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1화 〉 301화. 2nd. round two. mission comp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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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화. 2nd. round two. mission complete.
유민은 원래 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천사의 설명을 모두 들은 후에는 조금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현재 규리의 상태는 상당히 심각해 보인다.
아마도 철민의 눈에는 반송장이나 다름없어 언제 생명의 끈이 끊어질지 모를 정도로 조마조마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규리의 상태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리 심각하진 않았다.
일단 전신 마취야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풀릴 문제였고, 온몸에 든 멍 역시도 제대로 관리만 해준다면 흉터도 남지 않고 멀쩡해질 것이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당연히 규리의 질 내부였지만, 현재 규리의 질에서 흘러내린 피에 대부분은 현중의 파열된 남근에서 나온 것이었다.
물론 규리가 흘린 피도 적진 않았고, 질 내부에 많은 상처가 생긴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냐면 그렇지는 않았다.
여성의 질은 원래 아이를 출산하는 통로다. 아이를 낳게 되면 지금 규리가 받은 상처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더욱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렇다고 출산을 겪은 여성이 출산 후에 여성의 구실을 못하게 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유민은 비교적 정확하게 현재 규리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철민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런 차이가 생겨난 이유는 당연히 미션 전에 얻을 수 있는 사전 정보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유민은 이미 미션 전부터 이번 미션에서 사용될 약물의 정체와 그 약물의 정확한 효과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정보를 전혀 얻지 못했던 철민은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모습만으로 규리의 상태를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유민 진영의 에는 유능한 산부인과 의사인 서준과 훌륭한 의료시설까지 완비되어 있다.
다시 말해, 유민이 이번 에 응하기만 하면 원래는 C등급으로 승점 40점이었던 규리를 공짜로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였다.
유민은 이번 미션에서 현중과 아울러 규리까지 파멸시키려 했다.
다만 유민이 그리 했던 이유는 규리가 유진의 원수라서이기도 했지만, 더욱 중요한 이유는 상대 진영 참가자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규리가 유진 진영으로 소속이 옮겨진다면? 굳이 지금 당장 규리를 망가트릴 필요가 사라진다.
규리 역시 현재 에 있는 윤서나 아름처럼 적당히 관리하다가 필요한 시점에 소중한 고기 방패로 써먹으면 그만이었다.
아마도 지금과 같은 기회는 두 번 다시 오기 힘들 것이다.
왜냐면 유민이 이번 를 포기한 순간. 철민은 어쩔 수 없이 규리를 로 데려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되면 겉보기와는 다르게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규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치유될 테고 다시 철민 진영의 참가자로 미션에 나오게 될 것이다.
물론 유진 진영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보다는 회복이 더디고 후유증도 다소 남겠지만, 한 명의 참가자 몫을 하게 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고민과 갈등을 반복하던 유민의 머릿속에서 문득 한 여성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전 에서 유진을 거래할 때, 유민의 시선을 끌었던 눈이 불편한 어린 여성의 얼굴이었다.
유민은 분명 그 여성을 그때 처음 보았다. 하지만 왠지 자꾸만 눈이 가고 관심이 갔었다.
상당히 어려 보이던 그 여성은 아마도 10대 후반, 혹은 겨우 성인이 될까 말까 한 나이에 불과할 것이다.
사회에 나가 모진 고초를 겪어본 성인들조차도 에서 긴 생활을 이어나가게 되면 상당히 힘들 텐데 그 어린 여성은 과연 어떨까? 게다가 눈까지 불편하다면?
물론 유민은 그 어린 여성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없었다. 아름처럼 겉보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비뚤어진 삶을 살아왔을 가능성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유민은 왠지 그 어린 여성이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일 거라는 생각에 전혀 의심이 들지 않았다.
유민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규리라는 보너스까지 있는 마당에 그 불쌍하고 착한 아이를 구원할 수만 있다면 승점 50점은 그리 큰 점수도 아니었다.
미션에서 연승할 수만 있다면 반달이면 벌 수 있는 점수였다.
“천사 누나.”
[네. 마스터 이유민.]
“ 할게요.”
결정을 내린 유민은 바로 천사를 불러 결정한 뜻을 전했다.
“에서 승점 50점 이상의 거래를 하면 규리를 무상으로 양도받을 수 있다고 했죠?”
[네. 맞아요. 참가자 이유민.]
“네. 그럼 그렇게 처리해주세요.”
유민의 기억으로는 눈이 불편했던 그 어린 여성의 판매 등급은 B였다. 따라서 그 여성을 사기만 해도 바로 승점 50점의 거래가 가능해진다.
유민은 천사와 이야기를 끝낸 뒤에 일행들을 모아 다시 한번 자신을 결정을 전했다.
유민은 원래라면 일행들과 먼저 상의한 뒤에 결정을 내렸겠지만, 이번에는 다소 마음이 급하기도 해서 그 순서를 조금 바꾸었다.
유민이 급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규리가 전신 마취에서 풀려나기 전에 지금의 거래를 빠르게 성사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괜히 시간을 끌다가 규리가 마취에서 풀려나고 규리의 상태가 보기와는 다르게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을 철민에게 들켜서는 좋을 게 없었다.
유민은 자신의 일방적인 결정에 일행들이 서운해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일행들 모두는 순수히 따라주었다.
“그래. 알았다. 유민아.”
“유민아. 잘 생각했어.”
“주인님. 에 여성 참가자가 또 늘어나는 건가요?”
“알았어요. 유민 오빠.”
“네. 마스터. 그럼 바로 치료 준비를 해야겠군요.”
오히려 몇몇 일행들은 드디어 리더로서의 자각이 생긴 거냐며 유민의 빠른 판단을 기꺼워하기까지 했다.
현재 유민의 눈앞에는 철민과 철민의 뒤로 철민 진영의 B등급 이하 참가자들이 모두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이 장소가 통합 미션룸인 만큼 유민과 철민의 옆으로 여전히 처참한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규리가 보였다.
현중은 이미 낙원 측에서 회수해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제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들었습니다.”
먼저 철민이 나서 자신의 조건이 제대로 전해졌는지 확인했다.
“네. 맞아요. 그럼 바로 거래를 하죠.”
유민은 이미 누구를 거래할지까지 결정을 내린 상태라 굳이 시간을 끌지 않기로 했다.
유민은 철민의 뒤로 좌우로 쭉 늘어선 참가자 중에서 여전히 눈을 꼭 감고 있지만,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듯한 눈이 불편한 어린 여성, 즉 소은을 지목했다.
“저 여성을 거래하도록 하죠.”
“흠…. 네. 알겠습니다.”
철민은 일단 누구든 팔 예정이긴 했지만, 막상 전혀 손도 대보지 못했던 소은이 팔려나가자 상당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민은 곧 소은의 곁으로 다가가 팔목을 잡아끌었다.
“…언니.”
“소은아….”
소은은 곧 언니인 나은을 찾았고, 나은 역시 자신의 소중한 동생과 헤어지게 되자 안타까운 마음에 소은을 부둥켜안았다.
철민은 어서 빨리 지금의 거래를 마치고 벌어들인 50 승점으로 마스터 권한을 승급시킬 생각에 한껏 기대감이 부푼 상태였다.
철민은 이로써 상대 진영과의 격차가 줄어들며 미션에서 연패하는 일이 사라질 거로 생각했다.
게다가 덤으로 까지 강화될 테니 고작 핸드잡 따위로 욕정을 풀어야 했던 지금보다 훨씬 상황이 나아질 것이다.
여러 가지로 큰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철민으로서는 나은과 소은이 부둥켜안고 울며불며 한바탕 신파극을 벌이고 있으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뭐 하는 거야? 어서 빨리 와.”
철민은 강제로 소은의 팔목을 잡아당겨 유민의 앞으로 이끌었다.
곧 유민의 앞으로 끌려 나오게 된 소은은 그대로 유민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싹싹 빌며 말했다.
“제발…. 흑흑…. 제 언니도 함께 데려가 주세요…. 제발 부탁드려요. 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 할게요. 네?”
유민은 소은의 간절하고 진심이 느껴지는 애원에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
유민은 이미 소은과 나은의 비슷한 모습에 둘이 가까운 사이가 아닐까 예상하긴 했었지만, 인제 보니 둘은 친언니, 친동생 사이인 모양이었다.
유민은 이번 로 승점 50점까지는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은까지 사게 되면 나은이 B등급인 만큼 승점 50점이 추가로 날아간다.
아무래도 승점 50점과 100점은 그 느낌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유민은 정말 눈이 불편한 게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소은을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유민은 소은은 보고 있으니 문득 소은과 나이가 비슷한 여동생인 가영의 모습이 떠올랐다.
만약 지금의 소은이 가영이고 가영을 혼자 떠나 보내며 울부짖고 있는 나은이 바로 자신이라면?
유민이 그런 생각을 떠올린 순간, 더는 나은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가 없게 되었다.
“알았어. 언니도 함께 살게.”
“흑…. 네? 저…. 정말인가요?”
“그래.”
소은은 유민이 이렇게 쉽게 자신의 말에 따라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상당히 놀랐다.
그리고 눈이 불편한 여동생을 혼자 떠나보내게 될 위기에 처했던 나은 역시도 상당히 놀랐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그 누구보다 놀란 것은 의외로 철민이었다.
철민은 지금까지 이 둘을 에 가입시키기 위해서 갖은 계략을 써왔다. 하지만 그 모두가 실패로 돌아갔다.
그런데 방금 소은이 뭐라고 했던가? 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 한다고?
그 말은 즉, 에 가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것저것 다 해준다는 의미가 아닌가?
철민의 가슴 속에서는 마치 공들여 키워둔 영계를 맛도 보지 못하고 홀라당 빼앗겨 버린 듯한 강한 배신감과 분노, 짜증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거래는 성립되었고 철민으로서는 되돌릴 방법이 없었다.
사실 철민에게도 지금의 상황은 상당히 반갑고 기쁜 일이여야 했다.
예상치도 못했던 승점 50점을 추가로 얻게 되었으니 이제 마스터 권한뿐만 아니라 캠프 등급까지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철민은 그렇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억지로 아쉬움을 달랬다.
이후로 거래는 빠르게 성사되었다.
유민은 승점 100점으로 나은과 소은을 구매했고, 나은과 소은은 짧은 이별 후 만남에 감격하며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는 사이에 철민은 남은 참가자들을 모두 이끌고 자신의 로 돌아갔다.
유민은 둘의 울음이 그치지 않아 상당히 난감했다.
유민은 감정이 격해진 둘 사이에 끼어들기가 상당히 망설여졌지만, 그렇다고 계속 여기에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유민은 일단 둘을 바라보며 자기소개부터 했다.
“흠흠…. 어…. 나는 진영 마스터인 이유민이라고 해.”
“흐흑…. 저는…. 차나은이라고 해요…. 동생과 헤어지지 않게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저…. 저는 차소은이예요…. 유민 오빠. 정말 고마워요….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나은과 소은은 연신 유민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유민은 어느 정도 둘의 감정이 추슬러 들자 이곳을 떠나 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럼 이제 로 갈까?”
“…네.”
“네. 유민 오빠….”
유민은 여전히 전신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규리에게 옷을 입혀준 뒤에 안아 들었다. 그러고 보면 규리는 지금까지 계속 알몸으로 누워있었다.
유민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자 나은, 소은도 그런 유민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유민은 에 점점 가까워지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일단 규리는 치료를 위해서라도 의 치료실로 데려가야 한다.
하지만 나은과 소은은 에 가입한 참가자가 아니다 보니 당연히 로 들어서지 못한다.
원래라면 유진을 처음 사들였을 때처럼 나은과 소은 역시 임시로 에서 지내게 해야 하겠지만, 유민은 왠지 그러기가 싫었다.
유민은 소은이 말했던 나은을 함께 사들이면 뭐든지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는 말을 떠올리며 그걸 핑계로 둘을 에 가입시킬까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유민은 그렇기까지 하려니 자신이 너무 쪼잔해 보일 것 같아서 상당히 망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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