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7화 〉 247화. 2nd. round two. mission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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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화. 2nd. round two. mission three.
유민은 철문의 잠금장치를 푼 뒤에 철문을 열고 먼저 윤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가.”
“…네? 아…. 네….”
윤서는 과연 이 안쪽에 무엇이 있을지 불안함을 느끼며 떨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유민은 윤서가 방으로 완전히 들어서자 곧 철문을 다시 닫은 뒤에 이제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며 서 있는 서준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준 형. 들어가서 둘만 이야기를 나눠요. 해야 할 말도 있고 풀어야 할 것도 있잖아요?”
“네…. 마스터….”
“전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뇨….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대로 제가 따로 찾아뵙겠습니다.”
서준은 자신에게 아내와 얽힌 일을 청산할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유민에게 한없이 감사함을 느끼는 중이었는데, 그런 민폐까지 끼칠 수는 없었다.
유민은 이대로면 서준이 절대 물러서려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에 조금 말을 바꾸었다.
“그럼 유진 방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러니 저는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요.”
“흠…. 그럼….”
서준이 생각해도 그 정도면 괜찮은 듯해 더는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유민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지금부터 하려는 말이 정말 유민이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리고…. 만약, 아내에게 복수하고 싶으면 말해요.”
서준은 평소와 달리 유민의 무서울 정도로 진지한 표정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목 너머로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네. 마스터.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럼 들어가 보세요. 서준 형.”
“네. 마스터.”
유민은 철문을 천천히 밀고 안으로 들어서는 서준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뒤에 서준에게 말했던 대로 유진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민이 유진의 방으로 들어서자 유진은 곧 반가운 미소를 지은 채 유민의 방문을 기뻐했다.
“유민아. 어서 와.”
“응…. 유진아.”
유진은 평소와 달리 표정이 어두운 유민을 보며 이어서 하려던 말을 멈추고 다른 말을 건넸다.
“유민아.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게….”
유민은 이렇게 안 좋은 일을 유진에게 말해도 될까 잠시 고민했지만, 유민은 이미 유진을 일행으로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언젠가는 유진도 로 옮겨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는 건데, 다른 일행들은 모두 다 아는 같은 일행인 서준의 일을 모른대서야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럼 우선 앉아서 이야기할까?”
“응. 여기 앉아.”
유민은 이틀 전, 유진의 방에 이것저것 물품들을 많이 구매해서 빈자리에 채워 넣었다. 그중에는 의자와 탁자도 있었다.
하지만 유진은 노는 의지는 놔두고 굳이 침대에 앉아서 자기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통통 두드리며 유민을 불렀다.
유민은 그런 유진의 배려를 사양할 수도 없어서 유진의 옆으로 가서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았다.
유민은 지금부터 해야 할 다소 살벌한 이야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지금의 분위기가 왠지 달달하게 느껴졌지만, 서준을 생각하며 고개를 강하게 저어 그런 기분을 떨쳐냈다.
“유진.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상당히 안 좋은 이야기야. 그러니 조금 마음의 각오를 해야 할 거야.”
“응. 유민아. 그럴게.”
유민은 천천히 서준과 윤서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서준과 윤서의 만남과 결혼.
“제론토필리아”라는 특이 성적 취향을 가진 윤서가 남편인 서준과의 섹스에 만족하지 못하고 서준의 아버지, 즉 시아버지를 유혹해 섹스에 이르게 된 것.
그렇게 섹스를 이어가는 사이에 윤서와 시아버지는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고, 둘이 모의해서 둘의 사랑에 방해가 되는 서준을 제거하기로 계획한 것.
윤서와 시아버지는 단순히 계획에서 그치지 않고 시아버지가 실제로 조폭과 만나며 서준을 제거하는 일을 일부 진행한 것.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다행스럽게, 또 누군가에게는 불행스럽게 평소 심장이 좋지 않던 시아버지는 윤서와의 발기부전약까지 사용한 무리한 섹스로 인해 서준의 제거를 제대로 진행하기도 전에 심장병으로 사망한 것.
서준과 윤서가 함께 낙원으로 납치된 것.
그리고 윤서가 미션에서 패배하면 소속 진영이 변경되는 을 통해서 이곳으로 오게 되어 지금 안쪽 방에 머물게 되었다는 것.
유진은 소속이 아닌 만큼 미션에 참가하거나 다른 이들이 참가하는 미션을 구경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서 미션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유민이 자주 유진의 방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낙원에 관한, 그리고 미션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을 유진에게 알려주었다.
물론 유민은 궁금해하는 유진에게 그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서 설명한 것도 있었지만, 만약 앞으로 유진이 에 가입하게 된다면 더는 미션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되니까 미리 알려둘 필요도 있었다.
따라서 유진은 지금 유민의 이야기에서 나왔던 을 이해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게다가 유진은 방식은 과 로 다르긴 했지만, 소속이 변경되는 경험을 직접 한 적이 있어서 그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유민의 다소 기나긴 설명을 다 들은 유진의 표정이 유민과 비슷하게, 아니 유민 이상으로 어두워졌다.
유진은 자신의 인생이 상당히 불행하다고 느꼈었다. 유진은 충분히 그렇게 느낄 정도로 안 좋은 일을 경험했다.
하지만 유진은 가족의 애정을 통해서 그 안 좋은 일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소속사의 대표라든지 전 매니저 오빠라든지 유진을 걱정해주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특히 유진은 유민을 만나게 되며 지금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소중한 팬의 존재까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유진은 지금, 유민에게 서준에 관련된 불행한 일들을 들으며 자기가 겪은 불행한 일은 딱히 불행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진에게 불행을 안겨줬던 상대는 그저 타인에 불과했다. 그 상대에게 당한 일 자체에는 상당히 괴로웠지만, 어차피 평생 안 보면 그만인 사람들이었고 안 본다고 해서 가슴이 아플 리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서준은 달랐다. 서준에게 가장 큰 불행을 안겨준 상대는 타인이 아닌 누구보다 서준과 가까웠어야 할 아내와 아버지, 즉 가족이었다.
따라서 서준은 유진과 다르게 자신에게 불행을 안겨준 사람들과 연을 끊고 보지 않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차적인 불행을 겪게 된다는 의미였다.
유진은 자신이 가장 불행할 때, 그 불행을 함께 나누고 자신을 따뜻하게 보듬어 준 가족의 애정을 크게 느꼈던 만큼, 그렇지 못한 서준이 너무나 안쓰럽고 너무나 불쌍하게 느껴졌다.
유진은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이들은 참담함을 느끼게 되는 낙원에 와서야 비로소 자신의 인생은 그렇게 불행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아니 상당히 행복한 삶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서준 오빠…. 불쌍해서 어떻게 해?”
유진은 마치 자기 일, 혹은 가족의 일처럼 서준을 걱정했다.
유민은 이미 유진을 일행으로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날 때마다 유진에게 다른 일행들에 대해서 그 한명 한명의 이름과 외모, 성격, 그리고 사회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알려주는 중이었다.
그렇게 유민이 일행들에 관해서 설명할 때, 그 일행 하나하나를 생각하는 유민의 따뜻한 마음까지도 전해지며 유진은 아직은 얼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행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쉽게 말해 유진에게 일행들의 존재는 이미 알게 모르게 내적 친밀도가 상당히 상승한 상태였다. 물론 그것은 서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진은 고집스러울 만큼 완고한 면이 있어서 융통성이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일행들을 위하는 마음과 자신의 직업인 의사에 관련된 사명감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서준이 진심으로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 그렇게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건 아냐. 서준 형은 이미 우리 진영으로 소속이 바뀌고 함께 하게 되며 그에 관해서 상당 부분 이미 떨쳐낸 상태니까.”
유민은 자신의 예상보다 너무나 걱정스러워하는 유진을 오히려 위로해줘야만 했다.
다만, 유민의 말은 단순히 유진을 위로하기 위한 거짓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서준은 유민에게 처음 자신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었다.
하지만 서준이 정이 넘치는 일행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그에 관한 충격을 대부분 떨쳐낸 상태였다.
쉽게 말해서 지금의 서준은 충격과 미련을 거의 비워낸 빈 상자를 이제 포장하고 매듭만 묶으면 되는 상태였다.
물론 그 매듭이란 윤서에 대한 복수가 될 수도 있고 혹은 윤서에 대한 완전 무시가 될 수도 있다.
그 매듭을 어떻게 지을지는 온전히 서준의 몫이었다. 그래서 유민은 서준에게 윤서와 둘만의 자리를 마련해주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러니까. 유진아. 방 밖을 나가게 되더라도 복도 안쪽으로는 가지마.”
“응. 그럴게. 유민아.”
유민의 머릿속에는 유진 진영의 참가자들이 일행과 일행이 아닌 인원으로 딱 양분되어 있었다.
따라서 유민은 서준과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일행과 일행이 아닌 인원 사이의 교류는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싶었다.
지금 의 안쪽 방에는 일행이 아닌 인원이 벌써 두 명이나 머물게 되었다. 그러니 유민이 그들과 유진의 교류 자체를 차단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했다.
그리고 유민이 안쪽 방으로 유진을 가지 못하게 하는 더욱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유민은 말을 꺼낼까 말까, 상당히 고민했지만, 갑자기 맞닥뜨리면 더욱 난감해질 수도 있으니 지금 미리 말하기로 했다.
“그리고…. 안쪽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이상한 소리?”
“그래…. 가령 여자 신음 같은….”
“아…. 응…. 그…. 그럴게.”
유진은 아무런 생각 없이 유민의 말을 되물었다가 돌아오는 유민의 대답에 금세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유진은 에 가압한 적은 없지만, 을 통한 강제적인 성적 행위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아니, 유진이 에 끝까지 가입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마스터가 가진 때문이었다.
물론, 유민 진영의 과 철민 진영의 은 그 수위나 지속 시간이 완전히 다르긴 했지만, 그것까지는 유진이 알 수 없었다.
아무튼, 그렇다 보니 유진은 지금 유민이 말한 여자의 신음이 왜 들리게 되는지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유진은 왠지 너무나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새롭게 생겨난 궁금증은 꼭 해결해야만 했다.
“그…. 신음이 들리는 이유가…. 유민 때문이야?”
유진이 유민에게 묻고 싶었던 말은 안쪽 방에 머무는 여자들에게 을 써서 신음을 내게 하는 장본인이 유민이냐는 것이었다.
“아냐…. 내가 아니야….”
“그래? 그럼 다행이고….”
유민이 아니면 여자의 신음을 내게 하는 다른 누군가가 반드시 있겠지만, 그에 관해서는 유진이 알 바 아니었다.
유진은 그저 유민만 아니면 되었다.
다만 에 머무는 두 명의 여자에게 신음을 내게 하는 이는 유민이 아니었지만, 에서 그 두 명의 여자보다 훨씬 많은 수의 여성 일행들에게 신음을 내게 하는 이는 유민이라는 사실을 지금의 유진이 알 리는 없었다.
유진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그 사실을 알게 되지만…. 어쨌든 아직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불과했다.
유민은 속으로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유진은 안쪽 방으로 향하지 않게 되었고, 안쪽 방에서 혹시나 들릴지도 모를 신음에도 최대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유진은 안쪽 방에 머무는 여자들에게 신음을 내게 하는 이가 유민이 아닌 다른 누군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유민의 원래 의도는 아니었지만, 의 빈방에서 천사와 바람(?)을 피우게 되더라도 유진은 유민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였다.
유민은 왠지 마음이 개운치는 않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유진이 에 머물게 되며 눈치가 보여 중단한 일을 다시 하겠다는 의미였다.
물론 그 중단된 일이란 천사의 의 빈방으로 불러내 섹스하는 것을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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