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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5화 〉 235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235/348)

〈 235화 〉 235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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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유민은 유진의 방을 나와서도 잠시 방 밖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유민은 철문의 구멍 틈새로 침대에 누워있는 유진을 훔쳐보다가 이내 잠이 드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다시 방으로 들어가 전등을 꺼주었다.

의 방은 유민이 처음 낙원에 왔을 때 이용했던 방과 다르게 처럼 전등을 켜고 끌 수 있었다.

그게 뭔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등의 온­오프(On­Off)가 임의로 된다는 것은 엄청나게 필수적이고 중요한 기능이었다.

특히 하루 24시간 내내 전등이 켜져 있는 에서 생활했던 유진에게는 정말로 간절하게 원하던 기능이었을 것이다.

물론, 잠이 들어버린 유진으로서는 알 수가 없겠지만….

아니 그런 것도 아닌 게 유민은 어둠 속에서도 잠이 든 유진의 표정이 한결 편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유민은 다시 방 밖으로 나간 뒤에 소리가 나서 유진이 깨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레 철문을 닫은 후 로 향했다.

유민은 딱히 유진의 방은 아름의 방처럼 잠금 설정으로 하지 않았다. 방에서 나와봐야 갈 곳은 아무것도 없는 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분 문제였다.

그리고 밀폐된 의 방보다는 같은 밀실이긴 하지만, 드넓은 쪽이 마음이 다소 편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정든(?) 장소이기도 하고….

유민도 매일 주변을 크게 돌아 달리면서 기분 전환 겸 운동을 하니까 말이다.

솔직히 아름의 방도 굳이 잠금으로 할 필요는 없었다.

일단 아름이 나와봐야 로는 진입할 수 없고, 연약해 보이는 아름이 일행들에게 뭔가 해코지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다만 유민 스스로 정한 규칙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었다.

유민은 일행이 아닌 참가자가 근처에서 머물면서 마음대로 돌아다닌다는 것이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유민이 에 도착하자 의 결과를 알고 싶어하는 일행들이 모두 식당에 모여 있었다.

유민은 유진을 사자마자 바로 의 방으로 안내했던 만큼 아직 일행들은 의 결과를 모르는 상태였다.

“유민아. 어떻게 됐니?”

“별다른 문제 없이 잘 풀렸어요. 지금 유진…씨를 의 방에 배웅해주고 오는 길이에요.”

유민은 수지의 질문에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가장 걱정이 많았던 정호나 서현을 비롯한 다른 일행들도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만, 가영만은 안도 반, 다소의 불안함 반의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가영은 유민이 처음으로 자신의 오빠가 되어준 그 순간부터 항상, 언제까지고 유민이 자신의 오빠로만 남아주길 바랐다.

가영의 마음은 그랬지만, 가영의 바람과는 다르게 낙원으로 오게 되며 막강한 경쟁자이자 연적이 하나둘씩 연이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영이 봐도 다들 예쁘고 착한 언니들이라서 오빠에게 불평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시누이의 심정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막강한 경쟁자가 또 한 명 늘어났다.

가영은 유민이 매일 유진과 수빈의 팬 카페를 방문하는 것을 인터넷 검색 기록을 통해서 파악하고 있었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뒤늦게 시작한 일에 재미를 알게 되며 더욱 열중하게 된다는 의미의 속담이다.

평소 연예인에게 관심이 없고 덕질도 할 줄 모르던 유민이 뒤늦게 빠진 연예인 팬 활동, 그것도 이렇게 지루한 낙원에서라면 더욱 깊게 빠져들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가영의 심정이 편하기만 하긴 힘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유민을 닮아 마음이 착한 가영 역시 유진을 상대 진영에서 구해준 것만은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가영은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가영은 혼자서 상상해보았다. 만약 자신이 유진의 처지가 되어서 유민에게 구원받는 상상을….

가영이라면 단숨에 유민에게 사랑에 빠질 자신이 있었다. 유민에 대한 좋은 선입견을 제외하고 첫 만남이라도 반드시 그럴 것 같았다.

그러면서 가영은 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지금쯤 두 무릎을 껴안고 침대에 앉아서 유민을 떠올리며 가슴을 콩닥콩닥하고 있을 유진을….

가영이 그렇게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동안 유민과 다른 일행들의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가 되었다.

아니, 사실 마무리고 뭐고 할 것도 없었다.

앞으로 유진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일단 유진에 대한 개인정보가 나오기 전까지는 섣불리 할 수 없었다.

물론 유민은 에 도착한 후, 일행들을 만나기 위해서 식당으로 향하기 전에 천사를 만나서 유진에 대한 개인정보를 의뢰해 둔 상태였다.

유민은 그 결과를 보고, 만에 하나라도 유진이 일행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성품의 소유자라면 과감하게 쳐낼 생각이었다.

유민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일행들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일행들을 이끄는 마스터로서 나쁜 선례를 만들 수도 없었다.

그리 긴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지만, PM 3시에 진행되는 미션을 끝낸 뒤에 까지 했으니 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 있었다.

항상 그렇듯 일행들은 요리 운반용 소형 엘리베이터에서 식사를 받아들고 각자의 정해진 자리로 이동했다.

일행들은 누군가가 임의대로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끔 다소의 자리 변경이 이루어지긴 하지만 대체로 비슷한 자리에 앉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었다.

딱 하나, 절대 변하지 않는 자리는 유민의 옆자리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가영이 차지한다는 것 정도일까?

모두 자기 몫의 식사를 받아서 식탁에 앉은 뒤에 서현이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유민아…. 유진이라는 사람은 지금까지 매일 식수 한 병과 빵 하나로 지냈을 텐데…. 내 몫을 좀 나눠줘도 되니?”

유민은 역시 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민은 사회에 있을 때, 정호­서현의 옆집에 살면서 서현에게 기본 반찬에서부터 각종 음식까지 매번 챙김을 받았다. 물론 정호에게도 각종 생필품이나 옷가지들을 많이 물려받았다.

서현은 그렇게 항상 음식을 나눠줄 때마다 부담스러워할 유민을 생각해서 너무 많이 해서 남편이랑 둘이 먹기는 남을 것 같아서…. 라는 핑계를 댔다.

유민은 그때 추억이 떠오르며 왠지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원에서는 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참가자들 사이에서 포인트를 직접 건네줄 수는 없지만, 포인트로 산 물품을 양도하는 것은 가능하다.

물론 지금의 요리는 포인트로 직접 구매한 것은 아니지만, 포인트를 이용해 구매한 특권이니 비슷한 처리가 가능했다.

“네. 가능해요…. 그럼 저도 나눠줄게요.”

사실 유민은 서현이 먼저 나서서 말을 꺼내긴 했지만, 서현이 떠올렸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직 유진에 대한 확실한 대우가 결정 나지 않은 상태에서 유민이 먼저 나서기가 곤란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서현이 이렇게 알아서 나서주니 유민으로서는 서현이 너무나 고마웠다. 아니…. 유민이 고마워할 존재는 서현만이 아니었다.

서현이 새로운 식판을 준비해 자기 몫의 일부를 덜어내자, 나머지 일행들도 모두 나서서 십시일반(??一?) 캠페인에 참여했다.

일부…. 라기보다는 약 한 명의 여성 일행은 자기가 싫어하는 채소 위주로 옮겨 담고 있긴 했지만….

“…민서. 뭐하니? 그럴 거면 차라리 옮겨 담지 마.”

“아~ 죄송해요. 지원 언니….”

어쨌든 기존에 1인분으로 나온 양보다, 옮겨 담아서 만들어낸 식사량이 더 많아졌다.

“유민이도 그렇고 남자분들은 옮겨 담지 마세요. 이것만 해도 다 못 먹을 것 같네요.”

수지가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1인분의 식사량을 보며 말했다.

유민으로서는 자신의 식사를 유진에게 넘기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수지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물론, 오랫동안 굶주렸던 유진은 이렇게 많은 양의 식사라도 다 먹어 치울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양 조절을 해서 건네줄 필요가 있었다.

유민은 빠르게 식사를 마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소 유민은 먼저 식사를 끝내도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며 느긋하게 앉아 있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배를 곪고 있을 유진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었다.

“저 먼저 일어날게요.”

“그래. 유민아. 식기 전에 얼른 가져다주는 게 좋겠지….”

유민은 음식이 수북이 담긴 식판을 들고 음식이 흔들리지 않을 최대한의 빠른 발걸음으로 유진의 방으로 향했다.

한편 유민이 막 식판을 들고 유진의 방으로 향하던 그 시간, 유진은 달콤한 낮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유진이 처음 눈을 뜨며 생각한 것은 “어둡다”였다.

원래 어둠은 두려움과 불안함을 느끼게도 하지만,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유진은 겨우 몇 시간뿐이 지내지 않은 이 공간에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그런 마이너스 감정보다는 플러스 감정 쪽을 훨씬 크게 느꼈다.

항상 밝게 켜진 전등 밑에서 생활해온 유진으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유진은 천장 저 멀리 손이 닿지 않은 전등을 바라보며 저주를 퍼부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무리 의 방에 전등을 끈다고 해도 로 연결된 복도가 그리 깊지 않다 보니 은은한 빛은 새어 들어와 시야를 확보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니 딱 좋은 밝기라고 할 수도 있었다.

유진은 침대에서 일어나 벽면에 있는 스위치를 눌러 방 안의 전등을 켰다. 어둠에 익숙해져 있던 두 눈은 갑작스러운 전등 빛에 다소 아픔을 느꼈다.

24시간 내내 밝은 에서 시계도 없이 생활하다 보면 점점 시간 감각이 희미해져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진도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는 생활을 잊은 지 오래였다.

그저 졸리면 자고 잠에서 깨어나면 벽에 등을 기댄 채 넋을 놓고 앉아 있을 때가 태반이었다.

뭔가 활력이 넘치는 활동 같은 것은 절대 무리였다. 하루 식수 한 병, 빵 하나로 보충할 수 있는 에너지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유진은 일단 눈을 뜨긴 했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아니 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낙원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있던 유진의 머릿속에서는 이내 유민의 얼굴이 떠올랐다.

가장 최근에 만난 사람이기도 하고, 강한 인상이 남은 사람이다 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언제 다시 찾아와 주려나?’

유진은 스스로 떠올린 생각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낙원에는 마스터 권한이라는, 상대에게 성적인 행동을 강요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그리고 유민은 이곳의 마스터이니 당연히 그 특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유진은 이전 철민 진영 소속일 때, 그 특권에 당하기 싫어서 에서의 힘든 나날을 견디어냈다.

그런데 지금 그런 특권을 가진 마스터인 유민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유진 스스로 생각해도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유진은 아직 가입 전이니 유민이 뭔가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이 다소 바뀌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임은 분명했다.

‘내가 많이 지쳤나?’

유진은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나도 나약해진 마음가짐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말 그대로 유진은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육체적으로도 지쳤지만, 정신적으로는 더욱 지쳤다.

에서의 힘겨운 나날들은 서서히 심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중노동을 하는 노역소의 노예였다면, 피곤함에 지쳐서 쓸데없는 잡념을 가질 여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고 할 것도 없는, 그렇다고 체력까지 부족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잡념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유진이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외로움이었다.

물론 에는 유진을 제외한 다른 여성 참가자들도 몇 명 있었지만, 왠지 사람을 불신하게 만드는 이곳에서 함부로 접근해서 먼저 말을 걸 용기가 나지 않았다.

유진만이 아니라 다른 여성 참가자들도 비슷한 생각인지 각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따로 생활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둘이 모여서 생활하는 것은 아마도 자매로 보이는 나은, 소은 두 명의 여성 참가자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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