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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유혹에 넘어간 현자-35화 (35/47)

〈 35화 〉 제34 화 막간(??) 더럽혀진 소녀 (3)

* * *

풀썩…

조용하고 어두운 방 안에 레라가 입고 있던 옷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만이 유난히도 크게 울렸다.

증오스러운 남자에게 어떠한 저주의 말도 내뱉지 못하고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그의 발등에 입을 맞추고, 정성스럽게 발가락을 빨고, 발가락 사이사이를 혀로 핥았다.

이미 그녀에게 자존심이라든가, 수치심 같은 건 진즉에 산산이 박살 나서───,

남아 있지 않았을 터였다.

그럴 터였다……………….

하지만────────,

입고 있던 옷을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남자 앞에서 하나씩 하나씩 차례대로 벗고 이제는 속옷만 남게 되었을 때 산산이 부서져 흔적도 남지 않았을 줄 알았던 굴욕감과 수치심이 고개를 들어 무심코 손이 멈춰버리고 말았다.

“으…흑….”

차마 남자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말았다. 그러자 의식을 잃기 전에 남자에게 배를 차여 실금을 했기 때문에 축축하게 더럽혀진 하의가 눈에 들어왔다.

‘기분 나빠….’

지금까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의식하지 못했던 것에 의식이 미치자 실금으로 더럽혀진 하의의 축축함이 너무도 기분 나쁘고, 그런 것을 눈앞의 남자에게 보이고 있다는 게 죽고 싶을 만큼 수치스러웠다.

당장이라도 울면서 남자에게 그만둬달라고 레토와 자신을 돌려보내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남자에게 자비를 구걸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자의 비열함으로 가득 찬웃음이, 가학심만으로 가득 찬 눈을 보며 단념했다.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남자에게 애원하는 순간 남자가 자신을 더 비참하고, 치욕스럽게 만들 것이란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흑…….”

딸꾹질과도 비슷한 의미 없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운다고 해서 변하는 게 없기에.

오히려 눈앞의 남자를 기쁘게만 할 뿐이라는 걸 알기에 또다시 눈물이 흐르고, 오열하려는 걸 억누르다 보니 나온 신음성이었다.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는다.

의식을 잃고 있는 레토를 한번 쳐다보고 당장이라도 모든 걸 포기하고 자리에 주저앉고 싶은 자신의 나약한 마음에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소중한 사람.

나 자신보다도 소중한 사람.

지금 이 자리에서 그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다.

‘부디…부디…레토가 눈을 뜨지 않기를…내 이런 모습을 보지 않기를….’

이제는 그것 하나만을 바라며 천천히 두 손을 등 뒤로 돌려 가슴을 감싸고 있는 브래지어를 벗었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보여준 적 없는 가슴이 드러났다.

브래지어가 땅바닥에 툭 떨어졌을 때, 무의식적으로 두 팔로 가슴을 가렸다. 분명 마음을 굳세게 먹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몸이 움츠러들고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아무 움직임도 없이 자신을 바라만 보던 남자가 처음으로 움직였다.

“히익…”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미지의 공포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더욱 움츠리고 말았다.

가슴을 가린 두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시…싫어….”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공포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허세의 가면에 산산이 금이 갔다. 남자가 자신의 두 팔을 강제로 벌린다.

힘껏 저항했지만,

너무나 무력하게 남자에 의해 팔이 벌려지고 젖가슴을 환히 드러냈다.

“윽….”

수치심에 현실을 외면하듯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남자는 레라의 두 팔을 위로 올리더니 왼손으로 그녀의 두 팔을 잡아 가슴뿐 아니라 그녀의 양쪽 겨드랑이까지 훤히 보이게 한 후 오른손으로 거칠게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흐윽…그…그만…….”

결국 그동안 어떻게든 억누르려고 했던 눈물과 서러움이 폭발하고 말았다.

온몸에 지네가 기어가는 혐오감에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레토를 지키기 위해 굳세게 마음먹고 눈앞의 남자에게 자비를 구걸하거나 애원 따윈 하지 않겠노라 결심했건만, 남자가 그녀의 몸에 뜨거운 인두로 지워지지 않을 노예의 낙인을 새기듯이 레라의 유두를 이빨로 있는 힘껏 쎄게 깨물었을 때, 그녀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울면서 남자에게 그만해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그…그만 해주세요…제발…흑…싫어…싫어…”

“더 이상은…왜…왜 나만 이런…흑…”

“으…으읏……아악!!! 아파…아파…”

남자가 질겅질겅 레라의 유두를 씹다가 그녀의 유두를 잡아 찢듯이 쎄게 깨물자 그녀는 유두가 떨어져 나가는 고통에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지금 자신의 얼굴이 눈물로 엉망이 되어있다는 것 따위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레라의 반응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가슴에 자신의 이빨 자국을 새기며 엉망으로 만들었다.

“아…악…”

남자에게 가슴을 깨물릴 때마다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얼마나 쎄게 깨물었는지 이빨 자국이 난 곳에서 살짝 피마저 흘렀다.

남자는 그렇게 레라의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혀로 핥았다.

“히이익!!!”

물컹하면서도 까슬까슬한 남자의 혀가 자신의 가슴을 핥자 소름과 혐오감이 척수를 타고 흐르며 비명을 질렀다.

“싫어…그…만…제발…그만둬주세요….”

레라는 무력하게 울면서 저 말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것 뿐이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무자비하게도 계속해서 그녀의 가슴을 뜯어먹듯이 깨물었다.

하나, 둘 서서히 레라의 양쪽 가슴에 무참한 이빨 자국이 늘어만 갔다.

“아…악…”

가슴에 수도 없이 남자의 이빨자국이 새겨져 엉망이 됐을 때야 비로소 남자는 자신이 엉망으로 만든 레라의 가슴을 흡족하게 바라보더니 잡고 있던 그녀의 두 팔을 놔준 후 다시 거만한 자세로 의자에 앉았다.

레라는 남자에게 붙잡힌 손이 풀리자마자 그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고 말았다.

“으…흑…”

엉망진창으로 남자의 이빨 자국으로 더럽혀진 자신의 피멍투성이가 된 가슴을 보자 고통과 함께 자신이 점점 더럽혀진단 사실에 흐느끼고 말았다.

“이젠…싫어…싫어…”

어린아이가 투정을 부리듯이 그렇게 주저앉은 채 울면서 싫다는 말만 반복했다.

무서웠다.

모든 것이 무서웠다.

특히 제일 무서웠던 것은 이대로라면 자신이 레토를 원망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었다.

그것만큼은 싫었다.

자신은 강한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몸이 더럽혀지더라도 마음만은 꺾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교만이었다.

한 번도 자신을 철저하게 짓밟고 유린하려는 남자와 맞서 본 적 없던 철없는 계집의 망상이었다.

몸이 더럽혀지기도 전에 마음이 제일 먼저 으깨졌다.

레라가 그렇게 또다시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못한 채 바닥에 한 방울 두 방울 뚝뚝 흘리며 그저 이제 그만해달라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을 때, 남자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지금까지의 비열하고 듣기만 해도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는 혐오스러운 어조가 아니라 너무나도 달콤하게 파고드는 속삼임이었다.

“그만둬줬으면 싶은가?”

레라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레라를 보더니 남자가 다시 한번 물었다.

“돌아가고 싶은가?”

“네…”

혹시 하는 기대감에 입에서 매우 공손한 대답이 나왔다. 남자는 그녀의 대답에 흡족하게 웃더니 말하였다.

“그런가…그럼 기회를 주도록 하지.”

남자의 말이 끝났을 때, 레라의 앞에는 어느새 한 자루 단검이 놓여져 있었다. 레라가 영문을 몰라 남자를 바라보자 남자는 예의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선택하도록.”

“무슨?”

“그 단검으로 저기 있는 남자의 목숨을 빼앗는다면 더 이상 네게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돌려보내주도록 하지. 반대도 마찬가지다. 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면 저 남자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보내주도록 하지.”

“저…정말인가요…?”

“그래, 아까도 말했듯이 나름 신을 모시는 자를 칭하는 몸이다. 약속은 지킨다.”

“흑…”

답 따위는 정해져 있었다.

정해져 있었을 터였다.

세상 모든 것보다 소중한 레토.

그를 위해서라면 그녀는 무슨 짓이든지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 레라가 자기 하나 살고자 그를 죽인다니 그런 짓…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정해진 선택은 단 하나. 이대로 살아 치욕을 당하느니 깔끔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그래, 레토 이외의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면서까지 사느니 차라리…….

호흡이 가빠졌다.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눈앞에 떨어진 단검을 손에 쥐고 눈을 감는다.

이러면 된다.

아까 같은 추잡하고 역겨운 짓을 스스로 또 할 바에는…

증오스러운 남자의 앞에 무릎 꿇고 정성스럽게 그 몸을 천박하게 만지면서 빨거나 혀로 구석구석 핥을 바에는…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의 목숨을 끊을 수 없었다.

단검을 힘없이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원망을 담아 남자에게 말했다.

“너무해…”

남자에 의해 스스로가 쓰고 있던 가면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렇다, 결국 자신은 레토를 위해서라는 말을 핑계로 삼았을 뿐 그 속내는 전부 나 자신을 조금이나마 지키기 위해서였다.

레토를 위해서라면 스스로가 아무리 더럽혀진다 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자기 자신을 타이르며, 자신은 결코 구차하게 내 목숨을 위해서 증오스러운 남자에게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그 어떤 추잡하고 천박한 짓이든지 하는 여자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속였다.

“흐윽…”

스스로를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남자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에게 몸을 허락해 수치스럽고 치욕스럽게 사느니 깨끗하게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여자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이런 여자라는 것을.

그러나 남자에 의해 들이밀어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나라는 여자의 밑바닥. 죽음을 앞에 두고 선택을 강요받았을 때 적나라하게 드러난 나라는 여자의 본성.

인정하자…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 여자인 것이다.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어떤 추잡하고 천박한 짓이든지 하면서 그걸 인정하기 싫어서 레토를 위해서라는 핑계나 대고….

“미안…레토…미안해….”

의식을 잃어 들릴 리 없는 레토에게 끊임없이 사과했다.

그리고 일어섰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비틀비틀 거리며 남자에게 다가가 천천히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흐윽…”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스럽고, 혐오스러운 남자의 뺨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남자를 대하듯이 부드럽게 매만진다.

할짝…

그리고 애완동물이 주인에게 아양을 떨듯이 혀로 뺨을 핥았다.

쪽…

쪽…

어미 새가 자신의 사랑스러운 아기새에게 애정을 표하듯이 남자의 뺨에 살짝살짝 쪼듯이 입맞춤을 했다.

흘러내리는 눈물이 입속으로 들어가 짠맛이 느껴졌다.

“으읏…”

남자가 두 손으로 레라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무수히 많은 남자의 이빨자국이 노예의 낙인처럼 선명하게 남아서 엉망진창이 된 내 젖가슴을 터질 듯이 움켜쥐자 고통으로 가득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쪼옥

그리고 나는 그런 고통의 와중에도 눈을 감으며 남자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레토와도 아직 한 번도 안 했는데,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 레토에 대한 미안함으로 또다시 가슴 한편이 아려오면서 눈물이 흘렀다.

얼마나 길게 남자와 입을 맞추고 있었을까, 처음 하는 행위에 숨 쉬는 것조차 익숙치 않아 거친 호흡과 함께 입술을 떼었다.

“하아…하아…”

너무나도 역겨워 조금이라도 신선한 공기를 흡입하려고 거칠게 호흡했다. 그러자 남자가 그 더러운 입을 벌리고 내 머리를 잡은 채 자신에게 억지로 끌어당겨 입을 맞춘 후 내 입안으로 자신의 혀를 길게 내밀었다.

“츄릅…츄릅…”

나는 남자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정성스럽게 남자의 혀를 빨았다. 남자의 혀를 타고 남자의 침이 흘러들어와 내 입속을 더럽힌다.

그렇게 어두운 방 안에서 서로의 혀와 혀가 얽히고, 내가 남자의 혀를 빠는 추잡하고 천박한 소리만이 울리고 있을 때,

“으…으…”

레토가 의식을 되찾으려는지 낮은 신음성을 흘렸다.

우리 두 사람이…

진정으로 신에게 버림받은 순간의 시작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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