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화 〉 260화. 2nd. round two. mission five.
* * *
260화. 2nd. round two. mission five.
미션의 제한시간 30분이 모두 흘러가며 천사의 공지가 이어졌다.
[2라운드, 다섯 번째 미션의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이번 미션의 승리 조건이었던, 남성 참가자의 성기 경직도를 확인한 결과….]
[양쪽 진영의 남성 참가자 모두 성기 경직도 90% 이상을 달성한 만큼 이번 미션은 양쪽 진영의 동시 승리입니다.]
이번 미션의 승리 조건은 단순히 남성 참가자의 성기 경직도 90% 이상 달성이었다.
따라서 상원이 이미 사망했더라도 미션 종료 시점에 성기 경직도 90% 이상을 유지한 만큼 미션의 승리 조건에는 전혀 어긋남이 없었다.
[유민 진영과 철민 진영에 각각 + 10 V.P.가 주어집니다.]
[미션이 종료되었으니 이미 사망한 참가자 조상원을 제외한 모든 참가자는 각자의 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한나는 쾌락에 완전히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갑자기 들려오기 시작한 천사의 공지로 살짝 정신이 돌아오며 잠시 격렬하게 흔들던 엉덩이를 멈췄다.
그리고 한나는 마지막에 들려온 천사의 “이미 사망한 참가자 조상원”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나는 지금까지 줄곧 자신과 섹스 중이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상원의 얼굴을 불안한 심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곧 한나는 실핏줄이 모두 터져나가 섬뜩할 정도로 새빨갛게 물든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상원의 부릅뜬 두 눈과 눈이 마주쳤다.
“으아악!”
한나는 너무나도 놀라 큰 비명과 함께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한나의 질에서 상원의 여전히 발기 중인 남근이 뽑혀나갔다.
한나는 상원의 지금 모습이 너무나도 두려웠고, 게다가 지금까지 죽은 상원과 섹스 중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공포심마저 느꼈다.
너무나도 겁에 질린 한나는 온몸이 덜덜 떨리며 당장이라도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시체가 된 상원의 곁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욱 강했다.
한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억지로 자신의 상의와 바지를 주워들었다. 다만 그 옷을 입고 있을 정신도, 겨를도 없었다.
한나는 그대로 옷을 손에 든 채 마치 남에 다리처럼 삐걱거리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놀려 미션룸을 벗어났다.
현재 한나의 얼굴은 공포에 질린 상태였다.
그리고 미션룸 밖에서 대기 중이던 철민 진영 참가자 모두의 얼굴에도 한나 정도는 아니지만, 공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철민 진영의 참가자들은 어떻게 로 돌아오게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한나는 로 돌아온 즉시 자신의 매트리스 위에서 두 무릎을 껴안고 앉아서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한나는 잠시 후, 한계까지 끌어쓰며 바닥난 체력과 강한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잃듯 쓰러졌다.
한나 외의 다른 캠프 참가자들도 한나 정도는 아니지만, 각자의 매트리스 위에 앉거나 누워서 누군가는 두려운 표정을 지은 채, 또 누군가는 넋을 잃은 표정을 지은 채 무거운 침묵만을 지켰다.
물론 철민과 한 명이 줄어든 추종자는 매번 미션이 끝나면 그래 왔듯 마스터 룸의 거실에 모인 상태였다.
다만 모이긴 했지만, 10분이 지나도…. 30분이 지나도….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철민 진영의 마스터 룸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우울한 침묵만이 짙게 내려앉았다.
하지만 계속 이러고 있을 수도 없었다.
미션에서 사망자가 나온 만큼, 당장 다음 미션을 위한 대책 회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었다.
“큰 형님. 일단 상원 형님이 사망하긴 했지만, 우리 진영의 첫 승리가 아닙니까?”
원길은 일단 지금의 무겁고 우울한 분위기를 떨쳐내기 위해서 최대한 긍정적인 화두로 시작했다.
“…그렇군.”
철민은 왠지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가장 믿지 못하고 버리는 카드로까지 여겼던 상원이 미션의 첫 승리를 안겨주게 될지는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그리고 큰 형님…. 이제 미션에서 참가자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동안 그냥 내버려 두었던, 쓸모없던 남자들을 미션에 참가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어서 원길은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주제를 꺼냈다. 바로 본인들의 안전 대책이었다.
”그래…. 원길 자네 말이 맞네. 지금 넋을 잃고 있을 때가 아니군. 어서 빨리 다음 미션을 대비해야지.“
”그렇군요. 큰 형님. 그럼 여자들을 불러서 하나하나 면접을 봤듯, 남자들도 모두 불러서 면접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원길은 자신의 의도대로 철민에 이어서 재진까지 의욕을 내는 것을 보며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사실 원길은 상원의 죽음이 자신들에게 그리 큰 손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매번 미션 대책 회의 때마다 제대로 된 의견 하나조차 내지 못하던 상원이었다.
게다가 소 뒷걸음치다 쥐 잡듯 어찌어찌 미션 승리를 이루어내긴 했지만, 지금까지는 미션에서도 전혀 전력이 되지 못했다.
원길은 차라리 가장 쓸모없는 상원이 첫 희생자가 되며 그런 중요한 정보를 알려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였다.
삼선 국회의원? 그딴 거야 사회에 나갔을 때나 도움이 될 직함이었다.
지금 당장 발등에 급하게 꺼야 할 불이 떨어졌는데 그런 뒷일까지 걱정하고 있을 여력은 없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철민과 재진의 생각도 지금 원길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지금 철민 그리고 재진, 원길은 자신이 이번 미션에 참가하지 않고 상원이 참가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똑같이 하고 있었다.
다만, 이들은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이번 미션은 상원이 참가했기에 위험한 미션이 되었을 뿐, 만약 이 세 명 중 한 명이 참가했다면 그리 위험한 미션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물론 유민처럼 완전무결하게 미션을 완료할 수는 없었겠지만, 발기 촉진제를 한두 번 투여받는다고 해도 천사의 말대로 그리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 세 명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고도 볼 수 없는 것이, 빠르든 늦든 그 시기의 차이일 뿐 미션에서 사망자가 나오는 것은 반드시 일어날 미래였다.
그러니 가장 쓸모없는 장기 말을 투입해 그런 중요한 정보를 비교적 빠른 시기에 알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 세 명에게 도움이 되는 일임은 분명했다.
철민과 추종자들은 대책 회의를 통해 다음 미션부터의 방침을 정했다.
그 방침은 원길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재진의 의견도 채택되었다.
다만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지금까지 방치되어 있던 남성 참가자들을 미션에 참가시키는 것까지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진영 마스터인 철민이 그 남성 참가자를 미션 참가자로 선택만 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그렇게 강제로 미션에 참가하게 된 남성 참가자들이 미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물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본인이 위험해지는 미션이라면 어쩔 수 없이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미션에서 본인의 욕심만 채우며 미션 목표는 등한시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부분에서는 철민과 추종자들 본인도 어느 정도 그래 왔던 적이 있었던 만큼 더욱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진영 마스터가 보유한 최대의 권한이자 지금까지 캠프 참가자들을 통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추방 권한이었다.
여성 참가자의 경우는 역으로 철민 측에서 절대 추방할 마음이 없었지만, 남성 참가자는 처지가 전혀 달랐다.
만약 지금까지 남성 참가자 중 튀는 행동을 하며 밉보인 자가 있었다면, 철민은 깊게 고민할 것도 없이 과감하게 에서 추방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션에서 사망자가 나오게 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물론 에서 추방당해 에서의 생활로 돌아간다는 것은 분명 고된 일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다시 말해 철민의 추방 권한이 더 이상 통제의 수단이 될 수 없다는 의미였다. 오히려 몇몇 참가자들은 에서 추방되길 바랄지도 몰랐다.
그래서 철민과 추종자들이 궁여지책으로 떠올린 것이 바로 지금까지 자신들만 독점하고 있있던 여성 참가자들의 공유였다.
쉽게 말해 철민은 자신과 추종자 외의 남성 참가자를 미션에 참가시키며 미션에서 승리 시, 원하는 여성 참가자와의 을 포상으로 내걸 예정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여성 참가자에 대한 포상도 필요했다.
여성 참가자에게는 남성 참가자와는 다르게 샴푸나 린스 등의 생필품을 포상으로 내걸 예정이었다.
당장은 를 통해 유진을 판 승점과 이번에 상원이 죽음과 맞바꾼 승점이 있으니 그 승점을 포인트로 환산한다면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아니, 그런 포상을 내걸어 정말 미션에서 승리한다면 그로 인해 곧바로 +10 승점이 생기니 결과적으로 이득이 되면 되었지 절대 손해는 아니었다.
거기에 더해 철민은 사회로 나갔을 때의 포상도 함께 걸 예정이었다. 이는 남녀 참가자 공통 포상이었다.
현재 철민 진영의 소속 참가자 중에서 철민이 얼마나 막강한 재력의 소유자인지 모르는 자는 없었다.
따라서 전자의 포상보다 후자의 포상에 더욱 혹하는 참가자도 제법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모든 방침을 결정한 철민과 한 명이 줄어들어 두 명이 된 추종자들은 남성 참가자들을 한 명씩 호출해 여성 참가자에게 했듯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면접의 주요 내용은 사회에서의 직업, 지금까지 경험한 여성의 수와 대략적인 섹스 횟수, 그리고 어떤 플레이까지 해봤냐는 것이었다.
물론 남성 참가자들도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지금의 갑작스러운 면접이 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남성 참가자들의 표정과 말투에서 표출되려는 불만을 미리 생각해두었던 포상을 이야기하며 무마시켰다.
그런 포상이 잘 먹히지 않는 남성 참가자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의외로 대부분은 잘 먹혀들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철민 소속 남성 참가자 대부분은 색(色)을 밝히는 자들이었다.
현재 남성 참가자 대부분은 낙원에서 금욕적인 생활을 강제로 하게 되며 욕구가 쌓일 만큼 쌓인 상태였다.
차라리 남성들만 모여 있었다면 그나마 참기 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는 같이 생활하는 여러 명의 여성 참가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막 샤워하고 나온 모습이나 잠이 들고 깨어나는 모습을 매번 지켜보며 가끔은 말을 섞기도 했다.
그리고 다소 비밀스러운 일이긴 했지만, 상아와의 은밀한 거래를 트고 있는 자도 제법 있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3일에 한 번씩 다른 남녀의 리얼한 섹스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매번 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정도 상황이라면 평범한 남자라도 쌓여가는 욕구를 참기 힘들 지경일 텐데 더군다나 여자를 심하게 밝혔던 남자라면 오죽하겠는가?
철민과 추종자들이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예 자신을 다음 미션 참가자로 선택해달라는 자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쾌락에 눈이 멀어 목숨을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지금 2라운드에 들어서 5번째 미션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왔다.
그렇다는 말은 쉽게 말해 지금까지 총 15번의 미션 중 처음으로 꽝이 나왔다는 의미였다. 확률로 따져도 6.66%…. 7%도 안 되는 낮은 확률이었다.
게다가 이번 미션의 내용과 무사히 미션을 마친 상대 진영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상원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죽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 지금의 기회로 평소라면 만나기도 힘들었을 철민과의 인맥을 쌓고자 하는 자도 없지는 않았다.
잘만 풀린다면 사회로 나가게 되었을 때 거액의 포상을 받게 되며 남은 인생이 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먼 미래를 보지 않더라도 당장 한 명 비게 된 추종자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이들은 모두 추종자들이 마스터인 철민에 빌붙어 어떤 특혜를 누려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런 욕심이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정도면 다소 위험한 다리를 건널 이유로 충분하지 않은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