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왕의 유혹에 넘어간 현자-36화 (36/47)

〈 36화 〉 제35 화 막간(??) 더럽혀진 소녀 (4)

* * *

누군가 나, 레라 제디에게 그동안 살면서 타인에게 많은 선행을 베풀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곧바로 ‘그렇다.’라고 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소심하게 속으로는 ‘나정도면 그래도 착하게 살았지.’라고 내심 자부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번엔 내게 살면서 악행을 저지른 적이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번 질문에는 곧바로 ‘아니다.’라고 즉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 같은 아무것도 특출난 게 하나 없는 일개 시골계집이 선행을 한다고 해봤자 무슨 선행을 얼마나 하겠는가?

냉정히 말해서 나 자신도 돌보기 벅찬 판에.

오히려 남이 나에게 선행을 좀 해주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을 지경이다.

그래도 추운 겨울날 집 밖에서 길고양이나 강아지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굶주리면서 추위에 벌벌 떨고 있으면 그 애들이 마실 물이라든가 약간의 음식 정도는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마을 어른들이 무슨 일을 시켜도 속으론 어떨지 몰라도 겉으론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웃으면서 도와드렸다.

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으며, 아버지의 농사일도 도와드렸다.

같은 시골에서도 또래 여아들 중 유독 살림에 찌든 내 인생이었지만, 다른 아이들의 삶과 나를 비교하거나해서 나는 왜 이럴까라고 한탄한 적도 물론 아주 가끔은 있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아왔다.

아마도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언제나 곁에 있어 준 레토 덕분일 것이다.

이제야 깨달은 거지만 내가 레토의 손을 잡고 이끌어 준 게 아니라 내가 레토에게 의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서로가 나이를 먹어 어린 시절처럼 언제나 함께 있을 수는 없어도, 서로를 원하는 마음은 그 시절보다 더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그야말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시골계집이었다.

적당히 착하고,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으며, 좋아하는 남자아이와의 사랑을 꿈꾸는 그야말로 평범한 소녀였다.

이런 내가 거창한 행복은 바라지 않더라도 그저 시골 마을에서 좋아하는 소년이랑 행복하게 사는 정도의 소소한 행복을 바라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었을까?

아니, 이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악질인데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많은데, 세상이 나에게 아주 조금의 행복 정도는 보장해주는 게 오히려 당연하지 않을까?

그리고 오늘은 그동안의 내 삶이 보답 받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됐을 터였다.

어제 레토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긴장하여 목소리를 떨면서도 내게 오늘 인연의 나무 아래로 나와 달라는 말을 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레토의 모습을 보면서 레토가 내 손이 닿지 않을 그런 훌륭한 남자가 되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도 했었고, 그렇게 되면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진정으로 레토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었지만,

그래도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내심 자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레토가 내게 이런 말을 하는 모습을 몇 번이고 상상한 후, 그런 스스로가 부끄러워서 잠자리에서 스스로의 몸을 양팔로 끌어안고 이리저리 몇 번이고 뒹굴었기에 담담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나 역시 레토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레토보다도 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긴장해서는 제대로 대답을 했는지조차 기억이 불분명하다.

그러나 너무 기뻐서 어젯밤은 잠을 잘 수 없었다.

몇 번이고 낮에 레토가 내게 인연의 나무 아래로 나와 달라고 말했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기분 좋은 쑥스러움을 달래기 위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방안을 이리저리 서성거렸다.

그리고 잠시 진정 돼서 침대에 누우면 이번에는 내일 있을 일을 상상했다. 레토가 내게 고백한 후 서로의 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축복의 나무 아래에서 레토와 서로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본 후 자연스럽게 서로의 입술을 포개는 상상을 했다.

스스로의 상상이 너무나도 부끄러워 아무도 듣는 이 없는 방에서 소리 내어 웃으며 이불을 끌어안고 침대 위를 뒹굴 거리기도 하고, 침대를 손바닥으로 팡팡 쳐보기도 했지만 설레는 마음은 결코 가라앉지 않았고, 오히려 몸 안쪽이 뜨거워지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꾹 다물고 코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게 됐다. 오늘따라 유독 숨소리가 크고 거칠게 들렸다.

이불을 덮은 채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슴으로 손이 갔다. 아직 만지거나 주무르지도 않았는데 이미 젖꼭지가 빳빳하게 서 있었다.

“읏…”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감자 레토를 떠올리려고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레토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플 정도로 빳빳하게 돌출된 자신의 젖꼭지를 살살 문질렀다. 평소보다도 예민해졌는지 훨씬 간지럽고…자신의 손길이 기분 좋았다.

“응…”

마을의 여자아이들끼리 모여서 마을 축제에 쓸 의상을 작업한다거나 할 때면 작업을 하면서 남자친구와 벌써부터 관계를 가진 여자아이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해주곤 했다. 그럴 때면 나는 관심 없는 척 필사적으로 무표정을 연기하며 작업에 집중하는 척하면서도 온정신을 귀에 집중하여 그녀들의 말을 한 글자도 흘려듣지 않으려고 했다.

공통적으로 다들 좋아하는 남자가 자신의 몸을 만져주면 남자의 손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스스로 격렬하게 할 때보다 몇 배는 간지럽고 기분 좋다고 했다.

“아…읏…”

팬티 안쪽으로 손가락을 살짝 집어넣었다가 빼본다. 손끝이 끈적끈적하고 미끄러운 액체로 반질반질 거렸다.

이렇게 레토에게 인연의 나무 아래로 나와 달라는 말을 들은 날, 내일 레토에게 고백 받을 것을 상상하며 스스로의 가슴을 조금 만진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분이 좋아졌는데, 고백 이후 레토가 직접 만져준다면 어떻게 될까…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불을 머리끝까지 푹 뒤집어쓸 정도로 부끄러워 죽을 거 같으면서도, 분명 기절할 정도로 기분 좋을 것이란 확신을 했다.

“읏…”

레토가 내일 연인의 나무 아래로 나와 달라고 한 것은 드디어 내게 고백하려고하기 때문이겠지.

레토도 나도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들이 아니었다.

레토도…그…그러니까…분명 나랑 하고 싶어하겠지.

그 레토가…

언제나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해준 레토가….

레토도 그럼 지금 나와 같은 기분일까. 날 안고 싶어서…거칠게 내 이름을 부르며 딱딱하게 선 하반신을 거칠게 문지르면서 자신을 위로하고 있을까.

윽…

우리 나이 또래의 남자의 성욕이란 여자의 성욕보다 훨씬 크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신체적 현상이란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레토의 외설적인 모습을 상상하자 신성한 걸 더럽힌 것만 같아 살짝 구역질이 났다.

그러나 동시에…

그보다도 그런 레토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하는 자신이 있었다.

나는 변태인걸까.

좋아하는 남자 아이가 나를 떠올리며 하반신을 빳빳하게 하고 격렬하게 손을 위아래로 문지르는 모습을 상상하며 흥분하다니….

“하아…하아…읏…아아…”

레토는 지금 나를 가지고 무슨 상상을 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욕정을 품지 않고 나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레토가 내가 없는 곳에서 나에게 품고 있을 욕망을 상상하자 몸이 몹시 뜨거워지며 땀으로 침대가 축축해질 정도였다.

혐오감보다는 오히려 내가 레토를 원하듯이 레토가 나를 갈망한다는 사실에 더 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가슴과 하반신을 이제는 쓰라릴 정도로 격렬하게 문질렀다.

레토는 언제부턴가 소년티를 완연히 벗으면서 나를 의지하지 않고, 의젓해졌다.

마을 사람 모두들은 지금 잊고 있지만 레토는 원래 낯가림이 심하고 나에게 응석을 부리는 아이였으니까…

첫 경험은 연상인 내 손길에 인도 당하는 걸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레토의 상상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레토에게 봉사하며 그와 사랑을 나누고 있을까…

“응…읏…”

레토는 내가 어떤 식으로 해주길 바라고 있을까…

어느새 나는 레토의 입장이 되어 나와 서로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려는 진한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나는 레토의 입안으로 혀를 밀어 넣어 레토의 입안을 휘젓는 한편 레토의 타액을 추잡한 소리가 나도록 삼키면서 레오의 상의를 벗기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레토의 입장이 된 나는 그대로 나에게 침대 위로 쓰러져 배 위에 올라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눈앞의 내가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뺨에, 목에 쪽하고 가볍게 애태우는 키스를 했다.

레토가 된 나는 하반신이 터질듯이 부풀어 올라있으며 답답함에 작은 신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내가 내 아래에서 헐떡이는 레토의 모습을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언제나 정갈한 레토가 나 때문에 흐트러지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나는 오른손을 레토의 팽팽하게 부풀어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하반신으로 갖다대 바지 위로 레토의 애를 태우며 살살 문지르자 익숙지 않은 자극에 움찔거리는 레토의 뺨부터 목까지 혀로 핥으며 내려온 후 레토의 툭 튀어나온 목젖에 쪽하고 입 맞췄다.

그 후 혀로 부드럽게 레토의 목젖을 어루만지거나 입술로 빨기를 반복했다.

레토가 내 아래에서 호흡이 가빠지며 연신 억눌린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레토의 하반신이 투명한 액체로 축축해졌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나는 레토의 하반신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레토가 아쉬워하며 강아지 같은 촉촉이 젖은 눈으로 날 봤다.

레토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만 나는 결코 레토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았다. 더욱 레토의 애를 태우며 내 가슴으로 레토의 배를 압박하며 두 손으로는 레토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레토의 쇄골과 젖꼭지를 혀로 희롱했다.

그리고 결국 참다 참다 레토가 내게 헐떡이며 애원해왔다. 나는 레토의 그런 모습을 상상하며 가볍게 절정에 이르러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며 침대에 뻗었다.

“하아…하아…”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혀있었고 이불 안쪽이 땀 때문에 후끈후끈했다. 그리고 방 전체에 스스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시큼한 암컷의 냄새가 숨을 막히게 했다. 창문을 열어 환기할까했지만 침대에서 꼼짝도 하기 싫었다.

그러나 방안 가득한 외설적인 냄새에 또다시 몸 안쪽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여자아이들이 난처해하면서도 명백히 자랑하듯이 남자친구가 자기를 자꾸 속박하고 지배하려 들어서 곤란하단 말이 떠올랐다.

레토도…그런 걸까…날 지배하고 싶어 할까…

평소 상냥하던 레토의 아래에 거칠게 깔려 온몸을 난폭하게 애무 당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레토가 내가 자기 거라는 흔적을 남기듯이 내 몸 여기저기를 세게 깨물기에 아프니까 상냥하게 대해달라고 애원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내 허리를 부러뜨릴 듯이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내 목, 겨드랑이, 가슴, 배, 허리, 허벅지, 등등 내 온몸 구석구석에 레토의 것이라는 낙인을 찍듯이 피가 날 정도로 아프게 깨물어서 너무도 아파서 울면서 제발 상냥하게 해달라고 다시 한번 애원해본다.

하지만 그런 내 입에 레토가 손가락을 넣어 내 입안을 휘저으며 강제로 핥게 하면서 저항하지 못하게 하는 사이 점점 고통보다는 ‘이렇게나 레토가 날 원하는구나, 독점하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어느 순간 고통이 쾌감으로 점차 치환되기 시작했다.

차츰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며 레토의 모든 행위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후 레토 앞에 두 무릎을 꿇은 뒤 여전히 빳빳하게 선 레오의 하반신을 입에 넣으며 정성스럽게 봉사한 후 정신을 잃을 정도로 레토에게 격렬하게 안겨 그의 품 안에서 축 늘어진 채 의식을 잃듯이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레토가 그런 나를 아까까지의 거친 모습이 아닌 원래의 인자하고 자상한 손길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는 그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그의 품 안에서 몸을 한번 뒤척인 뒤 푹 잠드는 모습을 상상하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깊은 절정을 느꼈다.

순간 흥분이 극에 달해 등은 활처럼 휘었고 발가락이 오므라들었으며 피가 머리 한곳으로 쏠렸는지 눈앞이 새까매졌다.

“하윽…아앗…”

어떠한 레토도 좋았다.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부드럽고 상냥하게 내 몸을 만지는 레토도, 격렬하게 온몸이 부서져 버릴 것처럼 날 탐하는 레토도. 어떤 레토라도 받아들일 수 있었고, 레토를 위해서라면 어떤 행위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끔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아이들의 설마 정말일까 싶을 정도의 자극적인 경험담을 들었을 때 정말로 그런 거까지 연인을 위해 해주는가 싶었는데, 지금은 그 마음이 이해가 갔다.

그리고 나는 내일부터 시작될 레오와 나의 행복한 나날을 꿈꾸며 새벽이 돼서야 간신히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마을 뒤편에 있는 작은 언덕 꼭대기에 있는 커다란 나무.

그 나무 아래에서 고백을 하여 맺어진 연인들은 둘이서 평생을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전설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 인연의 나무라고 불리는 나무 아래에서 레토와 내 마음을 서로 확인했다.

그리고 이제 서로의 입술을 포개고, 그 후 장소를 옮겨 서로 사랑을 나누는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날이 됐어야만 할 날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제일 행복한 날을 맞이했어야 할 우리는…

지금 내 몸은 레토가 아닌 다른 남자에 의해 더럽혀져 있었다.

지금 이 자리서 레토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걸 방패로 삼아 레토가 아닌 다른 남자의 이빨 자국으로 가슴과 젖꼭지가 엉망이 되었고, 나와 레토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린 증오스러운 남자 앞에 무릎 꿇은 채 그 발등에 입 맞추고 발가락과 발가락 사이사이를 정성스럽게 핥거나 빠는 등 온갖 구역질 나고 굴욕적인 일을 했다.

눈물과 너무도 역겨워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턱을 타고 흘러 내려와 상반신을 더럽혔고, 헛구역질한 끝에 결국 토해내고만 위액과 실금으로 바닥을 더럽혔다.

그리고 몸은 비록 더럽혀지더라도 마음만은 깨끗하고자 했지만 그런 의지마저 너무도 쉽게 꺾이고 말았다.

나라는 인간의 본성이 시험대에 오르며, 결국 더럽혀지지 않고도 레토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있었지만, 스스로의 목숨을 위해 그러지 못하고 결국 레토를 배신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스스로의 천박함을 직시하게 되어 이 이상의 절망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나와 레토…

우리 둘의 진정한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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