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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2화 〉 242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242/348)

〈 242화 〉 242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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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유진은 유민에게 심심하니 대화에 어울려달라고 말했지만, 일단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느라 입을 열 틈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배가 차오른 유진은 조금 전 알이 통통한 새우의 껍질을 벗기느라 살짝 더럽혀진 손가락을 입술로 쪽쪽 빨며 유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니…. 우리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았네요?”

물론 유민은 유진의 이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유진 또한 를 통해 천사에게 유민의 이름을 들었으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아는 것과 서로의 입을 통해서 직접 말하는 통성명은 의미가 전혀 달랐다.

“제 이름은 이유민이에요.”

“네. 전 오유진이라고 해요.”

유진은 식사하다 문득 떠올라 즉흥적으로 유민에게 이름을 물어보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자신이 지금 너무나 무모할 정도로 편하게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잘 모르는 남자를 한 침대 옆에 앉혀두고 정신없이 식사한 것도 그렇고, 지금 손가락을 쪽쪽 거리며 그 남자에게 질문한 것도 그랬다.

평소의 유진이라면, 특히 그리 친하지 않은 또래 이성을 앞에 둔 유진이라면 절대 할 리가 없는 행동들이었다.

유진은 뒤늦게 부끄러워지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유진은 자신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유민에게 보이는 것이 더욱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 음식을 먹으려 했다.

하지만 유진의 배는 이미 찼고 유민과 대화를 시작했으니 다시 음식을 먹을 상황도 아니게 되었다.

유진은 하는 수 없이 음식을 먹는 것도, 그리고 자신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유민에게 숨기는 것도 포기하기로 했다.

사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데 고개를 숙인다고 완전히 안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유진은 일단 고개는 그대로 숙인 채 최대한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면서 자신이 당황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 당당한 목소리를 가장해 유민에게 다시 질문을 건넸다.

“유민…씨는 나이가 어떻게 돼요?”

“저…. 올해로 24살이에요.”

“어머? 저랑 동갑이네요?”

유진은 유민이 자신과 동갑이라는 사실이 반가운 한편, 상당히 의외이기도 했다. 유진은 유민이 자신보다 오빠라고 생각했었다.

유민의 얼굴이 겉늙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왠지 굴곡 있는 인생을 슬기롭게 헤쳐나왔을 것만 같은 진중함과 책임감이 있는 얼굴이 성숙해 보여서였다.

유진은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자신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겨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유민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유진은 에서 남들은 쉽게 대하지 못하는 대단한 권력가인 철민을 당당한 모습을 대하는 유민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유진은 지금의 유민에게서는 그 당시에 느꼈던 당당함이 손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유진은 자신의 아담한 체형과 작은 키가 남들에게 포스를 느끼게 하기는커녕 마냥 귀엽게만 보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유진은 얼굴까지 동안이라서 또래는 물론 연하들에게까지도 귀여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다들 너무나 귀엽다, 귀엽다, 연신 칭찬을 해댔지만, 유진은 그런 칭찬마저 자신을 얕보고 놀리는 것은 아닐까 의심했었다.

따라서 유진은 자신의 아담한 체형과 작은 키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진은 어릴 때부터 키가 늘씬하고 가슴도 큰 글래머러스하고 섹시한 여성이 멋져 보여서 자신도 그렇게 되길 꿈꾸었다.

그래서 유진은 남들이 자신과 시선도 잘 마주치지 못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언니나 누나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싶었다.

물론 성장이 완전히 멈춘 지금에 와서는 이미 꿈도 희망도 없게 되었지만….

아무튼, 그런 유진이다 보니 지금처럼 유민이 자신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상당히 의외였다. 유진으로서는 그리 경험해 보지 못한 상대의 반응이었기 때문이었다.

유민이 원래 그런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유진은 이미 평범한 사람이라면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다소 기가 죽을 수밖에 없는 철민을 당당한 모습으로 전혀 꿀리지 않고 대하는 유민의 참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니 유진은 더욱 자신을 대하는 유민의 태도가 이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혹시…. 저를 이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유진이 생각하기에 이유라면 그거 하나뿐이었다. 유진은 유민에게 물어보면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유진은 전혀 사실이 아니긴 하지만,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이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유진을 아는 사람은 그 나쁜 소문까지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고, 그 나쁜 소문을 진실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게 있었다.

유진은 혹시나 유민이 자신을 안다면? 그리고 그 나쁜 소문까지도 알고 있다면? 그리 생각하자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유진은 연예계를 떠나 있는 몇 년의 세월 동안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은 잊고 살았다.

그러면서 유진은 차츰 그 나쁜 소문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사실만 아니면 그만이지라며 자기 위로를 했다.

하지만 유진은 지금, 왠지 유민이 그 나쁜 소문을 모르길 바랐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가지지 않기를 기도했다.

“네. 알고 있었어요. 저 사실…. 유진씨의 오랜 팬이라서….”

유민의 입에서 나온 예상치 못한 말에 유진은 너무나도 놀랐다.

그저 유민이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만 모르길 바랐던 유진으로서는 상당히 의표를 찔렀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 뒤로 유민은 자신이 유진의 팬이 된 과정을 유진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소식.

하지만 그 슬픔에 깊게 잠길 여유도 없이 여동생을 책임진 가장으로서 바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시작된 고된 나날들.

게다가 대학생, 그것도 명문대 학생으로서 학업에도 동시에 매진해야 하니 그 고단함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던 때에 접하게 된 유진의 데뷔작이자 마지막 작품이 되어버린 라는 영화.

힘든 나날을 보내던 유민에게는 너무나도 큰 힘이 되어주었던 영화였고, 당연히 유민이 그 영화의 여주인공인 유진의 팬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어느 정도 길다면 길 수도 있는 유민의 이야기였지만, 그것을 듣고 있는 유진은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아니…. 어찌 지루함을 느낄 수 있겠는가?

유진은 데뷔하자마자 스타의 자리에 오르며 너무나 바쁜 나날을 보낸 나머지 자신의 높은 인기를 실감할 틈이 전혀 없었다.

소위 말해서 팬들과 소통하며 팬들의 사랑을 느낄 틈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다 유진은 안 좋은 사건과 나쁜 소문으로 인해 연예계를 타의 반 자의 반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 뒤로도 유진은 아예 외부와 의식적으로 차단된 생활을 이어왔으니 팬이라는 존재를 아예 모르고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유진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한 팬을 만났다. 유진으로서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신기한 일이었다.

그것도 영화 재미있게 봤어요, 정도의 단순한 팬이 아닌 그 영화를 통해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상당한 위로를 받았다는 찐 팬이었다.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민의 불쌍한 처지가 안쓰러워서였을까? 아니면 처음으로 만난 팬에게 감격해서였을까? 아니면 유민이 말하는 인생 드라마가 감동적이어서였을까?

아니다. 그 모두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유진에게 애달픔과 기쁨과 감동을 모두 선사해주었다.

유민은 갑자기 울기 시작한 유진에 당황하며 얼른 주머니 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유진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러다 유민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유진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 손수건은 아침 식사 전 운동으로 흘린 땀을 닦았던 손수건이었다.

유민은 너무나 민망한 나머지 은근슬쩍 유진의 얼굴에서 손수건을 떼어냈다.

그러자 오히려 유진이 손을 뻗어와 유민의 손수건이 아닌 손수건을 잡은 유민의 손을 잡고 자신의 눈물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물론 유진에게 손수건에서 풍기는 유민의 진한 땀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진은 왠지 그 냄새를 맡으니 가슴이 포근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 전혀 싫지 않았다.

과거사를 밝힌 유민도 그렇고, 갑자기 눈물을 흘린 유진도 그렇고 서로가 서로에게 쑥스러워지며 잠시 둘 사이에서 침묵이 내려앉았다.

유민은 길게 이어지는 지금의 침묵이 어색해 뭔가 대화 주제를 찾아보려 했지만, 그게 그리 쉽지가 않았다.

“식사…. 다 했으면 이제 치울까요?”

유민은 이런 말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네…. 그래요….”

그리고 유진 또한 그런 유민이 정말 못마땅했다.

이럴 때는 남자가 나서서 뭔가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 가령 어깨를 살며시 껴안아 준다든가…. 뭐 그런….

유진에게서 식판을 건네받은 유민은 잠시 망설이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유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쉬고 있어요.”

“……네.”

유민은 철문을 향해 걸어가더니 곧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후 다시 철문을 닫았다. 그렇게 유민은 완전히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유진은 이미 유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철문을 지긋이 째려보며 한 마디 분통을 터트렸다.

“흥! 겁쟁이….”

한편, 로 다시 돌아온 유민은 주방에 식판을 놓아두고 곧장 휴게실로 향했다. 물론 목적지는 휴게실에 있는 자판기였다.

유진은 소속이 아니다 보니 소속 참가자만이 받는 특권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당연히 내부에 설치된 자판기를 이용할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주일마다 받는 포인트 역시 받을 수 없다.

따라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유진의 현재 포인트는 제로였다.

유민은 자판기에서 이것저것 물품들을 사기 시작했다.

유진과 유진이 머무는 방에는 딱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서 살 것이 제법 많았다.

유민은 3성급 마스터로서 일반적인 캠프 참가자가 일주일마다 받는 100포인트의 네 배에 해당하는 400포인트를 받는다.

그밖에도 1라운드를 모두 승리하며 받은 승점과 보너스 승점까지 더하면 200점이나 되었다. 승점을 포인트로 환산하면 100배이니 2만 포인트가 되는 셈이었다.

다시 말해 유민은 포인트 부자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유민은 일행들과 회포를 풀기 위해서 가끔 술을 살 때나 일행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서 쓰는 포인트 외에는 차곡차곡 모으며 절대 낭비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사회에서부터 여동생을 책임져야 할 가정으로서 알뜰살뜰하게 살아왔던 유민이 애초에 낭비 같은 것을 할 리가 없었다.

유민은 낙원에서 포인트라는 제도가 생긴 이후로 지금, 하루 포인트 사용 최고 기록을 경신하게 되었다.

하지만, 쓸데없이 충동구매로 산 물품은 하나도 없었다.

일행들이 비교적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하나 장만해 나갔던 생필품들을 한 번에 사니 한순간에 대량의 포인트가 날아갔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 봐야 유민이 보유한 포인트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정도에 불과했다. 전혀 타격이 될 포인트는 아니었다.

가령 지금 포인트 소모로 인해 유민의 승급이 늦춰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전 전의 자판기에서는 부피가 작은 물품을 제외하고는 자판기에서 직접 구매가 되는 것이 아닌 각자의 방으로 배달되었었다.

하지만 에서는 아무리 부피가 큰 물품이라도 자판기에서 구매하는 즉시 자판기 근처에 마련된 소형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바로 배달이 된다.

그렇다 보니 엘리베이터 앞에는 유민이 산 물품들이 수북하게 쌓였다.

유민은 자신이 구매한 물품들을 다시 하나하나 살펴보며 뭐가 빠졌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다만, 남성과 여성이 쓰는 생필품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유민이 보기에는 뭐가 빠졌는지 쉽게 확인이 어려웠다.

“보자…. 뭘 더 사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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