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마왕의 유혹에 넘어간 현자-11화 (11/47)

〈 11화 〉 제10 화

* * *

에안 제이너는 모두의 주목을 받으면서 당당한 걸음으로 지금 막 길드 가입 신청서를 작성하려고 하는 레니스와 그런 레니스 주위에서 레니스에게 살갑게 이것저것 알려주고 있는 파미유 멤버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주위 모험가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 시작하는 건가.”

“아아──, 녀석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지.”

“젠장, 너무 멋있잖아.”

자신을 추켜세워주는 주위의 그런 반응에 에안이 내심 흡족해하며 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처음에는 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서류작성에만 집중하던 소년과 파미유의 멤버들이었지만, 그가 점점 가까워지자 그가 명백히 자신들에게 볼일이 있음을 깨달았는지 하던 일을 멈추고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에안에겐 곧 그에게 이 세상의 험난함을 배운 후, 스스로의 주제파악을 하게 되어 제 발로 이곳에서 나가 두 번 다시 볼일이 없을 예정인 소년의 시선 따위야 상관없다. 하지만 파미유의 멤버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갸우뚱거리며 에안을 보는 순간, 그는 그녀들의 시선에 등골을 타고 달리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곤 잘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아──, 리카가 날 보고 있다. 유이가 날 보고 있다. 레아가 날 보고 있다. 언제나 멀리서 자신만이 바라보던 그녀들이, 지금 이 순간 나만을 바라보고 있다.’

에안 제이너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는 비로소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상황이 이쯤 되자 이제는 이름 모를 소년에게 고마움마저 느끼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소년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이 소년을 제물로 삼아 파미유 멤버들에게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 그리고 이걸 계기로 그녀들과 깊은 관계를 맺자.

“이봐, 소년. 인생 선배로서 조언하는데, 여긴 너처럼 고생 한 번 안 해 봤을 도련님이 올 곳이 아냐. 이 바닥에 있으면 너 같은 애송이들을 많이 보지. 어디서 지금은 전설이 된 자들의 모험담을 듣고서는 분에 넘치는 낭만을 품고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가 신세만 망치는 애송이들 말이야. 아니면 혹시 의뢰하러 왔는데 부서를 잘못 찾은 건가? 의뢰라면 곧 골드 등급의 모험가가 될 이 에안 제이너님이 직접 맡아주마.”

그가 그렇게 말했을 때, 레아가 소년의 앞으로 나서며

“그만두세요.”라고 말하였다.

사실 레아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레니스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레니스의 진짜 실력을 모르고 시비를 걸었다가 봉변을 당할 게 뻔한 눈앞의 이름 모를 남자를 위해서였지만, 에안이 그러한 레아의 깊은 뜻을 알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는 마치 지금의 상황이 바람난 부인이 남편 앞에서 불륜 상대를 감싸는 것만 같아 지독한 질투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때문에 자연히 그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 나왔다.

“너도 남자라면 그렇게 여자 뒤에 숨어있지만 말고, 스스로를 증명해 보는 게 어때!”라고 그가 레니스를 향해서 비아냥거리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하자, 레아는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레니스의 앞에서 비켜섰다.

“하아~”

그다지 진지하게 상대해줄 필요가 없어서 레니스가 살짝 한숨을 쉰 뒤, 곧바로 에안을 기절시키려 할 때였다.

“우후후, 레니스님. 레니스님께서 소란스러운 걸 그다지 원치 않으시다는 걸 알지만, 여기선 앞으로를 위해 조금은 눈에 보이는 실력행사를 하시길 추천드려요.”

유이가 레니스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렇습니까……. 어쩔 수 없군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모험가들의 세계는 결국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 유이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레니스는 순순히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에안과 레니스를 필두로 모험가 길드 하루살이에 있던 대다수의 모험가들이 길드 뒤편의 공터로 몰려갔다.

그들은 신입교육이라는 간만의 여흥거리에 흥분하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에안이 너무 심하게 소년을 구타하여 정신을 망가뜨릴까봐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거친 모험가들이라 그 정도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사실 신입 길드원이 오면 으레 있는 세례식 같은 거였다. 아무런 대비 없이 실전에서 너무 갑작스럽게 몬스터의 살기에 접했을 때, 몸이 굳어버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큰 비극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선배 모험가들의 환영회는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배모험가들이 미리 실전에서의 험난함을 맛보여주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여기 있는 대다수의 모험가들도 철부지 시절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모험가 길드의 문을 두드렸을 때 그렇게 선배 모험가들에게 험하게 당해 땅바닥을 뒹군 경험이 있었다.

어쩌면 처음으로 자신을 지탱하던 자신감이 부서져 버리는 그 경험은 자신이 당했을 땐 그렇게 씁쓸하고 지금도 가끔 그날이 문득 떠오를 때면 무심코 가슴 한편이 싸해질 정도로 쓰라린 기억이지만,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일 경우에는 얘기가 달랐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쓰라린 경험을 하는 것을 보는 것만큼 또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일은 세상에 드물었다.

이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있다. 100명 중에 한두 명만이 그 유리벽을 통과해 꿈을 이룬다. 그리고 모험가를 지망하는 이들은 처음에는 누구나가 자신은 그 특별한 한 명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99명 안에 자신이 포함되리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에 나와 시간이 지날수록, 타인과 경쟁을 할수록 점점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걸 싫어도 깨닫게 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그것을 부정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 쳐보지만 그에 돌아오는 것은 더 큰 고통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 순간부터 벽 너머의 세계로 가는 것을, 지금보다 위로 올라가길 포기했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다른 이들이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처하는 것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꼈다.

지금 이렇게 모험가 길드 뒤편의 공터에서 에안이 신입에게 군기를 잡으려는 걸 구경하러 온 모험가들도 언뜻 봐선 소년인지 소녀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의 미소년이 눈물과 콧물로 얼룩진 얼굴로 바닥을 뒹굴며 좌절을 맛보는 가학적인 장면을 보게 될 기대를 품고 왔다.

그러나………,

그러나 그들 본인들도 의식하지 못할 만큼 그들 의식의 깊고 깊은 밑바닥에는………

에안은 역시 제물은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멋진 존재감을 파미유의 멤버들에게 강하게 남기려면 역시 밋밋한 대련보다는 화려하고 충격적인 그런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기로 했다.

‘투기 전력 전개, 얼티메이트 액티브 빛이 지나가는 길’

기술의 이미지를 선명히 하기 위해 에안은 속으로 자신이 가진 결전기의 이름을 읊조렸다. 동시에 지면으로부터 에안과 레니스를 둘러싸고 여섯 개의 거대한 기둥이 일정한 간격으로 정육각형을 그리며 솟아올랐다.

에안은 우선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멀뚱히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는 괘씸한 소년에게 겁부터 주기로 했다. 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우선은 겁에 질리게 만들어야 속이 풀린다. 어쩌면 이미 겁에 질려 의식을 놓은 걸지도 모르지만 그거까진 자신이 알 바가 아니었다.

일부러 소년의 뺨을 살짝만 스치고 지나가는 일격을 내지른 후 그 기세를 타고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벽면에 착지.

에안은 방금의 일격에도 아무 반응이 없는 소년을 보며, 소년이 자신의 너무도 빠른 일격에 반응하지 못하고 꼼짝도 못한 채 그 자리서 굳어버렸다고 확신하고 속으로 자신의 실력에 흐뭇해했다.

“괴……, 굉장해!”

“바로 앞인데도 잘 보이지 않았어!”

주위 모험가들이 술렁거리는 모습 또한 그의 판단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그러나 이 정도 속도에 놀라긴 이르다. 지금부터 점점 더 빨라질 테니.

그렇게 그는 화려한 동작으로 벽을 박차며 소년을 희롱하며 자신의 실력을 과시했다. 벽을 한 번씩 박찰 때마다 그의 속력은 점점 더 빨라졌다.

몇 번을 그러길 반복했을까, 슬슬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속도가 한계에 가까워져 자신의 속력을 자신이 따라가지 못하게 됐을 즈음이었다, 그는 다음의 일격을 소년의 안면에 맞춰 저 곱상한 얼굴을 박살 낸 뒤에, 마음껏 짓밟기로 마음먹었다.

전력을 다해 정권을 내지르며 그는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의 이름도 듣지 못했군. 어찌 보면 내 사랑을 이뤄줄 고마운 존재거늘.’

그는 청초한 파미유 멤버들과 질퍽한 정사를 나누는 상상을 하였다. 무구한 소녀들이 수줍게 옷을 벗은 후 자신의 색으로 물들어 헐떡이는 순간을 상상하며, 소년에게 마지막 화려한 일격을 가하려고 온 힘을 모았을 때였다.

갑자기 그동안 미동도 안 하던 소년이 천천히 손바닥을 뒤집은 채 앞으로 살짝 내미는 것을 보았다.

소년의 손바닥 위에는 콩알만 한 크기의 아주 작은 마력 덩어리가 떠 있었다.

에안뿐 아니라 그 자리의 전원이 실소를 터뜨렸다. 그동안 굳어서 꼼짝도 못 하다가 이제 와서 뭘 하나 했더니. 저 보잘것없는 크기의 마력 덩어리란 뭐란 말인가. 차라리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돌덩어리를 주워서 던지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파미유 멤버를 제외한 그 자리의 전원이 막 그렇게 생각했을 때, 소년의 손바닥 위에 살포시 떠 있던 작은 마력의 덩어리가 일그러지며 사라지더니 어느새 에안의 코앞에 나타나 있었다.

에안의 몸은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그는 시간이 정지한 것만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직접적인 타격도 없이 에안의 눈앞에서 그 구체가 터진 순간 그 자리의 전원이 순간적으로 자신의 심장이 멈춘 것만 같아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심장의 안위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도가 그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입에 거품을 흘리며 기절한 채 바닥에 쓰러지는 에안. 그리고 동시에 유리처럼 산산이 흩어지며 무너져 내리는 돌기둥들 사이에서, 마치 다른 세상의 존재인 것처럼 서 있는 소년.

그 모습을 보며 주위 모험가들은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 모습은………,

소년의 그 모습은………, 자신들이 꿈꾸던, 자신들이 되고 싶었던, 모험가 길드의 문을 처음 두드렸을 때, 자신들이 상상했던, 자신들이 바라던 이상적인 자신들의 모습이 눈앞에 구현된 모습이었으니까.

그렇다.

여기에 모인 이들은 다른 이들도 자신과 같은 처지가 되는 모습을 바라면서도, 그러한 모습을 누구보다도 보기 싫어하는 자들이었다. 눈앞을 가로막는 모든 부조리를 아무렇지 않게 날려버릴 초인의 모습을 보는 것을 누구보다도 갈망했다.

비록 그것이 자신이 아닐지라도.

새로운 영웅의 탄생. 초인의 등장. 모험가들이야말로 그것들에 가장 푹 빠지는 존재들인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가슴을 고양시킨 눈앞의 소년에게 열광했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길드 건물 가장 윗 층에서 조용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자가 있었다.

부재중인 길드 마스터를 대신하여 길드 마스터의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수많은 모험가 중에서도 10명뿐이 없는 오리하르콘 등급의 뛰어난 모험가이며, 모험가 길드 하루살이의 부 길드장을 맡고 있는 남자였다.

그는 바위 같은 남자였다. 주변 환경에 쉽게 좌우되지 않으며, 어지간한 소란에는 관심 조차주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하는 남자였다.

그렇게 그는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깥의 소란에도 관심하나 안 주고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었다.

파미유의 멤버가 새로운 신입을 데리고 왔다든지, 그리고 곧바로 에안이 신입 길들이기에 들어갔다든지 보고를 받았지만, 그에겐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었다.

길드의 우상인 파미유가 얽힌 일이었고, 그녀들에게 유독 집착하는 모험가들 중 하나인 에안이 상냥한 환영회가 아닌 거친 환영을 하여 신입을 망가뜨릴 수도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몇몇 고위층밖에 모르는 사실이지만 이곳에는 제국 학교에 설치되어있는 육체의 손상을 정신적 고통으로 치환해주는 대결계가 펼쳐져 있었다.

때문에 선배모험가들의 환영에 맞고, 차이고, 입에 거품을 물고, 오줌을 지리며 바닥을 기더라도 신체적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다만 마음이 꺾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로 꺾일 마음이라면 미리 그만두는 것이 본인에게도 좋을 것이리라.

때문에 그는 그렇게 평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방안의 온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순식간에 내려가더니 한순간 뿐이었지만, 분명 그를 둘러싼 세계가 얼어붙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조용히 시선을 내려 자신의 팔목을 봤더니 오돌토돌하게 닭살이 올라와 있었다. 그것이 방금 일어났던 일이 자신의 착각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갔다.

한순간 세계를 얼어붙게 만든 장본인이 거기에 있었다. 놀랄 정도로 어린 소년이었다.

‘바로 조금 전 한순간에 일어났던 일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파미유의 소녀들과 같이 왔다고 했던가. 정말이지 그녀들도 어처구니없는 괴물을 데려왔군.’

...

그렇게 레니스는 약간의 소란을 거치고 모험가 길드 하루살이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 금 그는 하루살이에서 나와 수도 외곽의 숲속을 걷고 있었다. 당장 쓸 약간의 노잣돈을 벌 겸 몬스터 토벌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녹색 피부에 돼지머리를 한 몬스터, 오크를 5마리 잡고, 거기서 추출된 마석 5개를 가져와 달란 간단한 의뢰였다.

파미유의 멤버들은 완수하고 온 의뢰의 정산도 해야 하고, 위에 보고해야 할 것도 있다면서 길드에 남았기에 그 혼자 오게 되었다.

지금 레니스의 주위에는 검은 마기로 이루어진 3개의 구체들이 떠 있었다.

그리고 오크들의 기척에 반응하여 3개의 검은 마기로 이루어진 구체가 자동으로 오크들에게 날아가 그 존재를 소멸시킨 후 다시 레니스 주위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오크들의 머리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킨 뒤, 레니스가 손을 뻗는다. 그러자 오크의 시체에서 마석이 두둥실 떠올라 그의 손으로 날아왔다. 다섯 개를 모으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레니스가 자동추적 마법 세텔라이트를 해제한다.

그렇게 그가 길드의 의뢰를 완수하고 이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레니스의 앞으로 겁도 없이 커다란 몬스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오크의 3배는 되는 크기에, 그 괴력은 10배가 넘는 오우거였다.

딱히 레니스는 뭐가 나왔든지 말든지 신경도 쓰지 않고 걸음을 옮긴다. 오우거가 공격한다면 자동적으로 펼쳐지는 실드의 반탄력만으로도 흔적조차 남지 않고 소멸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위험해!!!!” 라는 소녀의 목소리와 함께 레니스의 눈앞에서 한줄기 섬광이 빛났다.

동시에 깔끔하게 오우거의 목이 몸통과 분리되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이내 쿵하고 지면에 쓰러졌다.

그리고 한 소녀가 레니스에게 다가왔다. 붉은 포니테일 머리의 소녀검사였다.

방금의 한 수만으로도 황금사과상회에서 회주와 아스텔의 경호를 맡고 있는 리노아를 훌쩍 뛰어넘는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였다.

그녀는 레니스에게 다가오더니………,

“여자애가 이렇게 위험한 곳을 혼자 오면 어떡하니? 정말이지 한 점 흐트러짐 없는 완전무결한 검사, 이 카렐렌 앤님께서 때마침 운 좋게 지나갔기에 망정이지.”

“………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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