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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3화 〉 243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243/348)

〈 243화 〉 243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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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원래라면 돌아올 리 없는 유민의 혼잣말에 대답하는 이가 있었다.

“유민아. 린스가 빠졌어…. 린스는 이 제품이 좋아.”

“주인님. 자기 전에 편하게 입을 옷으로는 이 제품이 좋아요. 주인님과 을 할 때 입어도 나름 섹시해서 보기 좋구요. 벗기기도 편하고 안 벗겨도 삽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어느새 유민의 옆으로 다가온 수지와 지원이 잇따라 유민에게 빠진 물품과 더 사야 할 물품에 대해서 조언했다.

당연히 휴게실에는 유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유민이 자판기에서 이것저것 정신없이 사는 모습이 바빠 보여서 지금까지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유민의 물품 구매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빠진 물품이 없는 확인을 시작하자 나선 것이었다.

물론 수지와 지원 외에도 몇 명의 일행들이 더 모여 있었다.

이들은 유민이 갑자기 자판기에서 대량으로 물품을 사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도 전혀 이상해하거나 그 물품의 사용처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너무나 뻔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유진은 아직 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에 가입하든 말든 그건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유민이 이미 유진을 일행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생각은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유민의 행동에 도움을 줬으면 줬지, 딱히 태클을 걸 이유는 전혀 없었다.

“수지 누나. 고마워요. 지원이도….”

유민은 조언해준 수지와 일단은 지원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유민 본인이 샴푸 후 린스를 잘 하지 않는 탓에 빼먹은 모양이었다. 유민은 수지가 조언했던 제품의 린스를 구매했다.

다만, 유민은 지원이 추천한 옷은 구매하지 않았다. 지원이 추천한 옷은 바로 트레이닝 핫팬츠의 일종이었다.

상당히 짧아서 거의 속옷이나 다른 바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그저 평범하게 양반 다리로 앉아 있어도 팬티가 훤히 노출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팬티를 입지 않은 상태라면 음모와 함께 음부가 보일 것이다. 따라서 지원이 말한 대로 옷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삽입도 가능할 정도였다.

유민은 언젠가 지원이 때 입고 와서 그와 같이 옷을 벗기지 않고 지원의 음부를 애무했던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원은 유민에게 그런 옷을 구매해서 유진에게 주라고 말하는 것이다. 유진에게 변태 취급을 받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일 듯했다.

지원은 수지가 권했던 린스만 사고 자신이 권했던 옷은 사지 않는 유민을 보며 이상한 듯 물어보았다.

“주인님. 이 옷은 왜 안 사세요?”

“흠…. 이런 옷을 어떻게 사줘…. 지원이 너, 그렇게 노출이 좋으면 너만 해. 아니면 아예 평소에도 벗고 다니게 해줄까?”

“어머…. 주인님이 원하시면 그렇게 할게요….”

유민은 벌써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며 숨이 거칠어지려는 지원에게서 다시 구매한 물품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아냐…. 내가 말실수했다….”

“주인님. 그런가요? 아쉽네요….”

지원은 정말로 아쉬운 듯, 혀로 입술을 살짝 핥으며 그 아쉬움을 달랬다.

유민은 이제 살 건 다 샀으니, 유진에게 가져다주기 위해서 물품들을 주섬주섬 챙겨 들고 있자 지원 그리고 수지가 다시 유민에게 말을 걸어왔다.

“주인님. 도와드릴게요.”

“유민아. 옮기는 거 도와줄까?”

유민은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둘의 도움을 받는 것은 관두었다.

“아뇨. 괜찮아요.”

그저 샴푸, 린스, 옷과 같이 가벼운 물품들만 있다면 모를까, 의자같이 무거운 물품들도 있어서 여성에게 도움을 받기는 미안했다.

그냥 유민이 한 번 더 왔다 갔다 하면 그만이었다. 사실 에서 까지가 그리 먼 거리도 아니었다.

“마스터.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유민은 어느새 나타나서 자신의 대답을 기다릴 새도 없이 이미 의자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서준을 바라보았다.

유민은 마치 부하, 혹은 하인과 비슷한 포지션을 취하며 항상 자기 일을 성심성의껏 도와주려는 서준에게 매번 몸 둘 바를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준은 유민보다 띠를 한 바퀴 돈 것보다 더 많은 13살 차이의 큰 형님뻘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서준이 여성인 것도 아니고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어서 유민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서준 형.”

아니, 설사 유민이 거절한다고 해도 서준은 쉽게 물러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서준 형. 그렇게 내 부하나 하인을 자처하고 싶으면, 제발 내 말도 좀 들어줘요….“

물론, 유민은 속으로만 한탄을 해보았다. 어차피 실제로 말을 해봐야 전혀 통하지 않음은 이미 경험한 일이다.

유민은 서준과 구매한 물품을 나눠 들고 로 향했다.

그리고 유진의 방 앞에 도착하자 서준은 철문 근처 바닥에 들고 온 물품들을 내려둔 뒤에 유민에게 말을 건넸다.

”마스터. 그럼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서준은 유진이 안 좋은 대인 관계를 통해서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유민이 전해준 정보를 통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니 유진은 새로운 인물, 특히 남성을 만나기를 꺼릴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서준 나름대로 유진을 배려해준 것이었다.

유민의 생각도 그와 비슷해서 굳이 서준의 행동을 막지는 않았다.

”서준 형. 도와줘서 고마워요.“

”아닙니다. 마스터.“

유민은 지금은 유진을 그냥 이렇게 혼자 놔두지만, 언젠가는 에서 일행들과 함께하길 바랐다.

따라서 그때가 되면 유진은 지금의 서준은 물론 다른 일행들과도 모두 친해지는 편이 좋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지금 당장 급하게 서두를 일은 아니었다.

아니, 사람의 감정에 관련된 일이다 보니 서두른다고 해서 더 빠른 진척을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감정을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서서히 진행해나가면 될 것이다.

서준이 돌아가고 혼자 남은 유민은 일단 철문을 노크해 자신의 방문을 유진에게 알렸다.

”유진씨. 들어가도 될까요?“

”네. 유민씨. 들어와요.“

유민은 철문을 밀어서 완전히 개방한 뒤에 바로 들어서지 않고 일단 내려놓았던 물품들을 다시 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런 유민의 모습이 유진의 시선에도 들어왔다.

”어머? 그건 다 뭐래요?“

샴푸, 린스, 바디샤워, 수건, 로션, 빗, 작은 손거울 등 기본적인 세면과 미용에 관련된 도구들을 시작으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일상복과 잠옷 등의 옷가지까지.

그리고 의자와 작은 탁자, 탁자 위에 올릴 수 있는 작은 탁상시계까지 다양한 물품들이 바닥에 쭉 나열되어 있었다.

”유진씨 필요할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

물론 지금 이 물품들이 사회에서였다면 하등 신기할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평범한 물품들에 불과했지만, 이곳은 낙원이다.

유진은 그저 에서 로 거처를 옮긴 것만으로도 지옥에서 천국으로 이동한 듯한 황홀한 기분이었는데, 지금 이 물건들은 다 뭐란 말인가?

”이런걸…. 다 어디서?

확실히 생활을 해보지 않은 유진으로서는 이 물품들의 출처를 추측하기 힘들 것이다.

아니, 유진이 설사 철민 진영에서 생활을 했다고 처도 지금 이 물품 중에서 과반수는 구경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옷과 가구만 해도 3성급 자판기부터 판매하기 시작하는 물품이기 때문이었다.

2성급 자판기에서도 볼 수 없는 물품을 1성급에 불과한 철민 진영의 자판기에서 볼 수는 없었다.

물론 유진은 이 물품들의 가치를 확실히는 몰랐지만, 그래도 구하기 힘든 물품일 거라는 점만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유민이 자신을 무척이나 신경 써주고 있다는 것도 잘 알 수 있었다.

유진은 왠지 가슴 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뭉클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차차 설명해줄 테니, 우선 저기 가벼운 물품들 옮기는 거 도와줄래요?”

사실 이 물품들을 쓸 사람은 유진이니 유민의 도와달라는 말은 다소 어폐가 있었다.

유진도 그리 생각하는지 기쁨과 미안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표정을 지은 채 어찌할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민이 탁자를 옮기기 시작하자 유진도 빠르게 움직이며 너무나 익숙하지만, 너무나 그리웠던 샴푸와 린스 바디샤워부터 먼저 챙겨서 간이 샤워장으로 옮겼다.

그렇게 유민과 유진 둘이서 옮기기 시작하자 물품의 양이 많긴 했지만, 금세 정리가 되었다.

“저기. 물이라도 마셔요.”

유진은 자신을 위해서 고생해준 유민에게 딱히 대접할 것도 없어서 하루에 한 병 지급 받는 생수병을 건네주었다.

“네. 그럼 잘 마실게요.”

유민은 생수병의 뚜껑을 열고 고개를 젖혀 생수병 속의 물을 마셨다.

그제야 유진은 이미 자신이 그 물을 3분의 1쯤 마셨다는 것을 눈치챘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마시던 생수병을 대접한답시고 유민에게 건넨 셈이었다.

“아니. 저기 잠시만….”

유민은 생수병의 물을 몇 모금 마시다가 유진이 너무나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며 생수병에서 입을 떼고 유진을 바라보았다.

“왜 그래요?”

하지만, 유진이 이제 와서 그거 제가 마시던 건데요? 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아…. 아니에요.”

유진은 다시 생수병을 들고 고개를 젖혀 아무렇지 않게 마시기 시작하는 유민을 보며 심통이 났다.

왜 계속 자기만 마음을 졸여야 하고, 안절부절못해야 하고, 가슴이 싱숭생숭해야 하는 걸까?

“저기요. 유민씨.”

“네? 왜 그래요?”

“우리 동갑인데 그냥 말 놓을까?”

유진은 살면서 동갑의 남자에게 이런 말을 먼저 건넨 적이 한 번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주 해서 익숙한 듯 당당함을 가장해 말했다.

유진은 그렇게 유민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으로 심통이 난 감정을 어느 정도 해소할 속셈이었다.

“그래…. 그러자. 유진아.”

유민으로서도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어서 순순히 유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니 유진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처야 할 필수 관문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여성인 유진이 먼저 말을 해줬는지 어떻게 남성인 유민이 거절하겠는가?

“어? 그…. 그래…. 유민아….”

유진은 그래도 한 번은 뺄 줄 알았는데, 유민이 너무나 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이름까지 친숙하게 부르자 오히려 기습을 당한 듯 주춤거릴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 나름 신경을 써서 한 회심의 공격은 유민의 간단한 역공으로 인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유진아. 더 필요한 거 있어? 한 번 살펴봐.”

“어? 아니? 잠시만….”

유진은 또다시 자신의 이름을 너무나도 친숙하게 부르는 유민에게 심장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유진은 눈으로는 어느 정도 정리된 유민이 가져온 물품을 살펴보고 있었지만, 실제로 머릿속으로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어…. 없는 것 같아…. 유민아….”

“그래? 일단 써보고 혹시나 부족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줘.”

“그래…. 고마워…. 유민아.”

유진은 처음에는 유민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너무나 어색했지만, 자신과 이름이 비슷하기도 했고 왠지 부를수록 친근하고 정이 가는 듯한 기분이라 계속 부르게 되었다.

정리를 마친 유민은 이제 로 돌아가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유민의 그런 행동으로 유민이 돌아갈 것을 눈치챈 유진이 바로 유민에게 말했다.

“왜? 유민아. 돌아가게?”

“응. 이제 정리도 끝났으니 가야지.”

“그래? 뭐 그렇게 급하게 돌아가지 않아도….”

유진은 왠지 유민을 보내기가 싫었다.

뭔가 둘이서 재미난 대화를 쉴 새 없이 주고받는 것은 아니었지만, 유진은 그저 유민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기분이었다.

“하하…. 어차피 곧 다시 만날 건데 뭐….”

“곧…. 다시 만난다고?”

“그래…. 곧 점심이니 다시 식사 가져와야지.”

“그렇구나. 알았어…. 매번 나 때문에 수고가 많네…. 그럼 가봐. 유민아…. 조금 있다 다시 봐.”

“그래. 유진아.”

유진은 철문이 닫혀서 유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니 유민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된 이후로도 한동안 멍하니 철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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