가 그렇게 묻자 그가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아무래도 그게 지금 안쪽은 한동안 남자가 들어가기 꺼림칙한 공간이 돼서 말이지.”
과연………,
칼 시즈의 말을 들은 레니스는 곧바로 납득했다. 안쪽에서는 아스텔, 리노아, 그리고 파미유들이 즐겁게 웃으며 소녀들 특유의 공간을 만들며 금남의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대화 내용을 듣는 순간 레니스는 저도 모르게 몸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그리고…
어느새 칼 시즈가 레니스의 하반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기에 레니스는 저도 모르게 하반신을 두 손으로 가리는 자세를 취하며,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그에게 물었다.
“왜…왜 그러십니까?”
“크…크흠…자…자네…”
“…네?”
“자네 그게 그렇게 말도 안 되게 크고 굵다는 게 정말인가?”
(푸훕!!!! 아하하하하하하!! 나 죽어!!!)
석상마냥 굳어버린 레니스의 등을 팡팡 치며 루아가 배를 잡고 웃는 소리만이 장내에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