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제12 화
* * *
그렇게………, 한동안 못 봤던 자신의 오랜 친구인 아스텔에게 꼬옥 안겨 아스텔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한껏 응석을 부리던 카렐렌은 익숙한 소녀의 품 안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게 무엇인지 카렐렌은 처음에는 잘 알 수 없었다.
너무나 미묘한 위화감이었기에 처음에는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자신의 뒷머리와 목덜미를 친구가 상냥하게 쓰다듬어줄 때 자신이 느낀 위화감이 결코 착각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이 위화감의 정체가 무엇일까………?
아스텔의 상냥한 손길과 부드러운 몸의 감촉을 즐기며 생각에 빠진 카렐렌은 이윽고 답을 찾았다.
전과 미묘하게 아스텔의 반응이 달랐다.
이전에도 이런 식으로 소녀들끼리 피부를 상호 접촉하는 친목 교류는 종종 있었다. 가령 장난스럽게 뒤에서 몰래 가슴을 만진다든가.
평소 이지적이고 조숙한 아스텔이라지만 자신과 이렇게 피부가 접촉했을 때 보여주는 반응은 그 나이 또래의 다른 여자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녀다운 풋풋한 반응이랄까. 동성간의 장난 같은 거라고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자극 때문에 묘하게 여유가 없는. 특히 어지간한 일에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는 아스텔이라지만 이럴 때만 자신의 친구가 보여주는 살짝 곤혹스럽거나 난처한 표정은 굉장히 귀여웠다.
그녀의 그런 귀여운 표정을 계속 보고 싶어서 자신도 계속 이러는 거지만.
그러나 카렐렌이 주섬주섬 고개를 올렸을 때, 거기에 있는 것은 이전의 그녀가 알던 새하얀 설원처럼 무구하기만 하던 소녀가 아니었다.
자신은 이미 더 굉장한, 카렐렌에게는 미지일 어떠한 세계를 경험했기에 이 정도 피부와 피부의 접촉은 말 그대로 소녀들간의 장난 정도라고만 여기는 모종의 여유가 느껴지는 아스텔이 있었다.
그렇다.
위화감의 정체는 이것이었던 거다.
무구한 소녀였던 아스텔에게서 어느새 여인의 향기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도대체 누가 있어 이렇게나 이성에게 무관심할 거 같은 아스텔을 이토록 짧은 시간에 바꾼 거지?’
카렐렌은 자신의 소중한 친구가 한 남자의 여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조금 섭섭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보다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컸다.
그녀 역시 소녀인 것이다.
피치 못할 모종의 이유로 검술에 모든 것을 쏟고 있긴 하지만 연애에 호기심도 있고, 특히 그 나이대의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타인의 연애사에 굉장한 흥미가 있었다.
게다가 그것이 자신이 친동생처럼 여기는 가장 소중한 아스텔의 이야기라면 두말할 것도 없었다.
카렐렌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스텔의 품에서 떨어지더니 허리춤의 검집에 손을 가져갔다.
일반인들의 눈에는 그저 카렐렌이 검을 검집에서 아주 살짝, 검신의 절반이 채 안 될 정도로 뺏다가 다시 집어넣은 거로만 보였지만, 어느새 허공에서 은백의 거대한 검기들이 부딪히더니 그대로 소멸하였다.
“안 본 사이에 실력이 더 느셨군요, 카렐렌님.”
카렐렌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는 리노아 카렌. 그런 리노아를 향해 밝은 미소로 카렐렌 또한 답하였다.
“리노아야말로 눈에 띄게 검기가 예리해졌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그런 카렐렌의 질문에 리노아는 순간 한 소년을 떠올렸다. 어쩐지 마음이 포근해졌다.
“후후………, 그럴지도요.”
“헤에~”
…
그리고───, 여기는 헤렉스 천년 제국의 수도 프레세아 중앙에 위치한 번화가. 모험가 길드서 오크를 잡고 추출해온 마석을 건네준 후 의뢰대금을 정산받은 레니스는 그 돈으로 파미유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는 중이었다.
다만 리카의 권유로 그녀들에게 일방적으로 추천받은 가게로 곧바로 가는 게 아니라 저녁을 좀 천천히 먹더라도, 그녀들이 레니스에게 수도 안내도 해줄 겸 다 같이 맛있어 보이는 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어느샌가 저녁 식사보다 이것저것 구경하는 거에 더 초점이 맞춰진 거 같지만………, 뭐 상관없나.’
‘그녀들도 길드의 의뢰 때문에 한동안 번화가에 못 왔다가, 간만에 와서 그런지 이것저것 구경하는 걸 재밌어하는 거 같고.’
무려 150살 동정이라는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대 위업을 달성한 레니스로서는 그렇게 사지도 않을 물건들을 계속해서 구경만 하며 재미있어하는 소녀들의 마음이 잘 이해가지 않았지만, 한편으론 그런 그녀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보며 즐거워하는 레니스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를 자극하는 맛있는 음식 냄새라든가.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드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신구를 걸쳐 보인 후 레니스 눈앞에서 재잘거리며 신나하는 파미유 멤버들의 아름다운 모습이라든가………
물론, 그런 것도 좋았지만 번화가의 기운 넘치는 분위기 자체가 좋았다.
전쟁 말기부턴 모두에게 진정한 용기의 화신이라 불리며 누구에게나 용자로 인정받던 용자였지만………, 그는 본디 그렇게 완벽한 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승리한 횟수보다 패배한 횟수가 더 많은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였다.
다만 그에게는 한 가지 신념이 있었는데,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완전무결한 강함보다, 때로는 수없이 패배하여 좌절하더라도 그것들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강함이 더 위대한 일을 이룰 수도 있다는 신념이었다.
그리고 그는 결국 일곱 명의 동료들과 함께 기적을 일궈냈다. 미메시스 대륙 전역을 초토화 시켰던 마족들을 대륙 북쪽의 죽음의 대지까지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 대륙 전역에 퍼져있던 마족들 역시 한곳으로 집결하게 되어 전쟁이 소강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마족과의 섬멸전을 해야 할지, 아니면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인간들의 삶을 돌봐야 할지.
‘그때 나는 이미 오랜 싸움의 와중에도 하나둘씩 소중한 게 생긴 동료들에게 혼란한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을 부탁했었지.’
지금 이렇게 제국 국민들의 밝은 모습을 보자 레니스는 자신의 동료들과 그들의 후손들이 얼마나 민생의 재생에 열심히 임했을지 상상이 되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 평화를 계속 유지하는 거라면………, 내가……….’
레니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느새 손에 고기를 작게 자르고, 양념을 바른 후 꼬챙이에 꽂은 음식을 한 손에 들고 앙증맞은 입으로 먹고 있는 파미유들이 다가왔다.
리카가 레니스에게도 다른 손에 들고 있는 꼬치를 하나 건네며 말했다.
“레니스님도 드셔보세요.”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셨으면 제가 냈을 텐데……….” 라고 말하자
“어머어머, 레니스님껜 비싼 거 사달라고 할 거니까 이 정도는 저희가 사기로 했답니다.”
라고 유이가 애교있게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가급적 농담이길 바란다.’
레니스는 리카에게 건네 받은 꼬치를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쫄깃한 고기를 씹자 맛있는 육즙이 흘러나왔다.
그때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레아가 먼 곳을 바라보며 레니스에게 말을 걸었다.
“웅장하고 멋지죠? 제국의 명물이랍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저것들을 직접 두 눈으로 멀리서라도 보기 위해 많은 분들이 찾아온다고 할 정도라네요.”
그녀의 시선을 레니스가 따라가자 그곳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황궁을 중심으로 하늘에 닿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높게 솟아있는 일곱 개의 거대한 탑이 황궁을 둘러싸고 있었다.
“초대 황제인 용자와 함께 시대의 어둠을 밝혔다고 전해지는 창세의 7인을 기리기 위해 세운 탑이랍니다.”
레아의 소개에 이어 리카의 설명이 뒤이었다.
“어째서인지 제국을 건국했던 그들은 용자만이 새로운 황제로서 표면에서 활동할 뿐. 마족 토벌에 일평생을 바친 현자를 제외한 다른 6인은 역사의 표면에서 활동하지 않았다고 전해져요. 물론, 나라의 위기상황에서는 묵묵히 제국을 수호했다고 전해집니다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이가 말하였다.
“하지만 제국의 백성 누구도 저들이 제국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고 있지 않을 거라고는 믿고 있지 않아요. 그저 겉으로 활동하지 않을 뿐, 제국을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건 용자의 혈통을 이은 황가와, 다른 일곱 세력이라고 모두가 생각하고 있답니다.”
“………저는 근데 가끔 저 탑들을 보면서 섬뜩하단 느낌이 든다고 착각할 때가 있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죠”
레아가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레니스는 무심코 탑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황궁과 일곱 개의 탑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 레니스는 어느새 일곱 개의 탑과 정중앙에 위치한 황궁의 모든 것을 파악하려 하고 있었다.
단순히 그 겉면뿐 아니라 심연 깊은 곳까지.
그러나 그때였다.
아지랑이 흔들리듯이 세계가 흐릿해지며 동시에 레니스의 시야가 흔들리더니, 어느새 레니스의 시야는 눈앞에 있는 파미유 멤버들을 향해있었다.
‘누군가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내 시선을 눈치채고 그 공간을 외부와 격리시켰다?’
상대방도 그곳을 엿본 게 나라는 거까지는 모르고 누군가 보려고 했다는 것만 안 거 같지만.
‘흐음, 어떻게 할까……….’
고민하기도 잠시.
조금 맘에 걸리기는 하지만 레니스는 굳이 쓸데없이 더 이상 파헤치지 않고 물러나기로 했다.
(뭐야? 그냥 물러나는 거야?)
그렇게 물어오는 루아에게───,
(아아──, 애초에 제국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이들이 있는 곳이다. 당연히 남들에게 관찰 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겠지. 남들에게 밝히지 못할 비밀 한두 개는 있을 법하지만, 위에 서는 자들에겐 피치 못할 사정이란 것도 있겠지. 나라를, 그것도 제국을 운영한다는 게 깨끗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내가 본의 아니게 잘못했군. 단순한 호기심으로 다른 사람의 영역에 흙발로 들어가는 건 그다지 내키지 않는군.)
(헤에~꽤 냉소적인걸.)
(뭐, 나 자체가 마왕인 너와 계약했다보니 남들에게 마냥 떳떳하지 못해서 그런 걸지도.)
레니스가 그렇게 조금 자조적으로 말하자 루아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뭐………, 뭐야? 따……딱히 나는, 네 기를 죽이려고 그런 말 한 건 아니라고? 나……, 나는 그러니까 그게………, 아니 애초에 나 같은 미소녀 마왕과 계약한 게 뭐가 떳떳하지 못하단 거야? 좀 더 자랑스러워하라고!)
(아하하……)
…
그리고───, 여기는 모험가 길드 하루살이에 있는 의무실. 방 안에는 침대가 여럿 있었지만 전부 비어있었다.
단, 하나만을 제외하고.
한 남자가 방 한쪽에 놓여있는 침대에 죽은 듯이 쓰러져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에안 제이너. 파미유 팬클럽에서 가장 오래된 회원 중 한 명이었다.
낮에 그는 고참 파미유 팬인 자신도 멀리서 바라만 볼 때가 대부분이 건만, 그가 애송이 신입으로 착각한 레니스가 감히 자중하지 않고 감히 그런 자신 앞에서 파미유 멤버들과 꽁냥거리는 걸 보고, (어디까지나 에안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이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으려다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하게 된 남자였다.
그는 의식을 되찾아 침대 위에서 눈을 뜸과 동시에 깜짝 놀라 상반신을 벌떡 일으키더니, 오른손을 가슴에 얹어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자 자신이 기절하기 직전의 광경이 떠올랐다. 공포로 식은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마력의 구체가 자신의 눈앞에서 터졌던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렇게나 자신의 죽음을 확신한 적이 없었다. 자신이 어째서 살아있는지가 의문일 지경이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파미유의 멤버였던 레아가 자신이 그 소년에게 시비를 걸려 했을 때, 그만두라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의 기억에선 어느샌가 레아가 필사적으로 울면서 자신에게 위험을 호소하며 말리고 있는 모습으로 에안의 입맛에 맞게 각색되어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기절한 뒤에 일어난 일도 상상하기 시작했다. 쓰러진 자신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버리려는 그 잔인한 소년의 앞에 공포로 눈물을 흘릴 것 같으면서도 자신을 살리기 위해 그 소년의 앞을 막아선 파미유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고 보니 어째선지 기절한 도중 입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던 거도 같은데………,’
‘혹시 파미유 멤버중 누군가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입에 입술을 맞추고 숨을 불어넣어준 게 아닐까?’
물론, 당연히 그런 일은 없었지만, 그는 어느새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실 대머리에 근육이 우락부락한 남자 모험가 중 하나가 그랬던 거지만, 진실을 알게 되면 그가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테니 밝히지 않기로 하자.
어쨌든 착각 속에서 그는 파미유들 셋 중에 누가 자신에게 입을 맞춰줬을지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아아……, 어쨌든 파미유의 누군가가 날 살려주셨어. 내가 그녀들을 언제나 멀리서 따스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또 응원하고 있단 걸 알고 계셨기 때문일 거야. 앞으로도 이 목숨을 그녀들을 위해 쓰리라.’
………파미유에 대한 팬심이 더욱 증가한 에안 제이너였다.
진실 따위 어찌 되었든 본인이 행복하다면 된 거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
그리고 여기는 황금사과 상회의 아스텔 방 안에 있는 아스텔 전용 욕실.
평소 그곳에서 혼자 씻거나 아주 가끔 리노아와 같이 씻던 아스텔은 오랜만에 찾아온 카렐렌과 같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카렐렌은 몇 달 못 본 사이 언뜻언뜻 엿보이는 묘하게 여성스러워진 아스텔의 몸짓 때문에 괜히 의식되어 동성인데도 그녀의 몸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빤히 쳐다보지 않았을 뿐이지, 힐끔힐끔 거리며 계속해서 아스텔을 훔쳐보고 있긴 했지만……….
‘기분 탓인가? 몸의 곡선 또한 전체적으로 미려 해진 거 같은데……,’
수줍은 꽃봉오리 같았던 소녀 아스텔은 어느새 화려하게 꽃을 피운 여자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정확히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회주와 함께하던 식당에서 간략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지만, 단순히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답답함을 참지 못한 카렐렌이 직접적으로 묻자 아스텔은 애틋한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먼저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누군가 물어봐줘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얘기하고 싶은 전형적인 사랑에 빠진 소녀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카렐렌은 아스텔에게 다가가 뒤에서 꼭 껴안았다.
카렐렌이 아스텔의 얘기를 들으며, 아스텔의 양쪽 겨드랑이 사이로 자신의 두 팔을 집어넣고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장난치다가 문득 아스텔에게 물었다.
“얼굴은 어때? 잘생겼어?”
자신의 민감한 가슴을 카렐렌이 만지작거리는데도 나름 익숙(?)한 행위라 딱히 표정 변화가 없던 아스텔이 갑자기 얼굴에 홍조를 띄우더니 고개를 돌려 카렐렌을 잠시 본 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읏………, 응………, 네, 그게 카렐 취향의 미소년이셨어요.”
“흐……흥……, 이래 봬도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완전무결한 이 몸은 안목도 까다롭단 말이지. 이 몸을 만족시킬 미소년은 현실엔………”
없을 걸! 이라고 자신있게 카렐렌이 뒷말을 호언장담하려던 순간이었다.
그녀는 낮에 자신이 여자로 착각하고 온몸을 더듬었던 소년이 떠올라 얼굴을 붉혔다. 그걸 보고 아스텔이 물었다.
“카렐 언니……, 신경 쓰이는 남자라도?”
“아……, 아니 누가 그런 얼굴만 반반한 녀석을. 나……, 나는 나보다 강한 남자가 아니면 관심 없으니까! 뭐 이 몸보다 강한 비슷한 또래 남자 따위 있을 리가 없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카렐렌의 말을 듣고 아스텔은 레니스와 만난 이후의 일들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눈앞의 자신의 오랜 친구를 응시하며 잠시 비교해본다.
아스텔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 동성이라지만 알몸인 게 갑자기 부끄러워져 자신의 가슴과 하반신을 살며시 손으로 가리면서 카렐렌은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왜……, 왜그래, 갑자기?”
“위험해……, 경쟁자가 늘어나겠어…….”
“뭐?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다른 사람도 아닌 카렐 언니에겐 비밀이에요.”
“뭐어? 에잇! 말해줄 때까지 안 그만둘 거야!” 라고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아스텔을 뒤에서 덮친 후, 아스텔의 가슴을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아스텔의 배와 배꼽을 쓰다듬으며 점점 아스텔의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옮기는 카렐렌……
소녀들의 밤은 그렇게 깊어져만 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