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화 〉 162화. other s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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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화. other side.
희정은 오유진에 이어서 차 자매, 소피아 그리고 수빈에 이르기까지 연속으로 실패를 맛보았다. 이로써 희정이 더 이상 꼬드길 사람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희정은 그리 실망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희정은 처음부터 에 여자들을 많이 가입시킬수록 그것이 자신에게 양날의 검이 되어 돌아올 것을 알고 있었다.
희정은 자신이 성과를 많이 거둘수록 분명 철민에게 인정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반대로 철민의 관심이 그 여자들에게 분산될 거라는 우려 또한 가지고 있었다.
희정이 지금까지 가입시켜온 여자들은 그나마 자신이 가진 여자로서의 매력으로 어느 정도 비벼볼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하지만, 희정이 후반부에 접근한 5명의 여자는 도저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각자 개성이 있긴 했지만, 모두가 한쪽 분야에서 돋보이게 눈에 띌 정도의 외모와 몸매를 보유하고 있었다.
희정이 괜히 그들을 마지막으로 돌린 게 아니었다. 희정은 일단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희정은 자신이 거둔 성과와 지금까지의 결과를 철민에게 보고했다. 그렇게 희정의 보고를 모두 들은 철민은 상당히 아쉬웠다.
철민은 낙원에 와서 소피아를 다시 만나게 되며 그 당시의 불안한 감정 속에서도 다소의 흥분을 느꼈다.
철민은 과거의 그 날, 소파아를 범하지 못한 것에 대해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소피아에게 조금 더 술을 먹일 것을…. 그것도 아니면 차라리 약을 쓰고 나서 범할 것을…. 하는 짙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만큼 철민은 다른 여자들은 몰라도 소피아만큼은 꼭 에 가입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렇게 당했던 소피아가 에 가입할 리가 없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래. 희정 지금까지 수고 많았어.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 시도해보도록 해.”
“물론이죠. 철민 오라버니.”
철민은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서 여지를 남겨 두었다.
이로써 가입 건은 일단락되었다.
철민은 희정에게 계속 시도해보라고 말했지만, 희정이 말하는 뉘앙스나 철민 스스로 판단해도 여기까지가 한계로 보였다.
에 가입할 사람들은 다 가입했다고 봐도 좋았다. 그렇다면 이제까지처럼 마스터 권한을 눈치 보면서 쓸 필요는 없게 되었다.
5명의 여성 참가자를 에 가입시키지는 못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에는 이미 8명의 여성 참가자가 가입되어 있다는 의미였다.
그중 철민이 이미 건드려 본 여성 참가자는 희정과 상아뿐이었다. 철민은 당장 누구부터 권한을 쓸지 머릿속에서 떠올려보았다.
아니 스스로 원해서 찾아왔던 희정, 상아와 다르게 이제부터는 분명히 다소의 반발이 발생할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하나 불러서 귀찮은 과정을 거치느니 한 번의 공지로 모두에게 알라는 것이 좋아 보였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철민은 추종자들을 시켜 캠프 참가자들을 한 곳에 모이도록 지시를 내렸다.
철민 캠프 참가자들이 여성 참가자의 매트리스와 남성 참가자의 매트리스 사이, 즉 의 중앙에 모두 모였다.
이번에 에 가입한 참가자들은 다소 어리둥절했지만, 기존에 있던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지금까지도 새로운 규칙을 정할 때만 매번 이런 식으로 모였었기 때문이었다.
미리 철민의 추종자들이 참가자들을 줄지어 정렬해 놓은 자리에 철민이 뒤늦게 천천히 등장했다.
철민은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에 에 새로운 참가자들이 많이 가입한 것은 다들 알 겁니다. 그래서 사람이 늘어난 만큼 새로운 규칙을 추가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서두를 땐 철민은 잠시 소란스러워진 참가자들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그리고 본론을 꺼냈다.
“지금까지 저는 마스터에게 부여된 권한을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마스터 권한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철민의 말이 끝나자 아까의 소란은 소란도 아니었을 정도로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아니. 마스터 권한은 쓰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게 어떻게 된 거죠?”
“…희정 언니?”
“흑….”
처음부터 에 가입한 참가자들은 어느 정도 철민이 마스터 권한을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철민이 이렇게 확실하게 발언을 하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추가로 에 가입한 참가자들은 더욱 당황스러웠다.
이들이 에 가입한 데에는 철민이 마스터 권한을 쓰지 않는다는 희정의 말을 믿은 부분이 컸다.
은영, 규리, 한나, 아름의 시선이 동시에 희정에게 몰렸다. 하지만 희정은 모르는 척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다들 조용히 하세요.”
“아직 마스터의 말씀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모두 진정하세요.”
철민의 추종자 세 명이 나서서 참가자들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달아오른 열기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주목!!”
철민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과연 몇만이 넘는 사원을 거느린 대기업 총수다운 카리스마였다.
소란이 금세 잦아들었다. 완전히 조용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말을 전할 정도의 수준은 되었다.
“여러분들은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에서 그저 먹고 자는 것으로 시간만 보내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철민은 자신의 말에 모두가 주목하기 시작한 것을 알아채고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앞으로 낙원에서 주어지는 미션이라는 것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 미션이 무엇이고 그 미션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여러분들도 대략 짐작은 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스터 권한을 봐도 알겠지만, 분명 미션이라는 것도 남녀 간의 성적인 행위를 강요할 것이 뻔합니다.”
“그렇다면 그 미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미리부터 조금씩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마스터 권한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말해, 나 좋자고 마스터 권한을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스터 권한을 써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모두가 철민의 말에 주목해서 조용히 듣고 있던 와중에 철민의 입에서 다시 마스터 권한을 서야겠다는 말이 나오자 한 명의 여자가 목소리를 높여 따졌다.
“그럼 하고 싶은 사람만 하면 되지 않나요?”
음정이 높은 날카로운 목소리에 어울리게 다소 차가운 인상의 그녀는 바로 기자 출신의 은영이었다.
“마스터 권한을 받아들일 여성들만 골라서 마스터 권한을 쓰면 되지 않나요? 마스터 권한을 받아들이기 싫은 여성들은 빼주고요…. 전 싫어요.”
은영은 마스터 권한 때문에 에 가입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은영은 의 생활에 지쳐 마음이 약해진 탓도 있었지만, 희정의 사탕발림에 속아 에 가입하게 된 자신에게 화가 날 정도였다.
그리고 은영은 마스터 권한을 쓰는 주체자인 철민에게 그 화를 모조리 퍼붓기 시작했다.
“장 회장님. 사회에서 지위도 있고 나이도 잡술만큼 잡수신 분이…. 이런 짓을 했다가 나중에 무사할 줄 아세요? 알만한 분이 왜 이러시죠?”
하지만 은영의 날이 선 비난을 들은 철민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했다.
철민은 아무 말 없이 은영의 비난을 계속 들었다. 그리고 은영의 말이 끊기기를 기다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손은영. 사회에서는 연예부 기자를 했었다고?”
철민은 에 새로 가입한 여성 참가자들의 신상을 추종자들과 희정을 통해서 어느 정도 미리 파악을 해두었다.
물론 한나나 아름 같은 평범한 일반인들의 신상을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은영과 규리 정도가 되면 연예계 쪽으로 발이 넓은 재진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런데요?”
은영은 몇 번 재진의 개인 취재도 한 적이 있어서 자신의 신상이 노출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 은영은 갑자기 자신에게 반말을 해대는 철민에게 짜증이 날 뿐이었다.
“연예부 기자라서 그런 건가? 그래도 기자 정도 되면 상황 파악 능력이 조금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무슨 소리죠?”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지?”
“천사의 말로는 낙원이라면서요?”
“그래. 낙원이지…. 그런데 여기는 온도도 그렇고 습도도 그렇고, 갇혀 있어서 밖을 볼 수는 없지만 분명 한국이 아닐 걸세.”
“…그래서요?”
은영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지껄여대는 철민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스터 권한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왜 이런 쓸데없는 말을 꺼내는 걸까?
“자네 여기에 어떻게 납치되었는지 기억하고 있나?”
“……집에서 잠이 든 사이에 납치되었죠.”
“그래. 집에서 자는 사이에 납치되었지. 나도 그랬어…. 각종 보안카메라와 경비 수십 명이 상주하는 내 집의 침실에서 말이야.”
“네…. 그런데요….”
철민의 말이 점점 더 심각해져 갈수록 은영의 목소리 크기도 조금씩 줄어들어 갔다.
은영은 처음 당당하게 나서서 말을 할 때와는 다르게 조금씩 자신감이 줄어 들어가는 중이었다.
기선 제압에서 승리한 철민은 이제 은영의 방해 없이 느긋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 낙원이라는 곳의 정체는 알 수 없어. 하지만 나조차도 이렇게 납치할 정도로 대단한 곳이라는 것만은 쉽게 알 수 있지.”
“물론, 나는 이곳에서의 탈출을 포기한 게 아냐…. 분명 내 아들이 가만있지 않을 테니 사성 그룹의 힘을 총동원해서 어떻게든 나를 구출해줄 거야.”
“그럼 그때 다른 사람들은?”
“나는 사정 그룹의 힘으로 어떻게든 구출될 수 있다지만, 나 외에도 그렇게 힘을 써줄 재력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 있나?”
철민의 말 그대로였다. 이렇게 재계, 정계에서 이름난 거물들을 포함해 20명이 넘는 사람을 동시에 납치 가능한 낙원이 절대 평범한 곳일 리가 없었다.
모르긴 해도 낙원이라는 단체는 최소 사성 그룹급의 재력을 보유했거나 유명한 마피아급의 힘을 발휘하는 집단이 세운 곳일 것이다.
그런 낙원에서 일반인인 자신들이 탈출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철민 같은 권력자를 제외한다면….
다시 말해 낙원에게 탈출하기 위해서는 그런 권력자인 철민에게 빌붙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손은영. 하나 잊고 있는 것이 있는 것 같아서 다시 알려주면….”
철민은 이미 기가 죽은 은영을 마치 뱀이 삼키기 직전인 삶을 포기한 개구리를 노려보는 듯한 시선으로 쳐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의사에 따르지만, 일단 가입하고 나면 끝이야. 다시 에서 나가는 방법은 마스터인 나의 추방 말고는 없어.”
“그리고 마스터 권한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낙원의 규칙을 어긴다는 의미지.”
“쉽게 말해 이전에 낙원의 규칙을 어겨서 죽어 나간 남자가 한 명 있었지? 그런 꼴이 된다는 말이지.”
이제 은영은 완전히 저항 의지를 잃었다. 그것은 은영만이 아니었다.
철민은 은영을 바라보며 은영을 향해 말을 하고 있지만, 사실 철민의 말은 에 가입한 모든 참가자에게 향하는 말이었다.
이미 철민의 추종자가 된 상원, 재진, 원길 그리고 철민의 마스터 권한을 받아들인 희정, 상아를 제외한 모든 참가자의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철민은 이로써 지금까지 명함만 의 마스터에 불과했던 것을 넘어서 실질적인 의 마스터가 되었다.
그렇다면 철민은 처음으로 자신에게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은영에게 마스터로써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었다. 본보기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
“손은영.”
“…네. 네?”
은영은 철민의 부름에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 전까지의 은영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옷 벗어.”
“……네?”
“옷 벗으라고…. 마스터 권한으로 참가자의 탈의를 명령할 수 있다는 걸 모르나?”
“여…. 여기서 옷을…. 버…. 벗으라고요?”
“그래. 옷 벗기 싫으면 전에 그 남자처럼 죽던가?”
은영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은영은 한참을 망설였지만, 결국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렇게 은영은 수많은 남녀에 둘러싸여 알몸이 되었다.
은영은 너무나 수치스럽고 민망해 죽을 것만 같았다. 팔과 손으로 겨우 젖꼭지와 음부만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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