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1화 〉 241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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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부풀려진 거짓 기사로 인해 기사에 오른 대상이 평생직장을 잃거나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 등의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되더라도 그 기사를 쓴 기자나 그 기자가 소속된 매스컴이 피해를 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모든 자유에는 그에 대한 의무나 책임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자유는 그저 난동에 불과해진다.
그와 비슷하게 우리나라는 언론의 자유가 지나치게 보장된 것에 비해 그에 따른 의무나 책임을 지울 관련 법안은 전혀 마련되지 않는 실정이다.
새롭게 만들어지고 자주 쓰이고 있는 신조어로 기레기라는 단어가 있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합성어로 검증되지 않은 자료를 사용한 질 낮은 기사를 주로 쓰며 돈을 버는 기자들을 비꼬기 위해서 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사정상 그런 기레기들이 설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었다.
누구보다 기레기들을 막아줘야 할 정치인 중 일부는 자신의 비리를 감추려는 목적으로 국민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기 위해, 혹은 정치적인 적을 날조하기 위해서 오히려 기레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어쩌면 국가가 나서서 국가를 좀먹는 기레기를 양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괜히 우리나라가 일부 특수한 정세의 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 중에서 매번 언론 정확도 최하위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는 게 아니었다.
이런 기레기들의 작태는 다른 정직한 기자들에게도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피해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어떤 기자는 위험 지역을 넘나들며, 또 어떤 기자는 몇 달에 걸쳐서 힘겹게 모은 사실 자료를 바탕으로 어렵게 기사를 썼는데 찌라시나 다름없는 기레기들이 쓴 기사가 오히려 조회 수나 화제성에서 앞선다면 과연 무슨 의욕이 날까?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차라리 나도…. 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게 되지는 않았을까?
은영도 기자 생활 처음부터 지금과 같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노력이 보상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며 편한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 결과, 지금의 상태가 되었다.
전반적인 의식의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은 계속해서 은영과 같은 제2, 제3의 기레기들이 새롭게 나타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혜경은 잡지를 책상 위로 강하게 던지듯 내려놓으며 분개를 참지 못했다.
“이 기사는 도대체….”
혜경은 유진에게 영화 오디션을 주선한 당사자이다 보니 유진이 주연으로 발탁되는 과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터무니없는 기사를 접하게 되며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여기도 신고해야겠어.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지.”
혜경은 이미 현중 측에 대한 재판에서 패소하며 한 번 쓴맛을 보았지만, 그래도 소속 연예인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을 참고 있을 수는 없었다.
“대표님….”
혜경과 함께 있던 유진은 억울함, 좌절감, 상실감, 미안함 등의 복합적인 감정으로 인해 몸 둘 바를 몰랐다.
특히 유진을 괴롭히는 감정은 바로 미안함이었다.
물론 유진의 잘못은 아니지만, 유진으로 인해 현재 유진이 소속된 연예 기획사와 기획사의 대표인 혜경은 크게 손해를 보는 중이었다.
재판에서 패소한 것도 패소한 것이지만, 지금 기사로 나왔듯 유진이 정말 성 로비로 영화의 주연 자리를 따낸 것으로 아는 이들이 늘어나며 기획사 대표인 혜경이 그런 일을 주선한 것은 아닐까 하는 소문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소속 연예인이 적은 신생 기획사가 그런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면 회복 불가능의 피해를 보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유진은 자기 하나 손해를 보는 것은 감수할 수 있었지만, 자신을 친딸처럼 자상하게 보살펴 준 혜경마저 피해를 보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대표님…. 저 그냥 연예계 은퇴할까 봐요.”
유진은 영화배우의 일이 너무나도 적성에도 맞고 즐거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연예인으로서 생활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니 유진은 이번 사건을 거치면서 연예인으로서 생활에 몸서리치게 질러버렸다. 대중의 사랑이 달콤한 만큼 그 반대의 시선은 몇 배로 아프게 다가왔다.
유진이 영화배우를 관두려는 이유는 혜경과 소속사를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본인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유진아. 그게 무슨 말이니…. 내가 힘껏 노력해볼 테니 조금만 참아보렴. 언젠가는 대중들도 진실을 알아주는 날이 올 거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는 법이니까….”
글쎄…. 그렇게 형편 좋은 일이 쉽게 일어날까? 정말 그럴 것 같았으면 지금의 상황이 될 리도 없지 않았을까?
유진은 혜경이 자신을 쉽게 놔주지 않을 거란 사실을 직감했다.
유진은 자신을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위하기 때문에 혜경이 그런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터라 오히려 더욱 연예계 생활을 접기로 했다.
다만, 곧이곧대로 말해봐야 혜경이 순순히 수긍해 줄 리가 없으니 유진은 조금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유진은 자신을 너무나 아껴주고 위해주는 혜경에게 거짓말을 하려니 마음이 아팠지만, 혜경과 소속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대표님…. 그럼 잠시만 쉬는 건 안 될까요? 어차피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일이 들어올 리도 없잖아요?”
물론, 혜경은 다시 유진을 말리려 했지만, 유진은 자신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게 이번에는 제법 강경하게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혜경도 두 손을 들며 유진의 제안을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
“그래…. 잠시 쉬고 있으렴. 다만 오래 쉬지는 않을 거야.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네. 대표님….”
“잠시 쉬는 동안 정비한다고 편히 생각해…. 원래 영화배우는 아무런 사건 사고가 없어도 1~2년 휴식기를 가지기도 하니까….”
“네. 대표님.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항상 건강 챙기세요….”
유진은 그렇게 자의 반, 타의 반에 의해서 연예계를 떠나게 되었다.
그럼 유진이 연예계를 떠났으니 이제 홀가분해졌나 하면 전혀 그렇지도 않았다. 유진의 첫 주연 영화가 너무나 대박을 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었다.
유진이 어디를 가든 유진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저 알아보는 것만이라면 큰 상관이 없겠지만, 유진에 대한 안 좋은 소문까지도 뒤따라 온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유진은 집에서 두문불출하게 되었다.
유진의 부모들도 유진의 상황을 잘 아니 그런 유진에 대해서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모들도 유진이 밖으로 나다니며 안 들어도 되는 욕을 듣지 않게끔 안에서 보호하려고 했다.
그렇게 1년에 시간이 더 흘려 혜경은 이제 슬슬 복귀해보지 않겠느냐고 유진에게 넌지시 제의를 해왔다.
유진은 소속사를 떠났지만, 한때 자신의 매너저를 했던 오빠에게 소속사의 상황을 가끔 전해 듣고는 했다.
혜경은 1년 전 일로 상당한 피해를 보았고, 그것을 수습하는 데 1년에 시간이 걸린 듯했다. 아니 아직도 완전히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유진이 무슨 염치로 복귀한다고 말하겠는가? 유진은 그저 혜경에게 조금만 더 쉬겠다는 말로 은근슬쩍 거절의 뜻을 밝혔다.
그러는 사이에 다시 1년이 흘렀고, 또 다시 1년이 흘렀다.
유진은 여전히 연예계로의 복귀를 하지 않았고, 집 밖을 나가지 않는 집순이로 지냈다. 그렇다고 유진이 폐인처럼 지낸 것은 절대 아니었다.
유진은 오히려 집에서 부모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나쁜 것을 전혀 접하지 않게 되며 예전의 활달한 성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유진은 어머니에게 요리를 시작으로 집안일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신부 수업이었다.
유진은 왠지 신부 수업이 적성에 맞고 재미있었다. 유진은 그렇게 누가 될지는 모를 미래의 남편을 위해서 매일 매일을 열심히 살았다.
“내가 이렇게 신부 수업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내 남편이 될 사람은 복 받은 줄 알아야 해….”
그리던 어느 날…. 유진은 낙원으로 납치되었다.
유민은 유진에 대한 기나긴 자료를 모두 읽은 뒤에 일단 자료를 침대 위에 내려놓고 잠시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유민은 자료를 읽는 내내 계속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혼자서 분통을 터트린 바람에 이제는 기진맥진 상태가 되어있었다.
유민은 유진의 자료에서 자주 이름이 언급되었던 세 명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모두 다 최근에 본 얼굴들이라 떠올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바로 유진의 영화배우 선배들인 현중, 규리 그리고 유진에 대한 안 좋은 거짓 기사를 쓴 은영이었다.
유진에 관련된 인물 중 이렇게 세 명이나 낙원에 있다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유민은 자신이 직접 당한 일도 아닌데, 어쩐지 자신이 직접 당한 것보다 더욱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유민은 그 세 명에게 어떻게든 자신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고자 다짐했다.
“휴~”
유민은 잠시 심호흡을 하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유민은 지금 이렇게 열이 받은 상태가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좋지 않은 일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는 최고의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도 있었다. 바로 유진 개인에 관련된 일이었다.
유진은 몇 가지 안 좋은 일들에 휘말리며 상당히 마음고생이 심했겠지만, 그에 비하면 전혀 비뚤어지지 않았다. 아니 상당히 착하고 순한 쪽에 속했다.
다시 말해, 유진은 일행으로서 받아들이기에 전혀 하자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다고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진이 아직 소속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유민은 왜 유진이 에 가입하지 않았는지 직접 물어보진 않았지만, 그 이유는 듣지 않아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따라서 유민은 유진에게 가입을 강요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유민이 유진에 대해서는 을 쓰지 않겠다고 말하며 설득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었다.
아니 유민은 오히려 유진이 에 가입함으로써 자신이 여러 여성 일행들과 을 통해서 유사 섹스를 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 왠지 부끄러웠다.
게다가 유진이 그런 유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어차피 유진이 지금 머무는 의 방도 그리 나쁘진 않다. 그리고 유민이 가끔 챙겨주기까지 하면 사는 데는 전혀 불편함이 없을 터이다.
다음 날, 유민은 일행들과의 아침 식사 자리에서 유진에 대한 설명과 아울려 자신의 결정을 밝혔다.
일행들은 유민 정도는 아니지만, 유진에 관련된 일들을 들으며 모두 분개했다. 그리고 유진이 일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성품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안도했다.
일행들은 유진에 관련된 모든 사정을 알게 되며 유민의 결정에도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여성 일행 중 일부, 아니 가영은 유진이 로 오지 않게 되었음을 알고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제 처음 시작된 일이긴 하지만, 이제 일행들이 식사 전에 십시일반으로 유진의 몫을 따로 챙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유민은 오늘도 조금 빠른 식사를 끝낸 뒤에 유진 몫의 음식을 식지 않는 상태에서 전달하기 위해서 빠른 걸음으로 유진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똑똑!
“저기…. 들어갈게요.”
유민은 철문을 노크함과 동시에 유진에게 들어가도 되는지 양해를 구했다. 그러자 곧 안에서 유진의 다소 음색이 높은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들어와요.”
유민은 곧 철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침대에 살포시 걸터앉은 유진이 유민이 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시…. 식사 가져왔어요.”
유민은 자신을 너무나 빤히 쳐다보는 유진의 눈빛에 왠지 쑥스러워서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오늘도 고마워요.”
유민은 유진에게 식판을 건네주었다. 어제와 다르게 오늘은 양 조절을 한 만큼 식판 위로 요리가 수북이 쌓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식사하고 있어요. 전 잠시 뒤에 다시 올게요.”
“…어디 가려고요?”
“아니…. 그게 식사하는 걸 보고 있으면 밥이 잘 안 넘어갈까 봐….”
“아니에요…. 시간 괜찮으면…. 심심한데 말 상대라도 좀 해주면 안 될까요? 부탁할게요.”
부탁이라니…. 그런 부탁은 오히려 유민이 유진에게 간절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 그럴게요.”
아직 유진의 방에는 침대 외에는 앉을 곳이 없었다.
유민은 하는 수 없이 유진에게서 조금 떨어져 침대 위에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앉았다.
유민이 아무리 유진에게서 떨어져 앉았다고 하지만, 한 침대에 나란히 앉아 있다는 상황임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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