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왕의 유혹에 넘어간 현자-44화 (44/47)

〈 44화 〉 제43 화 여자에게 봉사받는 기쁨

* * *

어느새 레니스는 아스텔에게 남자의 최고 낭만 중 하나가 아닐까? 라고 오래전부터 줄곧 개인적으로 생각해왔던, 연인과의 관계 후 한 이불을 덮고 팔베개를 해주며 그녀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는 것을 하다가 만족감에 취해 기분 좋게 잠들어 있었다.

아스텔은 그런 레니스의 팔 위에 머리를 살포시 얹고는 매미가 나무에 착 달라붙어 있듯이 두 팔로 그의 몸을 끌어안고, 오른 다리를 그의 몸 위에 얹은 채 그야말로 온몸을 레니스에게 빈틈없이 밀착한 채 그를 끌어안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방안에는 그녀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새근새근 내쉬는 조용한 숨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동이 터오는 동시에 품 안에서 아스텔이 살짝 몸을 뒤척이는 걸 느끼고 레니스는 깊은 잠에서 깼다.

몸을 옆으로 돌려 아스텔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으로 자고 있는 아스텔의 얼굴이 있었다.

그저 언제까지나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은 표정이었다. 무심결에 그녀의 부드럽고 말캉말캉한 귓불을 만지작거리며 레니스는 행복이란 별 게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명예라든가, 권력이라든가 이런 건 어쩌면 다 부질없는 게 아닐까. 설령 세상 모두에게 손가락질 받더라도 지금 이 품안의 온기를 이대로 자신의 것으로 간직할 수만 있다면 다른 건 아무래도 좋다는 극단적인 생각마저 들었다.

동시에 조금이나마 자신의 과거에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당시 동료들에게 이처럼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가 생겼던 거다. 마족의 위협이 사라진 지금도 새로운 악의가 태어나며 이렇게 위험한데 당시에는 오죽했을까.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무수히 많은 타인의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전장으로 나선다.

그 숭고함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먼 옛날부터 전장에 나서는 남자들은 전부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과 조국을 위해 그러한 결의를 가지고 나섰을 테니까. 어쨌든 비록 그것이 결국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함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자신이 그렇게 자리를 비운 사이 혹시라도 소중한 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라며 얼마나 많은 걱정을 했을까. 또한 이대로 그들과 영영 이별하는 것은 아닐까? 라며 얼마나 불안했을 것인가.

물론 그 당시의 나도 그러한 동료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기에 그들을 비교적 안전한 후방에서 민생을 위해 애쓰도록 하고 홀로 끝까지 마족 토벌에 나섰다. 하지만 이렇게 내게도 그러한 소중한 존재가 생기자 대충 그러지 않을까? 라고 어림짐작만 하던 거의 수배는 소중했고, 한시도 곁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루아의 토벌을 코앞에 두었을 때, 루아와의 대화에서 흔들리고 말았다. 그것은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고 외면하면서도 내가 언제나 해오던 피할 수 없는 고민이었다. 과연 내 삶은 옳은 것인가. 좀 더 자신의 행복까지 챙기며 요령 있게 살 수는 없었던 것일까.

끊임없는 수련과 마족과의 전투를 통한 자기 극복을 무수히 반복한 끝에 대륙에서 최강의 실력자가 되었다. 그러한들 과연 그런 내 삶이 사랑하는 사람과 오순도순 깨를 볶으며 평범하게 사는 민초들의 삶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레니스는 언제나 하고 있었다.

“응…”

정사 후의 기분 좋은 노곤함에 취해 행복하게 자고 있던 아스텔이 레니스의 손짓에 반응하며 귀여운 소리를 내더니 그의 품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겨드랑이에 얼굴을 비볐다. 하반신에 다시금 피가 쏠렸다. 아스텔의 귓불을 만지작거리던 손으로 아스텔의 가슴을 주무르며 잠시 끊어졌던 상념을 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러한 타인과 자신의 삶에 우열을 가리려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그들 역시 그들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나 역시 내 삶에 최선을 다했다. 거기에는 누구의 삶이 뛰어나다 열등하다 같은 건 없고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그뿐인 이야기였다.

그리고 과거 내가 했던 일이 비록 당시에는 나 자신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지금 나와 같은 행복을 느끼고 있었을 동료들과 다른 이들의 행복을 지켰다는 것에 나 혼자 그들을 위해 희생했다라는 게 아닌, 말로는 잘 설명할 수 없는 달성감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결과나 이뤄낸 업적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삶에는 모두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거겠지…. 비록 남들이 볼 때는 하찮더라도. 실패했더라도 본인이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순간 레니스는 문득 루아가 그런 자신을 따스하고 대견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루아?)

의아해하며 루아에게 말을 걸어봤지만, 딱히 루아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설마 배려해주는 걸까.’

‘루아와 같이 지내면서 느끼는 게 녀석이 과거 마의 정점이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타인에게 섬세한 구석이 있단 말이지. 음…그러고 보니 저녁도 여자였지. 그것도 굉장한 미인인. 마의 정점이어도 여자는 여자라는 걸까….’

그나저나 이제 곧 있으면 해가 완전히 뜬다. 그러고 보니 카렐과의 아침 훈련도 있었지. 아니, 엄밀히는 이제 자율 훈련이려나. 어떻게 할까. 다음날 바로 빠져버린 걸 알면 카렐한테 나중에 한소리 들을 거 같긴 했지만…

멍하니 창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레니스였지만, 솔직히 일단은 지금은 좀 더 이 여운을 만끽하고 싶었다.

다시 시선을 돌려 품안의 아스텔을 지그시 바라보자 그런 레니스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아스텔이 잠에서 깨어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코앞에서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레니스를 보곤 아주 잠시 놀란 눈을 했지만, 곧바로 평정을 되찾은 후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레니스님 일어나셨나요.”

그리고는 수줍은 듯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어젯밤엔 그…굉장했어요…”

그리고 아스텔이 그대로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의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이 내려가며 그녀의 젖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어젯밤 이미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그녀의 온몸 구석구석을 보고 맛본 직후라 이제와서 부끄러울 이유 따위 전혀 없었는데도 이건 또 이거대로 레니스에겐 느낌이 달랐다.

무심코 레니스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 지 곤란해하고 있을 때, 반면 아스텔은 아무렇지 않은지 딱히 가슴을 가리려고 하지도 않았고, 표정 또한 변하지 않았다. 평소의 차분하고 단아한 그녀였다.

그리고 그녀답지 않게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자신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레니스에게 다가가 그의 위에 올라탄 후 요염하게 웃으며 그녀가 레니스의 뺨과 입술에 가볍게 굿모닝 키스를 했다.

그 앙큼한 행위에 피가 쏠릴 대로 쏠려 딱딱해진 레니스의 하반신이 또다시 그녀의 음부에 닿았다.

“후훗…또 건강해지셨네요…”

아스텔이 어째서인지 철없는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와 같은 포용력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레니스의 하반신을 그 가녀린 손가락으로 감싸 쥐었다.

“읏…”

“금방…편하게 해드릴게요…”

아스텔은 그렇게 말하곤 레니스의 음경의 머리와 몸통 사이의 틈을 구석구석 섬세하게 훑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나 큰 자극에 레니스의 귀두 끝부분에서 투명하고 미끄러운 점액이 찔끔찔끔 흘러나오자 아스텔은 자신의 손에 그 액체를 묻힌 후 레니스의 몸통과 뿌리까지 골고루 발랐다. 그리곤 레니스의 물건 전체를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쥐고 뿌리부터 귀두까지 격렬하게 반복하며 움직였다.

“아…읏…아…아스텔양.”

레니스가 달뜬 신음성을 흘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그러한 레니스의 반응에 그녀가 더욱 격렬하게 움직였다.

“그…그만…이제…”

당장이라도 하얗고 탁한 액체를 뿌릴 것만 같아서 그녀에게 멈춰달라고 했지만, 그녀는 레니스에게 키스해오며 그의 입을 막고 혀를 휘감으며 동시에 여전히 레니스의 물건을 뿌리부터 머리까지 훑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음낭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결국 레니스는 참지 못하고 대량의 정액을 토해 내어 그녀의 손을 더럽히고 말았다. 어제 아스텔이 실신할 때까지 열 번도 넘게 그녀의 안에 쏟아냈는데도 또다시 이렇게 대량의 정액을 사정했다.

그녀가 레니스의 정액으로 더럽혀진 손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손가락과 손바닥에 묻은 정액을 깨끗하게 혀로 핥았다. 그리곤 장난섞인 표정으로 살며시 웃으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이상한 맛…”

그리고 레니스의 다리 쪽으로 몸을 이동한 후 허리를 숙였다. 아스텔은 고양이처럼 엉덩이와 어깨는 위로 올라가고 등은 아래로 내려가 몸 전체가 매우 관능적인 곡선을 그리는 자세로 레니스를 바라보더니 “깨끗하게 해드릴게요…”라며 어젯밤 밤새도록 거듭된 정사와 방금 전의 대량의 사정으로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진 그의 음경을 그녀의 작은 입에 삼켰다.

츄릅…츄릅…

움…응

하아…하아

정성스럽게 레니스의 물건을 입안에 머금고 구석구석 핥은 아스텔이 잠시 얼굴을 뗀 후 깊은 숨을 내쉴 때 레니스는 그녀의 얼굴에 또다시 대량의 정액을 토해내고 말았다.

“아…아스텔양…미안해요…나도 모르게 그만…”

어젯밤 그렇게 그녀의 온몸을 백탁으로 물들였으면서도 레니스는 새삼 사과하고 말았다.

“괜찮아요…오히려…기뻐요…”

그러면서 아스텔 자신의 얼굴에 묻은 정액을 손으로 훔쳐서 닦아낸 뒤 또다시 손을 입으로 가져가 손가락과 손바닥에 묻은 정액을 깨끗하게 혀로 핥았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사정한 후 쾌감으로 작게 경련하며 찔끔찔끔 백탁액을 흘리고 있는 그의 하반신을 다시금 혀로 핥았다.

아스텔은 이번에는 입에 레니스의 음경을 머금지 않고 자신의 머리카락이 거추장스럽지 않게 계속해서 귀 뒤로 넘기면서 그 부드러운 혀로 음경과 음낭 그리고 사타구니까지 꼼꼼하게 핥으며 깨끗하게 해주었다.

레니스는 그런 그녀가 기특하고 사랑스러워 그녀의 정성스런 봉사가 끝날 때까지 그녀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러면서 레니스는 생각했다.

(파미유들과 함께 들렸던 옷가게 ‘미육의 향기’의 여주인인 미사 엘리자티가 내 귓가에 살짝 말했던 ‘여자에게 봉사 받는 기쁨’이란 이런 것인가…)

그야말로 지고의 쾌락이었다. 이런걸 알고 싶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했던가. 내 순진한 반응을 보며 놀리려는 거로만 생각하고 장난 취급하며 그 자리를 넘겼지만, 언제 한번 진심으로 찾아가 그녀의 봉사를 받아보고 싶단 그런…바보 같은 생각을 한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아스텔을 꽉 끌어안았다.

“레니스님…?”

그런 갑작스러운 레니스의 행동에 잠시 어리둥절해 한 그녀였지만 그녀는…

“후훗…따스해요…”

라고 말하며 레니스와 마찬가지로 그를 꼬옥 끌어안고 그의 머리와 등을 토닥토닥 거리며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