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제21 화 소녀들의 은밀한 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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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리노아가 한참 스스로의 달아오른 몸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그저 흐트러진 모습으로 온몸을 땀으로 적신 채 헐떡이면서 잠을 설치고 있었을 때, 그 바로 옆방에서도 잠들지 못하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아스텔. 눈과 같은 새하얀 피부에 단정한 이목구비. 차분한 눈동자에 은색 머리가 특징인 소녀다.
그녀는 지금도 평소 카렐렌이 놀러 와서 같이 잘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품에 아기가 응석을 부리듯이 안겨있는 카렐렌을 살며시 안아준 채 차분한 시선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스텔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지금의 그녀를 본다면 그녀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쉽사리 눈치챌 수 있었다.
언제나 잔잔한 호수와도 같았던 그녀의 두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뺨도 살짝 불그스레했다.
“응…”
‘오늘따라…이상해…지금까지 이런 적…한 번도 없었는데…….’
아스텔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의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카렐을 쳐다보았다.
카렐은 언제나 놀러 와서 아스텔의 방에서 같이 잘 때와 마찬가지로 아스텔의 팔을 베개 삼아서 자고 있었다.
카렐의 특수한 사정 때문일까………,
카렐렌은 주변 사람들뿐 아니라, 특히 그녀의 부모에게도 애정을 받으며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카렐은 이렇게 그나마 아스텔에게 응석을 부린다.
‘고슴도치 같은…관계 일려나…….’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싶어도, 다가가면 서로를 상처 입히고 마는 관계. 단순히 주위 사람들은 단지 카렐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를 뿐이고, 벽은 카렐이 스스로 그들에게 쌓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런 문제는 결국 아무리 친하다 한들 본인이 아닌 이상 본인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없기에 아스텔은 카렐에게 이에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가끔 자신의 소중한 친구가 고된 일을 하고 난 후에 돌아오면 지금처럼 남들 앞에서는 언제나 아주 약간의 빈틈도 보이지 않으려고 무리하는, 아니 반드시 본인에겐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는 카렐이 긴장을 풀고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뿐이었다.
지금도 카렐렌은 아스텔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아스텔의 몸을 꼬옥 끌어안은 채 한쪽 다리를 아스텔의 몸 위에 올려놨다 보니 아스텔의 오른쪽 다리가 카렐의 허벅지 사이에 끼어있었다.
따스한 체온과 부드럽고 탄력 있는 피부. 그리고 향수와는 다른 여자아이 특유의 향기로운 살 내음. 같은 여자지만 카렐이 이렇게 아스텔을 끌어 안아주고 있으면 아스텔도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였을까.
언제나 아스텔과 카렐렌이 아침에 눈을 뜨면 사이 좋은 친자매처럼 서로가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읏…”
그러나 그것은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배 위에 올려놓고 끌어안을 때 느껴지는 따스한 체온과 기분 좋은 무게감 같은 거였지…지금처럼 허벅지 안쪽이 근질거려서 다리를 꼬았다가 펴보거나, 오므린 다음 허벅지를 마찰시켜도 욱신거림만 더해지는 그런 게 아니었다.
“응…읏…”
카렐이 잠결에 조금 몸을 뒤척이며 카렐의 손이 옷 위로 아스텔의 가슴을 살짝 문질렀다. 그것만으로도 아스텔은 등줄기가 저려오며 입에서 얕은 신음성이 새어 나왔다.
딱히 의식 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아스텔은 저도 모르게 카렐에게 팔베개를 하고 있지 않은 왼손으로 신음성이 새어 나오지 않게 자신의 입을 꽉 틀어막았다.
“읍…응…읏…”
허벅지 안쪽의 욱신거림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카렐에게 들키지 않게 허벅지와 허벅지를 조금씩 문지르다가 자신의 몸 위에 걸쳐있는 카렐의 다리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은밀한 곳을 스치자 입을 틀어막고 있는 손에 힘을 주어 필사적으로 참아보려 했다.
하지만 스스로는 어찌할 수 없는 미약한 신음성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하아…하아…”
‘나…’
‘어떻게…된 걸까…’
자신의 몸이 이전과는 확연하게 변해버렸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느껴보지 못했던 미지의 감각에, 미지의 쾌락에 눈떠버렸다.
‘레니스님….’
계기는 레니스와의 첫 만남 때. 지금까지도 위험에 처했던 적은 많았었다. 그러나 그때처럼 확실하게 자신의 죽음을 실감한 적은 없었다.
물론 아스텔은 자신이 죽는 것도 두려웠다.
그러나 그녀의 소중한 사람들이……, 아버지인 칼 시즈뿐 아니라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해도 좋을 상회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신을 지키려다 쓰러져가는 모습을 봐야 하는 게 그 무엇보다도 미칠 듯이 두려웠다.
그렇게 온몸이 공포로 마비되어 꼼짝도 못 할 것만 같고, 당장에라도 혼란에 빠져 버릴 것만 같을 때, 한줄기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었다.
“읏…응…으읏…”
그때를 떠올리자 허벅지 안쪽의 근질거림이 한층 더 심해지고 온몸에서 열기가 나면서 여자아이 특유의 달콤한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아스텔 주위로 불었던 청량한 바람은 아스텔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고 공포로 혼란에 빠졌던 머리를 차분하게 진정시켜주었으며, 특히 그 뒤에 다리에 힘이 풀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던 자신을 등 뒤에서 지탱해준 레니스의 품 안에서 느낄 수 있었던 아늑함.
그 아늑함이 주는 안도감에 조심조심 눈을 뜨고 레니스를 본 순간 마치 벼락에 맞은 것만 같았다.
전율이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그것은…단순히 위기에서 구해줬기 때문에 은혜를 느낀다든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줬기 때문에 느낀 고마움이 영향을 미쳐 한눈에 반했다든가 하는 그런 단순한 게 아니었다.
‘그보다는 좀 더…좀 더…직감적이고…
원초적인…자세히는 스스로도 표현하지 못하겠지만…‘
“아윽…”
그때를 생각하자 안타까움과 애달픈 마음으로 가슴이 순간 높은 절벽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등 뒤를 밀었을 때만큼이나 철렁했다.
‘레니스님……, 레니스님……’
속으로 레니스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러본다.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가슴이 꽉 얽매이면서도 몸과 마음이 충족되고 있었다.
‘하아…하아…’
동시에 입에서 부끄러운 숨소리가 흘러나오고 땀 때문에 등과 하반신이 눅눅하게 젖었다.
‘읏…’
‘카렐이 바로 옆에 있는데…나는 대체 뭘….’
조금씩…조금씩…그리고 천천히…
모처럼 곤히 자고 있는 카렐을 깨우지 않도록 입을 막고 있던 손이 허벅지 안쪽으로 향했다.
소변이 나오는 곳이라 무의식적으로 더럽다고 생각해서였을까…자신의 몸인데도 그동안 직접 적나라하게 살펴보거나 만져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근질거림을, 욱신거림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입고 있는 잠옷 위로 살짝 손을 갖다 댔다.
“읏…”
단지 하반신을 감싸고 있는 잠옷 위로 손을 갖다 대었을 뿐인데, 예민한 자극에 허리가 튀어오를 뻔했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스스로에게서 나왔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달콤한 소리였다.
“아윽…”
이성은 그만두라고 하지만 몸은 계속해서 만지라고 했다. 옆에 카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은밀한 부분을 옷 위로 만지작거렸다. 그때마다 느껴지는 오싹함과 등줄기가 찌릿하는 전율은 레니스가 처음으로 자신의 손을 잡고 레니스의 마력이 아스텔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와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헤집을 때의 감각과 비슷했다.
그러나…
그러나 그때의 느낌과 비교해선 한참 부족했다. 따스하고 상냥한 기운이 맞닿은 손을 통해 흘러들어와 온몸을 꿰뚫고 지나가며 느꼈던,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것만 같았던 폭발적이고 강렬한 환희에는 한참을 못 미쳤다.
“응…읏…”
‘레니스님……, 레니스님…….’
어느샌가 아스텔은 잠옷 위가 아닌 그 아래로 손을 넣고 팬티 위를 좀 더 격렬하게, 더 격렬하게 문질렀다.
“하아…하아…”
하지만 부족했다. 이빨에 너무도 얇은 투명한 가시가 낀 것처럼. 입안에서 몇 번이고 혀를 움직여보기도 하고 손가락을 집어넣고 빼보려고도 하지만 빠질 듯 말 듯 하다가 끝내 빠지지 않아서………,
무척이나 거슬리게 만드는 그런 기분이었다.
이 기분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해방되고 싶었다.
“…”
‘팬티 위가 아니라…직접 만진다면…조금은 이 답답함이 가실까…’
“하아…하아…”
긴장과 묘한 기대감으로 가늘게 떨리는 손을 팬티 안으로 집어넣는다. 한 번도 직접 만져보기는커녕 너무도 적나라하기에 자세하게 본적도 없었던 은밀한 부분에 손이 닿자 그곳은 이미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있어서 눅눅했다.
“아…응…읏…”
하지만 땀과는 조금 다른 거 같기도…. 훨씬 미끌미끌 거리고, 끈적끈적한 게…처음에는 기분 나빴다. 하지만 허벅지 안쪽의 깊은 곳에 지금 자신의 젖꼭지처럼 빳빳하게 서 있는 작은 돌기에 손이 닿는 순간 허리가 활처럼 튀어 올랐다.
“윽…”
‘지금의…이 느낌은…….’
분명 레니스의 따스한 마력이 온몸을 구석구석 헤집었을 때와 비교하면 모자랐지만, 그나마 지금까지 중에 제일 근접한,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그 순간을 선명히 떠올릴 정도로 강렬한 자극이었다.
“아…아…”
옆에서 카렐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로 곤히 자고 있기에 아스텔은 스스로의 사타구니를 손으로 문지르고 있다는 행위에 작은 저항감을 느껴 천천히 조심스럽게 문지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행위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미지의 행위와 미지의 경험에 작은 두려움마저 느꼈지만, 점점 몸이 환희에 물들수록 저항감은 줄어들고 어느새 거침없이 만지작거렸다.
“아…으…”
자극이 강해지고, 그에 따른 쾌락도 커졌지만, 오히려 답답함은 더 심해졌다. 시원하게 전부 쏟아내고 해방감을 느끼고 싶었다.
찔꺽…찔꺽….
어느새 하반신에서 흘러나온 땀방울과는 조금 다른, 미끈하고 끈적거리는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로 흥건하게 젖었다.
“아…아…”
찔꺽…찔꺽…찔꺽….
이제는 옆에 카렐이 있다는 것도 있고 천박한 숨소리를 내뱉으며 격렬하게 문질렀지만 역시 부족했다. 그때 카렐이 잠결에 작게 몸을 뒤틀었다. 그때서야 아스텔은 퍼뜩 제정신으로 돌아오고 뭔가 해선 안 될 짓을 했다는 자기 혐오에 빠져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그러나 자신의 뜨거워진 몸과 거칠어진 숨소리는 일절 가라앉지 않았고 더 큰 자극을 요구하고 있었다.
…
얼마나 그렇게 조금 헐떡이며 천장을 바라만 보고 있었을까.
아스텔은 결심 끝에 카렐이 깨지 않도록 천천히 팔베개를 하고 있는 오른팔을 빼내고, 자신의 오른 다리 위에 여전히 올려져 있는 카렐의 다리를 조심스럽게 내린다. 그리고 소리가 들리지 않게 천천히 침대에서 빠져나와 입고 있는 옷을 하나씩 벗었다.
그리고 그대로 욕실에 들어가서 차가워진 물을 화염 마법으로 따스하게 데웠다. 뜨거워진 물 안에 들어가 몸을 목 끝까지 푹 담그자 레니스의 따스하고 아늑한 품 안에 안겨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천천히 양손으로 자신의 양쪽 젖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젖꼭지가 아플 정도로 빳빳해지고, 가슴과 젖꼭지를 만지작거리는 손놀림이 격해질수록 등이 뒤로 꺾이며 다리가 쭉 펴졌다.
첨벙…첨벙…
조용한 욕실에서 물소리가 크게 울린다. 하지만 아스텔은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 따위 없었다. 어느새 쭉 폈던 다리를 벌리고 레니스를 떠올리며 가슴과 허벅지 안쪽을 격렬하게 문지르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문질렀을까.
“레니스님…레니스님…”
아스텔은 어느새 속으로만 떠올리던 레니스의 이름을 입 밖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러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쾌감이 밀려왔다.
“아…아아…”
그 후 아스텔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레니스의 이름을 끊임없이 부르며 가슴을 주무르고, 은밀한 부분을 문지르다가 온몸에 있는 모든 액체를 쏟아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해방감과 함께 욕조 안에 축 늘어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지 않았다.
팔다리에 감각이 없다.
너무나 지쳤지만, 그와 반대로 묘한 달성감 마저 느껴졌다.
그리곤…온몸을 엄습하는 깊은 피로감에 거스르지 못하고 아스텔은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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