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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유혹에 넘어간 현자-40화 (40/47)

〈 40화 〉 제39 화 열락의 밤 (1)

* * *

연회의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으며 분위기가 뜨겁게 고조되었다가 다시 진정되며 약간의 정적이 찾아왔을 때였다.

레이윈 시즈가 남편인 칼 시즈를 대동하지 않고 홀로 레니스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레니스에게 살짝 윙크하며 한 아이의 어머니라고는 도저히 믿겨 지지 않을 장난기 넘치고 애교 있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레니스님. 잠시 여인들끼리 금남의 비밀스런 대화를 하려 하니 자리를 피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방금 레이윈의 표정과 함께 저런 말을 들은 남자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얼굴을 붉히며 그 자리를 서둘러 벗어날 것이다.

그건 레니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슨 대화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지만 레이윈의 말은 묘하게 선정적이라 남자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어 이 자리에 계속 있기 거북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볍게 레이윈에게 대답한 후 다른 소녀들에게도 인사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배웅을 뒤로하며 자리를 벗어난다. 그때 안뜰 한쪽 구석에서 프럼프와 둘이서 서로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던 칼 시즈가 레니스에게 손을 흔들며 자리를 권했다. 그쪽으로 다가가자 칼 시즈가 취기가 잔뜩 오른 얼굴로 말했다.

“하하, 레니스도령. 여인들은 여인들끼리 모여서 금남의 대화를 하려나 본데…우리도 남자들끼리 모여서 사나이들만의 대화를 합세나. 하하하!”

레니스는 그런 칼 시즈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잘 부탁한다고 말한 뒤 자리에 앉아 칼 시즈가 권해주는 포도주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레니스도령. 들어보게나. 내가 이래 봬도 10년 전에만 해도 말이지…”

이렇게 레니스가 칼 시즈와 프럼프라는 두 아저씨에게 붙잡혀서 두 사람의 다소 화려하게 부풀려진…아니, 이쯤 되면 거의 새로 쓰여진 게 아닌가라고 추측될 정도의 파란만장하다 못해 피가 튀는 과거의 연애담과 그런 상황에서 상남자인 자신들이 어떻게 여자를 대했는지에 대한 몹시 과장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말하는 본인들은 자랑스럽고 즐거울지 모르겠지만, 듣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 이상의 정신 고문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루아가 절규를 지르고, 레니스도 그저 미묘하게 웃으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동안─────,

레니스가 자리를 비운 여성 진영은 기묘한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서로 어색하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어딘가 근질근질한, 누군가 툭하고 어떠한 화제를 건드리면 한꺼번에 터져버려 너도나도 그 주제에 관해 서로 얘기를 꺼낼 거 같으면서도, 어째서인지 스스로 먼저 꺼내기는 부끄럽고 꺼려져서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는…어떠한 화제에 대해 다들 흥미진진하고 관심이 많으면서도 쉽게는 말을 꺼내지 못해 좀이 쑤시는 그러한 분위기였다.

레이윈은 자신의 딸을 포함한 그러한 소녀들을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에 빠진 소녀들은 언제나 아름답고 화사하다. 또한 주변인들을 절로 흐뭇하게 해준다, 실로 아름다운 한 송이 꽃처럼.

같은 여자가 본다 해도.

레이윈은 그런 소녀들을 보며 자신이 저 소녀들과 비슷한 나이였을 때를 떠올렸다. 자신 역시 한때 저렇게 사랑에 빠졌던 소녀였다. 그리고 흘러넘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지금의 남편과 서로 틈만 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몸을 섞으며 사랑을 나눴었다. 심심하면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종일, 혹은 밤부터 다음날 아침 해가 밝을 때까지 서로를 요구하던 그 뜨거운 시절을 떠올리자 나이 생각도 못 하고 주책맞게 몸 안쪽이 뜨거워졌다.

물론 그러면서도 오늘 밤은 간만에 남편과…라는 생각을 하는 레이윈이였지만.

그리고 그 시절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랑에 한창 열을 올리던 (????)의 동료들과………,

순간 레이윈은 머리 한구석이 지끈거려 본인도 모르게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어느샌가 흩어졌던 퍼즐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 거처럼 머리 한구석에서 기억의 조각들이 짜 맞춰지기 시작하더니 평소의 그녀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랑에 한창 열을 올리던 마탑의 언니들이랑 함께 어른들에게 받았던 도움을 이번에는 자신이 이 소녀들에게 줄 차례였다.

“자아, 너무 그렇게 긴장들 하지 마요. 이렇게 제가 온건 이 기회를 빌어 늦기 전에 여러분께 꼭 알려주고 싶은 게 있어서예요.”

레이윈은 단도직입적으로 소녀들에게 말했다.

“여러분들은 모두 지금 사랑을 하고 있죠.”

레이윈의 말에 다들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워하면서도 부정하지는 않는 게 몹시도 귀엽다고 생각하는 레이윈이였다.

‘그때 날 바라보던 어른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음…그리고 역시 사랑에 빠진 소녀라면 이래야지.’

과거 어른들이 자신을 보며 어떤 마음을 가졌을지 자신도 이해하게 되어 조금 겸연쩍어지면서도 마음이 따스해졌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속으로 흡족해하면서 말을 이었다.

“이미 잘 알고 계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단순히 순수하고 아름다운 정신적 교감으로 그치지 않아요.”

레이윈의 말에 다들 얼굴을 확 붉히면서 몸을 꼼지락 꼼지락 거렸지만 흥미진진한 얼굴로 한명도 빠짐없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

“말로는 다 전할 수 없는 너무도 커다란 서로를 원하는 마음을 어떻게든 상대에게 전하고 싶어서…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몸과 몸을 하나로 겹치며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됩니다. 특히 젊을 때는 정말이지 뜨겁죠.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여자에게 있어 사랑하는 남자에게 안기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일 중 하나라 계속해서 그 행위에 빠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고 그러한 사랑의 결실로 우리들이 태어나는 거니까요.”

꿀꺽

조용한 가운데 소녀들의 침 삼키는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하지만 임신은 신중하게 해야 해요. 특히 한창 어린 나이에 아직 부모가 될 준비도 없이 본능적으로 서로의 육체를 탐하며 즐기고 있을 때 원치 않는 이른 임신을 하게 될 경우엔 부모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큰 불행이죠. 뭐…이 경우 상대가 저 레니스님이고 여러분들이라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랑을 나눈 끝에 임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을 나누면서도 임신을 하지 않는 법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답니다. 이걸 말해드릴 기회는 지금뿐이기에 그걸 알려드리러 왔어요. 레니스님은 워낙 다른 남자들과 다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긴 하지만…남자들은 대개 이런 부분에 무신경해요.

특히 남자들은 여자들 앞에서 있는 힘껏 강한 척을 하며 허세를 부리지만 응석쟁이들이라 행위에 몰두하다보면 툭하면 여자들 안에 자신의 모든 걸 하나도 남김없이 내보내려 하고 여자들이 그걸 전부 받아들여주길 바라죠. 물론 남자들이 잘못하는 게 아니에요. 그만큼 이성을 잃을 정도로 우릴 사랑한다는 증거니까 우리 여자들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줘야 해요. 때문에 피임은 우리 여자들이 잘 처신해야 한답니다.”

어느새 레이윈의 이야기에 홀린 듯 집중하여 듣던 소녀들이 ‘네.’하고 작게 대답했다. 그것은 평소 이 중에서 제일 선정적이고 관능적이었던 유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아니 그녀의 경우엔 레이윈을 마치 위대한 종교자처럼 숭배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 같은 처녀가 어설프게 야한 여자를 연기하는 것과는 달랐다.

‘이것이…아이를 낳은 유부녀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색기인가.’

유이는 레이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녀가 사랑을 나누는 행위에 있어서 그야말로 남편과 함께 온갖 경험을 다한 백전노장의 노련한 여인이라는 것을 알고 전율했다. 그 관능미는 자신이 스승으로 남몰래 삼고 있는 미육의 향기의 주인인 미사 엘리자티에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저렇게 정숙한 여인이 밤에 남편과 어떠한 행위를 했을지 상상하자 몸 안쪽이 뜨거워지며 허벅지 안쪽이 근질근질해졌다. 다른 소녀들을 살짝 보자 자신과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런 유이와 소녀들의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레이윈의 담담한 말이 이어졌다.

“후…정말이지 그이답다면 그이답지만…레니스님에게 몰래 뭘 전해줬나 했더니…. 여러분들이 차고 있는 목걸이가 혹시 뭔지 아시나요?”

레이윈의 말에 다들 자신이 차고 있는 목걸이를 무심코 내려다본 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저 레니스가 자신들을 위해 방어마법을 새겨 넣은 수호 목걸이 정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뭐 그런 이유 따위 상관없이 소녀들에겐 레니스에게 받았다는 것만으로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소중한 목걸이였지만. 그런 소녀들에게 레이윈이 말을 이었다.

“그 목걸이의 이름은 아젤리아.”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을 아젤리아 성신국에서 모시고 있는 사랑의 신 아젤리아에게서 따왔답니다. 그 목걸이는 아젤리아 성신국의 정수가 담긴 목걸이로 저희 상회가 귀족부인들께 납품하는 것 중 가장 인기 있는 것들 중 하나죠. 특히 여러분들이 차고 있는 것은 그중에서도 보급형이 아닌 특수 품이랍니다.”

잠시 말을 끊어 소녀들의 주의를 환기시킨 뒤 레이윈은 소녀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고했다.

“성신 아젤리아는 사랑의 신. 그 이름의 뜻은 사랑의 기쁨. 그래요, 그 목걸이는 절대적인 피임기능이 있는 목걸이랍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사용법은…”

레니스는 상당히 늦은 시각까지 칼 시즈와 프럼프에게 붙들려 두 사람의 얘기를 듣다가 간신히 해방되었다.

마지막에 칼 시즈가 그렁그렁 눈물 맺힌 눈으로 그에게 딸을 잘 부탁한다며 말한 게 인상적이었다. 그 후 상회의 사용인에게 배정받은 방으로 안내받아 이제야 침대에 누웠다. 루아 역시 상당히 지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정말이지, 남자들의 허세란 들어주기 괴롭네. 특히 여자와 관련된 건 얼마나 부풀리는지 안쓰러울 정도였어.)

(하하…)

그리고 잠이 들려고 할 때 문밖에서 작은 인기척이 났다. 그 조용하고 차분한 인기척은 아스텔의 인기척이었다. 아스텔은 조용히 똑똑똑 문을 세 번 두드리고 안에 있는 레니스를 향해 평소의 나직하고 감정의 큰 기복이 느껴지지 않는 어조로 물어왔다.

“레니스님 주무시나요?”

“아뇨. 아스텔양. 들어오세요.”

레니스가 침대에서 일어나 문으로 가서 문을 열자 문 앞에는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긴 수건만을 몸에 살짝 두르고 있는 아스텔이 서 있었다. 방금 막 씻었는지 머리에 물기가 채 마르지 않아 앞머리가 요염하게 살짝 젖어있었고, 아스텔에게서 문을 사이에 두고 살짝 떨어져 있었는데도 막 씻은 소녀 특유의 향긋한 살 내음이 레니스의 후각을 자극했다.

그녀의 젖은 은발이 창문을 통해 살짝 들어오는 달빛에 비쳐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레니스의 정욕을 자극하며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 레니스게 그녀가 천천히 다가와 두 손으로 레니스의 몸을 끌어안으며 그의 품안으로 파고 들었다.

자연스럽게 아스텔이 손으로 움켜쥐고 있던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긴 수건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아스텔의 눈부실 정도로 새하얗고 아름다운 나신이 달빛에 드러났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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