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화 〉 300화. 2nd. round two. mission comp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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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화. 2nd. round two. mission complete.
유민은 미션이 끝나자마자 사정의 쾌감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급히 침대에서 내려갔다.
그리고 유민은 빠르게 옷을 갖춰 입은 뒤에 여전히 절정의 여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진의 옷마저 모두 입혀주었다.
유민이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바로 유진에게 옆 침대의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유민은 처음, 유진을 이 미션에 참가시킬 때까지만 해도 파멸해가는 현중과 규리의 모습을 유진에게 직접 보여주며 복수의 통쾌함을 맛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유민이 애를 쓰며 유진에게 현중과 규리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니 상당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어쨌든 유민은 그대로 유진을 안아 들고 통합 미션룸을 급히 빠져나갔다.
광장에서 통합 미션룸 안쪽을 관전 중이던 일행들 역시도 현중과 규리의 상태를 확인했던 터라 더 이상 길게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유민과 일행들은 원래라면 미션 승리에 대한 축하 인사나 격려 등을 주고받았겠지만, 그 모두를 생략하고 를 향해 빠른 발걸음을 옮겼다.
유민은 근처에 도착하며 이제 안정을 되찾은 유진을 내려주었다.
그리고 유민은 인원들을 인솔해 각자의 방에 넣어주고 몇 가지 당부를 한 뒤에 문단속까지 마무리 짓고 다시 로 돌아섰다.
유민이 막 마스터 룸의 침실에 도착해 침대에 걸터앉아 휴식을 취하려고 하니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이유민.]
유민이 천사를 찾으면 항상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등장하곤 했지만, 이런 식으로 천사가 먼저 유민을 찾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렇다 보니 유민은 다소 의아한 기분을 느끼며 천사의 부름에 대답했다.
“네. 천사 누나. 왜 그래요?”
[마스터 장철민이 를 제안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네? 또요?”
유민은 뻔히 거절당할 걸 알면서도 다시 를 제안한 철민에게 어이없음을 느꼈다.
철민은 유진을 거래한 이후로 한 번 더 유민에게 를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유민은 그 제안을 당연히 거절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 유민 진영은 미션 전이라 마스터 권한 혹은 캠프 어느 하나도 등급을 승급시키지 못한 상태였다.
승점 모으기에 급급했던 유민으로서는 철민의 제안을 당연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사실 유민은 첫 번째 에서도 유진이 아니었다면, 거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유민은 이제 캠프 등급을 4성급으로 승급하며 조금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승점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현재 유민이 보유한 승점은 186점.
2라운드 과반수 승리 포상으로 100 승점을 추가로 받게 된다면 3라운드가 시작되고 미션에서 두 번만 더 승리하게 되면 마스터 권한까지 4성급으로 승급할 수 있게 된다.
승급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보니 승점이 더욱 귀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유민은 이번에도 철민의 제안을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유민이 입을 열기 전에 천사의 말이 조금 더 빨랐다.
[다만, 이번에는 이전과 상황이 조금 달라요.]
천사의 입에서 상당히 의외의 말이 나왔다.
“상황이 다르다니…. 어떻게요?”
[마스터 장철민은 참가자 임규리를 포기할 생각이에요.]
“…네?”
유민은 순간적으로 천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규리를 포기하다니? 그런 게 가능하긴 한가?
[그러니까 마스터 장철민은 참가자 임규리의 상태를 확인한 후,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포기하려고 해요.]
[그리되면 참가자 임규리의 소속이 철민 진영에서 유민 진영으로 변경되는 거죠.]
[다만 마스터 장철민은 그러기 위한 조건으로 한 가지를 내걸었어요.]
“그 조건이 바로 라는 거죠?”
[네. 맞아요.]
천사는 곧 자세한 내막을 유민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유민이 유진을 안아 들고 통합 미션룸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유민 진영의 참가자들과 합류해 광장을 떠나갔다.
그러는 동안, 철민은 물론 철민 진영의 모든 참가자는 마치 얼어붙은 듯 제자리에 서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침대 위에 쓰러져있는 현중과 규리의 처참한 모습을 확인하며 또다시 안 좋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곧 천사의 공지가 이어졌다.
[참가자 임규리는 현재 자력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이니 철민 진영에서 회수해가길 바랍니다.]
천사의 공지에서는 규리의 이름만 언급되었을 뿐, 현중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다시 말해 현중은 이미 회수해 갈 필요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의미였다.
“재진, 원길…. 함께 들어가세.”
“…네. 큰 형님.”
“알았습니다. 큰 형님.”
철민은 전혀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통합 미션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재진과 원길 역시 내키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보니 세 명의 발걸음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서로 앞장서기 싫다는 듯 마치 경쟁하듯 발걸음을 늦추다 보니 그리 먼 거리가 아님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야 침대에 도착했다.
일단 이제는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현중을 제외하더라도 규리 역시 상태가 상당히 심각해 보였다.
물론 광장에서 볼 때부터 어느 정도 느꼈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보게 되니 그 처참함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규리의 젖가슴이 특히 심하긴 했지만, 그 외 몸의 곳곳에도 현중의 강한 악력을 견디지 못하고 울긋불긋한 멍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혈색이 전혀 없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과 초점이 맞지 않는 멍한 눈동자, 그리고 반쯤 풀어진 채 침을 흘리고 있는 벌어진 입을 보더라도 규리가 정상이 아님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가장 심각한 부분은 바로 규리의 음부였다. 검붉은 피가 쏟아진 채 말라붙어 있었고, 지금도 소량의 피가 여전히 흘러내리는 중이었다.
현재 규리의 상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반송장이나 다름없었다.
철민은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이런 여자를 회수해 가서 어디다 써먹는단 말인가?
물론 규리는 얼굴이나 몸매가 상당히 괜찮은 여자다. 섹스도 곧잘 잘했다. 다만 그런 것들은 몸과 정신이 멀쩡할 때의 이야기였다.
가뜩이나 철민 진영의 에는 아직도 정신적으로 병을 앓고 있는 한나가 있다. 그런데 이젠 폐인이 다 된 규리까지 데려가서 뭘 어쩌라는 건가?
를 병동으로 만들 셈인가?
철민은 분노와 함께 강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철민은 분노와 짜증을 억지로 가라앉혔다.
여기서 분통을 터트려봐야 남는 것은 전혀 없다. 차라리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살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철민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지금 이대로 규리를 로 데려가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도 애매했다.
데려갈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바로 팔아버리는 방법이었다.
“…천사님.”
[네. 마스터 장철민.]
“상대 진영에 를 제안해 주시겠소?”
[…….]
천사는 철민이 무슨 의도로 지금의 제안을 하는지 예상이 되어 잠시 침묵에 빠졌다.
그리고 잠시 후 천사는 자신의 예상이 맞는지 확인해보았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지금 를 통해서 참가자 임규리를 유민 진영에 팔려는 건가요?]
“네. 그럴 생각입니다.”
천사는 험한 말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아냈다.
천사는 최대한 중립의 입장을 유지해야 하는 관리자가 아니었다면 진작 철민에게 험한 말을 퍼부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철민의 지금 제안은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마스터 이유민이 과연 사려고 할까요?]
천사는 잠시 진정하며 가능한 선에서 가장 무난한 질문을 철민에게 건넸다.
사실 천사는 철민의 제안을 받아 유민에게 그대로 전달하면 그뿐이었다. 그것이 바로 올바른 관리자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천사는 너무나도 어이가 없는 철민의 제안에 짜증이 치밀어 올라 참지 못하고 중간에 끼어들고 말았다.
“그래서 말인데…. 천사님. 혹시 이전에 정했던 등급을 수정할 수는 없을까요?”
[그것은 안 됩니다. 한 번 정한 판매 등급은 마스터가 바뀌지 않는 한 다시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각 진영의 마스터는 소속 참가자에게 A~F까지 총 6개의 등급을 정할 수 있다. 그리고 각 등급에 속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5명까지다.
그렇게 정해진 등급으로 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결정된다.
A등급은 에서 제외되고 B등급은 50 승점, C등급은 40 승점, D등급은 30 승점…. 이런 식이다.
이렇게 한번 결정된 등급은 마스터가 바뀌지 않는 한 다시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와 같은 규칙이 생긴 이유는 바로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함이었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당연히 소속 참가자의 등급을 정할 때 상위 등급부터 5명씩 꽉꽉 채워 넣게 된다.
만약 로 B등급 참가자를 판매한 경우, B등급에는 한 자리가 비게 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래 등급에서 한 명을 B등급으로 올려 채우고 싶어질 것이다.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등급의 의미와 가치가 점점 더 희석되어 갈 수밖에 없다.
또는 승점이 부족해 페널티 상황에 직면한 진영 A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 진영은 당연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상대 진영에 를 제안할 것이다.
그리고 상대 진영에서는 A 진영의 위기를 이용해 사고 싶은 참가자들의 등급 하향을 강요할 것이다.
그런 경우, A 진영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상대 진영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한번 결정된 등급의 재조정 불가 규칙이 생긴 이유는 바로 이러한 상황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서였다.
철민은 바보는 아니다. 철민 역시 지금의 규리를 상대 진영에서 정가에 사 가리라고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따라서 철민은 가장 싼 가격으로 규리를 떨이를 칠 생각이었지만, 그건 일단 낙원의 규칙상 안 된다는 확인을 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천사님. 그렇다면 규리를 포기하는 것은 가능한가요?”
[마스터 장철민의 포기한다는 말은 참가자 임규리의 소속을 상대 진영으로 무상으로 양도한다는 의미인가요?]
“네. 맞습니다. 우리가 시체나 다름없는 규리를 데려가 봐야 죽이기뿐이 더 하겠습니까? 그나마 상대 진영에는 산부인과 의사인 서준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진영으로 데려가는 것보다는 더 낫지 않겠습니까?”
천사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기도 하고 전혀 예상 밖의 상황이라 곧바로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물론 철민이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규리를 걱정해서, 또는 생명을 귀하게 여겨서 등의 인도적 차원의 판단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그렇게 규리를 무상으로 양도하는 대신 로 반드시 승점 50점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고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철민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철민은 어차피 데려가 봐야 쓸모도 없는 규리를 이용해 를 열고 최소한 승점 50점 이상을 벌어들일 의도였다.
철민은 이전에 한번 유민에게 를 거절당했다.
하지만 철민은 규리라는 카드가 더해진 지금의 거래라면 그때와는 다소 상황이 변할 거로 예상했다.
쉽게 말해 1+1 패키지 작전이었다.
뭔가 살 것이 있어 마켓이나 편의점에 들른 고객들이 1+1 판매 전략에 혹해 예정에도 없는 지출을 하게 되는 일은 그리 드물지 않다.
[그러니까 마스터 장철민은 참가자 임규리를 상대 진영에 무상으로 양도하는 대신 를 통해 승점 50점 이상의 거래를 원한다는 거죠?]
천사는 철민이 했던 제안을 다시 한번 정리했다.
“네 그렇습니다…. 천사님. 혹시 이 제안이 실현 가능한가요?”
[일단 상대 진영의 마스터와 상의해보겠습니다…. 만약 상대 진영 마스터가 응한다면 마스터 장철민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생각하기 귀찮아진 천사는 일단 유민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그에 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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