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화 〉 233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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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화. 2nd. round two. mission two.
철민은 다시 한번 천사를 호출한 이유에 대해서 말했다.
“천사님. 상대 진영과 를 하고 싶습니다.”
[는 양측 마스터의 동의하에서만 이루어지니 일단 유민 진영의 마스터에게 확인해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철민이 다른 이에게 감사를 표현한 게 과연 얼마 만일까? 그것도 아랫사람에 대한 격려가 아닌 동등, 아니 윗사람(?)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마스터 장철민. 에 쓰일 등급은 정하셨나요?]
“네. 정했습니다.”
[그럼 우선 그것부터 알려주세요.]
“네.”
철민은 추종자들과 함께 정한 철민 진영 내의 참가자 등급을 천사에게 하나하나 불러주기 시작했다.
[확인했습니다. 그럼 유민 진영의 마스터에게 마스터 장철민의 제안을 전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 부탁드립니다.”
철민은 마지막 남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천사에게 간절하게 말했다.
미션에서 돌아온 유민은 자신의 오줌과 정액으로 온몸이 더럽혀진 소영을 목욕실에서 씻겨주다가 잠시 동작을 멈췄다.
유민의 왼쪽 손목에 채워진 팔찌에서 희미한 흰색 빛이 깜짝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소영아…. 나머지는 혼자 씻을래?”
“네. 유민 오빠. 지금까지 씻겨주신 것만 해도 감사해요.”
“그래. 난 먼저 나가볼게.”
유민은 탈의실에 벗어둔 옷을 급히 입고 마스터 룸의 침실로 빠른 걸음을 옮겼다. 방금 팔찌에서 깜빡인 흰색 빛이 바로 천사의 호출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팔찌의 이런 옵션은 유민 스스로 업그레이드한 것이 아니었다. 유민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새롭게 추가된 옵션이었다.
유민이 침실로 들어서자 유민이 따로 천사를 부를 새도 없이 천사가 먼저 유민을 불렀다.
[마스터 이유민.]
“네. 천사 누나. 무슨 일이에요?”
[상대 진영 마스터가 를 제안해왔어요. 그리고 지금 벽면에 표시된 것이 바로 상대 진영의 참가자 등급이에요.]
유민은 이번 미션에 승리하며 상대 진영이 이렇게 나올 것을 이미 예상하였다. 마이너스 승점을 해결할 방법이 뿐이니 너무나도 당연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미 를 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유민으로서는 별달리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유민은 일단 상대 진영 참가자의 이름이라도 확인할 겸 벽면에 표시된 등급표를 한 번 살펴보기로 했다.
물론 에 쓰이는 참가자 등급표는 A등급부터 시작하지만, 에서 제외되는 A등급 목록이 상대 진영 마스터에게 보일 리는 없었다. 따라서 첫 시작은 B등급부터였다.
▶ B 등급 (5명) V.P. 50점.
소속 : 권희정. 신상아.
미소속 : 오유진……….
하지만 유민의 눈동자는 가장 상단에 적힌 B등급에서 멈춰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어떤 이름에서 고정되었다.
“…오유진?!”
[참가자 오유진은 철민 진영 소속이지만, 아직 철민 에 가입하지 않은 참가자이군요.]
유민은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에 깜짝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지만, 천사는 자기에게 물어보는 줄 착각한 듯 유진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유민은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아니 정말 그 오유진이란 말인가? 아니면 그저 동명이인일 뿐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훨씬 컸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우연을 낙원에 와서 수도 없이 겪었던 유민으로서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유민은 애써 침착해보려 했지만, 그게 쉽지가 않았다. 심장이 크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상대 진영에서 를 제안해오더라도 칼같이 거절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던 유민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
“천사 누나…. 를 진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일단 양쪽 마스터가 모두 승낙하게 되면 가 성립해요.]
[는 양쪽 진영 참가자가 대면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통합 미션룸에서 진행돼요.]
[판매할 의향이 있는 마스터는 모든 판매할 참가자, 즉 등급 리스트에 올라 있는 모든 참가자를 데리고 통합 미션룸으로 이동해야 해요.]
[그리고 바로 거래가 이루어져요.]
천사는 여기서 기본적인 설명이 끝났는지 잠시 말을 멈췄다.
유민은 일단 여기까지의 설명을 모두 이해했다. 다만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래서 다시 천사에게 물어보았다.
“천사 누나. 제 경우는 판매하지 않을 건데, 저만 참석해야 하는 건가요?”
[네. 판매할 생각이 없다면 마스터만 참석해야 해요.]
[반대로 다른 참가자와 동행하려면 등급 리스트에 오른 모든 참가자와 동행해야 해요. 다만 그럴 경우, 참가자가 상대 진영에 팔려버릴 가능성도 고려해야 해요.]
[사실 는 처음부터 참가자 판매 진영과 참가자 구매 진영이 나뉘는 것이 아니에요.]
[는 양측 마스터가 참가자를 사고팔도록 만들어진 규칙이니까요.]
[따라서 일단 통합 미션룸으로 참가자를 데려갔을 경우, 판매를 거부할 권리가 없어요.]
이건 정말 중요한 이야기였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철민 진영에는 참가자를 구매할 승점이 없으니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보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령, 유민이 철민 진영의 B등급 참가자 하나를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그 즉시 철민 진영에 +50 승점이 생기게 되니 곧바로 유민 진영 참가자 중 하나를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 의미였다.
다시 말해 최악의 경우, 유민 진영의 참가자와 철민 진영의 참가자가 마치 참가자 맞교환 형식으로 서로의 참가자 소속이 바뀔 수도 있었다.
어쨌든, 유민 혼자 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유민은 천사와의 대화를 끝내고 마스터 룸의 침실을 나서 모든 일행을 식당으로 모이게 했다.
“유민아 무슨 일이냐?”
일행들이 다 모인 가운데 정호가 가장 먼저 유민에게 모두를 모이게 한 이유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유민은 조금 말을 꺼내기가 미안하고 난감했다.
사실 를 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유민 진영을 위해서는 더 좋았다.
누구보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유민이 자신의 욕심 때문에 를 하려고 하니 일행들을 보기가 미안해질 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민은 를 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고를 수가 없었다. 유민이 그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마이너스 승점에 대한 마지막 페널티 때문이었다.
진영 소속 참가자 중 한 명의 랜덤 사망. 원래라면 철민 진영의 발목을 잡아끌어야 하는 페널티였지만,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유민의 발목을 잡아끌게 되었다.
아직은 확인된 사실이 아니지만, 만약 참가자 판매 리스트에 나와 있었던 오유진이 진짜 유민이 아는 오유진이라면? 절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유민은 일행들에게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빠짐없이 말했다. 오유진의 팬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유민은 말을 하면서도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점점 더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유민은 이야기를 끝내고 일행들의 표정을 슬그머니 훔쳐보았다. 혹시나 자신을 탓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하지만 일행들의 표정은 큰 변화가 없었다. 평소 유민이 오유진의 팬임을 아는 가영만은 조금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럼 당연히 해야지. ”
“맞아요. 정호 오빠. 그런 일이 있으면 반드시 해야죠.”
정호가 먼저 를 찬성하고 나섰고 그런 정호의 말에 곧바로 수지가 호응했다.
“네. 마스터. 잘 생각하셨습니다.”
“응. 유민아. 꼭 데려오자.”
“연예계에 관심이 전혀 없을 줄 알았던 주인님이 팬이었던 영화배우라니 흥미가 생기네요.”
“흥. 그래 봤자지. 예쁘면 얼마나 예쁘겠어?”
“전 유민 오빠. 결정에 무조건 따를게요.”
이어서 서준, 서현, 지원, 민서, 소영까지도 모두 유민의 결정에 찬성했다. 가영은 딱히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결국, 모든 일행이 찬성했다는 의미였다.
유민은 너무나 고맙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행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은 숨길 수가 없었다.
“죄송해요. 사실 를 하지 않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좋거든요. 그런데 그걸 제 욕심 때문에….”
유민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는 듯 말을 하자 수지가 유민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유민아. 그게 무슨 소리니? 그게 왜 네 욕심이야? 이대로 있으면 상대 진영은 마지막 페널티 때문에 랜덤으로 한 명씩 죽어 나갈지도 모르잖아? 그중에는 분명 선량한 사람도 있을 텐데…. 그걸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옳은 일이니?”
유민은 뭔가 머릿속이 뻔쩍 트이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 유민은 낙원에서 오래 지내며 낙원의 미션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탓에 사고방식마저 다소 굳어버렸다.
유민은 일행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목하에 항상 미션 승리만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다 보니 본질적인 것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션에서 수월하게 승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를 위해서 죄 없는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사회에 있을 때부터 불우한 이웃 돌보기에 관심이 많았던 정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수지 말이 맞는다. 우리의 목숨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을 못 본 척할 수는 없지.”
“맞습니다. 마스터. 마스터가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선량한 사람일 것이 분명합니다.”
“유민아. 우리가 지금은 낙원에서 살면서 피치 못해, 살기 위해 우리 목숨과 상대 목숨을 저울질할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구해주고 싶어.”
서준은 살짝 핀트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어쨌든 유민의 손을 들어주었고, 정호와 비슷한 성격인 서현이 정호와 비슷한 의견을 말했다.
수지는 잡고 있던 유민의 손에 한층 더 힘을 주어 꼭 잡으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만약…. 유민 네가 정말 네 욕심으로 뭔가를 하더라도 여기 있는 그 누구도 널 탓하지는 않을 거야. 유민이 넌 우리를 위해서 그 정도를 해줬고,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
“아니에요. 수지 누나. 그 정도는….”
“뭐가 아니냐? 딱히 말을 하지 않았을 뿐 유민이 네가 1회차 때 우리 몰래 얼마나 고생했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왜 그런 고생을 혼자만 해왔던 거냐?”
정호가 평소의 정호답지 않게 다소 날카로운 목소리로 마치 훈계를 하듯 따끔하게 말했다.
“맞아요. 주인님. 우리를 위해서 위험한 미션에 스스로 뛰어든 적도 많잖아요?”
“그런 건….”
유민은 뭔가 변명을 해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일행들의 압박이 더욱 강해졌다. 결국, 사방에서 밀려두는 압박으로 인해 유민은 변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유민은 일행들에게 다시 감사한 마음을 느꼈고, 일행들도 유민에게 그동안의 감사했던 마음을 모두 전할 수 있어서 기뻤다.
왠지 모르게 유민과 일행들 모두는 한층 더 사이가 돈독해진 느낌이었다.
현재 통합 미션룸의 중앙에는 하나의 사각 테이블과 마주 보는 두 개의 의자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의자 위에는 양쪽 진영의 마스터인 유민과 철민이 각각 앉아 있었다.
“상당히 젊군. 사회에서 뭐하다가 이곳으로 왔나? 직장? 아니면 대학생?”
철민은 상대 진영의 마스터인 유민에 대한 탐색을 천천히 시작했다.
정보는 정말 중요하다. 그 정보를 통해서 상대의 약점을 간파해낼 수도 있고, 설령 약점을 간파하지 못하더라도 파고들 틈은 만들어 낼 수가 있다.
“대학생이었습니다.”
“호. 대학생이라…. 그럼 취업 준비로 상당히 고생 중이었겠군? 요즘 시국이 좋지 못하니 대학을 나와서 바로 취업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잘 보여두면 좋다네. 난 사정 그룹의 회장으로….”
철민은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민을 파고들었다. 낙원에서 나가게 되면 한 자리 마련해 준다고 하면 혹해서 뛰어들 것이다.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것은 아니지 않은가?
철민은 그런 식으로 내의 산전수전 다 겪은 추종자들도 모두 구워삶았던 만큼 애송이에 불과한 유민 정도는 충분히 자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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