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6화 〉 266화. 2nd. round two. mission s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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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화. 2nd. round two. mission six.
태산이 보기에 아무리 유민이 별 볼 일 없어 보인다지만, 그래도 미션 참가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마스터이다 보니 조금은 잘 보일 필요가 있었다.
“이 형님은 지금까지 보지에 털도 제대로 안 난 풋내기부터 해서 유부녀까지 수백 명의 여자를 안아본 남자야. 그러니 앞으로는 나만 믿고 안심해…. 내가 미션에서 팍팍 이겨줄게.”
“네…. 뭐….”
유민은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를 태산의 말에 일단 대충 얼버무리듯 넘겼다. 하지만 그러는 유민의 얼굴이 차츰 차갑게 굳어갔다.
유민은 웬만하면 태산의 개인정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색안경을 끼지 않고 보려고 했지만, 점점 그러기가 힘들어졌다.
“무…. 물론. 이번 미션에서 지긴 했지만…. 그건 윤서 그년이 허벌 보지라서 그랬던 거고 만약 정상적인 여자였다면 내가 퍽퍽 박아주면 다들 까무러치니까….”
태산은 굳이 유민이 묻지 않아도 제 발 저리듯 변명하는 말을 덧붙였다.
지금의 유민에게는 태산이 윤서를 어떤 식으로 말하든 별다른 감정이 느껴질 리는 없었다.
하지만 윤서의 현재 상황을 모르는 태산은 원래라면 남편인 서준까지도 같은 진영에 있는 윤서를 저런 식으로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었다.
이러한 태산의 말은 생각이 짧음과 남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유민과 태산은 곧 근처에 도착했다. 물론 유민은 로 향하지 않고 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 동생 어디가? 로 안 가?”
“네. 다른 장소가 있어요.”
“…다른 장소?”
태산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일단은 유민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유민과 태산은 의 입구에 도착해 복도로 들어섰다.
태산은 의 복도를 걷고 있으니 왠지 젊은 시절에 몇 번 신세를 진 적이 있는 교도소 느낌이 나서 상당히 꺼림칙했다.
원래 로 들어서면 오른쪽 첫 방이 유진의 방이었고 좌측 첫 방과 중간의 두 방은 모두 빈방이었다. 그리고 가장 안쪽에 아름과 윤서가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을 위해서 아름을 중간 방으로 옮기고 가장 안쪽 한방을 비워둔 상태였다.
물론 그 방이 태산의 개인정보를 확인하기 전까지 임시가 될지 아니면 계속이 될지는 모르지만, 태산이 머물 방이었다.
유민은 철문을 밀어서 연 뒤에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태산 역시 유민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서 지내시면 돼요.”
“여기서 지내라고? 는 어쩌고?”
“일단 당분간…만 지내시면 돼요.”
유민은 아무래도 지금의 태산을 보면 당분간이 아닌 오랜 기간이 될 듯한 분위기였지만, 일단은 그렇게 말했다.
태산은 우선 방안을 둘러보았다. 불편한 매트리스가 아닌 제대로 된 침대가 있었고 샤워실과 화장실도 모두 갖춰져 있었다.
이정도만 해도 철민 진영의 보다 훨씬 훌륭한 시설이었다.
태산은 아마도 유민 진영의 역시 철민 진영의 와 크게 차이는 없을 테니, 에서 지내는 것보다 여기서 지내는 것이 더욱 안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다만 태산은 왠지 안 좋았던 옛 기억이 계속 떠올라 이곳에서 머물고 싶지가 않았다. 특히나 이곳에는 그 예쁘고 몸매 좋던 여자들이 아무도 없지 않은가?
“에이…. 동생 그러지 말고 나도 에서 같이 지내도록 하지.”
태산은 곧 뒤돌아 방을 나서려고 했다. 유민은 그런 태산의 팔을 잡고 강제로 멈춰 세웠다.
태산은 사회에서 제법 단련을 해서 근육질의 몸매였지만, 지금의 유민도 그에 못지않았다.
아니…. 유민의 단점 중 하나가 지나친 성실함이다 보니 낙원에서 남아도는 시간을 체력단련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 지금은 웬만한 힘 좋다는 남자들과 힘겨루기를 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태산은 비실비실해 보이던 유민에게 팔이 잡히는 것으로 곧바로 발걸음이 멈춰지는 것을 느끼며 살짝 놀랐다.
“아니? 동생.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여기서 지내시라니까요?”
유민은 다시 한번 했던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표정도, 말투도 상당히 딱딱해져 있었다.
“앞으로 같은 진영에서 친하게 지낼 사이인데 이거 너무 한 거 아냐? 내가 미션에 모두 나가서 다 이겨준다니까? 그러려면 우선 사람들과도 친해져야 할 거 아냐?”
미션에 나간다는 말은 유민 진영 소속 여성 참가자들과 섹스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려면 당연히 섹스 전에 친분을 쌓아둬야 할 것 아닌가?
“동생이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미션에서 다 이겨와서 자신감이 넘쳐?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게 쉽지 않을걸? 내가 이번 미션에 처음으로 나온 걸 봐도 알겠지만 앞으로는….”
태산은 앞으로는 비리비리하던 늙은이들이 아닌 다른 젊은 남자들도 미션에 참가하게 될 거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태산은 하고 싶었던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천사의 말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참가자 황태산. 경고입니다.]
[소속이 변경된 이후, 이전에 소속되어 있었던 진영에 대한 정보를 발설하는 것은 금지입니다.]
[이번에는 이처럼 친절하게 알려드렸지만, 앞으로는 경고 없이 제재를 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윽….”
태산은 짧은 신음을 흘렀다. 정말 십 년 감수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보니 그런 말을 얼핏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만 태산은 낙원 측에서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모든 참가자를 실시간으로 감시를 하고 있을지는 상상도 하지 못해 등골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태산은 최대한 자신이 당황한 것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신중하게 말을 고르며 유민에게 재차 말했다.
“아무튼…. 앞으로는 내가 꼭 필요할 거야. 그러니 섭섭하게 굴지 말고 로 가자.”
“…정말 가기 싫어요?”
“그래 가기 싫어…. 동생. 정말 나한테만 왜 이러는 거야? 앞으로 한 에서 계속 친하게 지낼 사이잖아?”
유민은 굳이 태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마침 알아서 등장해준 천사에게 말을 걸었다.
“천사님. 태산이 여기서 머물기 싫다는데요? 어떻게 해야 하죠?”
유민은 일단 다른 사람의 앞이라 평소와 달리 천사를 “누나”가 아닌 “님”으로 호칭했다.
사실 유민은 천사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이 이런 경우 태산이 어떻게 되는지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마스터에게는 참가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몇 가지의 강력한 권한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전지전능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마스터는 소속 참가자를 에서 아예 추방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소속인 채로 에서 지내지 못하게 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것은 라는 새로운 시설이 없을 경우에 한한 이야기였다.
의 용도 자체가 그러하다 보니 를 갖춘 마스터는 소속, 혹은 소속 참가자를 로 장소를 옮겨서 지내게 할 권한이 있었다.
그렇다면 마스터에게 인정된 권한을 무시하는 소속 참가자가 있다면? 그 처벌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참가자 황태산이 마스터 이유민의 정당한 지시를 거부한다면 “사망” 처리하겠습니다.]
천사는 곧 유민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유민은 태산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는데요? 여기서 조용히 지낼래요? 아니면…. 그냥 죽을래요?”
유민은 죽는다는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아주 편하게 숨 쉬듯 말했다.
태산은 지금까지 유약해 보이던 모습이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한 유민에게서 등골이 싸늘한 기운을 느꼈다.
태산은 사회에서도 가끔 지금과 같은 기운을 느낀 적이 있었다.
지금 유민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을 담가 온 자의 기운과 비슷했다. 바로 저놈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기운이었다.
태산이 생각하는 것과 그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유민이 지금까지 미션을 통해서 제법 많은 사람을 담가(?) 왔다는 것만은 분명 사실이긴 했다.
태산은 유민에게 완전히 기세가 밀리며 주눅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애송이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는 앞으로의 생활이 더욱 험난해질 것이다.
“동생…. 내가 뭐 실수한 거라도 있어? 앞으로 조심할 테니 지금부터라도 잘 지내보자…. 동생한테도 내가 꼭 필요하다니까?”
물론 유민에게 태산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그것이 잘 지내야 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유민은 태산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채 보란 듯 한숨을 푹 내쉬며 태산이 아닌 천사의 이름을 불렀다.
“천사님….”
지금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정도로 태산은 멍청하지 않았다. 태산은 급히 유민을 불렀다.
“아냐…. 동생…. 그냥 여기서 지낼게….”
그제야 유민은 태산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사람 귀찮게….”
유민은 나지막하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뒤에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앞으로 나를 동생이라고 부르지 마. 그리고 반말도 하지 말고…. 언제 봤다고 초면부터 반말을 지껄이는 거야? 앞으로 날 마스터라고 부르고 똑바로 존댓말 써…. 알았어?”
유민은 굳이 태산의 개인정보를 확인할 필요도 없이 지금 이 순간 태산의 처신을 결정했다.
“그래…. 동…. 마스터…. 내가 초면에 실수한 건 인정할게. 그런데 앞으로는 내가 꼭 필요해진다니까? 그때 가서 괜히 후회하지 말고 다시 잘 생각해봐….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꾸면 없었던 일로 해줄게. 어때?”
태산은 일단 유민을 마스터라고 부르긴 했지만, 한참 어린 동생에게 존댓말까지 하는 것은 아무래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나온다면 뭐…. 알았어…. 언제까지 그럴 수 있나 두고 보자고.”
유민은 그 말을 끝으로 곧 방을 나서 철문의 잠금장치를 잠갔다.
얼핏 보면 아무런 힘도 없어 보이는 일개 참가자들에게도 마스터가 절대 침범할 수 없는 고유의 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권리가 바로 참가자의 경우,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포인트에 대한 권리, 또 모든 참가자에게 주어지는 하루에 한 번 지급되는 생수 한 병, 빵 하나에 대한 권리였다.
물론 유민 역시도 태산의 권리인 지급되는 포인트와 생수, 빵 등을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다만, 태산이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자판기와 생수, 빵이 지급되는 소형 엘리베이터가 있는 자리까지 가지 못하는 것은 유민의 책임이 아니었다.
유민은 그저 의 정당한 사용 방법에 따라 태산이 있는 방문을 걸어 잠갔을 뿐이다.
그것은 아름과 윤서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그 둘은 유민이 구매한 아이템의 혜택으로 아무런 불편 없이, 아니 오히려 더욱 풍족한 식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템으로 지급되는 모든 요리와 음료 등은 참가자의 고유 권리가 아니므로 유민이 자체적으로 지급을 차단할 수 있었다.
쉽게 말해 유민은 굳이 천사의 도움이 아니라도 태산을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며칠의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유민은 곧 태산의 방으로 지급될 예정이었던 아이템으로 인한 요리와 음료 등을 모두 차단했다.
물론 그렇다고 유민이 태산을 죽이려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모처럼 소중한 남성 참가자가 들어왔는데 그리 쉽게 죽어서는 곤란했다.
다만 아름, 윤서와 달릴 태산에게는 굳이 당근을 줄 필요가 없었다.
유민은 지금까지 아름과 윤서에게 서준을 통해 으로 다소 처벌에 가까운 행위를 이어나갔지만, 그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자제를 가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남성 참가자와 여성 참가자의 입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윤서가 참가한 도 그렇지만, 윤서와 아름은 미션 승리를 위해서 분발해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태산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가령, 이 다시 뜨고 이번과 다르게 유민 진영에서 남성 참가자가 참가해야 한다면? 그 미션에 태산이 참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다른 여성 일행을 내보낼 수 없는 여성 참가자가 참가해야 하는 과 다르게 유민이 그 미션에 참가하면 그만이었다.
그렇다고 태산이 여성 일행들과 섹스를 해야 하는 일반 미션에 나갈 리는 더더욱 없었다.
다시 말해 태산의 역할이란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목숨이 위험해지는 특수 미션뿐이었다.
그런 미션에서는 태산 스스로 살기 위해서는 알아서 열심히 해야 할 테니 유민이 굳이 아름이나 윤서에게 그러듯 의욕을 북돋워 줄 당근을 던져줄 필요가 자연스레 없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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