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제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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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를 끝낸 후, 레니스와 황금사과 상회의 일원들은 다시 길을 출발했다.
목적지는 헤렉스 천년 제국의 수도, 프레세아.
레니스도 잘 알고 있는 익숙한 이름의 제국이다.
과거………, 레니스가 소속되어있던 용자를 중심으로 마즉멸(??), 즉 모든 마족은 즉시 멸해버린다는 기치 아래 결성된 길드의 이름이자, 마족과의 전쟁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어 소강상태에 접어들 무렵 동료들이 용자를 중심으로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기 위하여 살아남은 인류의 힘을 집결하여 세운 나라였으니까.
‘그때는 제국이 아니라 왕국이었지만 말이지……….’
오기와 열등감의 마도사 리발 프리드에 의해 일어난 탄식의 전쟁은 이 미메시스 대륙의 수많은 나라들을 멸망시키고, 대륙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신세계의 질서를 구축하는 중심이 되었던 게 헤렉스 왕국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거겠지.’
제국령에 들어서자 놀라울 정도로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어서 수도 프레세아까지 금방이었다.
황금사과 상회의 신용 덕분인지 놀라울 정도로 쉽게 검문을 통과. 황금 사과 상회의 커다란 본점 앞에서 마차에서 내리게 되었다.
회주의 도착을 알고, 수많은 사용인들이 나와서 인사를 한다.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칼 시즈가 레니스를 그들에게 소개시켜주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와 내 딸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 레니스 도령이라네. 앞으로 도령을 보거든 나를 대하듯이 극진히 대우하도록.”
“예!”
그렇게 대답함과 동시에 회주에게 예를 표하며 깊이 고개를 숙이는 사용인들.
“어떤가, 레니스도령. 오늘 하루 정도는 역시 묵고 가지 않겠는가?”
“감사한 제안입니다만, 모처럼 이름 높은 제국의 수도에 왔으니 첫날정도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볼일을 보고 싶군요.”
“그런가. 하긴. 자네에게도 자네의 사정이 있겠지. 그럼 내일 점심이라도 같이 드는 건 어떤가?”
“그런 거라면 언제든지 대환영입니다.”
“내 그럼 하다못해 최고로 좋은 숙소를 잡아주겠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때, 곁에서 레니스와 칼 시즈의 대화가 일단락 될 때까지 지켜보고 있던 파미유의 멤버들이 회주에게 인사하러 나왔다.
“그럼 회주님. 저희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오, 수고했소. 다음에도 잘 부탁드리오.”
“네.”
파미유의 대표격으로 리카가 회주에게 그렇게 답했을 때였다. 레니스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이따금 레니스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발을 동동 구르던 레아가 이내 뭔가 결심을 했는지 레니스에게 다가와 말했다.
“레니스님.”
“네? 레아양.”
“레니스님께서는 모험가 길드에 가실 예정이시죠?”
“네, 그렇습니다만.”
“괘……, 괜찮으시면 저희랑 같이 가시지 않을래요? 아!!! 내친김에 레니스님께 수도의 안내를 저희가 해드려도 될까요?”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뇨, 저희야말로.”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칼 시즈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후후, 그럼 모든 계산은 황금 사과상회 앞으로 달아두시오.”
“아뇨, 그렇게까진……….”
레니스가 황송해하며 거절하려 했지만, 회주가 먼저 말했다.
“하하, 아니외다. 이정도는 해야 내 마음이 편하다오.”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하하, 그럼 레니스도령 내일 봅시다.”
“예. 다시 한번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딸인 아스텔은 레니스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일단은 자기 입장을 생각하고 아버지와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떠나기 전에 레니스의 팔에 팔짱을 낀 뒤 윙크하며 그녀의 입술이 레니스의 볼에 닿을 듯 말 듯 한 가까운 거리에서 “내일 봐요.”라는 말을 작게 속삭이고 간 게 그녀답다면 그녀 답달까.
어쩐지 새벽에 레니스와 있었던 일 이후 아스텔은 레니스한테 응석을 부린다고 할지, 틈만 나면 레니스와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나누려고 하게 된 그녀였다.
이어서 리노아 역시 ‘다음에도 또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라며 레니스에게 말한 뒤 두 사람을 따라 들어갔다.
“우후후, 그럼 가실까요, 레니스님.”
황금사과상회의 주요 인물들이 건물 안으로 다 들어가자 파미유의 유이가 말했다.
‘뭐지, 내 착각인가? 한순간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빛이었던 거 같은데.’
“네.”
그렇게───, 파미유의 멤버들과 레니스가 도착한 곳은 황금사과상회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4층으로 이루어진 고급 여관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1층에 앉아있던 남자들의 시선이 레니스에게 한순간에 집중되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아스텔과 리노아까지 같이 있다 보니 한곳에 미소녀 농도가 너무 짙어져 조금 희석됐지만, 파미유 셋은 외모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거니와 복장도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게 만드는, 남자들의 낭만의 결정체였다.
그런 그녀들이 처음보는 소년 한명과 사이좋은 듯이 딱 달라붙어서 여관에 들어왔으니, 모든 시선들이 쏠리는 건 예정된 조화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150년간 동정이었던 나였기에 이해는 하지만, 그렇게 질투에 눈이 돌아가 날 죽일 듯이 노려보지는 말았으면 좋겠는데. 딱히 그녀들과 깊은 관계인 거도 아니고. 단순히 안내를 받는 거 뿐이니.’
자못 이해한다는 투로 레니스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최고로 좋은 방 1개!”
옆에서 들린 생각지도 못한 리카의 폭탄 발언제 레니스는 순간 몸을 휘청였다.
지켜보고 있던 남자들 중 몇 명이 화를 못참고 졸도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접객의 프로인 종업원조차 평상심을 잃어버리고 얼굴을 붉히며 되물었다.
“네………, 네 분이서 같이 쓰실 겁니까?”
핵심을 묻는 종업원의 말에 주위가 숨소리조차 안 들릴 정도로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남자들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자……, 잠깐, 뭔가 흐름이 이상한데?’
‘아하하하하하!!!’
혼자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레니스의 속도 모르고 그저 옆에서 미친 듯이 웃기만 하는 루아.
당사자인 레니스가 제일 당황해하며 뭔가 말하려 할 때였다.
유이가 부드러운 미소에 온화한 어조로 쐐기를 박았다.
“네, 그렇답니다. 침대는 가급적 크고 넓었으면 좋겠군요.”
털썩
털썩
털썩
털썩
눈에서는 피눈물을, 입에서는 거품을 물며 털썩털썩 끝도 없이 자리에서 쓰러지는 남자들.
평소였다면 두 언니의 폭주를 막을 레아도 어째선지 가녀린 몸을 살짝살짝 꼬며 얼굴만을 붉히고 있을 뿐 딱히 두 언니를 말리려고 하지 않았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나 빠른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돌처럼 굳어버린 레니스를 바라보며 루아만이 이 상황에서 홀로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시간이 흘러 주위의 소란이 잠잠해졌을 때였다.
1층에 있던 남자들 중 대낮부터 술에 거하게 취해있던 한 남자가 술기운과 질투에 눈이 멀어 자리에서 일어나 레니스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어이, 꼬맹이. 얼굴만 곱상하게 생겨서는 말이야.”
“잘 들어. 행복은 말이야. 그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행복 보존의 법칙 몰라?”
“응? 너 같은 녀석이 행복을 독점하니까 끄윽.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렇게 대낮부터 여기서 술 마시며 신세 한탄이나 하고 있는 거라고!!!”
“옳소, 옳소!!”
그에 동조하는 남자들. 옆에서 점원이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 모습을 보며 레니스는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점점 더 광기의 도가니에 빠져 흥분한 남자들. 이젠 각자 무기를 꺼내 폭력사태마저 일어날 지경이었다.
“어………, 어떻게 하죠, 레니스님?”
하는 말은 하나같이 엉망이었지만, 한 명도 아니고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녀를 셋이나 끼고 다니는 레니스에게 분노한 남자들의 원망은 듣는 사람을 압도하는 대의 같은 것을 품고 있었다.
그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레아가 레니스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였다.
“뭐, 그들도 한숨 자고 나면 괜찮을 겁니다.”
그리고───, 레니스가 연민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레아에게 그렇게 답했을 때였다.
레니스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털썩, 털썩 그 자리서 테이블 앞으로 고꾸라져 깊은 잠에 빠진 남자들.
동정은 동정을 알아본다고. 레니스는 그들이 하나같이 여자 경험이 없는 동정이라는 걸 단번에 간파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마음을 어느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보니 과격하게 대응하지 않고 좋게좋게 넘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애초에 이 모든 원인은 내가 파미유의 멤버들과 뭔가 깊은 관계가 있다는 착각에서 일어난 거니까.’
혹시라도 잠에 빠져든 남자들이 들었다면 어금니에 금이 갈 정도로 분노할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레니스는───,
조금 전까지 미쳐 날뛰기 적전인 남자들이 일제히 갑자기 잠에 빠진 비정상적인 상황에 사고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점원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마저 안내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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