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왕의 유혹에 넘어간 현자-21화 (21/47)

〈 21화 〉 제20 화 소녀들의 은밀한 밤 (1)

* * *

시간은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레니스가 리카와 유이 사이에 껴안겨 두 사람의 따스한 체온과 부드러움을 온몸으로 만끽하기보다도 훨씬 이전인────,

세상 모두가 깊게 잠들었을 한밤중.

여기는 황금사과 상회에서 회주인 칼 시즈와 그녀의 딸인 아스텔의 호위를 맡고 있는 기다란 금발의 여검사 리노아 카렌의 방.

평소라면 지금 이 시간엔 푹 잠들었을 그녀는 오늘따라 잠을 깊게 잘 수가 없었다. 잠에 들려고 하면, 잠을 깨고, 또 잠시 후 잠에 들려고 하면 또다시 곧바로 잠에서 깨길 반복했다.

눈을 꼭 감고 누워서 억지로라도 잠을 자보려고 노력해보기도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오히려 그럴수록 점점 잠이 확 깨버리는 역효과만 가져왔다.

원인은………, 그녀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상행을 끝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나게 된 소년 때문이었다. 검은 머리에 붉은 기운이 감도는 눈동자, 얼핏 봐서는 소녀로도 착각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외모의 소년.

자신들은 누군가의 짙은 저주와 악의가 구현된 결계에 갇히게 됐었다. 그리고 온몸이 눈동자로 뒤덮인 징그러운 괴물들에게 습격을 받아 위기에 빠지게 됐었는데, 절체절명의 순간에 홀연히 등장하여 자신들을 구해준 소년.

소년은 부드러운 미소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자신을 레니스 프라비라고 소개했다.

리노아는 다른 검사들과 마찬가지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훈련을 하는 검사였다.

특히 오늘은 ‘하늘이 내린 검’이라고까지 불리는 카렐렌이 아스텔과 같이 자서 호위에 대한 불안이 없기에 모처럼 안심하고 푹 잘 수 있는 날이었다.

하지만 아까부터 잠을 자려고 하면 레니스가 자꾸만 떠올라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단순히 소년과 있었던 일들이 떠오르기만 한 거였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런 일도 있었지…나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훌륭하고 재능 있는 소년이었어. 그 나이에 그러한 경지에 오르기 위해 소년은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을까…, 정말이지 존경스럽네.’

이런 식으로 단순히 아름다웠던 과거의 추억을 자기 전에 잠깐 떠올리고 훈훈한 기분이 되는 거였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을 생각할 때마다 묘한 기분이 들며 호흡이 흐트러졌다.

허벅지 안쪽도 살짝 근질근질해져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하아…하아…”

자신도 모르게 입술 사이에서 안타까운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지만, 결계에 갇혀 괴물들에게 습격받았을 때 리노아는 솔직히 전멸마저 각오했었다.

괴물들의 피할 수도 그렇다고 정면으로 막을 수도 없었던 무자비한 일격에 회주와 아스텔이 꿰뚫리기 직전이었던 눈앞이 깜깜해지는 순간이 떠올랐다.

자신의 온몸을 무겁게 압박하여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무기력하게 만들던 핏빛 결계를 떠올린다.

그렇게 결코 꺾이지 않으려던 마음이 막다른 골목에 몰려 점점 절망감에 물들 때, 나타난 소년의 모습은 경외감마저 느끼게 하였다.

“읏…”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젖꼭지 끝이 빳빳하게 솟아오르고, 몸을 뒤척일 때마다 옷이 젖꼭지 끝을 살짝살짝 스치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려왔다.

“하아…”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떻게 해야 이 허벅지 안쪽의 근질거림을 해소할 수 있는지는 잘 알고 있다.

이런 어찌할 수 없는 야릇한 기분이 드는 것이 처음인 것도 아니었다.

남들은 언제나 자신이 호위 임무와 검술 훈련에만 매진하여 이성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고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리노아는 연애 소설을 좋아했다.

너무도 풋풋하고 상큼해서 몸이 근질거려 한 번에 끝까지 다 읽지 못하고, 책을 덮은 다음 침대 위를 몇 번 정도 구른 다음에 다시 이어서 읽는 작품도 좋아했지만, 소설 속의 남자와 여자가 끈적끈적하게 얽혀 서로가 서로를 요구하는 적나라한 소설도 좋아했다.

그런 소설을 읽고 나면 온몸에서 열기가 나서 땀으로 등이 젖었고 젖꼭지가 아플 정도로 빳빳하게 섰으며 허벅지 안쪽이 미칠 듯이 근질거려 다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리노아는 그럴 때면 침대에 누워 소설 속의 여주인공이 되어 소설 속의 남자에게 격렬하게 안기는 상상을 하며 몇 번이고 가슴을 주무르고 허벅지 안쪽을 문질렀다.

“아…윽…”

상상 속의 남자와 리노아는 어느새 알몸이 되어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남자가 애정 어린 눈길로 리노아를 쳐다본다. 그 시선만으로도 리노아는 온몸이 녹아버릴 것만 같아 가슴을 주무르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응…”

달짝지근한 신음성이 흘러나온다. 동시에 상상 속에서 남자는 리노아의 뺨에, 입술에 가볍게 키스한 후, 깊은 입맞춤을 해왔다.

리노아는 스스로의 혀를 이빨로 깨물거나, 혀로 입술 안쪽을 더듬으며 남자와의 혀와 혀가 얽히는 감촉을 상상했다.

살짝 까슬 거리면서도 물컹한.

타액과 타액이 질척하게 뒤섞이고, 스스로 만지고 있던 가슴과 허벅지 안쪽의 손은 어느새 남자의 손길이 되어 격렬하게 문지르고 있었다.

찔걱…찔걱

허벅지 안쪽을 문지르는 손가락이 격렬해져 방안에 추잡한 소리가 울린다.

온몸의 열기로 식은땀이 흘러나와 입고 있던 옷이 축축하게 젖었고 무릎에 힘이 들어가며 다리가 쭉 펴지고 몸이 경련했다.

“아윽…”

손가락이 어느새 미끈거리고 끈적한 액체로 범벅이 되었다.

기분 나빴다.

하지만 쾌감이 더 커서 언제나 그만둘 수 없었다.

상상 속의 남자는 리노아의 위에 올라탄 후 리노아의 얼굴과 가슴에 남자가 흘린 땀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질 정도로 격렬하게 몸을 탐했고, 리노아는 상상 속에서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남자와 시선을 맞추고 때로는 깊게 서로의 입술을 탐하며 남자의 머리와 허리를 성난 짐승을 달래듯이 쓰다듬었다.

하지만 상상 속의 남자는 진정되기는 커녕 더욱 격렬하게 리노아의 몸 위에서 날뛰었다.

그 움직임에 맞춰 실제의 리노아 역시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허리를 뒤로 젖히고 발가락에 쥐가 날 정도로 다리에 힘이 들어가 다리와 발가락을 있는 대로 쭉 뻗고는 스스로의 가슴과 허벅지 안쪽의 은밀한 부분을 격렬하게 문질렀다.

“아…흑…으응…아윽…”

그리고 그런 격렬한 움직임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허리가 들썩이고, 다리는 쥐가 난 것처럼 저리며 온몸을 비틀자 곧이어 눈을 너무 쎄게 감아 눈앞이 캄캄해지는 동시에 하반신이 축축해지고 온몸에 힘이 빠졌다.

“하아…하아…”

온몸에서 힘이 빠져 더 이상 꼼짝도 못할 것 같았다.

온몸이 땀범벅이라 축축해서 기분 나빴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그리고 리노아는 그대로 여운에 빠져 자연스레 눈을 감고 잠들었었다.

평소라면 오늘 밤도 이렇게 리노아는 스스로 달아오른 몸을 달랜 후에 지쳐서 잠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럴 수 없었다.

“아…응…읏”

남자와 한 번도 사겨 본 적 없는 처녀치곤 너무나도 부끄러운 말이지만, 리노아는 자신의 성벽이 꽤 넓은 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상 속에서 만이지만….

처음에는 달콤하고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서로의 몸이 천천히 겹쳐지고 이어지면서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채워주는 그런 달콤하고 부드러운 관계만을 상상했지만, 언제부턴가 좀 더 자극적인 상황을 상상하며 스스로의 뜨거워진 몸을 달래는 자신이 있었다.

특히 주위 남자들의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식하게 된 뒤로 더욱 그랬다. 본인들은 애써 아닌 척하거나 숨긴다고 생각하겠지만, 리노아를 존경하거나 동경하면서도 그 밑바닥에 있는 것은 자신을 그들의 배 밑에 깔아버린 후 거칠게 엉망진창으로 짐승처럼 범하며 자기들에게 복종시키고 싶다는 욕망.

그런 추잡하고 천박한 시선에 기분 나빠하면서도 가끔씩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뜨거워지는 리노아가 있었다.

그런 날에는 역시 침대에 누워 그들의 시선을 떠올리며 젖가슴이 미어터질 정도로 쎄게 주물렀고, 하바신에서 찔걱찔걱 거리는 천박한 소리가 리노아 자신의 귀에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허벅지 안쪽 은밀하고 깊은 곳을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실제로 손을 겨룬다면 단 한 번의 발검으로 그들 전체를 쓰러뜨릴 수 있을 만큼 어지간한 남자 모험가들과 리노아의 실력 격차는 컸지만, 상상 속에서 리노아는 그들의 비열한 수법에 걸려 패배해 무참한 모습으로 개처럼 바닥을 기고 있었다.

“윽…아윽…”

남자가 땅바닥에 쓰러져 고개를 바닥에 처박고 있는 리노아에게 다가와 그녀의 턱을 잡은 후 강제로 고개를 위로 젖혀 억지로 남자를 보게 한다.

당장이라도 남자를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녀의 검은 저쪽 구석에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었고, 무엇보다 손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입을 꽉 다물고 남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상상 속의 남자는 리노아가 코로 숨을 쉴 수 없도록 그녀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꽉 눌렀다.

리노아는 어떻게든 숨을 참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숨을 참지 못하고 입을 헤프게 벌리고 헐떡이며 공기를 깊게 들이 마시려할 때 남자가 리노아의 입에 억지로 키스를 하고 자신의 혀를 그녀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우웁…웁…”

그 후 그녀의 입안 구석구석을 범하며 자신의 타액을 리노아에게 억지로 삼키게 했다.

“웁…우웁…”

“아…아읏…”

가슴을 주무르고 매만지던 손을 리노아의 입안에 넣고 손가락에 침을 묻힌 후, 코로 가져가 침 냄새를 맡으며 남자가 리노아에게 억지로 마시게 하는 남자의 타액이 얼마나 더럽고 역겨울지를 상상한다.

그 후 상상 속에서 리노아는 마지막 저항으로 그 후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남자의 혀를 잘라버리겠다고 결심하고 남자의 혀를 깨물려는 순간 눈앞에 보인 광경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그곳에는 다른 남자가 아스텔을 인질로 붙잡고 목에 칼을 들고 있었다. 리노아는 그 순간 저항할 의지를 잃고 구역질을 참으면서 남자의 혀에 입안을 구석구석 휘저어지며 더러운 타액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다.

“하아…하아…우웁…웁…”

그렇게 침대 위에서 리노아는 아스텔이 보는 앞에서 저열한 남자들에게 엉망으로 범해지는 자신을 상상하며 몇 번이고 절정에 이른 후, 흥분이 다 가라앉지 않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자기 혐오에 빠져 멍한 눈으로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곤 했었다.

평소 이런 느낌의 리노아였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저렇게 온갖 저열한 상상을 하며 온몸의 힘이 다 빠질 정도로 격렬하게 스스로의 몸을 달랜 후 기절하듯이 잠에 빠지려 했으나, 실패했다.

오히려 초조함과 안타까움, 어쩔 수 없는 근질거림만 더 해갔다.

평소 망상 속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소중하고 상냥하게 어루만지며 탐하거나, 혹은 울고 불며 싫어하는 자신을 억지로 범하는 남자들의 얼굴은 그렇게 구체적이지 않고, 대충 이런 느낌의 남자겠거니 한다.

오늘도 중간에 한창 스스로의 열띤 몸을 어떻게든 식히려 할 때까진 그랬는데, 그러한 행위가 최고점에 올라 몸에 쌓인 모든 것들을 배출하고 밀려오는 쾌락과 기분 좋은 나른함에 빠지기 직전 자신의 몸을 탐하는 남자들의 흐릿한 얼굴이 선명하게 레니스님의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그때마다 그녀는는 스스로의 은밀한 곳 여기저기를 만지작거리던 손을 멈추고 깊은 고뇌에 빠졌다.

이대로 레니스님에게 격렬하게 안기는 것을 상상하며 쾌락에 젖고 싶다는 욕망과…

너무도 신성한 것을 자신의 저열한 상상으로 더럽히는 것만 같은 데서 오는 죄책감.

자신은 자신의 은인인 레니스님을 그런 시선으로 보고 있었나 라는 자기 실망과 배덕감.

레니스와 대련하던 때를 떠올린다.

검과 검이 맞닿았을 때 온몸이 찌르르 울리며 전율하던 순간을 떠올린다. 곱상한 외모와는 반대로 마치 전래되는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영웅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 어떤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단단함을 떠올린다. 그러자 하반신의 근질거림이 심해졌다.

“하아…하아…”

당장이라도 레니스님께 안기는 모습을 상상하며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그보다도 신성한 것을 더럽히는 것만 같아 도저히 이 이상을 할 수가 없었다. 레니스님이 욕망에 물들어 흐트러진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고, 레니스님을 대상으로 자신이 너무나도 큰 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응…읏…레…, 레니스님….”

그러나…

그러한 의지의 저항도 잠시.

리노아는 결국 쾌락의 욕구에 패배해 레니스에게 상냥하게 안기거나 스스로 레니스님께 봉사하는 상상을 하며 스스로를 몇 번이고 달랬다.

처음에는 결국 저지르고 말았다는 자기 혐오와 패배감에 빠졌지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쾌감에 몸부림치며,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허벅지 안쪽이 실금이라도 한 것처럼 축축하고 끈적거리게 젖은 채 경련을 일으키며 부들부들 떨릴 때까지….

그렇게 거의 밤새도록 자기 자신을 달래다 새벽이 돼서야 반쯤 기절하듯 의식을 잃고 잠에 빠졌다.

내일 레니스님이 점심에 오실 텐데 도대체 자신은 내일 어떤 얼굴로 레니스님을 봐야할까라는 걱정과 그저 아무 일 없이 얼굴만 봐도 좋으니 빨리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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