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4화 〉 234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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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유민을 너무나 쉽게 본 철민의 예상과는 다르게 돌아온 유민의 반응은 기대한 것과 전혀 달랐다.
“아저씨…. 아니 할아버지인가? 왜 초면부터 반말을 지껄입니까? 나도 같이 반말해 줄까? 그게 싫으면 일단 서로 존중하시죠. 지금 이 자리는 취업 준비생과 전 대기업 총수가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 양쪽 진영을 대표하는 마스터가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것을 착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유민의 반응이 평소 유민의 상냥하고 유한 성격을 생각하면 상당히 까칠하고 공격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민은 이미 철민의 정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철민은 바로 희대의 갑질 망나니이자 유민의 고교 시절 트라우마의 주범이자 동창인 장우혁을 키워낸 집안의 우두머리가 아닌가?
물론 그 장우혁은 이미 낙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유민의 안 좋았던 기억들이 모두 잊힌 것은 아니었다.
“아니…. 그래도 자네는 나보다 한참 어린…. 손자뻘이지 않나?”
“그렇게 늙은이 대우를 받고 싶으시면 실버타운이라도 들어가시죠? 여긴 실버타운이 아닌 낙원입니다만?”
철민은 그래도 마지막 저항을 해보려 했지만, 그마저도 유민에게 무참하게 짓밟혔다.
유민은 앉아 있던 의자에서 몸을 살짝 일으키며 철민에게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그렇게 저랑 대화하는 게 불편하시다면 전 이만 일어서죠.”
물론 이건 유민의 뻥카였다. 유민으로서는 오유진의 존재가 있는 한 이번 를 포기할 수 없었다.
다만, 유민은 철민이 어쭙잖게 기선 제압을 하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을 보며 역으로 공세를 펼친 것이었다.
철민으로서는 유민의 속마음을 알 수가 없고, 또 지금 시점에서 더 아쉬운 것은 본인이다 보니 유민의 뻥카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
“어…. 흠…. 아닙니다. 제가 초면에 실수했습니다. 다시 앉으시죠….”
철민은 유민이 너무나도 강하게 나오자 움찔하며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유민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 정말 유민이 돌아가 버린다면 너무나도 곤란해진다.
‘건방진 녀석. 여기서 나가게 되면 사회에서 철저하게 매장해주지. 너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모두. 그때 가서 후회해도 소용없을 거다…. 아니지. 가족 중에 괜찮은 여자가 있으면 모조리 범해주지. 네 눈앞에서….’
철민은 마음속으로는 유민에 대해 이를 갈며 저주를 퍼부었지만, 당연히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일단 초반의 헤프닝과 같은 서로의 소개가 지나가고 이제 본격적인 가 시작되었다.
천사의 신호로 통합 미션룸 밖에서 대기 중이던 철민 진영의 참가자 판매 리스트의 A등급을 제외한 참가자가 통합 미션룸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우선 남성 참가자들이 우르르 들어섰고, 그다음으로 C등급 참가자인 여성 참가자들이 들어섰다.
마지막으로 B등급 참가자인 희정, 상아, 유진, 나은 소은까지 들어서며 철민 진영의 판매가 가능한 모든 참가자가 들어서게 되었다.
유민의 눈이 빠르게 유진을 확인했다. 상당히 초췌해져 있었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유민은 유진의 발견하며 너무나 반가웠지만, 그 기운 없는 표정과 모습을 보면서는 얼마나 고생이 심했을지 생각하니 가슴이 아련하게 아프기도 했다.
그 순간 유민은 유진을 꼭 구매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다만 유민은 굳이 그런 티는 내지 않고 다른 참가자들도 한 번씩 훑어보았다.
다들 이미 본 적이 있기도 하고, 딱히 유민이 관심을 가질 만한 참가자는 없었다. 단, 처음으로 보게 되는 나은과 소은에게는 왠지 시선이 끌렸다.
물론 유민은 이 둘의 이름은 판매 리스트를 보고 알고 있었지만, 누가 나은이고 누가 소은인지는 몰랐고, 둘이 자매라는 사실도 몰랐다.
다만 손을 꼭 맞잡은 채 붙어 있는 모습과 얼굴이 닮은 것을 보면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둘 중 동생으로 보이는, 가영보다도 어려 보이는 여자는 눈이 불편한지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 감은 두 눈이 유민을 향해 있었다.
유민이 느끼기에 꼭 서로의 눈이 맞은 것만 같았다. 그런 모습은 꼭 자신을 쳐다보며 관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유민은 왠지 이 둘이 신경 쓰였지만, 곧 철민이 말을 걸어와 철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음에 드는 참가자가 있습니까?”
“흠….”
유민은 살짝 말을 아꼈지만, 생각해보니 여기까지 와서 굳이 다시 뻥카를 칠 필요는 없었다.
“저기 오유진을 사도록 하죠.”
“어…. 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물론 승점이 급한 철민은 많은 승점을 확보할수록 좋았지만, 반대로 B등급의, 그것도 한 번도 따먹어본 적이 없는 소속이 아닌 여성 참가자가 팔려나가자 속이 쓰라렸다.
철민의 그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팔리면 아까운 순서대로 등급을 정했으니 상위 등급이 팔려나갈 때 안타까운 심정이 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 밖에는? 또 마음에 드는 참가자가 있습니까?”
드디어 유진을 구매했다…. 아니 구원했다는 것으로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 유민은 이어지는 철민의 말을 들으며 다시 정신이 들었다.
그렇다. 참가자를 한 명 샀다고 해서 가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승점이 있는 한 계속 살 수도 있었다.
다만, 유진을 사게 된 것도 계획에 없던 일이었던 유민은 추가로 계속 참가자를 사며 승점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철민만큼은 아니지만, 마스터 권한과 등급을 올려야만 하는 유민도 승점이 절실했다.
유민은 왠지 저 꼭 붙어 있는 두 명의 여성 참가자가 계속 신경 쓰였지만,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그 생각을 떨쳐내고는 철민에게 대답했다.
“이…. 이제 없습니다.”
“그렇군요….”
철민은 일단 소속 여성 참가자들이 팔려나가는 것은 너무나도 뼈 아팠지만, 그래도 이번 기회를 살려 마스터 권한의 등급이나 캠프 등급을 승급하고 싶은 생각도 없지는 않았다.
물론 철민은 유진을 유민에게 팔면서 승점 50점을 확보했지만, 기존에 마이너스 승점이 있다 보니 마스터 권한 또는 캠프 등급을 1성급에서 2성급으로 승급하기 위한 승점 50점에는 모자랐다.
게다가 만약 딱 50점이 되었다고 해도 다음 미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다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양쪽 진영 마스터의 가 종료되자 천사의 공지가 이어졌다.
[유민 진영의 마스터 이유민이 철민 진영 소속인 참가자 오유진를 구매하였습니다.]
[따라서 참가자 오유진의 소속이 철민 진영에서 유민 진영으로 변경됩니다.]
[단, 참가자 오유진은 소속이 아니었던 만큼, 유민 진영으로 소속이 변경되어도 그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마스터 이유민이 보유한 V.P. 중 +50 V.P.가 마스터 장철민에게로 이전됩니다.]
[이로써 를 종료합니다.]
[모든 참가자는 소속 진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
철민은 천사의 공지가 끝나자 의자에서 일어서며 유민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혹시나 돌아가서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그리고 철민은 뒤로 돌아서서 이곳으로 올 때와는 다르게 유진이 없는 소속 참가자들과 함께 철민 진영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넓은 통합 미션룸에는 유민과 유진, 단둘만이 남게 되었다.
유진은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아니…. 낙원으로 오게 된 이후, 지금까지 당황스럽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지금은 특히나 더 당황스러웠다.
유진은 소속이 아니다 보니 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을 듣지도 못했다.
물론 유진은 천사에게 이동 공지를 들으며 그때 간단한 설명도 함께 들었지만, 당연히 그 설명만으로 지금 상황을 모두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도 유진은 어찌 되었든 자신이 지금 앞에 서 있는 저 남자에게 팔리게 되었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다만, 유진은 곰곰이 생각해보니 딱히 달라질 것도 없었다. 어차피 지금까지의 생활이 그대로 이어질 뿐일 텐데 소속이 바뀐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그럼 갈까요?”
유진은 자신에게 말을 거는 남자를, 남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힐금 올려다보며 살폈다.
유진은 157cm로 키가 작다 보니 대부분 상대와 대화를 나눌 때는 항상 올려다보는 편이었다.
따라서 유진은 지금처럼 눈만 살짝 치켜뜨면서 상대를 몰래 훔쳐보는 것에는 상당히 익숙했다.
아니 사실…. 그건 유진의 생각일 뿐이었고 상대는 모두 유진의 그런 행동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모른척했을 뿐이었다.
아무튼, 유진은 유민의 표정과 분위기를 살피며 상당히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유진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강압적이거나 위협적인 분위기는 전혀 없었고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는 권위나 위엄 같은 것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유진은 오히려 얼굴을 살짝 붉힌 채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있는 유민의 모습을 보며 서로의 처지가 바뀐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유민이 앞장서서 걸었고 그 뒤를 유진이 따랐다.
유진은 철민 진영 소속일 때 에 가입하지 않았으니, 소속이 변경된 지금도 여전히 소속이 아니었다. 따라서 유진의 보금자리(?)는 공중 화장실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였다.
유진은 낙원에 오게 된 이후로, 항상 에서만 생활한 탓에 광장으로 오게 된 것도 오늘이 처음이었다.
유진은 낯선 복도를 지나 눈에 익숙한 에 도착하자, 이제 슬슬 이쯤에서 유민이 발걸음을 멈출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유민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그리고 건물도 지나쳐 반대편 벽으로 향했다.
유진은 에서 생활하는 동안 너무나 지루한 탓에,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물론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이 벽만이 이어져야 할 장소의 일부가 뻥 뚫린 채 다시 복도로 연결되어 있었다.
유민이 발걸음을 멈춘 것은 복도로 들어서 첫 번째 방에 도착했을 때였다.
유진은 갑자기 나타난 육중한 철문을 보며 지금까지 살짝 풀려가던 긴장이 단숨에 치밀어올랐다.
하지만 유민은 여전히 유진을 바라보지 않고 그대로 철문을 밀어서 열었다. 그러자 곧 방 내부의 풍경이 유진의 눈에 들어왔다.
간이 샤워실, 화장실, 침실이 있는 원룸 같은 방이었다. 딱 최소한의 필요한 요소만을 갖춘 단출한 방이었다.
그러나 에서 생활했던 유진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방이었다. 유진이 현재 느끼는 감각으로는 호텔의 스위트룸이나 진배없었다.
“여기는 어디….”
물론 유민이 여기까지 안내했다는 것은 이곳에서 살라는 의미일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예전에 사람들에게 크게 속은 적이 있는 유진은 그리 쉽게 사람을 믿을 수가 없었다.
유진은 혹시나 여기서 사는 대가로 유민이 뭔가를 요구해오지는 않을까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몸이라든가….
“이곳에서 살면 돼요. 혹시 여기가 답답하면 밖으로 자유롭게 나가도 괜찮고요. 편한 대로 하면 돼요.”
“…네 …네?”
“그럼…. 지금까지 많이 힘들었을 테니 푹 쉬어요. 전 이만 가볼게요.”
혼자 남게 된 유진은 다시 당황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유민은 정말 그 말을 끝으로 방을 나가버렸다.
유진은 잠시 멍하니 제 자리에 서 있다가 일단 자기 방(?)이 된 이 작은 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유진은 일단 다 새것이라 깨끗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침대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에서 딱딱한 맨바닥에서 수면을 취해왔던 유진에게 침대의 존재는 무엇보다 반가웠다.
유진은 일단 침대에 살며시 앉아보았다. 당연히 이곳에 있는 침대는 그렇게 질이 좋은 침대는 아니었지만, 유진이 느끼기에는 너무나 포근하고 안락했다.
유진은 그대로 침대에 몸을 눕혀보았다. 침대에 눕는 것만으로도 피로가 싹 풀려나가며 솔솔 잠이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유진은 다시 생각해보았다.
왜 이렇게 좋은 방을 아무런 대가 없이 자기에게 준 걸까? 아니면 당장은 대가를 바라지 않았지만, 다시 찾아와서 몸을 요구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유진이 여기까지 오면서 살펴본 유민의 표정과 모습을 보면 도저히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유진의 머릿속은 그렇게 복잡하게 굴러가고 있었지만, 몸은 너무나도 편안한 침대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유진은 어느새 새근새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유진은 낙원에 온 이후, 처음으로 기분 좋은 꿈까지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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