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9화 〉 219화. 2nd. round one comple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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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화. 2nd. round one completion.
이로써 유민은 개인 포인트를 제외하고 V.P. 만으로 200점을 보유하게 되었다. 포인트로 환산하면 2만 포인트나 되는 엄청난 V.P.였다.
다만 마스터 권한 또는 캠프의 등급을 3성급에서 4성급으로 올리기 위한 V.P. 300점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둘 중 하나라도 4성급을 보려면 모든 미션에서 승리한다는 가정하에 2라운드가 거의 끝나가는 무렵에서나 가능할 듯했다.
유민은 그렇게 생각하니 함부로 를 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자 한 명을 구매할 때마다 당연히 4성급으로 승급하는 길은 점점 더 멀어질 질 수밖에 없었다.
유민은 다소 아쉬웠다.
유민은 에 관해서 회의할 때, 일행들 앞에서는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혼자서 생각한 바가 있었다.
2회차에 들어서며 아직은 그런 미션이 나온 적이 없지만, 언젠가는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목숨이 위험해지는 미션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그런 미션에 일행들을 내보낼 수는 없으니 미션에서 패배하는 한이 있더라도 희생양으로 내보낼 버림 카드가 필요했다.
여성 참가자에는 “아름”이라는 카드가 이미 확보되어 있었지만, 남성 참가자에는 아직 그런 존재가 없었다.
가영은 에 아직 가입하지 않은 여성 참가자 이야기를 꺼냈지만, 사실 그때 유민은 차라리 남성 참가자 한 명을 구매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혼자서 고민하고 있었다.
유민은 웬만하면 일행들에게 비밀이 없게끔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편이었지만, 이런 생각까지 공유할 수는 없었다.
유민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이기도 했지만, 일행들이 하나같이 마음이 착하고 여리다 보니 괜히 쓸데없는 마음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딱 깨 놓고 말해서 우리 대신 죽일 사람을 구매하려고 한다….
유민이 어떻게 그런 말을 쉽게 내뱉을 것이며, 그런 말을 들은 일행들의 기분은 또 어떻겠는가?
아무튼, 유민은 일단 마스터 권한이 되었든 아니면 캠프 등급이 되었든 간에 승급을 우선 목표로 삼기로 했다.
따라서 웬만하면 를 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에 하게 되더라도 확실히 쓸모있는 참가자가 아니면 구매하지 않기로 생각을 정리했다.
유민이 생각한 쓸모있는 참가자란 당연히 일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성격과 행실에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 또는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는 흠 있는 사람을 뜻했다.
철민 의 구조는 유민 의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등급이 1성급과 3성급으로 차이가 나는 만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상당히 큰 차이가 있었지만, 기본적인 규모나 위치는 같았다.
유민 에서 목욕실이 있는 위치에 공동 샤워실이 있었고, 화장실이나 잠자리도 침대와 매트리스로 종류가 다르긴 했지만, 위치와 개수는 같았다.
유민 는 캠프 참가자의 수가 적은 만큼 마스터 룸과 의료실에 있는 침대를 제외해도 총 24개의 침대가 있는 만큼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따라서 마스터 룸에서 거주하는 유민과 의료실에서 거주하는 서준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참가자는 모두 마스터 룸 근처의 침대에 모여서 생활을 했다.
그 밖에 남는 침대들은 대부분 사용을 하지 않거나 마스터 권한 전용 침대로 사용할 뿐이었다.
이렇게 침대가 남아돌다 보니 일부의 여성 참가자들이 마스터 룸에서 거주하는 유민도 근처의 침대에서 같이 자자고 제안을 했지만, 유민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사실 침대의 위치만 다를 뿐, 유민은 일행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했다.
하루 세 끼 식사를 함께했고, 목욕도 함께 했다. 특히 마스터 권한을 통해 매일매일 뜨겁게 몸을 겹치기도 했다.
그런데 침대마저 일행들의 근처가 되어버리면 유민 개인적인 시간이 너무나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다.
유민은 낙원에 와서도 운동이나 섹스 훈련, 공부 등을 개을리하지 않았다. 따라서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마스터 룸에서 거주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 유민에게는 일행들에게는 비밀로 만나고 있는 내연의 여자가 있었다.
물론 그 여자는 바로 천사였다. 유민은 천사와의 밀회를 위해서라도 마스터 룸에서의 거주를 반드시 지켜내야만 했다.
이렇게 여유가 있고 풍족한 유민 와 다르게 철민 의 상황은 매우 달랐다.
철민 에는 남성 참가자 11명, 여성 참가자 7명으로 총 18명이나 되다 보니 빈 매트리스가 몇 개 남긴 했지만, 유민 처럼 널찍해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나마 추성철이 이미 사망했고, 류서준과 성아름이 유민 진영으로 소속이 변경되었고, 아직 에 가입하지 않은 참가자가 남아 있어서 비교적 여유가 있는 것이었다.
철민 에는 이렇게 빈 매트리스가 많지 않다 보니, 여성 참가자들과 추종자 세 명은 마스터 룸 근처의 침대를 썼고, 나머지 남성 참가자들은 중간에 빈 매트리스를 비워둔 채 입구 근처의 매트리스를 썼다.
이런 배치이다 보니 를 들어서면 바로 왼편에 입구가 있는 공동 샤워실과 남성 참가자들이 사용하는 매트리스 위치가 가까울 수밖에 없었다.
철민 에 소속된 참가자 중 하나인 뚱뚱하고 작은 이 남성 역시 입구에서 가까운 매트리스 중 하나를 쓰고 있었다.
이 남자의 이름은 고민상. 164cm의 키에 어울리지 않게 몸무게는 82kg이나 되었다.
그것도 근육질이라고는 1도 없는 지방질의 몸이다 보니 더욱 뚱뚱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민상은 자신의 매트리스 위치가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입구 근처라서가 아니라 바로 옆에 화장실의 입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철민 의 화장실은 유민 의 비데까지 설치된 최신식 화장실과 다르게 평범한 양변기도 아닌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봐야 하는 화변기였다.
화변기라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화장실의 수가 많은 사용자 수와 비교해서 너무나도 적다는 것이 문제였다.
의 침실 내에는 마스터 룸의 마스터 전용 화장실을 제외하면 고작 4개의 화장실뿐이었다.
그것도 그중 2개는 7명인 여성 참가자 전용이었고, 1개는 3명에 불과한 추종자 전용이었다.
따라서 나머지 11명의 남성 참가자는 하나의 화장실을 같이 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에 설치된 남성용 공중 화장실도 있긴 했지만, 내 화장실이 비어있는데 굳이 멀리 가서 볼일을 볼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 실정이다 보니 민상의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은 마치 연중 휴무 없이 24시간 가동되는 편의점처럼 쉴 틈 없이 사용 중인 상태였다.
에서는 조를 나눠서 매일 청소를 하긴 하지만, 계속 사용 중인데 언제 청소를 한단 말인가? 또 청소하더라도 금방 더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래서 민상은 자신의 매트리스 위치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민상은 지금도 방금 화장실로 들어간 남성 참가자로 인해서 콧속으로 꼬릿한 냄새가 흘러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역시 어두운 부분이 있으면 밝은 부분도 있기 마련이었다.
민상은 자신의 매트리스 위치가 화장실 근처라는 것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공중 샤워실 근처라는 것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민상은 작은 키에 뚱뚱한 몸매, 거기다 펑퍼짐한 코에 자는 거냐고 자주 오해를 받는 좌우로 쭉 째진 실눈을 가진 못생긴 얼굴이라 평생 여자와 크게 인연이 없는 남자였다.
그런 민상에게는 내에서 함께 생활하는 여자들이 하나같이 예쁘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특히 민상은 공중 샤워실에서 막 샤워를 마치고 물기에 젖은 채로 나오는 여자들을 볼 때면 콧구멍 평수가 저절로 벌어지며 바지 속에서 작고 통통한 남근에 서서히 힘이 들어갈 정도였다.
민상은 대놓고는 할 용기는 나지 않아서 샤워를 마친 여자들이 매트리스 앞을 지날 때면 매번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조금이라도 여자의 향기를 맡으려고 애썼다.
이렇게 나름대로 소확행을 즐기는 민상에게 최고의 여자는 아무래도 내에서 가장 외모와 몸매가 뛰어난 상아였다.
지금도 민상은 벽에 등을 기댄 채 매트리스 위에 앉아서 1~20분 전에 공중 샤워실로 들어간 상아가 나오길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었다.
드디어 공중 샤워실 문이 열리더니 상아가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살짝 젖은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다소 펑퍼짐한 낙원에서 지급된 옷으로도 다 가릴 수 없는 우월한 몸매를 자랑하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민상은 안 그런 척하면서 매트리스의 끝으로 내려앉으며 상아가 자신의 앞을 지나길 기다렸다.
곧 상아가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다. 민상은 숨을 크게 내뱉은 후에 상아가 오는 타이밍에 맞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민상은 콧속으로 스며드는 향긋한 비누 향에 아랫도리가 찌릿찌릿 울리는 것 같은 쾌감을 느꼈다.
원래라면 민상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가는 상아가 매트리스 옆을 금세 지나가며 지금의 행복한 시간이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상아가 민상을 힐금 바라보며 아주 나지막하게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5분 뒤에 밖에서 만나….”
…응? 민상은 환청을 들은 것은 아닐까? 자신의 착각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 상아와 눈이 마주쳤으니 환청도 착각도 아닐 것이다.
민상은 입구 위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며 애가 타게 5분의 시간이 흘러가길 기다렸다.
그리고 딱 5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민상은 매트리스에서 일어나 입구를 통과해 밖으로 나갔다.
내의 화장실 개수가 부족한 만큼 에 있는 공중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남녀 참가자들이 비교적 수시로 출입문을 사용하는 편이라서 딱히 눈에 띄지는 않았다.
민상은 1초가 1시간은 되는 듯한 심정으로 초조하게 상아를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출입문이 열리더니 상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민상은 혹시나 다른 캠프 참가자에게 들킬까 봐 겁이 나서 구석에 숨듯이 서 있었다. 물론 민상의 비대한 몸을 숨길 수는 없었다.
당연히 민상을 금방 발견한 상아가 민상 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더니 민상에게 한마디를 하고는 다시 빠른 걸음을 옮겼다.
“따라와.”
민상은 상아가 왜 이러는지 너무나 궁금했지만, 당장 물어볼 분위기도 아니라서 그대로 상아를 따라 발걸음 옮길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방향을 보아하니 상아가 향하는 곳은 여성용 공중 화장실인 모양이었다.
민상은 상아의 뒤를 따라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저 멀리 벽에 기대앉아 있는 몇 명의 여성 참가자가 보였다.
민상은 아직 에 가입하지 않은 여성 참가자들이 있음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성 참가자들의 외모나 몸매가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민상은 따로 그 여성 참가자들에게 다가간 적은 없었다.
민상이 처음 대면한 여성과 쉽게 말을 섞을 수 없는 성격이라서이기도 했지만, 더욱 큰 이유는 진영 마스터인 칠민에 의해서 강력한 접근 금지령이 내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민상은 왜 철민이 미가입 여성 참가자들에게 접근 금지령을 내렸는지는 잘 몰랐지만, 아무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민상의 예상대로 상아가 향한 곳은 여성용 공중 화장실이 맞았다.
상아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민상을 돌아보며 살짝 눈짓을 보낸 뒤에 그대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며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민상은 바로 상아를 따라 화장실로 들어설 수는 없었다. 민상은 화장실 입구에서 잠시 망설였다.
내에는 여러 가지 규칙이 있었다.
그중에는 공중 샤워실의 남녀별 사용 가능 시간이라든지, 각 화장실의 사용 가능 성별 지정이라든지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에 있는 공중 화장실까지 그런 빡빡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가 개방되기 전 이곳에서 모두가 생활할 때부터 정해진 규칙을 대부분 준수하는 편이었다.
따라서 민상은 여성용 공중 화장실에 남성인 자신이 들어가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더군다나 예전에 이곳을 들어갔었던 추성철은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었다.
물론 추성철이 죽은 이유는 여성용 공중 화장실을 들어갔기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민상을 두려움에 떨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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