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제40 화 열락의 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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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텔의 알몸을 감싸고 있던 긴 수건이 바닥으로 소리 없이 천천히 떨어진다. 그리고 그 안에 감춰져 있던 아스텔의 잡티 하나 없이 새하얗고 가녀린 나신이 방안에 들어오는 은은한 달빛에 드러났다.
그것은───, 숨 쉬는 것조차도 잊어버리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레니스는 넋이 나간 채 그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그 자리서 굳어버렸다. 그저…멍하니 일련의 과정을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여자의 몸은 이렇게나 아름다운 거였나.)
눈앞의 몽환적인 광경에 넋을 잃은 레니스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아스텔이 천천히 그런 레니스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뻣뻣하게 굳어버린 레니스의 몸을 두 팔로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레니스가 입고 있는 잠옷 위로 아스텔의 따스한 체온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몸은 레니스가 알고 있는 이 세상 어떤 물체보다 더욱 부드러웠다.
그리고 레니스가 가까스로 고개를 살짝 내려 그녀를 바라보자 아스텔의 아기 사슴 같은 미끈하고 아름다운 뒷목과 너무도 유려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등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와는 확실히 다른 여자의 등이었다.
입 안쪽이 바싹바싹 타들어 간다.
억지로 마른 침을 삼켰다.
레니스의 품안에 있는 아스텔의 알몸은 너무도 가녀리고 위태로워서 조금만 힘을 주면 그대로 부서져 버릴 것만 같았다.
무언가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던 것 같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채 뇌리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대신 레니스는 어느새 조심스럽게 그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레니스가 그렇게 아스텔을 부드럽게 끌어안자 아스텔은 그의 가슴팍에 얼굴을 깊이 묻었다.
남자와는 확실히 다른 소녀 특유의 싱그러운 향기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그 향기는 스스로가 이성적인 인간이라고 평소 여겨왔던 레니스의 생각을 밑바닥부터 철저하게 파괴하며 자신이 결국엔 한낱 수컷에 불과하다는 걸 인정하게 만드는 향기였다.
현기증이 났다.
온몸의 모든 피가 하반신에 쏠린 것만 같았다.
아스텔을 안고 있는 팔에 무심코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한동안 그렇게 아스텔과 레니스는 서로 아무런 말도, 어떠한 움직임도 없이 문 앞에 서서 그렇게 끌어안은 채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영원히 이대로 있다가 돌이 되더라도 후회 없을 시간이었다. 얼마나 그렇게 두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을까…
레니스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뺨을 비비고 있던 아스텔이 이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애틋한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더니 레니스에게서 살짝 떨어졌다.
좀 전에는 당황하여 자세히 바라볼 여유가 없었던 아스텔의 나신이 한눈에 들어왔다.
야심한 밤. 창가를 통해 은은하게 들어오는 달빛에 비춰진 아무것도 몸에 걸치고 있지 않은 아스텔은 선정적이라든가 요염하다기보단 신성한 여신과도 같은 경건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 순결하고 아름다운 소녀에게 욕정했다는 것에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로…
그러나 그러한 것도 잠시뿐이었다.
순식간에 호흡이 거칠어지며 수많은 상념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눈앞의 소녀가 소중하다. 아름답다. 하지만 소녀의 흐트러진 모습이 보고 싶다. 아니다, 소녀의 그런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언제까지나 아무것도 모르는 무구한 소녀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다. 소녀가 내게 안겨 내 이름을 부르며 헐떡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 소녀의 모든 것을 내 색으로 물들이고 싶다. 소녀의 온몸 구석구석 머리카락 한 올까지 전부 더럽히고 싶다. 쾌락에 빠져 그 눈동자에 오직 나만이 비쳤으면 좋겠다.
이것은 무슨 감정일까…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이기적이고 추악했다. 하지만 사랑이 아니라고 하기엔 눈앞의 소녀를 위해서라면 세상 모두를 적으로 돌려도 상관없을 거란 이 끓어오르는 뜨거운 감정을 표현할 다른 말이 없었다.
이 복잡한 마음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단순히 입 밖으로 ‘사랑한다.’라는 말을 속삭이면 지금 이 감정이 싸구려처럼 느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 감정을 어떻게든 아스텔에게 전하고 싶었다.
“하아…하아…”
레니스와 아스텔의 호흡이 흐트러져 있었다.
아스텔도 레니스와 같은 감정이었을까…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의 손을 마주 잡은 후 손가락을 하나하나씩 서로 엇갈리며 천천히 깍지 끼고 있었다.
그리고 살포시 눈을 감고는 새들이 사랑을 나누듯이 가벼운 입맞춤을 몇 번이고 반복하며 서로 잠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지근거리에서 아스텔의 숨이 레니스의 코나 입 주변을 스칠 때마다 등줄기를 타고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간지러움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스텔을 더욱 원해서 깍지 낀 손에 힘이 들어갔고 기다란 입맞춤을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 잠시라도 떨어지기 싫어서 조금이라도 더 서로를 느끼기 위해 필사적으로 밀착하여 정신없이 서로의 몸 이곳저곳을 만지며 입술을 탐했다.
처음 한동안은 어미새가 애정을 담아 아기새를 가볍게 쪼듯이 서로의 입을 맞췄다가 떼기를 반복했지만, 지금은 서로 필사적으로 상대의 윗입술이나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든가 침을 삼킬 틈도 주지 않고 끊임없이 혀와 혀를 엉키며 서로의 타액으로 입술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며 천천히 방 안쪽에 있는 침대 쪽으로 이동했다.
조금이라도 더 아스텔을 느끼고 싶은데 입고 있는 옷이 방해된다고 느낀 레니스는 이동하는 중에 입고 있는 옷을 거의 찢어버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거칠게 벗어 아무렇게나 바닥에 집어 던졌다.
그런 격렬한 행위와는 달리 문이 조용히 닫혔다.
그리고 어느새 레니스의 아래에는 아스텔이 평소의 단아한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눈동자가 끊임없이 떨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아니면 긴장해서일까. 뭐가 됐든 그녀가 지금 그녀 자신보다도 레니스를 위하고 있다는 게 전해져 왔기에 그녀의 가지런한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동시에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해 레니스는 지금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너무도 잘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치고 있는 것은 암컷을 바라보는 수컷이었다. 흥분으로 두 눈은 붉게 충혈 됐고 호흡은 거칠어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눈앞의 암컷의 허리를 분질러뜨릴 듯이 있는 힘껏 껴안고 자신의 모든 마음과 욕망을 그녀에게 쏟아붓고 싶어 하는 욕정에 물든 짐승이 있었다.
그러나 아스텔의 표정은 그런 레니스를 경멸하기 보다는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 역시 얼른 그렇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레니스는 아스텔이 그녀 역시 처음이라 부끄럽고 첫 경험의 공포로 두려울지도 모를 이런 상황에서 그녀보다 그의 욕망을 우선시해주는 걸 깨닫고는 냉정해졌다. 물론 이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함을 한시라도 빠르게 해소하고 싶다는 게 사라졌다거나 줄었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단순히 몸과 몸을 섞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행위를 통해 말로는 전하지 못하는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스텔이 기분 좋기를 바랐다. 하지만 자신에게 여성의 몸을 기쁘게 해줄 능숙한 기교 따위가 있을 리가 없었다.
창관조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순혈 동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툴면 서툰 대로 최선을 다하여 정성스럽게, 그녀의 모든 것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는 지금 내 마음을 필사적으로 전달하면 되지 않을까. 괜한 허세 따위는 부리지 말고…….)
“하아…하아…”
다시 한번 그녀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하나를 꼼꼼히 확인하듯 차례대로 깍지를 꼈다. 그리고 진한 입맞춤을 했다.
아스텔이 레니스의 아래에서 그를 향해 누워 있기 때문에 입맞춤을 하는 동안 일방적으로 그의 타액이 아스텔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아스텔은 자신의 입안으로 흘러드는 레니스의 모든 타액을 받아줬다. 오히려 어느순간부터는 조심스레 그의 혀를 할짝할짝 입술을 오므리며 빨더니 이내 적극적으로 응해왔다.
레니스는 아스텔이 자신을 이렇게나 원한다는 실감이 다시금 새삼스럽게 들었다. 동시에 눈앞의 소녀가 자신의 여자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어느새 아스텔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단 생각 따윈 사라져버리고 이대로 이 소녀를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이 순결하고 무구한 소녀의 몸에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것이라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대로 입술을 떼고 이번엔 그녀의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러자 아스텔이 감미로운 작은 신음성을 흘리며 작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읏…레니스님….”
그리고 그대로 혀로 그녀의 턱부터 목까지 천천히 핥으며 깍지 낀 손을 풀고 그녀의 매끄러운 옆구리와 아랫배를 애정 어린 손길로 살살 쓰다듬었다.
“응…”
그녀가 살짝 몸을 떨었다.
“하아…하아…”
레니스의 손길에 흠칫 흠칫 몸을 떨며 아스텔이 귀가 녹아버릴 정도로 달콤한 신음성을 흘렸다. 그녀의 몸에 하나둘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레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안에 열기가 감돌며 음란하고 시큼한 땀 냄새가 방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녀의 목 여기저기를 핥으며 몇 번이고 목에 입맞춤하다가 내 거라는 흔적을 남기듯이 이빨자국이 남을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읏…”
아스텔이 고통에 찬 신음성을 흘렸지만 아프다고 말한다든가 거절하려는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며 레니스가 그녀의 목 이곳저곳에 흔적을 남기기 더 쉽게 해줬다.
그렇게 아스텔의 가녀린 목을 탐한 후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탐스럽고 부드러운 가슴을 주무르며 왼손으로 그녀의 오른손을 붙잡은 뒤 자신의 입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그녀의 손가락을 정성스럽게 하나하나씩 입안에 넣어 혀로 핥거나 잘근잘근 깨물었다.
“읏…응…”
그리고 그녀의 오른손을 그녀의 머리 위 위쪽으로 들어 올려 겨드랑이가 훤히 드러나게 했다. 그리고 그녀의 은밀한 겨드랑이에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아스텔의 손목을 혀로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핥으며 그녀의 겨드랑이를 향해갔다. 특히 그녀의 팔뚝 아래쪽은 그녀의 가슴만큼이나 부드러워 단순히 핥는 거로 만족하지 못하고 빈틈없이 구석구석 빨고 살짝 살짝 깨물었다.
“읏…”
“하아…하아…”
아스텔의 은밀한 겨드랑이 안쪽을 구석구석 빈틈없이 혀로 핥거나 애정을 듬뿍 담아 여기저기 잘근잘근 깨물 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아스텔의 상체가 역동적으로 꿈틀거렸다. 숨소리가 눈에 띄게 거칠어졌으며, 숨을 내쉴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거칠게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리고 그동안 레니스에게 잡혀있지 않아 침대 시트만을 그저 꽉 쥐고 있던 아스텔의 왼손이 레니스의 머리를 상냥하게 끌어안았다.
“하아…하아…”
아스텔의 겨드랑이에 열중해 있다가 그런 아스텔의 반응에 고개를 들어 아스텔을 바라봤다. 레니스와 시선이 마주지차 아스텔이 소녀답지 않은 자애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머리를 끌어안고 있던 손으로 레니스의 뺨을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 가녀린 손가락으로 레니스의 목을, 가슴을, 허리를 스치듯이 쓸며 내려왔다. 아스텔의 손이 살짝살짝 닿을 듯 말듯 레니스의 몸을 감질나게 스치며 하반신 쪽으로 내려갈 때마다 등줄기가 오싹할 정도의 쾌감이 전신을 관통했다.
그리고 아스텔의 손이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레니스의 하반신을 매만지며 말했다.
“레니스님…괴로워 보여요…”
레니스는 그런 아스텔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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